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0. 심장
    2021년 12월 05일 21시 35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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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72/

     

     ※ 69화의 후반 시점부터.


     올빼미의 석상이 자리 잡은 자그마한 분수 가장자리에, 두 사람이 앉는다.

     서로의 뜻을 알았다고 해서 애인 사이가 된 것도, 약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류디아도 이자크도, 서로의 신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인데......"

     

     "제가 평민이 되는, 것은."

     

     "그렇게 하면 아가씨가 위험해지니 안 돼. 아가씨가 미인이어도 무사한 것은 반장 같은 호위가 있기 때문이고, 거기다 몰락하는 이유를 만드는 편이 더 힘들잖아."

     

     류디아는 반론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문다.

     

     "하지만, 이자크가 작위를 얻는 편이 더......"

     

     "아...... 사실 될 수 있어 보여."

     

     "네?"

     

     갑작스러운 발언에, 류디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니엘 님과 아니카 님이 양자로 들여준대."

     

     "엥. 어, 어째서, 자크가 다니엘 님을 알고 있나요!?"

     

     부모님과 친한 후작가 부부의 이름이 나오자, 류디아가 놀란다.

     

     "왠지 그, 친구 사이가 되어서랄까?"

     

     너무 단적인 대답에, 류디아는 힘이 빠졌다.

     

     "뭐, 좋아요. 그래서, 그 요청을 수락했나요?"

     

     "고민하고 있어."

     

     그럴 거라면서, 류디아는 이해하였다. 류디아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아버지를 존경하며, 정원사를 꿈꿔왔는지를.

     

     "데니스와 대화해봤나요?"

     

     "아직......"

     

     류디아는 이자크의 손을 거머쥐었다.

     

     "데니스와 의논하고 나서 고민하세요."

     

     "아가씨......."

     

     "응원해준 어머니한테도요. 그러고 난 뒤에 함께 많이 고민해요. 이후로도 웃을 수 있도록."

     

     자신을 고르라는 오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

     

     "돌아가면, 말할게."

     

     그게 좋다면서, 류디아는 웃으며 그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그 후로 곧장 시즌 오프가 되어 귀향의 예정에 들어서서, 류디아는 상담 결과를 듣지 못하고 여름의 끝을 맞이했다.

     왕도의 에룬스트 공작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자크의 모습이 너무 신경 쓰인 나머지, 마차의 창가에서 정문 측의 작업을 하지는 않나, 하고 찾았다.

     그러자,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정면 현관의 앞에 이자크가 서 있었다.

     놀란 류디아는, 마차가 정차한 것을 확인하고서 가장 먼저 내렸다. 뛰어가는 류디아의 모습을 확인한 이자크는 웃으며 맞이하였다.

     

     "아가씨, 어서 와."

     

     "이제 왔어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되었나요?"

     

     "괜찮았어."

     

     "그게 무슨......?"

     

     "나, 정원을 만들 수만 있으면, 그걸로 좋다는 걸 알아버렸어."

     

     "자크는 정말 그래도 괜찮은가요......?"

     

     "그래. 아버지가 인정해줬으니까."

     

     어머니 옥타비아와 여동생 플로라를 내려준 제랄드가, 두 사람을 데리고 류디아와 이자크가 선 정면 현관으로 발걸음을 하였다.

     

     "안녕, 이자크. 마중해주다니, 별일이네."

     

     "아, 공작님. 오셨나요.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관없어. 차라도 들면서 잠시 쉬려던 참이었으니."

     

     정면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응접실로 이자크를 안내한 공작의 가족들은 테이블을 둘러싼 소파에 앉았고, 메이드가 홍차를 내어주는 걸 기다렸다.

     

     "그래서, 이야기란?"

     

     문 근처에 서서 기다리던 이자크는, 다시금 자세를 바로하며 입을 열었다.

     

     "공작님에게 허가를 받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허가?"

     

     "예. 총애해주시고 있는 비트 후작께서 양자결연의 신청이 있어서, 그걸 받아들이려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 정식으로 승낙할 예정인데요, 다시 말해, 그......"

     

     이자크는 너무 긴장했는지, 언제부터인가 양손에 주먹을 쥐고 있었다. 한번 작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기세 좋게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와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허락해주십시오!"

     

     "상관없어."

     

     ""예?""

     

     제랄드의 즉답에, 이자크뿐만 아니라 함께 부탁하려고 생각하던 류디아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자크 군이라면 안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그런 연줄을 손에 넣다니 대단하네."

     

     "이자크 오빠가 진짜 오빠가 되는 거야? 기뻐어."

     

     "내가 손을 써도 좋았지만, 다니엘한테 선수를 빼앗겼구나."

     

     언제까지 서 있을 셈이냐,라고 자리에 앉도록 권유하자, 류디아뿐만 아니라 이자크도 자리에 앉았다. 이자크의 앞에도 홍차가 들어간 찻잔이 놓였다.

     

     "내가 승낙한 게 그렇게나 이상했나?"

     

     "전에 고백했을 때도 생각했지만, 공작님은 왜 그렇게 기뻐하는 거지요?"

     

     "이자크 같은 아들을 원했으니까."

     

     이자크는, 그러고 보니 첫 대면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다고 떠올렸다.

     

     "고백이라니 무슨 말인가요?"

     

     "엥. 아가씨가 좋다고, 공작님께 보고한 일."

     

     "벌써 4년이나 흘렀지."

     

     "왜 저보다 먼저 아버님께 고백하나요!?"

     

     류디아로서는, 아버지인 제랄드가 4년이나 앞질렀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것도,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었다니 아버님도 너무하세요!"

     

     "남자끼리의 비밀이니까."

     

     "제랄드 님은, 이자크 군이 자기한테 밝혀줬다면서 정말 기뻐했단다."

     

     "그랬습니까."

     

     "왜냐면, 아버지와 아들 같잖아."

     

     동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를 하는 관계도 나쁘지 않다.

     

     "아버님만, 치사해요."

     

     "오, 디아는 고백받았으니, 이제 비밀이 아니라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구욧!"

     

     ".....왜 내 일로 다투는 거지??"

     

     "후훗, 장인어른의 마음에 드는 편이 좋지 않아요?"

     

     옥타비아가 결혼 후의 관계가 원만해서 좋겠다고 말하면, 이자크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자크가 비트 후작가에 들어가자마자 약혼 수속을 밟는다고 치고, 상속을 맡기는 건 여유를 두는 편이 좋겠는데."

     

     "저기...... 그 일로 하나 괜찮을까요?"

     

     이자크가 손을 들며 의견을 구하자, 제랄드가 허락한다.

     

     "뭐지?"

     

     "상속을 받는 건, 다시 말해 공작이 된다는 뜻이죠? 그건 아가씨가 되면 안 되나요?"

     

     "앗!? 갑자기 무슨 말인가요!?"

     

     "아니, 아가씨가 영지 경영을 공부한다고 들었고, 내가 공작이 된다고 해도 지금부터 영지 경영을 한다 쳐도, 결국은 아가씨가 공작 대행을 맡기고 돕게 해야만 하잖아.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아가씨가 공작이 되는 편이 영민들도 안심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건, 하지만...... 전례가 없어요."

     

     "확실히, 여태까지의 역사상 여성이 작위를 가진 사례는, 남자 상속자가 없을 경우에만 한정된 특례였다."

     

     건강한 남자 상속자가 있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제랄드도 현재 상황에 대해 류디아에 동의했다.

     

     "좋아. 이걸 폐하께 부탁하기로 해보마."

     

     "예?"

     

     류디아가 눈을 휘둥그레 하자, 그 모습을 본 제랄드는 재밌다는 듯 말한다.

     

     "사실은, 로이 전하가 파혼의 연락을 해왔을 때, 한 가지 이쪽의 요청을 듣겠다는 조건을 받았다."

     

     그 요구권은 아직 보류된 채라면서, 제랄드는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디아와 이자크의 혼인을 승낙받기 위해 쓰려고 생각했었지만, 이자크가 그걸 이루고 말았으니까."

     

     마침 잘 됐다면 기뻐하는 아버지를 보고, 류디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당황하는 딸에게, 옥타비아가 분홍빛 눈동자를 실눈으로 만들며 물어본다.

     

     "어머. 디아가 힘들다면, 싫다고 하면 되지 않겠니?"

     

     "그 정도로 제가 물러설 거라 생각하나요!?"

     

     "그럼, 디아가 공작을 계승하는 거네?"

     

     "물론이에요."

     

     "오오~ 아가씨 멋있어~"

     

     "그건 칭찬이 아니에요."

     

     "언니, 멋있어."

     

     "플로라까지!?"

     

     환영할 수 없는 칭찬의 말에 주저되기는 하지만, 류디아는 그걸 달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늘 정도는 그런 칭찬도 나쁘지 않겠다면서.

     

     

     

     "그런 일이 있었네요."

     

     웃으면서, 도르데리제가 맞장구를 쳤다. 같은 테이블을 둘러싼 슈테파니에와 자스키아도 마찬가지로 웃었기 때문에, 류디아는 볼을 부풀렸다.

     

     "정말, 웃을 일이 아니에요. 자크는 플로라한테 악역향을 끼친다고요."

     

     "하지만, 디아 님이 멋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네, 저도 멋지다고 말하는 플로라 님의 마음을 알겠어요....."

     

     "아닛......"

     

     친구들까지 그런 칭찬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해서, 류디아는 질려버렸다.

     오후의 교정에 드문드문 있는 정자 중 한 곳에서, 류디아와 친구들은 다과회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저 응원한다고 약속했었는데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해서....."

     

     "그렇지 않아요, 키아 님. 풀이 죽을 것 같을 때 격려해주셨고, 생일선물의 상담에도 응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디아 님......"

     

     지금 이렇게 웃는 관계가 정말 기분 좋다.

     

     "여러분이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고맙다고 하는 류디아를 보고, 자스키아는 감격하여 눈물지었으며, 도르데리제와 슈테파니에는 이쪽이야말로,라고 하며 미소 지었다.

     

     

     "아가씨."

     

     화기애애하게 다과회를 하고 있자 갑자기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장신의 청년이 이쪽에 오던 참이었다.

     

     "환담 중, 실례했습니다. 조금 시간을 빼앗아도 괜찮겠습니까?"

     

     아가씨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을 깨달은 이자크가 고개를 숙인다.

     

     "리스 선생님께, 언제 이름이 바뀌면 부르기 쉬울까요 하고 물어봤더니."

     

     "...... 방금 말했던 것과 똑같이 질문했나요?"

     

     "그랬는데?"

     

     류디아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은 담임교사를 동정했다.

     

     "리스 선생님, 얼어붙지 않았나요?"

     

     "생각하던 시간은 있었지만, 평범하게 가르쳐줬었어. 학비 면제의 취소 신청과 몇몇 수속이 있어서, 연도가 바뀔 때에 맞춰서 서류를 만들어 준다는데."

     

     "저기...... 디아 님, 저희들도 말해도 상관없을까요?"

     

     남자에 위축되기 쉬운 자스키아가, 이자크와 대화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걸 신기하게 느끼면서도, 류디아는 상관없다고 수락했다.

     

     "전에는 매우 신세 졌습니다. 덕분에 체잘 님과 약혼할 수 있었답니다......"

     

     "으음......? 아아, 메리골드의 그. 전 아무것도 안 했지만, 좋은 분과 약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지 않아요! 꽃받침의 그대님의 덕분인걸요."

     

     "...... 아가씨, 나 아직도 요괴 취급받고 있지 않아?"

     

     그 이름이 강하게 새겨진 사람은 그녀들 뿐이라고, 류디아가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저기, 이자크 씨. 이제 곧 후작가에 들어간다고 들었는데요?"

     

     "그럴 예정입니다."

     

     "그럼, 이상하지 않나요?"

     

     이자크보다 먼저 의도를 알아챈 슈테파니에도 마찬가지로 소리 내었다.

     

     "그래요! 이제 하인이 아니니, 그 호칭은 이상해요."

     

     "아."

     

     당연하게 부르던 칭호를 지적당하자, 이자크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것도 그런가."

     

     조금 생각하다가, 이자크는 류디아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시선을 받고서 어깨를 움찔거린 류디아는, 부끄러워져서 볼을 붉히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제 어쩔 수 없겠는데?"

     

     "어쩔 수 없겠.......네요."

     

     그녀를 바라보며, 이름을 부른다.

     

     "디아."

     

     이제야 불렀다며, 이자크는 웃었다.

     사랑하는 자의 이름을 불러서 기뻐하는 그 표정을 보고, 류디아는 이후로도 심장이 두 방망이질을 할 거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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