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편~신지장(神之章)~】19 : 사신의 유혹
    2021년 12월 31일 16시 18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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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537cm/51/

     

     

     정신을 차리자, 광원이 하나도 없는 새카만 공간에 서 있었다.

     봤던 적이 있는 광경에 서둘러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다행이다, 제대로 옷을 입고 있어.

     

     짝짝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와서, 그쪽을 돌아보니 예상대로의 인물이 서서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긴 흑발 소년......나를 지금 세계에 던져 넣은 사신이다.

     

     "여어, 오랜만이야."

     

     여전히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미소를 띄우면서, 사신이 나에게 말을 건다.

     

     "무슨 일?"

     "섭섭하게 왜 그래, 모처럼 감동의 재회를 한 건데."

     

     그게 무슨 농담이람. 적어도 나한테는 감동할 요소가 전혀 없어.

     

     "뭐 좋아.

     오늘 여기로 부른 것은 방금 전의 박수대로, 너의 여태까지의 성과에 대한 감사와 보수를 주기 위해서야."

     "감사와 보수?"

     

     예상 외의 말에,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여태까지의 성과라니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먼저 감사 쪽인데, 네 행동은 보기만 해도 정말 재미있었어.

     단순한 변덕이었지만, 너를 그 세계에 보내서 정말 다행이었어."

     

     이 녀석이.

     언뜻 그런 느낌은 들었지만, 나는 눈앞의 이 사신의 장난감 같은 위치인 모양이다.

     

     "애초에 뭘 위해서 나를 보냈어?"

     "부하를 보낸 이유라면, 붕 떠버린 신앙을 이용해서 권속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그게 너였던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지만."

     "다시 말해, 내가 신족이 된 것은 확정이었다는 뜻?"

     "아니, 확실히 그렇게 되기 쉽도록 준비는 해놓았지만, 그렇게 될지 말지는 나로서도 불명이었어.

     사실, 놀랐다고? 설마 그렇게나 빨리 신족이 될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으니까."

     

     사신의 대답을 듣고 약간 안심했다. 여태까지 나의 행동이 전부 그의 손바닥 위였다면, 솔직히 충격이 컸을 것이다.

     

     "만일 내가 신족이 안 되었으면 어떻게 했을 건데?"

     "딱히? 그 때는 그 때야.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필수라는 것은 아니라서."

     

     꽤 애매한 취급이지만, 딱히 화가 나지는 않는다.

     

     "권속을 만들면 뭔가 이득 볼 게 있어?"

     "권속의 질과 양은 스테이터스가 돼.

     적은 것보다는 많은 편이 좋고, 사도족보다는 신족, 비주류 신보다는 주신 쪽이 가치가 높지.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은 넌 가치가 높은 쪽이야."

     "주도권을 잡았다니?"

     

     소피아와 안바르와 했던 승부를 말하는 걸까. 나는 승부에서 져버렸는데.

     

     "뭐, 예상과는 많이 다른 전개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권능]을 손에 넣었으니, 세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고 해도 되겠지.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라서, 너희들의 승패의 여부는 상관없어."

     

     하지만 승부에 졌는데도 칭찬받는 것도 왠지 석연치 않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한 네게 포상이라도 줄까 생각해서 불렀어."

     "그러니까, 보수?"

     "그런 말이지.

     그래서, 그 보수의 내용말인데......네가 원한다면, 너를 인간으로 되돌린데 더해 지구로 전이시켜줄게."

     

     

     

     ───────!?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무심코 숨이 멎었다.

     인간으로 돌아가? 그것 뿐만 아니라, 원래 세계로 돌아가?

     

     "나쁘지 않은 이야기지?

     어느 쪽도, 보통은 얻을 수 없는 보수야.

     지금 이 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으니까."

     "권속을 만드는 게 목적인데, 나를 인간으로 되돌려도 괜찮아?"

     "인간으로 되돌린다고는 해도, 엄밀하게는 [신으로서의 너]한테서 [인간으로서의 너]를 분리한다고 해야 할까.

     권속으로는 남겨진 [신으로서의 너]만으로도 충분해."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가볍게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정말로 가능한 가보다.

     정말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

     

     "권속인 [신으로서의 너]가 이 세계에 남아준다면, [인간으로서의 너]는 딱히 필요 없어.

     방금 말한 대로, 원한다면 지구에 전이도 시켜줄게."

     

     인간으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원래 세계에도 돌아간다니......

     

     "하지만, 당연하게도 전이는 일방통행이야.

     지구에 전이한 후에는, 이 세계로 돌아오는 건 허락하지 않아."

     

     찬물을 끼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깐만, 그건......

     

     "물론, 너 이외의 인물을 지구로 전이시킬 수도 없어.

     지구를 선택한다면, 이 세계 사람들과는 작별하게 돼."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테나와 레오노라, 리리와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그것은 세계를 건넌다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 사실이 내 가슴에 깊게 박혔다.

     원래 세계의 가족과 친구인가, 현재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인가. 어느 쪽을 고르고 어느 쪽을 버려야만 한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양자를 천칭에 매달았다.

     긴 세월을 지내온 원래 세계의 사람들과, 시간은 짧지만 깊게 사귄 현재 세계의 사람들.

     이런 선택지는 어느 쪽을 골라도 괴로운 일이어서, 결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터였다.

     그런데도, 내 속의 천칭은 부자연스러울 정도오 어이없이 기울어졌다.

     

     

     역시, 이상해.

     조금 전,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을 때도, 이상하게 그리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뭔가가 이상하다. 결정적인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그래, 눈앞의 사신의 말에 현혹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에도 실패했잖아.

     내 말을 의도적으로 잘못 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의해 소원이 왜곡되어 이루어진 부분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하는 제안이지만, 그 의도하는 것이 내가 인식하는 것과 다를 우려는 충분히 있다.

     

     냉정해진 머리로 여태까지의 대화를 돌이키면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자, 너는 어느 쪽의 세계를 선택할래?

     지구인가, 지금의 세계ㅡㅡ"

     "어째서?"

     "뭐?"

     

     위화감은 발견하고서, 나는 사신의 말을 가로막았다.

     

     "어째서, 당신은ㅡㅡ

     

     

     

     ㅡㅡ[원래 세계로 돌아간다]가 아닌 [지구로 전이한다]고 말한 거야?"

     

     "......................."

     

     끊임없이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신한테서 미소가 사라지더니, 무표정해졌다.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계속 어딘가에서 데려왔다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도 [원래 세계]의 마지막 기억 때문에, 당연히 거기에서 데려온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었다.

     

     또한, 갑자기 가족과 친구와 헤어져서 이세계에 보내졌다면 보통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터인데도, 어째선지 그 마음이 샘솟지 않았고, 만난다고 생각해도 그리움이 희박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에, 나는 평범하게 옷을 입고 있다. 전에는 나체였는데 말이다. 눈앞의 사신이 일부러 내 옷을 벗겨놓을 존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그거라면 왜 전에는 나체였던 걸까.

     

     

     

     "하나 가르쳐 줘, [원래 세계]의 [나]는 잘 지내?"

     

     

     

     "............................흐흐, 아하하하하하하하!"

     

     나의 물음에, 무표정했던 사신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웃어제꼈다.

     

     "아하하하, 졌다 졌어. 나의 패배야.

     잘도 눈치챘네. 내가 여태까지 보았던 인간들은, 가능성을 눈치챘어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아, 그 말로 모두 긍정되고 말았다.

     나는 [원래 세계]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그래, 너는 [원래 세계]라고 부르는 [지구]에서 태어난 소녀의 육체와 기억을 복사해서, 내가 만들어낸 존재야.

     최종적으로 신족이 될 권속을 만들려면, 그러는 편이 쉬우니까.

     참고로, 네 토대가 된 소녀도 그냥 잘 지내."

     

     내가 알몸이었던 것은, 말 그대로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데려온 것이 아니라 그 장송서 태어난 것이라서, 옷을 입고 있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해 [원래의 세계]......아니, 지구에 간다 해도....."

     "네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만일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지구에 전이]한다고 대답했으면 어떻게 했어?"

     "딱히 딴짓 안 해. 원하는 대로 [지구에 전이]시켜줄 뿐이지."

     

     위험할 뻔했다......어떻게 굴러도 제대로 된 결과가 안 나오는 선택지를 선택할 뻔했다.

     

     "왜 그런 함정을 놓았어?"

     "보수를 주기 전의, 마지막 시련이라고나 할까."

     "보수......"

     

     그 이야기는 아직 살아있었던가. 하지만, 저런 질 나쁜 함정을 놓은 직후여서, 아무래도 의심의 눈초리를 향할 수밖에 없다.

     

     "아니아니, 이번에는 진짜라고."

     

     신용도는 0이지만, 일단 이야기를 듣고 나서 판단하기로 한 나는 다음 말을 재촉했다.

     

     "그렇게 말해도, 보수는 조금 전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지만.

     후반 부분이 없을 뿐이고."

     

     후반이 없다는 말은, 전반의 '인간으로 되돌린다'는 부분만 이루어준다는 걸까.

     

     "물론, 보수니까 무리하게는 말하지 않아.

     선택지를 줬으니, 자유롭게 골라도 상관없어."

     

     확실히, 생각할 가치가 있는 보수다.

     하지만 조금 전의 예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받아들일 수는 없다.

     

     "거기에 단점은 있어?"

     "단점? 그래 어디보자......음?"

     

     내 질문을 듣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던 사신이, 뭔가를 눈치챈 듯 내 옆으로 시선을 향했다. 나도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새카만 공간이 펼쳐져 있을 뿐 딱히 아무것도......아니, 빛의 선이 세로로 달리는가 생각했더니, 그곳에서 강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반사적으로 그 빛의 선상에서 몸을 피했다.

     그러자, 조금 후 세로로 달린 빛에서 광선이 뻗어 나오더니, 나의 바로 옆을 지나 아득한 저편까지 뻗어나갔다.

     

     "앙리! 무사한가요!?"

     "죽는다고 생각했어."

     

     빛의 선이 있던 곳에 뚫린 구멍에서, 검을 든 소피아가 뛰어들어와서 그렇게 대답했다. 정말이지, 피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쌩쌩하잖아."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어."

     

     확실히 상처 하나 입지는 않았지만.

     이어서 모습을 보인 안바르에게 대답했지만, 아무래도 의도가 전해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

     

     "앙리 님, 무사하신가요!"

     "괜찮은가! ......!?"

     "히익!?"

     

     이어서 테나, 레오노라, 리리가 이 공간에 뛰어들었는데, 사신과 눈이 마주친 레오노라는 즉시 도게자를 시작했고, 리리는 테나의 뒤로 숨어서 달라붙었다. 뭐, 내 마안으로도 안 되는데 그의 눈도 안 되는 건 당연해.

     

     "늦게나마 달려왔습니다. 부디 명령을."

     

     마지막으로 칠흑의 로브를 두른 임페리얼 데스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와 사신 사이에 섰다. 이미 그 손에는 큰 낫이 들려있었다.

     

     

     

     

     모두 걱정해서 달려와준 모양이지만......이제 거의 다 끝난 후잖아.

     

     

    ◆◇◆◇◆◇◆◇◆◇◆◇◆◇◆◇◆◇◆

     

     

     "꽤 가까이에 있었다고는 해도, 설마 이 공간까지 쫓아왔을 줄이야."

     

     일단 모두를 진정시키고, 사신이 준비한 원탁에 앉아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여태까지의 경위를 설명한 차에, 사신이 그런 말을 하였다.

     

     "앙리의 권속인 테나가 있으면, 주종의 관계를 이용해 장소를 알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도착하기 위한 구멍을 낼 수 있을지 아닌지는 도박이었지만."

     "내 힘을 저 엄근진녀한테 넘겨줘서, 2인분으로 해보던 참이었지."

     

     그렇게까지 해서 달려와준 것은 고맙지만, 그 경우 연장선 상에 내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했다.

     

     "그쪽의 권속과 친구는 몰라도, 너희들이 그렇게까지 해서 그녀를 도우러 오다니."

     "그야 물론, 그녀가 없으면 곤란하니까요."

     "모처럼 일을 떠맡......맡길만한 상대가 나타났으니까. 갑자기 사라지면 곤란하다고."

     

     뛰어들 때 정말로 걱정하는 모습에서 보면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쳐두자. 나도 부끄러우니.

     

     "방금 전 이야기 말인데, 내가 인간족으로 돌아갔을 경우, 권속인 테나와 그는 어떻게 돼?"

     "권속은 [신인 너]와 [인간인 너] 중 누군가를 선택하게 돼.

     [신인 너]를 골랐다면, 지금의 상태에서 바뀌지 않아.

     [인간인 너]를 골랐다면, 네가 신족이 되지 전의 상태로 돌아가겠지."

     "[인간인 나]를 고른 권속은, 이제 [신인 나]와는 관계가 없어져?

     혹은 그 반대는?"

     "직접적으로는 관계없지만, [인간인 너]가 [신인 너]의 일부라는 점에는 변함없어.

     인간으로서의 일생이 끝나면, 혼은 [신인 너]와 합쳐져.

     [인간인 너]를 고른 권속도 그때 [신인 너]의 곁으로 돌아가.

     그런 의미에서는, 어느 쪽을 골라도 100년 후에는 큰 차이가 없겠네."

     

     요약해서, 이대로 신족과 사도로서 살아갈 것인가, 인간으로서의 일생을 경험한 뒤에 그렇게 될지의 차이라는 말이구나.

     언뜻 보면 단점은 없어 보이지만, 그의 신용도가 0이기 때문에, 나는 방청객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소피아, 그의 말은 전부 맞아?"

     "전례를 본 적은 없지만, 이론으로서는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신족에서 인간족이 될 수 없지만, 인간족에서 신족이 되었지만 아직 육체를 가진 당신만은 예외죠.

     덧붙이자면, [인간인 당신]을 분리한 [신인 당신]은, 신족으로서 보다 순화된 존재라 할 수 있어요.

     권속이나 스테이터스라는 건 저희들로서는 알 수 없는 감각이지만, 그러는 편이 그한테도 가치가 높다는 점도 있겠죠."

     

     그 말을 듣고 사신 쪽을 돌아보자, 그는 눈을 돌렸다.

     

     "내가 인간족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하면, 너희들은 어쩔래?"

     "저는......"

     

     나는 테나와 임페리얼 데스에게 물어보았다. 테나는 대답을 주저하는 모양이다. 

     

     "ㅈ는, 역시 [인간으로서의 앙리 님]을 고를게요.

     그러는 편이 시중을 들 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그래, 너는?"

     

     테나의 대답을 듣고, 임페리얼 데스에게 질문하였다.

     

     "짐은 [신으로서의 앙리 님]을 모시겠습니다.

     원래부터 불사인 이 몸, [인간으로서의 앙리 님]을 모시는 것보다는 그러는 편이 좋겠지요"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원래부터 사신에 대한 신앙심을 품고 있던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자, 이야기가 매듭지어진 모양인데, 슬슬 결론을 들려줘.

     너는 [신]으로서 존재할지, 아니면 [인간]으로서 살아갈지."

     

     권속들의 희망을 모두 들은 나에게, 사신이 선택을 요구하였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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