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좋으니까 날 말려들게 하지 말아줘-한담】아무래도 좋지만 쌍둥이는 각오한다2021년 11월 15일 16시 12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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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그 현자가 웅크리자, 제국 병사들이 둘러쌌다.
우리들을 두려움으로 지배했던, 저 녀석을.
"...유유이..."
나의 반쪽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아마 나도 같은 표정이라 생각한다.
영문모를 말을 중얼거리면서 공허한 눈을 하고 있는 저 녀석을 보아도, 지금까지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항상 '더러운 핏줄' 이라며 호통치던 저 녀석의 목소리를, 귀를 막아서 들리지 않게 하였다.
큰소리치면서 손 닿는 대로 물건을 던지는 저 녀석의 시선을, 이불로 몸을 말아서 견뎠다.
그런데도, 지금은.
ㅡㅡㅡㅡ단순히 야윈 노인으로만 보인다.
납치되고 묶여서 제물로 바쳐졌는데.
심한 짓만 당했을 텐데, 어째서일까?
".... 정말이지.... 저 고목 현자...."
왼손을 옷으로 문지르면서, 루루리아가 다가왔다.
.... 문질러도 그 용문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 응?
어? 고목이라니..... 저 녀석 말인가???
나나이와 눈이 마주친다.
""푸훕ㅡㅡㅡㅡㅡ!""
고목이라니!! 저 녀석, 제국 최고의 권력자이면서 당대의 '현자'이기도 한 저 녀석을, 고목이라니!!!
아, 안 되겠다! 웃음이 그치지 않아!!
나나이와 배를 움켜쥐면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자, 루루리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유괴당했는데도 여유롭네?"
""루루리아가 할 말이야?""
즉시 곧바로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이것은 나나이와 내가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자신이 있다.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루루리아는 옷에 문지르고 있던 손을 이번에는 내 이마에 대고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제국령 안 아냐? 그렇게 되면, 그 묘한 뱀드래곤은 제국의 소유물 아냐?? 그렇다는 말은, 이 이상한 문양은 당신들이 가져야 하지 않아???"
"아야야야!!!"
"유, 유유이이이이!!"
나나이가 눈물을 머금으면서 내 이름을 부른다.
지, 진심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어!!?? 소용없는데도 진심이다!!
손바닥에서 진심이 전해져 온다!!!
루루리아가 손을 대굴대굴 굴리고 있자, 루루리아의 뒤쪽에 그 금발의 무서운 형....... 루메일 왕국의 파시아스 님이 섰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아? 루루리아 양??"
"아야야얏!!!"
아~ 루루리아가 머리를 덥석 잡혀버렸어...... 어라? 이 녀석, 귀족 아니었나?
"뭔데? 남이 모처럼 여러 가지로 준비한 것을 걷어찬 것도 모자라 드래곤 문제까지 일으킨 루루리아 양?"
"윽! 숙녀의 머리를 뭐라고 생각하나요 왕제 전하아! 상관없잖아요! 주모자도 붙잡았으니 만사 해결되었잖아요! 드래곤은 불가항력!!"
파시아스 님의 손에서 도망친 루루리아가 항의한다.
.... 뭐, 누구도 죽지 않았고 저 녀석도 붙잡혔으니, 그런가?
.... 뭐? 숙녀??? 어디에 있는데??
"설령 그렇다 해도, 내 노력이 수포가 되어서 열 받아."
"유치해!!??"
그렇게 외친 루루리아는, 다시 머리를 거칠게 붙잡혀서는 비명을 질렀다.
.... 이 녀석, 바보인가? 한번 만났을 뿐인 우리들 조차, 파시아스 님한테 그런 소리를 했다간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간다고??
"... 나나이 님, 유유이 님."
어이없어하면서 나나이와 함께 눈앞의 희극을 바라보고 있자, 뒤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부른다.
""할아범!? 풀려났어!?""
돌아보자, 감옥에 있었을 할아범이 약간 야윈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병사들과 함께 우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마중이 늦었던 점, 이 노구에겐 면목이 없소이다."
"!? 할아범 탓이 아냐!"
"맞아! 왜냐면 할아범은 우리들을 위해 감옥에 갔잖아!!"
나나이와 함께 할아범에게 달려간다.
어린 시절부터 거절당하던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었던 것도.
2년 전 형에 의해 죽을 뻔한 우리들을 도망치게 해 준 것도.
우리들의 목숨을 몇 차례나 구해줬던 것도.
전부 할아범 덕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나이와 함께 할아범의 손을 쥐었다.
".... 아아, 다정하셔. 너무나도, 상냥하셔..."
약간 눈물이 차오른 할아범이, 탄식과 함께 내뱉는다.
살며시 일으켜 세워서는, 우리들의 손을 거머쥔 채 강한 눈길로 우리들을 바라본다.
"황제 폐하께서 붕어하셨습니다."
"".... 뭐?""
한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꽤 전부터, 저 녀석에 의해 꼭두각시가 된 모양이라서, 그때 몸을 혹사하여....."
비통한 듯 고개를 젓는 할아범의 앞에서,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 폐하를 아버지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정은커녕, 말 조차 걸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슬프다는 마음은 전혀 솟구치지 않았다. 그보다도.
ㅡㅡㅡㅡ우리들 중 누군가가, 이 나라의 황제가 되는 건가?
생각도 못 했다. 언젠가는 당연히 오게 될 그 사실을 눈앞에 두자, 다리가 떨린다.
황제가 되고 싶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죽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머물러 있다, 그것뿐이었는데.
그 중압감에, 왠지 도망치고 싶어 져서, 뭔가에 매달리고 싶어서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루루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좌우를 보다가 나?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을 가리키는 루루리아에게, 나나이와 함께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맞아!! 도와줘어어어어!! 루루리아 아가씨이이!!
"음~... 일단 도망칠래?"
"... 마지막 황위 계승자인 두 전하를 데리고 갈 수 있나 생각하는가."
살기등등한 병사들의 앞에서, 루루리아는 싸움을 걸려는 것처럼 한발 앞으로 나와서는 노려보았다.
"그 두 전하를 지켜내지 못한 당신들은 말할 자격 없어. 나는 저기 있는 나나이와 유유이한테 묻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이 황위를 버리고 싶어 하니 문제없다면서, 코웃음 친다.
말문이 막힌 병사들을 상관치 않고,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는 루루리아.
"그리고, 그렇게나 울면, 도와줄 수밖에 없잖아."
.... 듣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나이도 눈물을 그렁거리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괜찮, 을까? 도망쳐도, 될까?
"...나나이 님, 유유이 님. 미력하나마 이 할아범도, 도와드리도록 하지요."
"!? 로웬 님 무슨 말씀을!?"
"뭐, 나라는 언젠가 멸망하는 것... 아니, 이미 제국은 멸망한 게야."
할아범이 섭섭해하며 그렇게 말하자, 병사들은 분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건조하고 따스한 손이 어루만지자, 깜짝 놀라서 할아범을 본다.
"우리들이 부수고 만 것을, 두 분이 짊어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할아범을 보며, 어느 사이엔가 멈추고 있었던 숨을 쉰다.
우리들, 도망쳐도 되는구나.
'도망친다'라고 말하려다가, 목구멍이 화끈거려서 당황했다.
나나이도 당황하는 것을 알겠다.
..... 알고 있다. 안 좋은 추억이 가득 있지만, 아무래도 도망친 후의 일을 생각하고 만다.
도망칠 수 있다. 그렇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말았다.
멸망하는 나라를, 백성을, 그리고 무엇보다 할아범의 일을.
"... 도망칠 수 없어."
"... 응, 도망치고 싶지 않아."
"...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할아범이 묻자, 그것이 정답인지도 모른 채 수긍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정했다면."
루루리아가 정중히 인사를 한다..... 결심이 바로 꺾일 것만 같다.
"역시."라고 운을 떼고서, 루루리아가 불쑥 중얼거렸다.
"... 왕제 전하를 미끼 삼아 도망 생활을 하려고 생각했어."
나나이와 눈을 마주친다.
..... 루루리아, 진심으로 생각해줬구나.
입가가 자연스레 들린다.
"마음을 정한 모양이니 다행입니다. 두 전하."
"아야야야!!!"
화기애애하게, 루루리아의 머리를 세게 움켜쥐며 말하는 파리아스 님.
"그대의 미끼가 될 바에는, 제가 두 전하를 도망치게 할 거야."
"그, 그렇죠오오!!"
정말 무서운 얼굴로 루루리아에게 말한다. ....파시아스 님도 도망치게 해 주는구나.
방금 전까지 제국병을 노려보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눈물을 그렁거리며 외치는 루루리아.
아아, 뭐냐고, 진짜.
나나이와 서로 손을 꾸욱 움켜쥐고서, 웃고, 웃고, 웃는다.
딱히 뭔가 변한 것은 아니다. 제국 안은 엉망진창. 아군은 할아범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황위를 이을래."
"둘이서!"
확실하게, 단호히 선언한다.
"차기 '현자'로 로웬을 임명한다!"
"우리들이 황제가 되는 거니, 할아범도 따라오라고?"
"하핫, 흔쾌히 따라가겠소이다."
흰 수염을 매만지면서, 할아범이 기쁘게 대답한다.
우리들에게 흐르는 피를, 없었던 걸로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제 흘러갈 뿐인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그만두자.
"그럼 우리 루메일을 휘말리게 한 것에 대해서도, 대화해볼까?"
"그렇군요, 선대의 '현자' 에게 물어보는 게 어떻겠소."
할아범과 파시아스 공이 서로를 떠보는 것처럼 웃는다.
그걸 보고, 우와아 하고 말하며 거리를 두는 루루리아.
아직 떨리는 손을 서로 붙잡고서,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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