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2. 식탁
    2021년 11월 17일 18시 07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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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44/

     

     

     

     평소대로 출근하려고 문을 열자, 눈앞에 커다란 꽃이 있었다. 여름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빨간색의 꽃이다.

     

     "어?"

     

     "여기가 바움가르트너 씨 집이 맞슴까?"

     

     꽃이 말했다. 아침부터 기세 좋은 목소리다.

     

     "맞, 는데요....."

     

     놀란 내가 반사적으로 대답하자, 꽃이 비키더니 나와 비슷한 소년이 얼굴을 드러냈다. 나보다 햇빛에 많이 탄 피부로 품고 있는 불상화가 잘 어울린다.

     

     "다행임다. 벤노 씨가 보내는 것임다!"

     

     "할아버지한테서?"

     

     할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꽃을 보낸 이유가 짐작되었다.

     할아버지는 에룬스트 가문의 전속 정원사를 은퇴하고서 할머니와 함께 아벤트로드 국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신기한 식물을 선물로 들고 돌아온다. 불상화도 왕도 부근에서는 피지 않는 꽃이다.

     하지만 평소였다면 할아버지가 스스로 들고 돌아왔을 텐데, 왜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까. 여행지에서 다치기라도 한 걸까.

     부상이나 병에 걸린 할아버지가 상상이 안 되어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뒤에서 아버지가 고개를 내밀었다.

     

     "데니스 씨임까!?"

     

     "그렇다만."

     

     아버지의 긍정을 들은 순간, 그는 지면에 무릎을 꿇더니 불상화의 화분을 옆에 두고 정좌를 하나 싶더니, 도게자를 했다.

     

     "저, 얀이라고 함다. 정원사인 데니스 씨에게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고 간청하려고 왔슴다! 부디, 저를 정원사로 만들어주십쇼!!"

     

     나와 아버지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할아버지, 꽃이 아니라 제자까지 보내왔다고.

     아버지 쪽을 돌아보니, 찡그린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 이건 곤란해하는 표정이다.

     

     "음, 저는 아들이며 견습인 이자크입니다. 얀, 씨? 는 어디에서 오셨죠? 남쪽 같아 보이는데......"

     

    "저는 열두 살임다. 남서쪽의 국경 부근의 시골에서 왔슴다."

     

     연상이었다. 존댓말을 해서 다행이다.

     

     "가호가 있는 화분이라고는 해도, 불상화를 용케 무사히 들고 왔네요." 

     

     낯선 기후의 장소에 식물을 옮길 때는, 교회에서 마법진이 새겨진 화분에 바람의 마법으로 가호를 걸어준다.

     

     "벤노 씨가, 시험 같은 것이니 죽을 기세로 지키라고 해서 애썼슴다!"

     

     할아버지;;

     

     그건 협박이다. 그리고 멋대로 시험을 내지 말아줬으면 한다.

     

     "어떻슴까!?"

     

     얀은 기대에 찬 눈길로 아버지에게 합격 여부를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얀이 내민 불상화의 잎과 꽃잎을 쥐면서 검사했다.

     

     "좋아."

     

     합격을 받자, 얀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자로 받아주시는 검까!?"

     

     "바로는 무리다."

     

     "직장에 확인을 구해야 하니, 오늘은 숙소로 돌아가 주시겠어요?"

     

     만일을 위해 아버지의 대답을 보충해주자, 얀은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숙소?"

     

     "예, 안 잡았나요?"

     

     "그렇슴다. 여기 오는 데 있는 돈을 다 써버려서."

     

     미소 지으면서 말할 일은 아닌데.

     

     "....... 그럼, 긴 여행으로 피곤할 테니, 저희 집에서 쉬시죠." 

     

     "....... 얀 군, 어서 오렴. 아침밥 같이 들지 않겠니?"

     

     내가 말하자, 어머니가 잘 알겠다는 듯 들여보냈다.

     

     "그럼, 어머니 잘 부탁해. 난 갈게."

     

     "그래, 수고하렴."

     

     "갔다 오십쇼!"

     

     얀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나는 아버지와 함께 다시 출근했다. 아버지는 일하기 전부터 피곤한지 한숨을 쉬었다.

     

     

     에룬스트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스승이며 집사인 하인츠 씨에게 새로운 하인을 들인다는 것을 전했다.

     그러고 나서 정원일을 시작했지만, 아버지는 계속 찡그린 얼굴이었다. 아마 할아버지 탓이다.

     

     "자~크."

     

     아장아장 걸어오는 작은 발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더니, 화단의 손질을 하고 있는 내 등에 뭔가가 돌격했다.

     

     "플로라."

     

     고개를 돌리자, 가벼운 충격을 준 사람이 웃었다.

     

     "정말, 플로라, 달리면 경망스러워요."

     

     "아가씨. 아직 예절도 배우지 않았으니 괜찮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달리지는 않지만, 스커트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 서두르는 걸음걸이로 아가씨가 쫓아왔다. 세살배기인 아가씨의 여동생 플로라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즐거운지 요즘은 저택 안이나 정원을 자주 탐험하고 있다.

     

     "어차피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 참을 일이 많아질 테니, 지금 안에 많이 놀게 하는 게 어때~"

     

     "때~"

     

     "그래도 달리면 위험하잖아요!"

     

     "그렇대. 아가씨는 플로라가 다칠까 봐 걱정된대."

     

     "음....... 그럼~ 로~라, 안 뛰어."

     

     "플로라는 착한 아이네."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결단한 플로라의 머리를, 장갑을 벗고 쓰다듬어주었다.

     

     "....... 치사해요."

     

     불쑥 아가씨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나보다는 가족인 아가씨가 칭찬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 그럼 아가씨도 칭찬해준대."

     

     "언~니도?"

     

     아가씨는 부끄러워했지만, 플로라의 기대에 찬 눈길을 못 견디고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구륜초에는 다시 한번 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자, 플로라가 옆에 와서는 나랑 똑같이 웅크렸다.

     

     "자크~ 놀자."

     

     "미안. 휴식은 이걸로 끝이라서, 다시 일해야 돼."

     

     '로라~ 도와줄게. 꽃, 깨끄시 할게."

     

     "마음은 기쁘지만, 내 일을 뺏기면 곤란한데."

     

     "그럼, 기다릴래."

     

     "플로라, 휴식 때 놀아주면 자크가 쉬지 못하잖아요?"

     

     "치~"

     

     나는 아가씨의 말에 작게 웃었다.

     

     "왜 그래요?"

     

     "아니, 아가씨도 자주 말하러 오는구나 싶어서."

     

     "그, 그건......."

     

     아가씨는 나를 노려보았지만, 그런 상태로는 전혀 무섭지 않다.

     

     "민폐, 였나요......?"

     

     "아니. 아가씨를 마는 거 기대되고, 지금도 아가씨의 얼굴을 봐서 기뻐."

     

     "그런 말을 해며, 제, 제대로 이쪽을 보지 말아 줄래요."

     

     그 지적을 부정할 수 없어서, 나는 작업하기 위해 들고 온 금잔화로 시선을 돌렸다.

     

     "직접 봐야만 하는 작업이 대부분이라서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아가씨의 목소리는 깨끗해서, 제대로 들린다고."

     

     "로~라~도?"

     

     "그래, 플로라의 기운찬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 응?"

     

     작업을 하면서 대답하자, 옆면에 무게가 실린다. 돌아보니 플로라가 이쪽으로 중심을 두며 눈꺼풀을 감고 있었다. 봄의 햇살이 따스해서 잠에 든 모양이다.

     

     "역시, 플로라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뭐? 도아주께!"

     

     내 중얼거림에, 플로라는 잠들려던 눈꺼풀을 떠서는 기대에 찬 눈초리를 향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고 따스하지?"

     

     "응. 따스해~"

     

     "포근해서 졸리지만, 나는 작업을 해야만 해. 그러니 플로라가 내 대신에 낮잠 좀 자줄래?"

     

     "내가 자면, 자크가 좋아?" 

     

     "맞아, 진짜 좋아."

     

     일단 졸리다는 포즈를 짓고는, 이마를 가볍게 플로라의 이마에 맞대었다.

     

     "내 졸음, 그쪽으로 갔어?"

     

     "응. 받았어어......"

     

     자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는지, 플로라가 하품을 했다.

     

     "아가씨."

     

     ".......뭐, 뭔가요!?"

     

     "갑자기 말을 걸어서 미안. 플로라가 낮잠을 잔대."

     

     "아...... 알겠어요. 플로라, 방으로 돌아갈까요."

     

     "응~"

     

     아가씨가 손을 내밀자, 플로라는 눈꺼풀을 비비면서도 제대로 아가씨의 손을 쥐었다.

     그대로 가나 생각했더니, 옷을 꼬옥 하고 끌어당긴다.

     

     "일어나면, 놀자아."

     

     놀고 싶은 욕구는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래, 일을 끝낸 뒤라면 좋아."

     

     "하지만, 저녁에는 돌아가잖아요?"

     

     내가 승낙하자, 아가씨가 의아해한다.

     

     "아. 난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오늘 밤에 비라도 내리나요?"

     

     "아니, 나만 오두막에서 잘 거야. 오늘 아침에 아버지의 제자로 들어오고 싶다는 녀석이 와서, 집에 머물게 되었으니까."

     

     아버지와 의논해서, 얀은 나의 방을 쓰게 하도록 하였다.

     

     "식사는 어떻게 되나요?"

     

     "내가 해 먹어도 되지만, 1인분이니까...... 요리장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남은 걸 받아봐야지."

     

     "그건 안 될 말이구나."

     

     "공작님?"

     

     "여어, 이자크. 나의 천사들이 여기에 있다고 들어서 와 봤다."

     

     공작님이 스승을 데리고 나타났다. 오늘은 빨리 돌아오는 날인 모양이다.

     

     "우리 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내 가족과 마찬가지다. 그 가족이 혼자 식사를 하는 걸 간과할 수는 없지."

     

     "아, 그럼......"

     

     "오늘 밤은 우리와 함께 식사하자."

     

     "예!?"

     

     "그러고 보니, 함께 차를 마신 적은 있었어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은 없었네요."

     

     귀족과 서민이니, 그것도 그럴 것이다.

     

     "저기, 아가씨. 나는 딱히......"

     

     "안 돼요."

     

     "뭐?"

     

     "전에, 혼자 머물렀을 때 감기에 걸렸었잖아요. 반드시 혼자서 식사하게 놔둘 수는 없어요. 자크는 자신을 소홀히 하잖아요!"

     

     "아니, 그건 연못에 빠져서......"

     

     "안 돼요!"

     

     아가씨는 화가 난 것처럼 노려본다.

     

     "알았어. 같이 먹을게."

     

     "알아줬으면 됐어요."

     

     내가 마지못해 긍정하자, 아가씨는 안도와 만족스러움으로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그럼, 결정되었군. 하인츠, 준비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라고 인사한 아가씨와 공작님은 떠났다. 나는 약간 어안이 벙벙해지면서도 그들의 등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당해낼 수 없겠어."

     

     무심코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에룬스트 저택의 식탁에서, 나는 또 공작님의 어린 시절의 옷을 빌리고 있는 중이다.

     

     "...... 자크, 제대로 먹을 줄 아네요."

     

     "어? 어어."

     

     저녁을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아가씨가 이상하다는 듯 말하길래, 잠시 생각해보고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나의 테이블 매너가 되어있다는 뜻일 것이다.

     

     "종자의 교육을 받을 때 하인츠가 가르쳐줬겠지."

     

     "아, 예. 맞습니다."

     

     "가르쳐주지 못해서 안 됐구나, 디아."

     

     "저는, 딱히......."

     

     "어머, 몰랐다면 견본이 되어주려고 기세 등등했던 건 누구려나."

     

     "어머님."

     

     오크 님은 재밌다는 듯 웃었지만, 항의하는 아가씨의 불은 왠지 붉었다.

     

     "아버~님."

     

     "왜 그러니? 플로라."

     

     오크 님의 도움을 받아서 먼저 식사를 끝낸 플로라가, 공작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두, 가족?"

     

     "그렇단다. 이자크도, 다른 하인들도 우리들의 소중한 가족이다."

     

     "그럼, 자~크는, 오~빠?"

     

     "그렇게 되겠지."

     

     "자~크, 오~빠."

     

     "엥......."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전생에서도 오빠라고 불렸던 횟수는 매우 적었다.

     

     "...... 그런 식으로 불리는 거, 처음이야."

     

     "로~라만?"

     

     "응, 그런 식으로 불러준 사람은, 플로라뿐이야."

     

     쑥스러움을 느끼며 긍정하자, 플로라가 기뻐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내게 시선이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자크!"

     

     "으악!? 뭡니까?"

     

     갑자기 공작님이 안아버려서, 나는 놀랐다. 하지만, 아가씨를 쳐다보니 뿔난 기색이었다.

     

     "아가씨?"

     

     내가 의아해하자, 오크 님이 흐뭇한 듯 실눈을 떴다.

     

     "그렇게 부럽다면, 디아도 오라버님이라 부르지 그래요?"

     

     "그건......."

     

     "그건 곤란합니다."

     

     동요를 보이는 아가씨가 반론하기 전에, 내가 오크 님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가씨는 저에게 있어 귀여운 여자아이라서요."

     

     "펴....... 평범하게 여동생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말했잖아."

     

     "말하지 않았어요!"

     

     얼굴을 붉힌 아가씨한테 혼났다.

     나를 혼내는 아가씨를 보고, 오크 님이 재미있어하며 웃는다. 나를 안고 있는 공작님도 부르르 떠는 것으로 보아, 웃고 있다고 알 수 있다.

     

     "언니도 오빠도 싸우면 떼찌야."

     

     플로라만이 중재에 나서 주었다.

     오늘은 원래 혼자서 저녁밥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꽤나 화기애애한 식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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