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나무 그늘2021년 11월 13일 23시 54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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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의 류디아 시점.
"자크는 어디에 있어?"
인사도 대충 하고서, 에룬스트 저택을 방문한 니콜라우스가 류디아에게 친구의 소재를 물어보았다.
".......저기, 그전에 조금 상담할 것이 있는데요."
"뭔데."
"......저기 그, 왠지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뭐어? 자크가 널 피할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평소대로의 모습이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그 앞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지, 류디아는 눈썹을 찡그렸다.
"어느 때에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저기...... 비밀의 정원에 갔을 때 손을 잡아주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말로는 칭찬해주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게 된다거나...... 플로라한테는 해주고 있는데......"
말을 들으면서, 점점 니콜라우스의 표정이 어이없다는 것으로 바뀌어갔다.
"그냥 만져주지 않게 된 것이 섭섭할 뿐이잖아."
"만져......!?"
수치심에 입을 다무는 류디아를 보고, 니콜라우스는 탄식하면서 말했다.
"자크가 다른 사람의 여자한테 손을 댈 리가 없잖아."
"엥."
"당신, 왕자 전하랑 약혼 했잖아."
매우 간단하게 해답을 도출해 낸 니콜라우스.
"집사한테 여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배운 모양이네."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종자로서의 교육을 받은 일이 있다면 부주의한 접촉을 금할 것이다.
"뭐, 이제 자크가 만지지는 않겠네."
"그런......"
흘러나온 중얼거림은, 상상 이상으로 절망감에 차 있었다.
"당신, 의외로 바보잖아."
"바.......!?"
"그냥, 당신이 먼저 만지면 되잖아."
"....... 저, 저부터요!?"
생각도 못한 조언에, 류디아는 눈을 부릅떴다.
"그...... 그건 자크가 말하는 성희롱, 아닌가요.......!?"
"자크가 싫어할 리가 없으니, 괜찮아."
애초에, 류디아가 할 수 있는 접촉 따위야 뻔하다.
"....... 자크의 생일 정도는, 조금 솔직해지는 게 어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니콜라우스는 친구의 생일이 있는 달이란 점을 들었다.
"어차피 선물도 정해놓지 않았잖아."
"으......."
정곡을 찔린 류디아는 으, 하며 말문을 잃었다.
"....... 그런 걸로 괜찮을까요."
"어머.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것' 이라니?"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다문 류디아는, 조금 지나자 결의를 다진 듯 양손으로 작게 주먹을 쥐었다.
"오늘은 조금 솔직하게 되겠어요."
그리 선언하며 자신을 북돋는 류디아를 보고, 니콜라우스는 힘내라며 응원했다.
상담하는 동안 무시당하자 조금 삐진 모습의 옐크에게, 기다리게 한 사과를 한 류디아는 정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찾아낸 견습정원사 소년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던 사이, 따라온 니콜라우스가 먼저 그에게 달라붙으며 인사하였다.
첫 번째를 빼앗긴 점도 그렇지만, 항상 간단히 소년과 접촉할 수 있는 니콜라우스를 보고, 류디아는 분함을 느꼈다.
"아가씨가 기뻐해 준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그 말에 동요하여 입술을 깨물며 심장소리에 견디고 있자, 소년이 먼저 말을 걸어서 놀랐다.
류디아가 이후의 과제를 재확인하고 있자, 길가의 벤치에 앉게 하더니 소년한테서 평소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 보, 볼일이 없으면 오면 안 되나요?"
"아니? 아가씨를 만나서 기쁘니 상관없긴 해."
소년에게 전하고 싶었던 일 이상의 대답이 돌아오자 심장이 놀라서, 그만 혼내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이 기껏 노력했는데 그 이상을 가버리는 그도 나쁘다. 류디아의 노력을 인정한 모양인 니콜라우스는,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후 니콜라우스가 견습정원사 소년에게 선물을 건네줬는데, 류디아는 그 금속의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손을 보호하는 것 같다.
헛기침을 하며 평정심을 가장한 류디아가, 자신의 옆에 앉도록 지시하자, 견습정원사 소년은 순순히 앉았다.
하지만 막상 결의를 행동에 옮기려 하자, 동색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아서 더욱 긴장되었다.
"이...... 이쪽은 보지 않아도 돼요!"
"그런 말 해도, 신경 쓰이잖아."
"그럼 눈을 감으라고요!"또 화를 내고 만 류디아는 내심 후회했다. 긴장해버려서, 솔직하게 부탁한 여유가 없었다.
손이 닿도록 벤치 위에서 무릎을 세운 다음, 다갈색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아가씨?"
한창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 눈꺼풀을 뜬 동색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자, 자크는 견습이지만 잘해줬으니, 새...... 생일 정도는 제가 직접 칭찬해줄게요....."
"정말 기뻐. 고마워, 아가씨."
소년은 의도를 이해한 순간, 정말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 하기 힘드니 이쪽 보지 말아요."
그 후, 류디아는 기뻐해 줬다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머리카락의 감촉을 즐겼다.
"거 봐, 기뻐해 줬잖아?"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니콜라우스가 당연하다는 듯한 미소를 보였기 때문에, 류디아는 왠지 분해졌다.
"어째서 자크를 그렇게 잘 아나요?"
"어라.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람."
은연중에 그의 친구라는 자랑을 하자, 류디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전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분노의 목소리에 대화가 끊긴다. 목소리가 난 쪽을 보자, 옐크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꾹 내린 양 주먹에 힘이 깃들어 있다.
"저로서는, 그 소년이 류디아 님께 인정받을만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옐크가 그렇게 말해줄 만한 사람인가요?"
"물론이죠, 중립에 선 공명정대한 에룬스트 공작가의 영애이며, 제1왕자 전하의 약혼녀이며, 미래의 왕비이십니다! 그런 분을 모시게 되어, 저는 정말 영광입니다!"
"그럼 제가 공작 영애도 로이 님의 약혼녀도 아니라면, 옐크는 봐주지도 않겠네요."
그렇게 말한 류디아가 쓴웃음을 흘리자, 옐크는 초조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 그렇지는......!"
"그걸 나쁘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에룬스트 가문에서 태어난 것은 저의 자랑이기도 한걸요."
류디아의 말을 듣자, 옐크는 안도하였다.
"보통은 옐크처럼, 제가 귀족이며 공작영애이며 에룬스트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저를 평가한답니다. 하지만 자크는 좀 별나서, 저 자신을 평가해주는 사람이에요. 덕분에, 저는 자신을 잃지 않고 지낼 수 있답니다."
자연스레 미소가 흘러나온다.
"제게 있어, 자크는 얻기 어려운 사람이에요. 바로는 알 수 없어도, 언젠가 알아줬으면 기쁘겠네요."
혼내는 게 아니라 미소를 짓자, 옐크는 대답할 수 없었다. 주인이 이 정도까지 설득한다면 수긍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정도까지 비호해주는 존재에 질투심도 들었다.
"...... 하지만, 그 남자는 비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왜냐면, 그 녀석은 저보다 먼저 류디아 님을 만나서 신뢰를 얻었으니까요. 류디아 님을 지킬 수도 없는, 그냥 흙을 만지고 있는 녀석인데도, 그 녀석과 있을 때의 류디아 님은 정말 기뻐 보입니다."
"그, 그렇지는......."
"기뻐하고 있잖아요."
류디아가 무심코 부정하려 하자, 가만히 보고 있던 니콜라우스가 단적으로 지적했다.
"2년 먼저 태어났을 뿐인데 저보다 키도 크고, 항상 여유로운 얼굴 하며, 어쨌든 그 녀석은 치사합니다!!"
"마지막은 매우 동의해요."
"예?"
류디아가 찬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옐크는, 놀라서 말을 멈췄다.
"그럴 셈이 아니었다고는 알고 있지만, 자크는 태연하게 제가 못하는 일을 해버리고 말아서 정말 치사해요."
"...... 그, 그렇습니다!"
"쉽사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시도 하고요."
"간단히 사람을 칭찬해버립니다."
"....... 당신들, 그거 칭찬하는 거잖아요."
서로 마주 보며 불만을 말하는 내용에 어이가 없어서, 니콜라우스가 두 사람을 지적했다.
"아뇨, 어엿한 불만이랍니다. 저는 할 수 없는데 정말 치사하잖아요!"
"맞습니다! 남자가 예쁘다 귀엽다는 말을 쉽게 하다니 이상합니다!"
"아, 그러세요......"
이제 멋대로 하세요, 라며 니콜라우스가 지적하기를 포기했다.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옐크."
"예."
"자크를 싫어하나요?"
".......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태도는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여장남자는 싫습니다."
손가락을 뻗으며, 옐크가 단언했다.
"이쪽도 너 같은 망할 꼬맹이는 거절이야."
옐크의 말에, 푸른 핏줄을 띄운 니콜라우스는 경련하면서도 싱긋 미소 지었다.
말다툼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 류디아는 다시 옐크를 바라보았다.
"옐크, 저는 미덥지 않은 주인일지도 모르겠지만, 자크를 생각해줘서 기쁘답니다. 고마워요."
류디아는 미소 지으며 옐크의 짧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옐크는 이상하다는 듯 주인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가요?"
"아뇨...... 그 녀석 때와 다르게, 쉽게 하는구나 생각해서요."
류디아는 볼을 붉히며 서둘러 쓰다듬던 손을 내렸다.
"그...... 그건.......!?"
갑자기 허둥대는 주인을 보고, 옐크를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러지??"
"어린애가 알기에는 아직 빠르다고요."
"뭐라고!?"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아이 취급받자, 옐크는 니콜라우스에게 대들고 그도 그에 응전했다.
자신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게 겨우였던 류디아가 두 사람의 말다툼을 말린 것은 조금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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