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목향장미2021년 12월 03일 00시 10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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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제의 조언과 어마마마의 원호 사격 덕분에 아바마마를 설득시킨 나는, 왕립마도학원에 견학하러 왔다.
표면상으로는 왕녀답게 정숙한 행동거지였지만, 내심으로는 슈테파니에 씨를 만날 수 있겠다며 의기양양해서는 학교 건물의 정면 현관으로 발을 들였다.
그곳에는 이미 로이 오라버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마중해주었다.
2교시 종료의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로이 오라버니와 함께 학교의 안내를 받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왕성의 바깥으로 나온 것이 기뻐서, 대학 설명회 이상으로 즐겁게 견학하고 말았다. 진짜로 견학하면 어쩌려는 거야, 나.
"로이 오라버님, 학교에서는 식당이라고 하는 사람 많은 곳에서 식사를 한다지요?"
"그래. 필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네. 그러니 입학해서 깜짝 놀라지 않도록, 저도 식당에서 식사를 해보고 싶어요."
"좋아. 류디아 양도 함께 하는데 괜찮겠어?"
"물론이에요."
오히려 그걸 원했습니다.
로이 오라버니가 1학년 교실로 언니를 맞이하러 가서, 나도 따라갔다.
"언니."
"필 님, 오랜만에 뵙네요."
1학년 교실에서 언니를 찾아낸 나는 달려가서 그 손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언니의 등 뒤에 있던 장신의 남자는 드러내 놓고 으악,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문득, 언니의 옆에 색깔에 눈길을 빼앗겨서, 시선을 옮겨보니 짙은 녹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 노을색."
눈길을 빼앗은 머리카락의 색이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왔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갑자기 머리카락 색을 지적해버린 것을 깨닫고, 나는 서둘러 사과했다.
"실례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색이어서, 그만......"
"아뇨, 칭찬해주셔서 기뻐요."
부끄러워하며 웃는 그 표정은 이미 귀엽다. 이것은 로이 오라버니가 한눈에 반해도 어쩔 수 없다.
"저는 피리네 에르나 폰 로젠하임이라고 해요. 당신은?"
"저는 슈테파니에 폰 비팅이라 하옵니다. 왕녀 전하."
왕녀인 나와 대면해도 주눅 드는 일 없이 예를 갖추는 모습은, 귀족의 그것이다. 대단하네, 노력했구나아.
로이 오라버니와 함께 식당으로 향하여, 나는 슈테파니에 씨의 정면에 앉고, 그녀의 옆에 언니가 앉았다. 로이 오라버니와 또 한 명의 동반자는, 우리들의 희망을 듣고 식사를 가지러 갔다.
"자리가 멀지 않다는 건 멋진 일이네요."
"이러는 건 다과회 때 정도겠지요."
"역시 성에서는 자리의 간격이 먼가요?"
"그야 물론이죠. 테이블이 넓어서, 상석인 아바마마께 닿도록 제가 소리쳐야만 할 정도라고요."
"필, 그건 지나치지 않은가."
내 말이 과장되었다며 로이 오라버니가 웃는다.
"슈테파니에 님, 저기, 로이......"
"축복에 감사를, 잘 먹겠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자기 몫의 식사를 갖고 돌아오자마자, 식전의 말을 하였다. 그것 때문에 잠시 대화가 중단되고, 제각각 식전의 말을 입에 담은 뒤에 식사하기 시작했다. 다들 매너가 좋아서, 식사하는 동안은 우리들의 주변만 조용해진다.
내가 모두 먹은 때에 맞춰서, 언니의 메이드가 모두의 차를 내어주었다. 식기는 이자크가 전부 반납해줬다.
식사가 맛있었다며 담소를 나누면서, 남은 시간에 어떻게 로이 오라버니를 소개할지 생각했다. 지금의 나에게 있는 것은, 면접에서 3분 만에 자기소개를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스킬이다.
"로이 전하는 피리네 전하 같은 귀여운 여동생이 있어서 좋겠네요."
"그래. 이렇게나 귀여운 여동생은 온 세상을 둘러보아도 그리 없을 거다."
"저한테도 몇 년 전에 의붓 남동생이 생겼지만, 이렇게 귀엽지는 않아요."
"그러고 보니, 비팅 백작은 마력이 강한 아이를 받아들일 곳을 감사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지. 전에 다른 가문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아이를 양자로 들였다고 들었다."
"그래요. 고아원 출신의 아이라서, 처음에는 혼자 살아가겠다면 정말 날뛰는 바람에."
"하지만, 귀여웠겠지?"
"네."
"남동생도 귀여운 법이군."
"크라우스 전하는 이제 다 자라서요."
"아무리 지나도 두 사람이 내 동생과 여동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다."
슈테파니에와 로이 오라버니는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왠지 타인처럼 대한다. 그리고, 내가 로이 오라버니를 소개하기 전에 로이 오라버니가 나를 소개하고 말았다. 세상에서 제일은 로이 오라버니 쪽이에요.
"왜 그래? 필."
"...... 조금, 서먹서먹하지 않은가 싶어서요."
두 사람은 사이가 좋은데도, 서로를 부르는 방식은 신분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그대의 별 때는 로이 님이라고 불렀으면서.
"저기, 그......"
"그냥 선배라고 하면 되지 않겠어?"
딴 곳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이자크가 중얼거렸다.
이자크가 딴 곳을 바라보던 것은, 정면에 나와 로이 오라버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 찻잔으로 추루룹 거리며 마시는 건 그만뒀으면 한다. 묘한 곳에서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니까.
"...... 그럼, 이제부터는 로이 선배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래."
"그럼, 로이 오라버님도......"
내가 제안하자, 로이 오라버님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부정의 의미가 담긴 그것에, 나는 당황했다.
"이름을 부르든, 애칭으로 부르든, 좋아하는 상대한테서 불리고 싶지 않겠어?"
그녀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 한, 평범하게 불리겠다고 로이 오라버니는 정해놓은 것이다.
로이 오라버니의 그 성의가, 나는 매우 분하다.
괜찮은 척을 하는 로이 오라버니를 보는 것은 싫다.
그냥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로이 오라버님은, 미소 지으며 호칭의 화제를 흘려보냈다.
조금 지나서, 다음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식후의 다과회는 파하게 되었다.
"....... 슈테파니에 님, 조금 전, 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네?"
서로에게만 들리게 작게 소곤거리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부디, 고려해 주세요. 오리 오라버님을 애칭으로 부르면, 어떻게 느낄지. 아니면, 로이 오라버님이 다른 여성을 애칭으로 부르면 어떻게 느낄지..... 사소한 일이어도, 그게 제일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매우 진지하게 전했다.
"그리고, 아실 거라 생각하지만, 로이 오라버님은 정말 멋져요."
내가 진실을 전하자, 슈테파니에 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부끄러워하며 수긍했다.
"네, 잘 알고 있어요."
그녀의 대답에, 나는 만족했다. 분명 그녀는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로이 오라버니의 매력을 알아줄 거다.
오리 오라버니의 장점을 알고 있는 그녀의 대답을, 기대하면서 기다리자.
로이 오라버니도 다음 수업이 있었기 대문에, 식당에서 헤어졌다.
현관까지 바래다줄까 말해줬지만, 나는 식당 근처의 안뜰을 산책하고 나서 돌아가겠다며 거절했다.
안뜰을 한 바퀴 돌뿐이라면서, 호위들을 안뜰의 입구에 대기시켰다.
초여름에 들어서서 그런지, 꽃으로 가득 찼다기보다는 녹색이 많은 싱그러운 공간이었다.
문득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행이다......
그녀의 멋지다, 는 외모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슈테파니에 씨는, 제대로 로이 오라버니를 봐주는 사람이었다.
이자크가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자, 힘이 빠진다. 이자크가 지금의 자신을 보면, 혼자서 멋대로 걱정하고 있다며 어이없어할 것이다.
"되는대로 갈 수밖에 없겠네!"
고쳐먹은 생각을 목소리로 내면서, 침울해지는 원인을 떨쳐내었다.
그 순간, 뭔가가 떨어졌다. 그것도 몇 cm 떨어진 바로 옆으로.
꽤 커다란 것이라서, 심장이 깜짝 놀라 경직되었다. 내가 얼어붙은 사이, 그 형체는 일어나더니 한쪽을 가늘게 뜨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곳에서 멍하니 서 있지 말라고!"
가시 돋친 낮은 음성으로 혼났다.
"...... 앙?"
얼어버린 나를 바라보다가, 찌푸렸던 한쪽 눈이 점점 풀어졌다.
"어머, 왕녀 전하잖아. 당신을 다치게 하면, 레오한테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잠깐 보여달라면서 내 턱을 쥐더니, 좌우로 돌리다가는 정면에서 빤히 쳐다보며 얼굴을 확인한다. 내가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자,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미안. 나, 잠버릇이 나빠서."
"나무 위에, 서.......?"
잤던 건가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잖아요, 니코 언니.
"위험하지, 않은가요?"
"괜찮아. 풍마법을 쓰고 있는걸."
마법으로 낙하방지대책을 세웠음을 쉽게 알려주었다.
"레오가 걱정이었니? 정말 오빠를 좋아하나 보네."
내가 로이 오라버니를 좋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 모양이다.
"저기, 니콜라우스 님은......"
"니코라고 해."
"네?"
"니. 코."
"니코, 님?"
잘 모르는 기세에 져서 들은 대로 호칭을 바꾸자, 좋아, 라며 미소 지었다.
"저기...... 니코 님, 괜찮으신가요?"
"뭐?"
"가자기 죄송해요. 저기,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마력 관계로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는 체질이라서, 천리안도 쓰고는 하는데, 저기...... 니코 님의 사정을 조금 알게 되어서......"
"사정이라니?"
"음, 니코 님의 언니인 헤로이제 님이 전에 저주받았던 일이나, 이 학교의 교사 중에 형이 있다던가 하는......"
"그래."
빛과 바람의 2 속성 보유자는 그런 일도 가능하네, 하면서 니코는 의외로 순순히 내 설명을 믿어주었다.
"저, 알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해서..... 죄송해요."
계속 사과하고 싶었다.
"집안의 문제이니, 사과할 필요 따윈 없어. 오히려 집안의 추문을 들추지 않아 준 거네. 고마워."
"네?"
"그 남자의 일은...... 오빠라고 부르는 일은 없겠지만, 뭐 망할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니 동정은 하고 있어."
"알고서..... 사이좋게.......?"
"단순한 학생과 교사라는 말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니코는 누나의 병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린 모양이다. 거기다 루들슈타트 가문 안에서 이야기가 끝난 것 같다. 이제 하겐 선생은 타락하지 않아?
"정말 괜찮은가요? 니코 님, 슬프지 않아요? 행복해요?"
"괜찮아. 낮잠을 잘 정도로."
내가 몸안에서 솟아나는 기쁨으로 부르르 떨고 있자, 니코가 웃음을 터트렸다.
"우후후, 너 귀엽네. 레오와 비슷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기분 나쁘진, 않은가요......?"
"왜?"
"저,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거야, 나도 할 수 있는걸."
"네!?"
"안색을 읽는 기술을 연마한 사람은, 귀족 세계에서는 썩을 정도로 많아. 상대의 생각을 읽는 거랑 그다지 차이도 없어.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니, 있으면 좋은 일이잖아."
대단해, 이 사람. 나는 니콜라우스 폰 루들슈타트라는 인간을, 오늘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풋, 너, 얼굴에 다 드러나."
폐하가 숨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면서, 재밌다는 듯 내 볼을 붙잡으며 지적한다.
"...... 니코 님은 여자한테 인기 있을 텐데, 왜 약혼녀가 없나요?"
"왜? 갑자기."
"어째서 그렇죠?"
가만히 올려다보자, 진지하게 묻는 것이 전해졌는지 니코가 대답해주었다.
"나보다 예쁘지 않아서야."
정말 난이도가 높은 대답이었다.
"미인을 좋아하나요.....?"
"자신을 비하하는 여자가 싫은 것뿐이야. 여자는 미모를 따질 때가 많잖아? 난 어머니를 닮아서 미인이라서, 함께 있으면 나랑 비교당하게 돼. 화장을 한다 해도 날 뛰어넘을 정도가 아니면, 상대가 괴로울 거야."
"그럼, 저는 어떤가요?"
"뭐?"
"계통은 다르지만, 니코 님과 견줄 정도의 미소녀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천연산이라고요. 거기다 시녀들이 관리해주고 있어서, 이후의 미용도 문제없어요. 왕족이라는 것은 조금 무거울지도 모르겠지만......"
주먹을 꾹 움켜쥐면서, 나는 선언했다.
"니코 님이 미인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저는 정말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있을 자신이 있어요!"
지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본능을 따라서, 필사적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대단한 자신......"
그렇게 말하고서, 니코는 폭소하였다. 정말 재밌는 모양이다.
"별난 녀석."
진정되기 시작한 웃음을 억누르면서 중얼거린 음성은, 여장남자가 아니었다. 그에게 진지한 고백이었다고 전해진 것이다.
"뭐, 나도 다른 사람한테 뭐라 말할 수는 없겠네. 생각해볼게."
"저, 정말인가요!?"
"뭐야, 거절당하고 싶었어?"
고개를 도리질 치며 부정하자, 또 재밌다며 웃는다.
"저기, 기회를 만들 테니, 또 대화해주실 수 있나요?"
"그래. 기대하지 않고 기다릴게."
"꼭 만들게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가는 나를, 니코는 손을 흔들며 배웅하였다.
후후후, 니코는 내 복합 마법의 위력을 모르니 저렇게 여유를 부리는 거다. 로이 오라버니의 협력을 얻어서, 니코를 놀래켜줘야지.
호위들과 합류해서 왕성으로 돌아가면서, 이후의 일을 계획하며 두근거렸다. 먼저 로이 오라버니한테 보고다.
자신의 행복을 생각해주는 상대를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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