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에필로그2021년 12월 05일 22시 44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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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풀의 위를 달리는 소년이 있다.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마구 달리고 있어서, 원래 돌바닥이 있는 길에서 벗어나 잔디가 깔린 장소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뛰고 있다.
갑자기 뛰던 다리가 엉켜버린 소년은, 앞으로 기울어지더니 그대로 구르고 만다.
"윽."
"어이어이, 꼬마. 잔디를 뽑아버리면 곤란한데."
그에 반응한 자는, 마침 그 잔디밭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남자였다. 서둘러 소년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서 들어 올리는 걸로 행동을 멈추게 하였다.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인 소년은, 잡아뜯은 풀을 양손에 거머쥔 채로 작업복의 남자가 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얕은 그릇 같은 바구니가 있었는데, 자신의 손에 있는 것과 비슷한 풀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너도 나처럼 풀을 뽑았잖아."
"꼬마한테는 마찬가지로 보이겠지만, 조금 달라."
소년을 내려준 뒤, 바구니에서 풀 한 움큼을 꺼내서 소년이 거머쥔 풀에 갖다 댄다.
"이것 봐, 꼬마가 든 녀석 쪽이 더 푸른색이잖아. 이쪽의 녹색이 옅은 것은 제멋대로 돋아난 녀석이라서 뽑은 거다."
이제야 뽑으면 안 될 풀을 뽑았다고 이해한 소년은, 거머쥐었던 풀을 내밀었다.
"돌려줄게."
"고마워."
"넘어졌던데, 어딘가 부상은 없어? 아, 볼이 빨간데."
남자가 걱정했지만, 소년은 그걸 부정했다.
"이건, 맞아서 그래."
"뭐에 맞았길래?"
조금 지나자, 소년은 불쑥 말했다.
"못생겼다고 말했냐."
"여자 아이였어?"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 못생겼냐?"
"하지만, 내 쪽이 더 미인인걸."
자기 쪽이 외모가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소년은, 그 주장대로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 부드럽게 물결치는 금색 머리카락은 눈부셨고, 주황색 눈동자는 긴 속눈썹에 뒤덮여있다. 입술도 혈색이 좋은 분홍색이었고, 피부는 맞은 부분의 빨강이 돋보일 정도오 흰색이었다.
올바른 주장에, 남자는 웃었다.
"그야, 꼬마는 웬만한 녀석보다 미인이겠지."
"...... 그런데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녀석만 귀엽다고 말하잖아!"
사정은 모르겠지만, 부모가 자신을 때린 소녀만 칭찬했기 때문에, 소년은 삐져버린 모양이다. 그 소녀가 부모의 애정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가."
웅크려서 시선을 맞춘 남자가 물어본다.
"그래서, 못생겼어?"
"....... 못생기지, 않았어."
"그럼, 그건 사과해야겠네."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서, 남자는 소년을 들어 올렸다.
"우왓."
사과하러 가자며, 남자는 소년을 어깨에 태우고는 저택의 정면 현관으로 걸어갔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정면 현관의 문을 지나가자, 소년의 부모와 이 저택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하루 군 돌아왔구나."
"하루, 너 말이야, 자기를 미인이라고 하는 것과 상대를 못생겼다고 하는 건 다르다고 가르쳐 줬잖아!"
"앗, 너 치사해!"
소년의 어머니는 돌아왔음에 안도하였고, 아버지는 말을 틀리면 안 된다며 혼냈다. 그와는 별개로, 목마를 타고 있는 소년을 부러워한 소녀의 오빠라고 생각되는 소년이, 남자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붙잡힌 남자는 발치의 연상의 소년에게 "나중에."라고 양해를 구하고, 목마를 태우던 소년을 내렸다.
"자."
남자가 등을 떠밀자, 소년은 소녀의 앞에 섰다. 구릿빛 눈동자를 앞에 두고서 주저하던 소년은 한번 눈을 돌렸지만, 이윽고 뜻을 굳히고는 소녀를 정면으로 보았다.
"...... 조금 전, 거짓말. 미안."
"응. 됐어. 리제도 때려서 미안해."
"좋아. 둘 다 착하지."
서로의 사과가 끝난 순간, 커다란 손이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제까지 그 모습으로 있을 건가요? 이대로 가면 리젤과 이그나츠의 옷까지 더럽히겠어요."
"미안."
저택의 주인이 충고하자, 남자는 그랬었다며 상하의가 합쳐진 작업복의 버튼을 풀어서 간단히 벗겨냈다.
하인에게 벗은 작업복을 맡긴 남자는, 리젤이라고 부른 소녀를 안아 들었다.
"그건 그렇고, 왜 때렸어? 리제."
"...... 리제가 때리지 않았으면, 오빠가 퍽퍽했을 거야."
"그래, 오빠가 나쁜 짓 못하게 한 거구나."
"난, 리제가 나쁘다고 말하는 녀석 따위, 싫어해도 괜찮아!"
"그럼 안 돼."
결코 물러서지 않는 여동생을 보고, 오빠는 이미 사과해서 끝난 일을 들추어낼 수 없었다. 오빠는 쭈뼛거리면서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그나츠 폰 에룬스트다. 리제를 봐서, 잘 대해줄게."
"하르트비히 폰 루들슈타트."
내민 손을 맞잡으면서, 하르트비히는 이그나츠를 보았다. 자기보다 한두 살 위일 그는, 옅은 금발과 연청색 눈동자를 하고 있다.
"리젤이에요. 오빠도 예쁘죠?"
"응......"
"아버지는 키가 크니까, 목마 재밌었겠네."
"엥"
"난 이자크다. 잘 부탁해, 하르."
다시 웅크리며 이름을 댄 남자를 보고, 하르트비히는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공작님?"
"아니. 부인인 디아가 공작님."
그의 시선을 쫓아 옆을 올려다보니, 옅은 금발 머리와 연청색 눈동자의 여성이 있다.
"저는 류디아 폰 에룬스트라고 해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네요, 하르트비히 님."
수려한 동작으로 인사를 하는 류디아.
"서서 이야기하기도 뭣하니, 빨리 차를 내어주지 않을래?"
"니콜라우스 님..... 자기 집인 것처럼 먼저 가지 말아 주시겠나요?"
"언니는 제게 있어 영원한 언니라서, 이미 가족 같은 거라고요."
"필 님, 마음은 기쁘지만, 제대로 남편께 충고해주세요."
가자, 라는 말에 따라, 소년소녀도 니콜라우스가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간다.
어안이 벙벙해진 하르트비히가 현관 근처에 남자, 이자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르, 가자."
"왜, 공작이 아니야?"
"글쎄다."
남자인데도 작위를 물려받지 않은 이유를 묻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한다.
"어울리지 않아서, 일까."
어울리지 않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는가 하며 하르트비히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뒷 이야기가 있었다.
"왜냐면, 내 부인 쪽이 훨씬 멋있는걸."
그녀가 공작인 편이 어울리다며 자랑스러워하는 그 미소를, 하르트비히는 조금 전에도 보았다. 오빠를 자랑하던 때의 리젤과 같은 얼굴이다.
공작은 아니지만, 그는 확실히 그녀의 아버지라고 이해했다.
그런 그의 손을 붙잡고, 하르트비히는 걸어간다.
이자크라는 남자가 걸어온 인생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
fin.
<작가의 말>
자크 일행을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라건대, 이 소설을 읽은 분들이 자신을 소중히 하는 인생을 걸어갈 수 있도록.
<역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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