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아무래도 좋으니까 한방 먹여주게 해줘 - 프롤로그】
    2021년 11월 18일 19시 27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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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337dy/37/

     

     

     ※※※※※※※※※※※※※※※※※※※※※※※

     

     

     페이라스 제국에서 돌아오는 마차 안.

     쌍둥이의 그 한 마디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즐거웠던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답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코로세스 유적의 일이 있어서, 회의는 중단... 이라기보다 루메일 왕국의 불참가를 선언한 우리들은 즉시 귀국하게 되었다.

     왕제 전하 왈, [대륙의 일은 대륙이 처리하라] 였는데, 그건 표면적인 이유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왕제 전하는 [아르카이오스] 의 이름을 들은 후 당분간 심각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

     

     아마 욕심 많은 현자나 심취한 듯한 백작이 꾸민 일보다 훨씬 루메일 왕국에 있어 심각한 사태가 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억지로 귀국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들은 왔을 때 이상의 속도로 귀로에 올랐다.

     

     

     속도를 낸 탓에 심하게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나는 녀석을, 그 가증스러운 녹색 남자의 일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

     

     

     난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괴롭고 분하며, 무엇보다도 되돌릴 수 없으니까.

     

     

     그 녹색 녀석한테 불합리한 일을 강요당했을 때, 난 정말 거만한 아이였다.

     

     사라라고 하는 최강의 친구가 있었던 나는, 자기도 사라와 마찬가지로 만능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아아, 정말 과거의 자신을 때리고 싶어.

     

     

     그 당시, 나의 취미는 [첩자 놀이]였다.

     오라버님이 읽어준 이야기 중에 [첩자]라는 단어를 알게 된 나는, 빈 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주위 사람들을 가리키며 [동료]로 지명하였다.

     

     멋대로 지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냥한 사람들은 나의 말을 웃으며 받아들이며 [동료]가 되어주었다.

     

     

     그 상냥함을 착각하여 우쭐해진 나는, 계속하여 영내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악당]을 찾아내고, [자기가 생각하는 나쁜 짓]을 폭로했었다.

     ...... 그때마다 부모님이 쓰러져도, 오라버님이 뒤처리에 쫓기고 있어도, 자신이 정의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렇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을 모아서 움직인다는 일의 의미를. 백작가의 내가 무언가를 명령한다는 책임을.

     

     

     정말 어리석고 무책임했던 것은 나였다.

     그런데.

     

     그 대가를 지불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조직이 있음을 내가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거기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아주 약간의 호기심에서. 그것뿐이었는데.

     

     

     멋대로 아지트로 삼고 있던 오두막에, 나는 혼자 멍하니 서 있었다.

     

     

     ㅡㅡㅡㅡ주변 일대가 피바다로 휩싸인 채로.

     

     

     어쩔 수 없겠다며 웃었던 '샘'도.

     손녀 같다고 말해주었던 '트란 할아범'도.

     꽃처럼 밝은 성격의 '사니아'도.

     여동생과 닮았다고 말했던 '단'도.

     내게 맡기라며 주먹을 쥐었던 '아이사'도.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주었던 '유트'도.

     내게 맡기라며 등을 쳐줬던 '자크'도.

     애가 있었다면 이만했을 거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준 '군드'도.

     어머머 하며 진흙을 털어주던 '라라나'도.

     

     

     

     모두, 죽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쇠 비린내를 맡자 이제 모두 틀렸다고 몸이 알아챘다.

    아연실색한 내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흘러나와서, 멈추지 않았다.

     

     

     "너, 백작 집 딸래미지~?"

     

     

     그 범인은, '아직도' 내 눈앞에 있다.

     

     

     가는 눈매의, 어디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남자였다.

     방금 사람을,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베었는데,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말을 걸어왔다.

     

     

     "네 동료, 딱히 내버려 둬도 상관없었지만."

     

     

     피 웅덩이에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점점 내게 다가오는 그 녀석.

     

     

     "우연히 지나가서? 아니면 덤으로?"

     

     

     ㅡㅡ우연히, 덤으로.....

     

     

     그 믿을 수 없는 말에 깜짝 놀라면서도,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볼 뿐.

     눈앞이 흐려졌어도, 싸할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 그 남자를 보았다.

     

     

     헤에, 라며 약간 표정을 바꾼 그 녀석은,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

     

     

     싱긋 웃는 그 녀석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기분 나쁜 나쁨을 느꼈다.

     정체를 모르는 역겨운 것을 만진 느낌이어서, 지금 바로 도망치고 싶었다.

     

     

     ...... 그럼에도.

     

     

     내가 눈을 돌리면, 한걸음이라도 물러선다면 내가 소중히 간직해 온 것이 전부 부서질 것 같아서 움직일 수 없었다.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나에게, 그 녀석은 더욱 다가왔다.

     

     

     "네가 몰랐을 뿐, 세상은 불합리함으로 가득 차 있어."

     

     

     그 꽃 예쁘네,라고 말하는 듯한 평범한 목소리로, 나에게 잔혹한 대사를 던진다.

     

     

     "너는 살려주마.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그 근성을 봐서."

     

     

     피로 물든 검을 한번 휘두른 다음, 칼집에 넣는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은 그 녀석한테 호통을 치고 싶은데, 원수를 갚고 싶은데, 몸이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 없다.

     

     

     "다아시 마알 해에?"

     

     

     내 볼에 튄 누군가의 피를, 녀석이 손가락으로 닦는다.

     

     

     "너는 지금, 내 변덕 때문에 살았다는 뜻이라고???"

     

     

     그 녀석은 재밌다는 듯, 자기 손끝에 묻은 피를 내 볼에 덧칠해나갔다.

     

     

     "저기, 불합리하다고 느꼈어?? 아니면 모독?? 지금 어떤 기분??"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격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있는 기력을 전부 모아서, 상냥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긁어모아서, 나는, 그 녀석을, 증오를 담아서,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녀석은, 사뭇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었는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핫, 아하하!! 아하하하하하!! 하! 좋아, 좋은데!?"

     

     

     그렇게 말한 그 녀석은 손을 치켜들었다.

     

     

     "내가 미워? 날 죽이고 싶어? 하지만, 지금의 너로선 무리."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노려보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럼, 기다릴게? 용맹한 아가씨."

     

     

     그 말을 끝으로, 목 뒤에 충격을 느끼고는 의식이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진 것은, 장소에 안 어울릴 정도로 밝은 그 녀석의 녹색 머리카락이었다.

     

     

     

     ※※※※※※※※※※※※※※※※※※※※※※※

     

     

     

      정신을 차리자, 창백한 표정을 지은 사라가 손을 쥐고 있고,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가 끌어안은 상태로 내 방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ㅡㅡㅡㅡ그들을 잃었던 그 광경.

     

     

     공허한 눈, 흐르는 피, 이제 말을 하지 않는 입, 쓰다듬는 일이 없을 손.

     

     

     그것들 전부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슬픔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나는 껍질에 갇혀버렸다.

     

     

     무표정하게 눈물을 흘리는 나를, "미안."이라고 말하며 부둥켜안아준 사라.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 나를, 단지 부드럽게 등을 어루만져주던 어머님.

     

     아버님과 오라버님은 분명 영주로서 말해야 할 것이 있었을 텐데, 이런 기색의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담히 사후처리를 해주었다.

     

     

     ㅡㅡㅡㅡ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더니, 전부 다 끝나 있었다.

     

     그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준 동료들은, 벌써 장례식도 끝낸 후였다.

     

     그 일을 알자, 나는 정말 부끄러워졌다.

     그만큼이나 도움을 받았는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내 탓에 죽고만 모두의 장례에 나가지 못하다니.

     

     "바깥으로 나갈게."라고 했던 나를, 아버님과 오라버님, 어머님과 사라가 부드럽게 말렸다.

     .... 걱정, 끼쳤으니까.... 하지만 미안.

     

     그럼에도, 나는 정말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

     

     

     ※※※※※※※※※※※※※※※※※※※※※※※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전망 좋은 언덕에, 투박한 바위가 놓여 있다.

     그 앞에는 꽃이 산더미처럼 놓여져 있다.

     

     호위 기사를 데리고, 그 위령비에 다가간다.

     

     

     ㅡㅡㅡㅡ죽은 것은 내 동료들 뿐만이 아니었다.

     

     사라 왈, '무언가를 빼앗기 위한 양동' 이 일어난 모양이라서, 각지에서 대량살인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의 일' 이, 내 동료의 사망사건이다.

     

     

     살며시 위령비의 표면을 어루만진다.

     내가 저지르고 만 일이 너무 커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너, 너 탓이야아!!"

     

     

     어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년이 나에게 외쳤다.

     호위 기사를 제지하고서 소년과 마주 본다. 

     

     

     "네, 네, 흐흑... 네가 누나를 휘말리게 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는데!!!!"

     

     

     진심으로 밉다며, 소년은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증오를 한 몸에 받으며, 나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너! 아가씨께 무슨 말이냐!!"

     "됐어, 카이트."

     

     

     검에 손대려 하던 호위 기사를 손으로 말렸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서, 나는 나에게 물어보았다.

     

     

     소년처럼 증오에 몸을 맡기면 되는가?

     ..... 아니 달라.

     

     모두를 죽인 녹색 녀석을 죽이면 되는가?

     .....아니 달라.

     

     내 탓이 아니라며 자기 연민에 빠지면 되는가?

     ..... 아니 달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소년의 앞까지 가서 소년의 앞에 무릎 꿇었다.

     

     

     "루루리아 아가씨."

     

     

     당황하는 카이트를 무시하며, 눈앞의 소년만을 바라본다.

     눈물을 너무 닦아서 벗겨진 붉은 눈가. 평소였다면 건방졌을 연약한 눈. 눈물의 자국이 난 앳된 볼, 그리고 '사니아'와 같은 갈색 머리.

     

     

     "사니아의 동생, 사이즈 맞지?"

     "앗!!??"

     

     

     소년, 사이즈가 눈에 띄게 동요한다.

     귀족이 평민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하물며 본 적이 없는 동생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사니아의 죽음은, 저의 책임입니다"

     

     

     불쑥 말이 나왔다...... 이건 계속 생각해왔던 일이니까.

     

     그 말을 듣자, 목이 메인 소년.

     나는 소년의 눈을 강하게 쳐다보았다.

     

     

     "모두를 죽은 그 녀석은, 나보다도 훨씬 강해서, 나로선 상대할 수 없어."

     

     

     ...... 계속 생각해왔던 일이지만, 그럼에도 말로 하기가 괴롭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언니를 되살려 줄 수 없어."

     

     

     그의 눈을 보며, 다시 차오른 눈물로 젖은 볼을 만진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약속할게."

     

     

     그리고 자신감을 보여주도록, 나는 웃었다.

     

     

     "나는, 모두를 죽인 그 녀석을, 반드시 한방 먹일 거야."

     

     "어?"

     "아?"

     

     

     ..... 약간 얼빠진 대답이 돌아왔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서 맹세할게. 나 루루리아 타르포트는, 그 가증스러운 녹색 남자를 반드시 한방 먹여준다."

     

     

     아아, 이거였다. 지금 나는 매우 납득하고 있다.

     내가 녀석에게 해주려고 생각했던 것은, 이런 일이었다!

     

     

     "설령 어떤 위험한 장소라고 해도, 설령 죽게 된다 해도, 죽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기로 맹세해."

     

     

     찌푸린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소년에게, "아가씨는 저래서...."라고 말한 충실한 기사여, 나중에 각오해.

     

     

     그렇게, 나는 방향을 빙글 바꿔서 집으로 돌아갔다.

     소년의 대답은 관계없다, 내가 어떻게 할지가 문제니까.

     

     

     그래, 나는 결정했어.

     

     

     나한테 '불합리함'을 들이밀었던 그 녹색 남자를, 나의 '불합리함'으로 반드시 패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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