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땋은 머리2021년 11월 15일 01시 28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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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회를 하면 되지 않아?"
"여자회?"
마음먹고 이야기를 하겠다면 그게 좋겠다고 정원사 소년이 제안한 내용이 이해가 안 되어서, 류디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일단 여자들만 모이면 돼."
"여성 한정의 다과회나 파티를 열면 되나요?"
그런 것이라면 이미 있다. 에밀리아도 후작 영애이니, 정식으로 초대하면 되지 않으냐고 류디아가 물어보자, 견습정원사 소년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보다는 같은 방에서 자면서 먹는 쪽이, 뭐였더라...... 파자마 파티였나. 아가씨의 방은 넓은 가능하지 않겠어?"
"파자마 파티......"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지만, 류디아한테는 이상하게 매력적인 느낌이었다.
"다음에, 친구들도 초대해보고 싶네요."
"그럼 반장한테는 예행연습으로 어울려달라고 하면 어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저기."
류디아와 견습정원사 소년이 소리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못마땅한 표정을 한 에밀리아가 직립 부동으로 서 있었다.
"왜 저의 앞에서 저에 관해서 꾸미는 것이지요."
"저, 숨기는 일을 잘 못해서요."
"반장, 뒤에서 몰래 쑥덕거리는 거 싫어하잖아."
"그런 이유로, 저의 예행연습에 어울려주지 않겠나요?"
"........"
류디아가 눈을 빛내며 에밀리아에게 애원한다.
"안 되나요......?"
"~~ 윽, 알겠습니다."
류디아의 눈동자가 불안함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에밀리아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고마워요, 에밀리아."
하인 1명의 언동으로 이렇게까지 기뻐하나, 하고 에밀리아는 당황했다.
내심 당황스러운 마음을 주인에게 부딪힐 수는 없어서, 옆의 견습정원사 소년에게 시선을 주었다.
"너, 류디아 님께 묘한 지식을 불어넣지 마."
"난 아가씨가 웃어줬으면 할 뿐이야. 그리고 내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아가씨가 정하는 거고."
제안했을 뿐이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 주의를 줄 수 없었던 에밀리아의 표정은 더욱 험해졌다.
그걸 본 소년은 자신의 미간에 손가락을 대었다.
"반장도 웃는 편이 귀엽다고. 아가씨도 기뻐할 테고."
"아닛!?"
김이 빠진 듯 웃는 견습정원사 소년의 말에, 에밀리아는 화가 났다. 가벼운 말만 하는 남자는 믿을 수 없다.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여 바보 취급하는 걸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너, 깔보지 마!"
"뭐? 무슨 말이야??"
"나는 호위야. 실실 웃으면서 정신을 놓을 수는 없잖아!"
"호위니까, 라니...... 피곤한 생각 방식이네."
"뭐라고!?"
"아가씨도 반장이 웃으면 귀엽다고 생각하지?"
주인에게 화제를 돌리자, 에밀리아는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야, 물, 론......."
하지만, 류디아는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가씨?"
"류디아 님?"
조금 전까지의 기뻐 보이는 미소와는 달라서, 고개를 갸웃하였다.
"네 탓이다."
"어, 나?"
소년은 도서실의 1인용 소파에서 일어나서, 류디아가 앉아있는 소파 옆으로 이동하여 웅크렸다.
"아가씨, 미안. 나 뭔가 저질렀어?"
"아. 아뇨...... 갑자기 저한테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을 뿐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용서해 줄래?"
"그러니까......"
동색의 눈동자로 똑바로 쳐다보자, 류디아는 말문을 잃었다.
그 눈길로부터 도망치려고 생각하다가, 몇 초 후에 그렇게 못할 것임을 깨닫고는 테이블에 둔 채 아직 읽지 못했던 동화책에 손을 뻗었다.
"....... 그럼, 이 책을 읽어준다면 용서할게요."
"그래."
소년은 책을 받아서 류디아의 옆에 앉고는, 가능한 한 읽다 막히지 않도록 신경 쓰며 읽기 시작했다.
"류디아 님, 슬슬 일어나죠. 피아노 강습의 시간입니다."
낭독하는 목소리에 끼어들어서 시간이 다가옴을 고한다.
"아직 여유 있잖아요?"
"선생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요......"
"오. 아가씨의 피아노를 듣는 거 기대되네. 책의 다음은 다음에 읽어주면 되니까."
마침 피아노가 있는 방 부근에서 작업할 예정이라며, 견습정원사 소년은 웃으면서 기뻐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류디아는 볼을 붉혔다.
"후, 훔쳐듣다니......! 연습하고 있는 거잖아요!?"
"멋대로 들려오는데, 듣지 않을 수도 없잖아. 그리고 아가씨가 연주하는 소리는 깔끔해서 좋아하고."
"자크는 되도록 먼 곳에서 작업하세요!"
"뭐~"
아쉬워하는 소년한테서 흥 하며 고개를 돌린 류디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서실의 문으로 향하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면서, 수습 정원사 소년은 수중에 책이 아직 있음을 깨달았다.
"아, 책갈피."
"페이지는 기억했으니, 나중에 끼워둘게."
열린 페이지에 한번 눈길을 준 에밀리아는, 책을 건네도록 손을 내밀었다.
"반장은 대단한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소년은 겨우 잠깐 보고 페이지를 외운 것만으로도 호들갑을 떤다. 그게 짜증 나서, 에밀리아는 반쯤 빼앗듯이 책을 받아 들었다.
밤의 장막이 더러워졌을 무렵, 램프 불빛을 침대의 근처에서 켜 둔 정도의 분위기에서, 메이드 카트린은 당혹스럽게 말했다.
"저까지 와도 좋았던 걸까요.....?"
그녀는 평소의 메이드복이 아닌 레이스가 적은 심플한 네글리제를 입고, 평소 올렸던 머리도 내린 후 가볍게 하나로 묶어놓았다.
"친구들을 초대해야 하니, 저를 포함한 4명 이상이 충분히 잠들 수 있는지 확인해야만 해요."
"그러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 처음으로 사이좋아진 사람이 카트린 씨니까 반드시 초대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잠깐, 페트라!?"
진짜 이유를 페트라가 밝혀버리자, 류디아는 당황했다.
카트린이 미소를 지었고, 류디아는 부끄러움으로 볼을 붉혔다. 무심코 카트린을 노려보고 만다.
"뭔가요......?"
"아뇨,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해서요."
"에밀리아도~ 서지 말고 이쪽으로 오는 거예요~"
페트라가 온몸으로 동료인 에밀리아를 부른다. 에밀리아는 옅은 자주색의 네클리제 차림이었는데, 입을 일자로 다물고는 직립 부동의 상태로 있었다.
"이제 좀, 체념하는 거예요~"
"자, 에밀리아도 앉아요."
"...... 하지만."
주인인 에밀리아가 말을 걸었지만, 겨우 대답한 에밀리아의 대답은 마지못한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하며 류디아가 고민하고 있자, 미세한 위화감을 눈치챘다.
"지금, 뭔가 빛나지 않았나요?"
에밀리아의 치맛자락이 흔들거릴 때, 램프의 빛이 미세하게 반사하였다. 빛나는 액세서리는 없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한 류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생각난 에밀리아가 치마를 가볍게 들어서 오른쪽의 허벅지를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벨트로 고정한 금속 십자가, 스틸레토가 있었다.
"잠옷 차림으로는 숨길 장소가 적어서요."
"잠든 때까지 무기를 휴대하면, 쉴 수 없잖아요."
주인의 지적에, 에밀리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하지만......"
주인을 설득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고민하다 보니 고개를 숙이게 되어, 긴 검은 머리가 어깨에서 떨어졌다.
그 사이에 류디아가 한숨을 쉬자, 에밀리아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쩔 수 없겠네요."
포기했나 생각했지만, 류디아는 침대가에 있는 서랍장까지 가서는 제일 위의 서랍에서 작은 직사각형 종이를 꺼내 들었다. 메모지 같은 그것의 단면에는, 잉크로 그려진 마법진이 있었다.
류디아는 두 손바닥의 위에 그 종이를 펼치고는, 마법진에 시선을 주면서 눈꺼풀을 닫았다. 그 순간 류디아의 눈동자에 번개와도 같은 섬광이 달렸다. 그 직후, 방의 벽 전체에서 찌릿하는 소리가 났다.
"번개의 결계를 쳤답니다. 이제 무기를 소지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주인이 안전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벨트를 풀고는 스틸레토를 서랍장의 위에 두었다.
에밀리아가 가장자리이기는 하지만 침대에 앉은 것을 확인하고서 류디아는 미소 지었고, 페트라는 근처에 오도록 자신의 주위를 팡팡 두들겼다.
"그럼, 코코아를 타 올게요."
카트린은 그렇게 말하며, 사전에 보온 처리해두었던 핫 밀크와 코코아 분말을 컵 속에 섞기 시작했다. 단내가 방 안에 퍼진다. 이런 시간에 단 것을 마신다는 상황이 류디아로서는 배덕감으로 느껴졌다.
"왠지 두근두근하네요."
"저는~ 항상 먹고 싶을 때는 과자를 먹는 파라서 괜찮아요~"
"살쪄요."
에밀리아가 탓하는 시선을 페트라에게 보낸다.
"정말~ 에밀리아는 '과자는 다른 배에 들어간다'라는 명언을 모르나요~?"
"명언? 소가 아니니 위장이 몇 개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바보 같은 말이지요."
"어, 소의 위장은 하나가 아니었나요?"
"아, 네...... 풀을 소화시키기 위해 네 개의 위장을 거쳐갑니다."
"그랬나요!? 에밀리아는 이거 저거 많이 아네요."
"페히슈타인 후작령은~ 축산업이 발달했지요~"
"페트라도 지리에 해박하네요."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지은 카트린이 준비해 준 코코아의 컵을, 쟁반 채로 침대의 위에 두었다.
"오늘 밤 정도는 괜찮겠죠."
흘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카트린은 류디아부터 순서대로 컵을 나눠주었다.
류디아가 컵을 받자마자 마시기 시작해서, 에밀리아도 따라서 한 모금 마셔보았다.
"맛있어요~"
"카트린은 코코아를 잘 타네요."
"별 것 아닙니다."
무심코 긴장을 풀고 만 에밀리아는 초조해했지만, 다른 세 명은 그것에 신경 쓰는 기색 없이 화기애애하게 코코아를 마셨다.
둔한 시선을 눈치챈 류디아가, 에밀리아에게 미소 지었다.
"훈훈하네요."
"....... 그런데....... 류디아 님은, 제가 기분 나쁘지 않나요?"
"어째서요??"
류디아에게 너무 당돌한 질문을 하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의 이야기를......"
"아하."
에밀리아의 중얼거림을 듣고 나서야, 류디아는 납득했다. 확실히 다과회 등에서 가축의 화제가 오르는 일은 없는 것이다.
류디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 아버님과 교환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전날, 아버님을 본받아서 요리사들에게 매일의 감사를 전하려고 주방을 방문했어요. 그런데 저녁 채비를 시작하던 무렵이라서, 많은 식자재가 놓여있었어요."
형형색색의 야채와 과일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물론 고기도 있었다. 거꾸로 매달리고 털이 빠진 닭과 아직 눈빛이 살아있는 물고기가 류디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조리되기 전의 모습을 보고, 전 놀랐답니다. 그리고 무서워져서...... 그날 저녁은 그다지 먹지 못했어요."
마침 교환일기가 자기 차례여서, 입으로는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걱정을 끼친 사과와 함께 썼다.
"일기로 보냈더니, 아버님은 이렇게 대답해주셨어요."
류디아는 서랍장에서 아버지와의 교환일기를 꺼내 들고는, 해당하는 페이지를 펼쳤다.
「나의 디아. 네가 느꼈던 두려움은, 살아가는 것들이 느끼는 당연한 본능이다. 나는 네가 목숨의 중요함을 느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
이후에는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맛있게 느끼는 것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죄가 아니란다. 그것도 또한 생물의 당연한 본능.
오히려, 이미 목숨이 다한 것을 쓸모없게 두는 것이 좋지 않다. 접시 위에 올려진 시점에서, 이미 죽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들지 말지는 우리들의 손에 달렸으니까.」
페이지의 내용을 들은 에밀리아는 내심 놀랐다.
"아버님 덕택에, 먹는 일에 소극적으로 되어있었다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자크의 그 '잘 먹겠습니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어요."
자연에게도 감사를, 이라고 말했으니 아마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먹을 것에 대한 감사와, 목숨을 입에 넣고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였네요."
"....... 그런 고상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은 안 보입니다만."
에밀리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후훗, 자크에게는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 아닌걸요."
"맛있는 것은~ 가득 먹으면 되는 거예요~"
"맞아요."
페트가 웃으며 코코아를 마시고, 류디아는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 에밀리아. 저는 동물의 화제가 나와도 괜찮으니,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목숨의 소중함을 아는 정말 상냥한 사람인 걸요.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을, 기분 나쁘다고는 하지 않아요."
아름답다는 마른, 고귀한 그녀야말로 어울리는 단어다.
"제, 가......?"
주인의 보낸 말에, 에밀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저보다 훨씬 윤기 나는 흑발이라서, 부러울 따름입니다."
"어머, 카트린의 흑발도 부드러워 보여서, 좋아하는데요."
"잠에서 깨어나도 삐치지 않는다니 치사해요~"
"그랬었나요? 그건 확실히 치사하네요."
그렇게 에밀리아가 처음 느낀 감정을 참고 있는 동안, 자신은 깨어난 뒤에 머리카락이 폭발하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시기에는 머리카락이 붕 뜨지 않기 위해 머리를 땋고 잠들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이 무섭다는 등의 머리카락 고민 폭로 대회로 발전하고 있었다.
"....... 정말, 모두들 대단하네요."
"에밀리아도 참,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해, 서....."
삐져서 에밀리아 쪽을 바라보던 류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한 박자 늦게 미소를 지었다.
"...... 웃었어요."
"엥."
"생각한 대로, 아니 그 이상 귀여워요!"
흥분하며 기뻐하는 류디아의 말에, 퍼뜩 정신 차린 에밀리아는 입가에 주먹을 대어 표정을 진정시키려 했다.
"저기, 에밀리아...... 전에는 미안했어요."
갑자기 주인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이번에는 에밀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류디아 님!? 무슨 이야기죠?"
"전 에밀리아가 웃으면 귀여울까로 자크가 물어봤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잖아요? 저기..... 그건 자크가 다른 여자아이한테 귀엽다고 말하는 걸 처음 들어서, 깜짝 놀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코 에밀리아가 귀엽지 않다고 생각한 게 아니에요! 그것만큼은 오해하면 안 된답니다!? 에밀리아는 저보다 훨씬 귀엽고."
"류디아 님, 그건 지나친 말씀입니다."
에밀리아는 손바닥을 들어서 주인을 말렸다.
"어느 영애보다도, 류디아 님이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그리고, 제일 귀엽구요."
"제일 멋있어요~"
그 말들에 얼굴을 붉힌 류디아는, 펑퍼짐하게 묶은 두 땋은 머리로 얼굴을 숨기려 했다.
"셋 다, 너,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닌가요......!"
"사실입니다."
단언하는 에밀리아였고, 카트린과 페트라도 응응 하며 미소 지으며 동의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파하려고 고민하던 류디아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이 삐친 것을 웃었던 벌을 주지 않았네요......!"
"그런, 머리카락 정도로."
"에밀리아는~ 머리가 찰랑거리니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페트라까지......"
그런 셋을 보고 카트린은 미소 짓는다.
"후후, 그럼 어떻게 할까요? 류디아 님."
"머리를 땋는 형벌을 내리겠어요!"
곱슬머리의 고생을 알라면서, 에밀리아는 세 명에게 둘러싸였다. 세 사람은 손가락을 빠져나오는 머리카락에 악전고투하면서도 머리를 땋고, 그대로 하룻밤 동안 있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리를 모두 땋았을 무렵에는, 셋 다 졸음이 덮쳐서 한 사람, 또 한 사람씩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카트린이 새근거리며 자는 세 사람에게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고는, 램프의 조명을 끄는 것이었다.
며칠 지난 오후, 드레스 위로 방한 외투를 걸친 류디아는 만족스러워하였다.
"이제, 에밀리아한테도 보여줄 수 있겠네요."
"무엇을 말이죠?"
"입어보면 알아요."
숲 같은 나무들 사이에서 앞장서서 걸어가는 견습 정원사 소년을 류디아가 뒤쫓았고, 제일 뒤에서 에밀리아가 따라갔다.
파자마 파티 이후, 조금은 잡담에도 관대해진 에밀리아와 말하게 되자, 류디아는 그녀의 사람됨을 조금씩 알아나갔다.
가장 기뻤던 것은, 그녀가 류디아와 마찬가지로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 지금까지 가족에게도 숨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처음으로 자신에게 밝힌 것이 정말로 기뻤다.
에밀리아만 밝히는 것은 불공평하다면서, 류디아는 유일하게 그녀에게 숨기고 있었던 것은 밝히자고 생각했다.
"이 앞."
걸음을 멈춘 소년이 가리킨 곳은 담장이었다. 에밀리아가 의아해한다.
"막힌 곳이잖아."
"여기, 지나갈 수 있어."
가리킨 곳을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 사이에 틈새가 있어서, 어떻게든 사람이 지나갈만한 여유가 있었다.
"설마......"
"그래서 후드가 붙은 것을 입고 온 거예요."
"그, 런가요."
"그러고 보니, 이곳의 담장은 저택 부근에 있는 것과 틀리네요."
문득 흘린 류디아의 말에, 담장을 지나가려 했던 소년은 멈췄다.
"저택 부근의 산호수는 보기에는 좋지만 손질이 번거로워서 말야. 이쪽의 나무는 나한송이야."
"하지만, 저택 쪽은 2종류가 있었잖아요?"
"아니, 담장으로 쓰고 있는 것은 호박수뿐이야."
"하지만, 현관 쪽에는 붉은 열매가 났던걸요."
다른 곳과 달리, 류디아가 어머니와 다과회를 하는 부근은 붉은 열매가 한 곳에 가득 열려있다. 분명히 다른 모습인데, 소년은 같은 나무라고 한다.
"청소가 힘들어서, 접객 구역은 여름에 꽃을 가지치기하고 있어."
"제가 자주 보는 쪽은 왜 가지치기를 안 하나요?"
"아가씨는 귀여운 걸 좋아하잖아."
간단한 이야기라며, 소년은 딱 잘라 대답했다.
"바......."
바보 아냐,라고 무심코 입에 나올 뻔해서, 류디아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자기를 기준으로 말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 과민반응을 하지 않고 끝났을 것을.
소년은 나한송의 담장을 둘러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뭐, 나는 나한송 쪽이 좋지만."
"왜요?"
"먹을 수 있으니까."
"네?"
단순한 대답에, 류디아의 눈이 점이 된다. 소년은 나한송의 열매를 하나 따서, 검붉은 열매와 딱딱해 보이는 검은 열매가 줄지어 있는 안쪽의 부드러워 보이는 부분을 먹었다.
날 것 그대로 먹어본 일이 없는 류디아는, 그가 주저 없이 먹은 것에 놀랐다.
"아가씨도 먹을래?"
"너, 류디아 님께 그대로 먹일 셈이냐!"
"아. 미안, 씻을게."
에밀리아가 위생 쪽으로 주의를 주자, 소년은 곧장 자신의 수속성 마법으로 손바닥 위의 열매의 더러움을 씻겨냈다.
"자."
몇 초 고민한 후, 류디아는 쭈뼛거리며 손을 뻗어서는 그의 손바닥에서 열매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각오를 다지고 그 열매를 입에 넣었다.
"달...... 아요."
익었는지 생각보다 달았다. 소년이 에밀리아에게도 열매를 권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에 넣고는 류디아와 마찬가지로 달아,라고 중얼거렸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가, 가끔은 나쁘지 않네. 혹시 옐크한테 가르쳐주지는 않았겠지?"
"어. 포치라면, 전에 엄청 먹던데."
"그 녀석, 너무 걸신들렸어......!"
에밀리아는 나중에 동료를 혼내야겠다며, 미간을 누르며 분노에 의한 두통을 삭혔다.
"뭐, 배고팠던 거겠지."
"조금은 화내는 게 어때! 자기 것을 빼앗겼잖아!?"
"뭐 딱히. 언제든 먹을 수 있고."
"그보다, 에룬스트 가문의 부지 내의 것을 제멋대로....."
"에밀리아, 일단 진정해. 모처럼 멋진 것을 보여주려고 데려왔는데."
"더 기대하게 만들지 말아요."
류디아의 말에, 소년은 쓴웃음을 짓는다.
"보여줘......?"
"네. 제가 마음에 들었으니, 분명 에밀리아도 마음에 들 거랍니다."
"도대체 무엇을......"
"내가 만든 정원."
"뭐?"
"이 앞에 있어."
그의 드문 반응이 재미있어서, 에밀리아는 입가를 들어 올렸다.
"그럼 솜씨를 좀 볼까."
"그럼, 먼저 들어가시죠."
웃지 말라면서, 담장을 지나가기 위한 천을 건네주는 소년. 그것을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받아 드는 에밀리아.
조잡하다면 웃어준다고 속으로 결정하고서, 담장을 지나갔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피버퓨에 휩싸인 분수에 넋이 나갈 것이라고는 모른 채ㅡㅡ
그리고, 만든 그가 아닌 주인이 이겼다는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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