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7. 싹
    2021년 12월 02일 22시 13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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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69/

     

     

     

     "........ 디아."

     

     심장이 놀라서 두근거렸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인물의 목소리가, 있을 리 없는 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나는 아직 꿈 안에 있는 걸까. 아니, 꿈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상상을 너무 초월한 일이다.

     왜냐면, 그는 나는 애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항상 상냥했던 목소리가 아닌, 약간 열기를 띈 목소리라니 처음으로 들었다.

     소리만 듣고도 얼굴이 화끈해지고, 귀까지 달구어진다.

     완전히 일어날 때를 놓친 류디아는 혼란의 도가니 속에 있었다.

     자신의 맥박과 싸우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어깨를 가볍게 치는 감촉이 느껴졌다.

     

     "아가씨~ 슬슬 돌아가자~"

     

     평소대로의 목소리였다. 조금 전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생각될 정도로.

     

     "...... 뭔, 가, 요."

     

     눈꺼풀을 비비는 척을 하면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일어난다.

     자기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그는, 책가방을 들고는 류디아에게 돌아가자고 재촉했다.

     여자 기숙사에 도착해서도 현실감이 없는 채로, 자기 방까지 향했다.

     방 안에 들어서자, 류디아의 긴장의 끈이 풀렸다. 버티고 있던 다리에서 힘이 빠지더니, 중심이 뒤로 쏠려서 문과 어깨가 부딪혔다. 그대로 스르륵 쓰러져서는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얼굴의 열기를 양손으로 감싸고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는다.

     

     "류디아 님, 무슨 일인가요!?"

     

     주인의 이변을 느끼고 먼저 방에서 기다리던 메이드 에밀리아가 달려왔다. 평소답지 않은 주인을 확인하고서, 에밀리아는 동료인 페트라를 노려보았다.

     

     "페트라, 당신이 함께 있었으면서 무슨 짓을."

     

     "이건~ 괜찮은 거예요~"

     

     어딜 봐서 그렇냐며 동료를 혼내면서, 에밀리아는 주인을 일으켜서는 침대까지 안내했다. 사정을 물어보려 하는 에밀리아에게 "자~자~" 라며 달래고는 대기용 방에서 설명해주겠다며 류디아의 방에서 나가는 페트라. 에밀리아도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고 하고서는 페트라와 함께 물러났다.

     자기 앞에서 조금 전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참을 수 없었던 류디아는, 페트라의 배려에 내심 감사했다.

     

     "....... 왜 꿈 이상으로 행동하나요."

     

     가볍게 꿈에 그리던 희망을 뛰어넘는 그가 밉다. 심장에 안 좋은 그에게 불만을 말해주고 싶었다. 내일 무슨 표정으로 그를 만나야 좋을지.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괴로워하던 류디아는, 내일을 두려워하면서 밤을 보냈던 것이었다.

     

     

     

     결국, 좋든 싫든 이튿날이 되었다.

     매우 긴장하며 등교했는데, 평소대로였인 그를 보자 힘이 빠졌다. 들렸다고는 모르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하면 그렇겠지만, 류디아로서는 석연치 않았다.

     조례시간까지는 친구인 니콜라우스가 그와 이야기를 하러 왔기 때문에, 류디아는 슈테파니에 및 동성의 친구와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정말 분해......."

     

     갑자기 들린 중얼거림 쪽을 바라보자, 자기 자리에서 독서하던 동급생이 책에서 눈을 떼고는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경 안쪽의 표정은 태연해서, 뭔가를 분해하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코넬리아 님, 뭐가 분한가요?"

     

     "아뇨,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좋은 상황이었나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런가요."

     

     류디아의 물음에, 안경의 위치를 고치면서 코르네리아가 막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류디아는, 애매하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례 때문에 담임인 하겐이 교실에 들어와서, 그 이상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 후로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니콜라우스의 방문도 있어서 그와 거의 말할 기회가 없었다.

     

     "류디아 양, 슈테파니에 양, 기다리게 했지."

     

     "로이 님."

     

     "아뇨, 괜찮아요."

     

     이 나라의 제1왕자 로이가, 그녀들을 맞이하러 왔다. 점심식사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자크도."

     

     "알겠습니다."

     

     이자크가 딱딱하게 대답한 것은 주변 사람이 보기에는 떨떠름하게 대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눈부심에 견디고 있으면 로이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다. 그걸 아는 것은 류디아와 로이뿐일 것이다.

     

     "니코랑 먹는 편이 편한 데에."

     

     "그런 말 마라. 류디아 양을 위함이다."

     

     로이가 쓴웃음 지으면서 참으라고 하자, "알고 있지만."이라고 이자크가 중얼거렸다.

     

     "저와 식사하는 게 싫다는 뜻인가요?"

     

     "레오가 눈부셔서 그런 거고, 아가씨와 함께 있는 건 기뻐."

     

     "제 성가신 체질 탓에 니코 님을 모시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니, 그러니까 성가신 것은 레오고, 비팅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식당까지 향한다.

     식당에 도착하여 자리를 확보한 뒤, 여성진의 식사의 요청을 물어본 이자크와 로이는 주문을 하러 갔다.

     남성진이 돌아올 때까지, 류디아와 슈테파니에는 잡담을 나눈다.

     

     "저기, 디아 님."

     

     "뭔가요?"

     

     "계속 여쭙고 싶었지만, 이자크 씨는 그 이자크가 맞지요?"

     

     슈테파니에의 질문에, 류디아는 동요하여 말문이 막혔다. 알기 쉬운 긍정이었다.

     

     "같은 반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하, 하지만, 수업은 따로 선택하는 거라서 계속 함께 있는 것은...... 니콜라우스 님도 계시고요."

     

     "하지만, 이자크 씨가 저택에 남겨질지도 모른다면서 그렇게나 아쉬워했잖아요."

     

     "그, 그건......"

     

     "디아 님을 위해서도, 저는 전하의 이야기를 수락하는 편이 좋아 보여요."

     

     "안 돼요."

     

     류디아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일은 누군가를 위해서 결정해서는 아니 되어요. 파니 님 자신을 위해 결단해주세요. 저는 로이 님을 응원하지만, 파니 님의 의사를 무시하는 일은 누구라 해도 용서할 수 없어요."

     

     "디아 님......"

     

     친구가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슈테파니에는, 기쁨에 젖어 미소 짓는다.

     

     "고마워요. 디아 님 정말 좋아해요."

     

     "저도 그래요."

     

     류디아가 미소 지은 차에, 남성진이 식사가 담긴 쟁반을 양손에 들고 돌아왔다.

     

     "류디아 양, 나보다 먼저 꼬시려 들다니 치사하다."

     

     "어머, 빠른 자가 이기는 법이랍니다."

     

     "내 라이벌은 류디아 양이었군."

     

     로이는 곤란한 듯 미소 지었다.

     류디아의 정면에 로이가 앉고, 이자크는 슈테파니에의 정면에 앉았다. 약혼자의 체면을 지켜주면서, 이자크가 눈부시지 않은 배치였다.

     

     "정말이지, 로이 님까지 저를 라이벌 취급하다니요."

     

     "응? 나 외에도 있었나?"

     

     "그때는 미안했다니까."

     

     즉시 사과하는 이자크를 보고, 로이는 다른 라이벌이 누군지 눈치챘다.

     

     "자, 슈테파니에 양은 어떻게 하면 넘어가게 할 수 있으려나?"

     

     "네에!? 저저저저, 저기."

     

     "용모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만, 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비칠까?"

     

     방긋 웃으면서 물어보자, 슈테파니에는 동요했다.

     

     "...... 스스로 말하는 거냐."

     

     "그녀한테는 지위나 명성이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니, 이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이것 정도다."

     

     "글쎄 과연 어떨지."

     

     "네......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대의 취향인가?"

     

     "~~ 네에."

     

     "그런가. 그거 다행이다."

     

     슈테파니에의 말을 들은 로이는,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로이 님, 조금 더 봐주시지 그러셨어요."

     

     "나도 필사적이라서 그만. 미안했다, 슈테파니에 양."

     

     "아뇨......"

     

     눈부신 미소로 사과하는 로이를 보며, 류디아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느꼈다.

     

     식사를 끝내고 식후의 차를 마셔서 진정되자, 로이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의견을 듣고 싶다만, 평민의 측정률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좋다고 생각하지?"

     

     "그래. 아가씨가 없었다면, 나도 받지 않았을 거야."

     

     후루룹 하며 소리 내어 차를 마시면서, 현재의 상황에 납득하는 이자크. 다른 뜻은 없었을 그의 말에 여자들이 동요하는 것을, 로이는 확인했다.

     

     "류디아 양은 어떻게 생각하지?"

     

     "에에, 그렇네요..... 받지 못한 자에게 벌칙을 주면 반감을 사고 마니, 자주적으로 나서서 측정에 참가하는 것이 베스트겠네요. 뭔가 좋은 방안이 있으면 좋겠지만요......"

     

     "간단하지 않아?"

     

     "그렇네요."

     

     고민하는 류디아였던 반면, 이자크와 슈테파니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과자.""

     

     "과자?"

     

     예상치 못한 단어를 들은 로이가 되물어보자, 류디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력 측정을 받으면 귀족들이 먹는 과자를 준다고 하면, 모두들 교회로 올 거야."

     

     "맞아요. 저, 귀족이 되고 나서 먹던 과자를 이웃에 있었던 친구들한테 먹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던걸요."

     

     "애초에 귀족은 교회에 기부를 하니, 그 일부를 돈이 아니라 과자로 하면 되지 않겠어?"

     

     "사탕과 초콜릿은 계절에 따라서는 녹아버리니, 구운 과자 쪽이 좋을지도 몰라요."

     

     곧장 실행 가능해 보이는 수단을 듣자, 두 사람의 의견을 들은 로이는 얼이 빠졌다.

     

     "그런 걸로 잘 될까......?"

     

     "평민은 타산적이라서, 현물로 지급하는 편이 알기 쉽고 좋아요."

     

     "그리고, 한정품에 약한 건 귀족이나 서민이나 똑같아."

     

     이자크가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로이는 유쾌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하핫, 그런가."

     

     역시 여기서 의견을 물어보아서 다행이었다며 로이는 기뻐하였다.

     

     "그보다, 점심식사 때까지 정치 이야기를 하다니 진짜 성실하네."

     

     "전하는 정말 힘들겠네요."

     

     "내가 하는 짓을 귀찮다고 느끼고 있겠지."

     

     그러자 이자크는 솔직하게 수긍했고, 슈테파니에는 어깨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걸 확인한 로이는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런 모습이라면, 슈테파니에 양은 왕비가 되기에 멀어 보이는군."

     

     대답 없이, 슈테파니에는 시선을 돌린 채 입을 다물었다. 친구들과 숙박회를 할 때, 공주님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해버려서 더욱 껄끄럽다. 그녀의 의견을 알고 있는 류디아도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며 난처해하였다.

     

     "두 사람은 왕족의 어느 점이 귀찮다고 생각해?"

     

     "네가 하는 짓은 기본적으로 성가셔보여. 학생회장도 잡일 같고, 왕이 되어서 정치를 한다고 해도 여러 녀석의 불만을 들어줘야만 하니,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르겠어."

     

     "...... 음, 많은 사람의 일생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바뀐다니, 정말 무서워요. 저도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건 기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나가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나 정도로 결혼상대로서 성가신 남자는 없겠지."

     

     그 발언에, 류디아가 무심코 너무 심하다며 달랬다.

     

     "로이 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류디아 양도 제1왕자인 약혼자의 입장을 무겁게 느끼고 있겠지?"

     

     "오히려, 가벼우면 안 되는 일인데요."

     

     "하핫, 맞아."

     

     "나는 그대들처럼 책임감이 있는 자를 근처에 두고 싶다. 그러니 지금 정말 축복받았다 할 수 있지."

     

     "뭐?"

     

     "네?"

     

     이자크와 슈테파니에는, 예상과는 다른 평가에 고개를 기울였다. 류디아라면 몰라도, 자신들까지 그렇게 평가받을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을 터.

     

     "두 사람의 의견은, 권력을 가지는 것에 대한 책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표면상의 화려함만 아는 자는 권력을 가지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국민들의 잡일을 해주는 측면을 지적하지 못하지. 신뢰할만한 자란 그대들 같은 자를 말하는 거다."

     

     정말 좋게 포장해서 말한다며 이자크는 의아해하였고, 슈테파니에는 그런 인식도 있구나 하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러니, 이런 무거운 남자의 상대는 애정관계가 아니면 어울릴 수 없을 거다."

     

     "헤에."

     

     "얼굴만이라도 그대의 취향이라서 안심했다."

     

     "흐에!?"

     

     언제 그런 이야기가 되었냐면서, 슈테파니에는 혼란스러워했다.

     

     "장래에는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면 기쁘겠군."

     

     "거...... 검토할, 게요."

     

     슈테파니에는 어떻게든 그것만을 대답했다.

     

     

     

     며칠 뒤 오후, 왕립마도학교의 교정에 있는 몇 곳에 존재하는 정자 중 하나에서, 류디아와 로이는 약혼자끼리 차를 즐기고 있었다.

     

     "언제쯤으로 보시나요?"

     

     "가능하다면 5월 중에는. 길어도 1학기가 끝나기 전이랄까."

     

     "그래서..... 그렇게나 필사적이었던 거네요."

     

     "니콜라우스는 올해로 졸업하니까. 시범기간을 너무 늘리면 공평하지 않겠지."

     

     슈테파니에의 대답을 받는 기한을 언제까지 할 셈이냐고 확인하자, 류디아의 예상보다 빠른 시기였다.

     

     "두 사람한테는 심하다고 느껴지겠네요....."

     

     "그럴까? 그녀가 각오하기에 충분한 호의를 주지 못한다면, 나는 그 정도의 남자였던 것뿐이다."

     

     비관하는 기색 없이 미소 짓는 로이에게, 류디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 로이 님의 성실함은 제대로 파니 님께 도달했을 거라 생각해요."

     

     결국, 개인적인 감상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심하지는 않았으려나."

     

     "아뇨, 불리한 면을 숨기지 않고 밝힌 것은 정말 성실한 일이에요."

     

     "고마워."

     

     그렇게 전하자, 류디아도 안도하였다.

     

     "류디아 양 쪽은 어떻지?"

     

     "....... 입학하고 나서, 이미 몇 차례나 혼내고 말았어요."

     

     마치 입에 든 차가 쓰다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린 류디아를 보고, 로이는 큭큭대며 웃었다.

     

     "진전 없음인가. 너무 이자크와 대화하지 않은 모양이라서,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했다."

     

     "그, 건...... 제가 제멋대로 껄끄러워졌을 뿐이라서......"

     

     "류디아 양은 고지식하니, 파혼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나서지는 않겠군."

     

     그 황혼 무렵의 동요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자신이, 류디아에게는 없었다.

     

     "이럴 때는 약간 성가시게 느껴지네요......"

     

     "다만, 우리들의 경우는 약혼하지 않는 편이 더 성가시게 되었겠지."

     

     한숨을 쉰 것은 거의 동시였다.

     

     "...... 그러고 보니, 우리들이 연애상담을 하는 건 좀 이상하네요."

     

     "하핫, 이제 와서 무슨. 우리들은 계속 이상했었다."

     

     "그것도 그렇네요."

     

     서로 양껏 웃은 뒤, 로이가 물어보았다.

     

     "각오는 되겠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보고했던 그녀는, 상대를 휘말리게 할 각오가 없다고 말했었다. 그때부터 몇 년이 흘렀는데, 과연 류디아는 각오를 했을까,

     

     "...... 저, 고민하는 게 피곤해서요. 그래서 물어볼 각오를 다졌어요."

     

     로이는 밀랍색 눈동자를 치켜뜨고는, 보란 듯이 웃었다.

     

     "류디아 양은 얕볼 수 없겠구만."

     

     "저, 제대로 걸어 나가고 싶은 걸요."

     

     그거 좋아, 라면서 로이는 웃었다. 여태까지의 궤적 모두를 품고 나아가는 그녀는 이 얼마나 듬직한가.

     

     "그것보다도, 지금은 자기 걱정만 하세요."

     

     "오우, 친구의 걱정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로이 님."

     

     류디아가 노려보자, 로이는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난 그렇게까지 초조하지 않아."

     

     "하지만, 파니 님이 좋아해 주지 않게 되면, 로이 님은....."

     

     "류디아 양, 똑같지 않아도 괜찮아."

     

     초조한 기색 없이 미소 짓는 로이를 보며, 류디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이미 개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 쪽은 아직 싹도 트지 않은 상태야. 그걸 지금 바로 개화시키려는 게 무모한 이야기지."

     

     슈테파니에가 각오하기에 충분한 만큼의 호의가 싹트면 그걸로 된다.

     

     "싹이 튼 정도로 충분해. 그녀가 똑똑하다면 분명 그걸로 각오가 설 것이니."

     

     다음은 그걸 키우기만 하면 된다. 이쪽의 유예는 그녀의 졸업까지면 될 것이다. 충분하다.

     

     "나는, 그녀의 마음의 싹이 텄을 때 가르쳐 줄 거라 믿고 있어."

     

     로이를 보며, 류디아는 기원했다. 슈테파니에의 마음이 싹트는 것이 로이의 싹이기를.

     두 친구의 행복을 바랐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빌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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