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18 광기
    2020년 09월 11일 20시 52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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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리의 문제를 해결한 아키히토였지만, 여기서 커다란 문제가 하나.


     아니 두 가지가 생겼다.


     방과 후에 교실에서 마주 보고 앉아있는 것은 친구인 리쿠다.


     리쿠는 입구 주변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 사람의 모습은 없다. 그런데도, 누군가 숨어있다는 것을 리쿠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키히토도 마찬가지다.


     리쿠가 한숨을 쉬었다.


     "위원장과 무슨 일 있었냐?"

     

     위원장이 아니게 된 마야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지금도 위원장으로 부르고 있다.


     "여, 여러가지로....."


     아키히토에게 있어서 믿을만한 친구가 조언을 해주었다.


     "이제 성가시니까 말해보라고. 알바할 때까지 시간도 있잖아."


     알바라고 듣고서 아키히토는 머리를 싸맸다.


     ".......너, 또 뭔가 있는거냐?"


     마야 뿐만 아니라, 야쿠모하고도 얼굴을 맞대기 어려운 것이다.


     게임 안에서 약간 강제로 헤어지고 나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운 나쁘게, 다른 멤버를 대하느라 수 일ㅡㅡ게임 안에서는 한 달 가까이나 대화하지 않았다.


     알바처에서도 야쿠모와는 일과 관련된 대화만 하였다.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ㅡㅡ'


     "인간관계란 어렵네."


     "뭐야, 양다리라도 걸친거냐?"


     "애초에 사귀지도 않았다고."


     '위원장과 선배....그 이외의 지인은 나나코쨩ㅡㅡ나나미쨩 정도구나.'


     실제 모습을 아는 친구는 셀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지만, 그 거의 없는 친구들과 일으키고 말았다.


     아키히토는 마음이 무거웠다.


     리쿠가 일어서서는 가방을 손에 들었다.


     "어? 아직 알바까지 시간이 있잖아?"


     리쿠는 웃고 있었다.


     "저쪽은 말을 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니, 방해꾼은 먼저 나갈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리쿠가 나가려 하자, 마야가 서둘러 옆의 교실로 숨는 기척이 났다. 리쿠는 일부러 신경 못 챈 것처럼 복도를 걸어서 멀어져 갔다.


     조금 후에, 마야가 교실 입구에 왔다.


     그 모습을 보고 아키히토는 놀랐다.


     조금 머리카락이 흐르러진 채,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평소의 위원장이 아닌 것 같다.'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말을 걸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키히토가 의자에서 일어서자, 마야는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미안해...."


     책상에 눈물이 떨어질 정도로 울기 시작하여, 아키히토는 마야한테 달려갔다.


     "자, 잠깐, 위원장!"


     


     교실에서 이동했다.


     사람이 적은 학교 뒤의 벤치에서, 매점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뽑은 주스를 둘이서 마시고 있었다.


     흐느껴 울던 마야가 겨우 진정되자, 아키히토에게 사과를 하였다.


     "이, 이전에는 미안해. '1개월' 가까이나 왠지 말을 걸기 어려워서."


     아키히토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괜찮아. 나도 나빴었으니."


     '뭐, 현실세계에서는 '3일' 정도였고, 미묘한 공기였으니까 그 정도는 거리를 두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마야가 드문드문 이야기를 하였다.


     "나, 난.....학교에서 친구가 없었어. 교제를 하던 집안이나, 같이 배웠었던 애하고는 대화를 하지만, 학교에선 안생겨서."


     학교에서는 엘리트라고 생각되어 거리를 두게 된다.


     요즘에는 거리가 짧아졌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위원장, 학교에서 친구가 생겨서 기뻤으려나.'


     마야는 아키히토의 앞에서 떨고 있었다.


     "미, 미안해. 가능하면.... 이전같이 돌아가고 싶었는데, 어떻게하면 좋을지 몰라서."


     아키히토는 흐뭇하게 생각했다.


     '위원장도 이런 면이 있구나. 뭐, 알피를 보고 있으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친구로서 아키히토는 마야의 손에 자기 손을 엎었다.


     마야가 움찔하고 반응을 했지만, 떨쳐내지 않는다.


     "그럼, 화해의 악수면 괜찮지 않을까? 싸움은 안하는 편이 좋고, 사이 좋게 지내는 편이 낫지만....본심을 입에 담는건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아키히토는 마야와 악수를 하였다.


     마야는 기뻐보였다.


     저녁인 것도 있어서, 마야의 표정은 환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위원장...이렇게 보면 예쁜데. 그러고 보니, 아바타의 외모를 거의 변경하지 않았으니까 잘 보면 판박이로구나.'


     마야가 빈 손의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호들갑이라고."


     "진짜로 걱정했었는걸. 싫어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나....아키히토가 싫어하게 되면 살아갈 수 없어."


     아키히토는 웃어보였다.


     '약간 호들갑이지만, 마음을 놓는 친구가 되었다는 말이려나.'


     살아갈 수 없다는 부분을, 가볍게 생각하고 흘려버렸다.


     마야가 조금 얼굴을 부풀렸다.


     "밥도 목을 넘어가지 않았단 말야."


     "그, 그건 미안."


     거기까지 고민하고 있었나 하고, 아키히토도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마야가 미소지었다.


     "괜찮아. 왠지 후련해졌어."


     그리고, 마야는 약간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호흡한 후에 아키히토에게 물어보았다.


     "저, 저기, 아키히토.....여름방학의 예정은 전부 정해졌어?"


     


     알바처.


     교대하는 대학생들이 시간대로 왔기 때문에, 아키히토도 야쿠모도 시간대로 밖에 나가는 일이 가능했다.


     밖을 나서자 아키히토는 야쿠모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 조금 괜찮은가요?"


     야쿠모가 돌아보자 눈 밑이 조금 거뭇했다.


     '뭐지, 선배도 고민하고 있던 걸까?'


     아키히토는 부끄러움을 숨기며 머리를 긁었다.


     "아, 저기.... 영화! 그래,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래요! 내일은 휴일이니, 오늘은 선배님이 보고 싶어하셨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구요."


     야쿠모는 그대로 대답을 하려 했지만,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잘 됐네요. 그 전의 일도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자, 티켓은 이미 손에 넣었다구요."


     야쿠모가 보고 싶어했던 것을 떠올려서, 거리를 두기 전에 티켓을 손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숙인 야쿠모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미, 미안해. 진짜로 미안. 나.....그 때, 진짜로 말릴 수 없어서."


     귀가 도중이던 샐러리맨.


     부족한 물품을 사러 왔던 주부.


     매장 앞에서 야쿠모를 울리는 아키히토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시선이 모여들었다.


     "서, 선배님! 가요. 어쨌든 가요! 자, 좋은 자리가 없어지니까요!"


     "으, 응."


     울음을 그친 야쿠모의 손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아키히토는, 나쁜 소문이 판도라만이 아니라 실제에서도 흐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영화는 상당히 예전 것이었다.


     쇼와ㅡㅡ수천 년이나 예전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일본도는 멋있네요."


     어두운 영화관은 사람이 적었다.


     야쿠모는 중얼거렸다.


     ".....그, 그대로도 멋있다고 생각해."


     아키히토는 고개를 갸웃했다.


     '영화의 음성때문에 잘못 들었나? 하지만, 오크한테 일본도는 너무 가늘어서, 굵게 하면 다른 물건이 되어버리고.....일본도는 안되겠네.'


     역시 사람에 가까운 아바타가 어울릴 거라 생각하며 보고 있자, 야쿠모가 손을 뻗으려고 하다가 되돌리고 있었다.


     마야 때와 같이 손을 잡았다.


     아키히토는 남고생답게 흥분하기보다, 반대로 안심하여 진정되었다.


     '역시, 친구 같은 관계인 걸까.'


     당분간 영화를 보고 있자, 잘때 내는 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야쿠모의 머리가 아키히토의 어깨에 올려졌다.


     '선배, 졸린 걸까.'


     무리하게 권유해서 실패한 걸까 생각하였지만, 자고 있어도 놓지 않는 손을 보았다.


     '뭐, 화해의 계기가 되었으면 되었으면 됐지.'


     이대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키히토는 야쿠모를 재웠다.




     "깨웠어야지! 나, 뭔가 이상한 잠꼬대하지 않았어!?"


     영화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서 야쿠모는 매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자는 얼굴이 귀여웠네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지워!"


     마치, 게임 안의 마리엘라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선배도 마리엘라처럼 누군가한테 부탁하거나 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지켜줬으면 했던 걸까? 하고 멋대로 생각했다.


     '뭐, 다르겠지.'


     "후후후, 지우고 싶다면 알고 있겠지요?"


     실실대면서 농담으로 협박하자, 야쿠모가 볼을 붉혔다.


     ".....어?"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고 깨달은 아키히토는, 야쿠모한테 사실을 말하였다.


     "아니요, 영화관에서 자는 얼굴은 촬영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한테 민폐도 되고, 선배님은 잠꼬대도 말하지 않았어요."


     야쿠모는 안도했지만, 조금 아쉬운 듯 하였다.


     "그, 그랬구나. 잘됐어."


     아키히토는 곤란해 하였다.


     "농담이었다구요. 진심으로 받아들여도 곤란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야쿠모가 놀렸다.


     "뭐야? 그럼, 진짜로 촬영했었다면 뭘 부탁할 셈이었어? 농담이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했던거지? 가르쳐 줘봐."


     기껏해야, 차를 마시자는 정도다.


     아키히토에게 그 이상 앞으로 나아갈 배짱은 없었다.


     "차를 마시자던가 그 정도라구요."


     "뭐야. 배짱이 없네. 좀 더 과격한 거라고 생각했잖아."


     평소의 야쿠모로 돌아왔다.


     "저기, 미안했습니다. 그 후에, 사과하려고 생각했습니다만 때가 맞지 않아서요."


     고개를 옆으로 젓는 야쿠모는, 눈 밑의 가마도 없어지고 표정도 밝아졌다.


     "됐어. 내가 나빴던 거니까. 그 대신 이번에는 차라도 마실래? 내가 쏠게."


     거기서 아키히토는 마야의 말을 떠올렸다.


     "아, 그렇다면 이번 여름방학, 바다에 가지 않을래요?"


     야쿠모의 얼굴이 붉어졌다.


     "바, 바다? 으, 응. 괜찮아. 어떻게든 괜찮게 할 거니까."


     아키히토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요, 역시 그렇게까지 하게 해드릴 수는ㅡㅡ"



     

     다음 날.


     오랜만에 셋이서 퀘스트를 받은 폰스케 일행은, NPC용병을 데리고 있었다.


     안경을 쓴 훈남이었는데, 오크한테도 꽤 상냥하다는 설정이었다.


     마리엘라와 엘피가, 그런 NPC를 보았다.


     "이 앞부터는, NPC도 써서 공략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역시 익숙치 않아."


     마리엘라의 말에 알피도 동의하였다.


     "파티의 리더는 설정과 명령으로 큰일이니까요. 규모가 커지게 되면 NPC들을 다루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고요."


     폰스케는 NPC와 대화를 하였다.


     "회복 고마워."


     "별 말씀을. 뭐, 일이 아니었다면 오크 따위는 불태워버렸지만요."


     미소짓는 훈남이 무서운 일을 입에 담고 있지만, 처음보다도 나아진 것이다.


     그들에게도 우호도 설정이 있다.


     폰스케는 생각에 잠겼다.


     "......역시, 오크한테는 우호도 설정이 문제가 되네. NPC의 조작은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편이 좋을지도."


     마리엘라가 반대했다.


     "폰스케의 길드니까 누구도 불만은 말하지 않을 거야."


     알피도 같은 의견이었다.


     "불만을 말하는 녀석은 채찍으로 쳐버리면 된다고요."


     그런 알피를 보고 폰스케가 웃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둬. 라기 보다도, 하지 않았겠지? 진짜로 그만두라고."


     마지막에는, 진지하게 의심하는 폰스케에게 알피가 충격을 받았다.


     "하지 않았어요! 저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폰스케는 내심으로 즉답했다.


     '평소의 행실이 중요하다고. 매일마다, 채찍을 휘두르는 여왕님으로만 보이는데.'


     마리엘라가 폰스케를 보았다.


     "그러고보니, '상냥한 마음' 이었나? 그거, 이제 다섯 번째지?"


     폰스케는 그 돌에 대해 여러가지로 조사했었다.


     "공략정보에는 게재되어있지 않았으니, 숨겨진 이벤트라던가 그런 느낌이려나?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잘 모르겠네요."


     알피가 턱에 손을 대었다.


     "판도라는 의미불명의 이벤트가 많으니까요. 발견되지 않은 이벤트도 많은데다, 온라인게임같지 않은 이벤트도 있고....이것도 개발자의 취미가 아닐까요?"


     폰스케는 NPC에게 우리들을 따라오라고 설정하고는, 아이템박스에서 피리를 꺼내서 당나귀와 말을 소환했다.


     근면의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마리엘라도 알피도 말에 타자 그림이 된다.


     "......나는 당나귀지."


     거한인 오크가 말보다도 작은 당나귀에 탔다.


     "차라리 소였다면 좋았는데."


     그런 폰스케의 말에 반응했는지, 당나귀가 폰스케한테 침을 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달려가고 말았다.


     "기다려 이 녀서어어억!"


     당나귀를 쫓아가는 폰스케. 그리고, 웃고 이는 마리엘라와 알피.


     신관도 말을 꺼내서 폰스케 일행을 쫓았다.


     다만ㅡㅡ입을 열었다.


     ".........진정한 오크의 전사가 이제 곧 깨어난다. 모든 전사들이 갖추어지는 때는 이제 곧. 재정의 때가 가깝다."


     


     관광 구역.


     이나호는 아이스 바를 손에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게임 안의 휴일이다.


     리리와 안리의 멤버로 관광 구역을 즐기고 있다.


     안리는 크레이프를 먹고 있었다.


     "이나호, 너 갑자기 왜 그래?"


     리리는 이나호가 보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뭐라도 있나?"


     이나호는 천천히 얼굴을 내리고,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아니요, 왠지 누가 부른 느낌이 들어서요."


     안리가 스테이터스 화면을 확인했다.


     "연락? 누구한테도 오지 않았는데. 아는 사람이 부른 걸까?"


     리리가 안리를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너, 전하고 비교하면 상당히 잘 쓰게 되었네. 예전이 너무 심했던 것 뿐이려나?"


     안리가 반론했다.


     "나도 한다면 된다니까!"


     대화를 하는 리리와 안리를 보면서, 이나호는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었다.


     '뭘까.....이상한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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