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4. 쿠키
    2021년 11월 20일 23시 39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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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46/

     

     

     

     "이번에는 저희 집에서 해볼래요?"

     

     "괜찮은가요?"

     

     그렇게 제안받자, 류디아는 걱정스럽게 확인했다.

     도르데리제의 아우구스트 후작 저택에서 친구들과 차를 마시던 중, 슈테파니에가 제안한 것이었다.

     

     "괜찮아요."

     

     도르데리제와 자스키아도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눈길을 그녀에게 보낸다. 하지만 슈테파니에는 조금의 걱정도 없는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를 못 이겨서, 다음번 파자마 파티를 할 곳은 슈테파니에의 집으로 정하였다.

     다음 예정이 결정되자, 도르데리제가 막 생각난 듯 류디아에게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결국 뭘 선물받았나요."

     

     "그,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요?"

     

     "디아 님은, 생일 축하연과는 별도로 이 시기가 되면 제랄드 님께 평소의 감사의 뜻을 선물해준답니다."

     

     "멋져요."

     

     "바쁜 아버님이 떠오르네요"

     

     "그건......"

     

     "그래서, 뭘 선물해줬나요?"

     

     "...... 이번에는, 물건이 아니라 피아노를 연주해줬답니다."

     

     부끄러워하면서, 류디아는 선물을 고백했다.

     견습정원사의 소년과 친구인 니콜라우스한테서, 그는 자신의 피아노를 듣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고 들었다. 확실히, 전에 부끄럽다며 연습하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걸 아직도 지키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멋져요."

     

     감격했는지, 볼을 붉힌 슈테파니에가 양손을 맞잡으면서, 조금 전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디아 님은 정말 가족을 사랑하고 계시네요."

     

     "제랄드 님도 매일의 피로가 씻겨졌겠지요."

     

     자스키아도 눈을 빛내면서 감상을 늘어놓았고, 도르데리제도 동의하였다.

     류디아는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라며 자신감이 없는 진심을 피력했다. 그러자, 꼭 그럴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세 사람이 보증하자, 류디아는 다시 미소 짓는 것이었다.

     

     

     장마철에 들어서자, 비 오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가 소강상태인 날, 류디아가 견습 정원사 소년을 방문하자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밤부터 비가 길어질 거야."

     

     "정말이요!?"

     

     숙박회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생기자, 류디아가 눈을 빛냈다.

     

     "뭐, 아마 이삼일은 내리지 않을까 싶어."

     

     "친구들에게 바로 알릴게요."

     

     "언니, 비 조아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이 기쁜 거야."

     

     반색하는 류디아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소년은 그녀와 함께 있던 플로라에게 설명해주었다.

     

     "왜 만나~?"

     

     "숙박회를 한대."

     

     "숙박......"

     

     플로라는 몇 초 동안 무슨 일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해한 플로라는, 류디아에게 접근해서 그녀의 치마를 붙잡았다.

     

     "언니, 없어져......?"

     

     "플로라......"

     

     여동생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올려다보자, 류디아는 눈썹을 내렸다. 전에 도르데리제의 후작 저택에 자러 갔을 때, 돌아오자마자 여동생이 울었던 것이다.

     

     "플로라."

     

     류디아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자, 소년이 웅크려서 플로라와 시선을 맞추고는 말을 걸었다.

     

     "언니가 사라지면 쓸쓸해?"

     

     "쓸쓸해......."

     

     "그래. 그럼, 플로라가 기쁠 때 언니가 슬픈 표정을 지으면 어때?"

     

     "......시러."

     

     "그럼, 아가씨가 지금 곤란한 이유도 알겠지?"

     

     "......언니, 죄송해요."

     

     잠시 주저한 뒤, 플로라는 류디아를 올려다보며 사과했다.

     

     "그런, 나야말로......"

     

     "플로라, 잘했어."

     

     류디아가 사과하기 전에, 소년이 플로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그 때문에, 류디아는 사과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아가씨, 사과하지 마."

     

     "네......"

     

     "친구랑 놀뿐이잖아."

     

     그의 말에, 류디아도 깨달았다. 기대하던 것을 사과해버리면 이번에는 친구들에게 실례가 된다는 것을.

     

     "돌아오면, 많이 놀자. 약속해 주겠니?"

     

     "응."

     

     "고마워."

     

     "그럼, 나와 함께 기다릴까. 아가씨한테서 배웠으니, 그림책이라면 읽을 수 있다고."

     

     "정말~!?"

     

     "그래."

     

     플로라는 놀이 상대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 아, 하지만 내가 멋대로 저택에 들어가면 위험하겠지."

     

     "제가 어머님께 부탁드릴게요."

     

     "저도 함께 있을 테니~ 괜찮아요~"

     

     호위로 따르고 있던 페트라가 동반을 선언하자, 소년은 고맙다고 예를 표했다.

     

     

     다음 날에는 비팅 백작 저택에서 친구들과 잘 준비가 갖춰져서, 류디아는 오후에 집을 나섰다.

     에룬스트 가문의 마차로 도르데리제와 자스키아를 맞이하러 가서, 셋이서 비팅 백작저로 향한다. 저택의 현관 앞에는 기다리다 지쳤는지 슈테파니에가 서 있다가, 흔쾌히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디아 님, 도르데 님, 키아 님."

     

     "오늘은 신세 질게요. 하지만 안에서 기다렸어도 되었는데."

     

     "빗소리가 저의 두근거리는 소리 같아서 즐거웠답니다."

     

     "파니 님도 차암."

     

     

     현관에 지붕이 있다고는 해도 비가 불어와서 몸이 차가워진다, 하며 걱정하는 류디아에게, 슈테파니에는 비가 갠 듯한 쾌청한 표정을 보였다.

     

     "아가씨들, 잘 오셨습니다."

     

     슈테파니에의 안내로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메이드가 따스한 차를 마련했답니다." 하며 그녀의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자 이미 테이블 주위에 인원만큼의 의자가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카트에 홍차 세트와 접시에 담긴 쿠키가 운반되었다.

     

     "여러분에 입맛에 맞으면 좋겠네요."

     

     따스한 홍차로 먼저 입을 축인 류디아는, 쿠키를 한입 깨물었다.

     

     "정말 맛있네요."

     

     "맞아요."

     

     "정말로요."

     

     무심코 흘린 류디아의 말에, 도르데리제와 자스키아도 동의한다.

     

     "아가씨들의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열심히 만든 보람이 있었네요."

     

     """네?"""

     

     "정말, 어머니!"

     

     메이드 여성이 매우 안도하는 표정을 짓더니, 슈테파니에가 참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입을 열어 항의했다.

     

     "친구들이 깜짝 놀라니, 오늘은 드레스를 입으라고 부탁했잖아!"

     

     "평소에도 입지 않는데, 오늘만 입으면 이상하잖니. 그런 답답한 것은, 헤르만 씨와 파티에 갈 때만 입어도 충분해."

     

     "난 항상 입고 있는데."

     

     "파니를 꾸미는 게 어미의 일인걸."

     

     슈테파니에는, 친구들을 방치했다고 깨닫고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서 겸연쩍은 듯 소개하였다.

     

     "죄송해요. 저의 어머니랍니다....."

     

     "처음 뵙겠어요, 파니의 어머니인 나디야입니다. 평소에는 메이드로서 딸의 시중을 들고 있어요."

     

     주로 복장 담당이라고 나디야가 자기소개를 하였다.

     

     "나디야 님,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디아라고 하죠?"

     

     "아, 네."

     

     "들었던 대로 미인이네요. 파니가 당신을 정말 동경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예절에 서툰데도 있는 힘껏....."

     

     "어머니!"

     

     부끄러운 말을 하지 말라며, 슈테파니에가 얼굴을 붉히며 어머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디아 님은 공작영애니까, 제대로 님을 붙여!"

     

     "싫은데? 죄송해요, 디아 님. 집에서는 그만 분위기가 풀어져서요."

     

     "아뇨, 상관없어요."

     

     이 상황에 당황하는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려고 슈테파니에가 입을 열려고 하던 차에,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다가왔다.

     

     "나디야 씨, 파니의 친구가 왔다는 거 정말!?"

     

     팡,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더니, 서두르는 기색의 신사 같지 않은 신사가 나타났다.

     

     "정말인데요, 헤르만 씨."

     

     "와~ 정말이다. 다행이다아."

     

     혼자 태연한 나디야가 신사들 쪽으로 가서는, 이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정말, 헤르만 님까지!"

     

     "미안, 파니. 하지만 내 탓에 평민 친구들과 헤어지고 말았잖아? 새로운 친구가 생겼는지 걱정되어서....."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믿지 않았나요!?"

     

     "아니...... 혹시, 나를 신경 써주고 있지 않나 해서...... 이 눈으로 볼 때까지는 믿을 수 없었고."

     

     화내는 슈테파니에한테, 헤르만은 미안하다는 듯 해명을 하였다.

     

     "잘 됐네요."

     

     류디아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가씨들. 당주인 헤르만입니다. 우천 속에서도 와주신 점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헤르만 님, 여기는 숙녀의 방인데요."

     

     "그랬었지. 실례했습니다."

     

     의붓딸의 지적을 받고 매우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헤르만에게, 이 자리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류디아가 용서의 뜻을 전했다.

     

     "헤르만 씨, 우리들이 있으면 방해 같아요."

     

     "맞아. 난 이제 안심했으니, 돌아갈게."

     

     "어머니도 헤르만 님도 빨리 좀 나가."

     

     부부가 떠나고 문이 닫히자, 슈테파니에는 진정하게 위해 컵 속의 차를 쭉 마시면서 침묵을 유지했다.

     

     "...... 부끄러운 면을 보였습니다."

     

     "파니 님은 집 안에서는 강하네요."

     

     슈테파니에가 중얼거리자, 감탄한 모양인 도르데리제가 말했다.

     

     "강하지 않아요. 어머니는 전혀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요."

     

     "후훗, 저도 가족 앞에서는 강하게 말해버리는 일이 있답니다."

     

     "키아 님도요?"

     

     "그럼, 다음은 키아 님의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해야겠네요."

     

     그렇게 다음 숙박회의 개최지가 결정되었다. 그런 친구들의 대화에서 의외로운 공통점을 발견하고, 류디아는 내심 놀랐다.

     

     

     밤이 깊어지자, 네 명은 모두 함께 잘 수 있도록 침대가 커다란 객실을 이용하게 되었다. 네 명은 이불 속에 들어가서, 제각각 베개를 끌어안는 듯한 자세로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잠이 안 오다니 이상하네요."

     

     류디아가 중얼거렸다.

     

     "분명, 양을 세면 좋다고 해요."

     

     "왜 양을 세나요?"

     

     "음~ 양치기 집안에서 전해진 방법이라고, 이웃집 할머니가 말씀해주셨어요."

     

     도르데리제가 고개를 갸웃하자, 평민 시절의 구전이라고 슈테파니에가 대답했다.

     

     "실제로 양을 본 적은 없지만, 키아 님처럼 푹신하고 귀여운 생물 맞죠?"

     

     류디아의 그 말에, 자스키아는 볼을 붉히고는 베개에 얼굴 밑부분을 파묻었다.

     

     "죄송해요, 키아 님. 제가......"

     

     "아.......아니에요......"

     

     "키아 님?"

     

     ".....저기, 체잘 님께서, 저와 닮았으니 보러 오라고, 전에......"

     

     체잘이라는 자는, 자스키아에게 약혼을 요청한 후작가 영식의 이름이다. 거절한 이유가 없어서, 부모의 승낙하여 현재는 그녀의 정식 약혼남이다. 그에게 들은 내용을 떠올려서 볼을 붉힌 모양이다.

     

     "게라만 후작령에는 목축업이 발달한 지역이 있었지요."

     

     "디아 님은 박식하시네요."

     

     "로이 님보다는 못하지만요."

     

     류디아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왕자님도 대단하지만, 류디아 님도 대단해요!"

     

     "고마워요."

     

     슈테파니의 말에, 류디아가 감사를 말했다.

     

     "그래서, 게라만 후작령으로 가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아직 빠르다고 거절했, 습니다......"

     

     "체잘 님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그거라면 받아들여도 되지 않았나요?"

     

     "하지만, 약혼했을 때도 꿈만 같아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도르데리제의 조언에, 자스키아가 글썽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키아 님, 있는 그대로를 전해 보면 어때요?"

     

     "그거야 말로, 싫어하지 않을까요......?"

     

     "저는 키아 님한테서 들은 체잘 님밖에 모르지만, 키아 님을 정말 흠모하는 것처럼 느껴진답니다."

     

     류디아의 말에, 도르데리제와 슈테파니에도 강하게 수긍했다.

     

     "솔직하게 전한다는 것은 정말 무섭고,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건 반드시 전해야만 한답니다."

     

     "....... 디아 님도, 무서운가요?"

     

     "무섭죠."

     

     자스키아는 품고 있던 베개를 잡던 손으로, 꾹 주먹을 쥐었다.

     

     "히, 힘내 볼게요......!"

     

     "좋겠네에."

     

     부러운 듯 불쑥 중얼거린 슈테파니에가 의외로워서, 류디아는 약간 눈을 치켜떴다.

     

     "파니 님은 그런 상대를 동경 하나요?"

     

     "그야 물론이죠."

     

     "하지만....."

     

     그 뒤를 말하는 것은 주저되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한탄하는 어머니를 보아왔을 그녀는, 잃는다는 공포를 알고 있다.

     배려하는 류디아와는 반대로, 슈테파니에는 쉽사리 말했다.

     

     "저, 지금의 부모님을 보고 있으니 사랑을 하고 싶어요."

     

     "엥......"

     

     "재혼할 때까지,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어요. 하지만 헤르만 님과 결혼하고 나서는 많이 말해주게 되었지 뭐예요."

     

     "멋져요."

     

     "그렇죠?"

     

     류디아의 말에, 슈테파니에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 저기."

     

     류디아가 주저하면서 말을 꺼내자, 세 명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만일...... 제가 약혼자인 로이 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경멸할 건가요.....?"

     

     재판의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 같은 심정으로, 류디아는 고백의 결과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전혀?"

     

     "로이 님은 멋진 분이니 분한 기분도 들지만, 디아 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요."

     

     "디아 님이 좋아하는 분이 생기면, 저, 반드시 응원할게요......"

     

     세 명이 제각각의 반응으로 류디아의 마음을 받아들여주었다. 커다란 안도감에 휩싸여서, 류디아는 힘이 빠진다. 풀썩, 하고 베개에 머리의 측면이 파묻힌다. 수마가 덮쳐오기 시작한 머리로, 류디아는 친구들 쪽을 보며 기쁨을 드러내어 미소 지었다.

     

     "모두, 고마워요."

     

     별것 아니랍니다,라고 미소로 대답하는 친구들을 보며, 오늘 밤은 정말 좋은 꿈을 꿀 것 같다는 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친구들한테도 멋진 꿈이 찾아오도록, 하고 비는 류디아는 꿈의 안쪽으로 잠겨 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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