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 카모마일
    2021년 11월 11일 12시 13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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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35/

     

     

     

     봄이 왔다.

     아가씨와 레오의 약혼이 결정된 후에도, 내 주변에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댄스 연습과 대타 때문에 파티에 참가할 일이 사라져서, 정원의 작업에 전념할 시간이 늘어났다. 그게 그냥 기뻤다.

     

     하지만, 사실은 기뻐하지 않았다......

     

     댄스의 대타가 필요 없어졌다고 아가씨가 말했을 때, 그토록 싫어하던 댄스의 연습을 하지 않게 되어 좋아했어야 했는데도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했다.

     나는 에룬스트 가문의 견습정원사다. 아가씨가 나아가는 길을 응원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엑스트라조차도 아닌데, 지켜볼 각오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목장갑을 끼운 손을 꾹 움켜쥔다.

     힘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아가씨가 기뻐해줄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합을 넣어서 작업을 재개했다.

     

     "와아, 귀여워!"

     

     "마음에 드셨는지요?"

     

     "네, 정말로요! 로이 오라버님한테 들었던 대로, 에룬스트 가문의 정원은 정말 멋지네요."

     

     "난 거짓말은 안 해."

     

     "알고 있어요~ 앗, 무당벌레....."

     

     떠들썩한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더니, 눈부신 금발 2명과 아가씨가 따스한 햇볕 아래, 울금향이 흔들리고 있는 화단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금발 소녀는 날아가는 무당벌레를 시선으로 쫓다가 나를 발견하고 멈추었다. 뭐냐 그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은 반응은. 딱히 얌전한 체하던 것도 아니면서.

     

     "자크."

     

     "여어, 이자크. 화단의 손질인가?"

     

     "그래."

     

     아버지의 인사에 맞춰서, 나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피리네 님, 그들은 당가의 정원사랍니다."

     

     첫대면이 아님을 모르는 아가씨가 우리들을 소개했다. 그러자, 에르나가 부드러운 동작으로 스커트를 잡고 인사하였다.

     

     "제3왕녀 피리네 에르나 폰 로젠하임입니다. 이런 멋진 정원을 보게 되어 정말 기쁘답니다. 감사드립니다."

     

     주로 아버지 쪽을 향하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버지가 대답하는 사이, 나는 아가씨에게 다가가서 사과했다.

     

     "미안. 손질을 끝내는 게 늦었어."

     

     손님이 온다고는 사전에 들었었다. 올 때까지는 정비해 둘 예정이었는데.

     

     "아뇨, 이쪽이 너무 빨랐어요. 상관없어요."

     

     "우리들 탓이다. 미안. 필이 너무 재촉하는 바람에......"

     

     "그, 그런 일은......"

     

     키득거리며 재미있어하는 레오의 말에, 에르나는 수치심에 볼을 붉히며 말을 흐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가씨도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그렇게나 기대하셨다니, 기쁘네요."

     

     ".......! 하하하지만, 바깥으로 나오는 허가를 받은 게 처음이어서......."

     

     아가씨까지 웃자, 에르나는 초조해져서는 변명을 하였다.

     

     "내가 전례를 만들고 말았으니까."

     

     "전례?"

     

     "필이 7세가 되었다."

     

     레오가 일곱 살 생일 때 피로연 파티를 했으니, 동생이나 여동생도 그걸 기회로 7세 때 프리 데뷔하는 흐름이 되었다고 한다.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인 뒤로는 성 바깥에 나갈 허가를 얻게 되는 모양이다.

     

     "아 그리고, 견습정원사 씨, 저 꽃은 뭐라고 하나요!?"

     

     "아닛......."

     

     더는 견딜 수 없게 되었는지, 갑자기 화제를 변경한 에르나가 나의 손을 끌고는 산책길의 옆에 핀 마취목이 있는 곳까지 데려갔다.

     

     "뭐냐고, 대체."

     

     "저기, 저거 뭐야! 저거 뭐야!?"

     

     "뭐?"

     

     대단한 기세로 눈앞에서 물어보아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르나가 가리키는 것이 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도대체 무엇에 흥분하고 있는 건가. 일단은 레오 일행에게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거리를 두려는 것만은 알겠다.

     

     "류디아 양, 진짜아아아아귀엽잖아!! 뭐야 저거, 요정!?"

     

     "아. 그랬지."

     

     흥분한 원인을 알고는 납득했다. 

     

     "아가씨가 귀여운 것은 당연하잖아. 미소녀니까."

     

     "그렇긴 하지만. 달라, 더욱 틱틱댈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성격도 귀여워!!"

     

     "너도 상당한 미소녀인데, 왜 아가씨한테 반응해?"

     

     "나와 다른 사람은 별개야. 그보다, 타이치...... 가 아니라 이자크는 뭔가 변했는데......?"

     

     "그래?"

     

     전생의 반성을 살려서 고집부리지 않기로 한 것 이외에는 딱히 아무것도 안 했으니, 전생과의 차이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눈이 반짝거리니 슬슬 떨어져."

     

     리얼로 눈부신 미소녀가 눈앞에 있으면 눈이 따갑다. 특히 금발.

     

     "역시 변하지 않았어!"

     

     여전히 실례된다면서 에르나가 볼을 부풀렸다.

     흥분한 탓인지 에르나가 쥔 손에 힘을 더한다. 하지만 목장갑을 넘어선 여자아이의 힘이라서 딱히 아프지 않았다.

     그 에르나의 손에, 다른 하얀 손이 덮인다.

     

     "...... 피리네 님, 손에 흙이 묻어버리겠어요."

     

     그렇게 말한 아가씨는 슬며시 에르나의 손을 나의 손에서 떼어놓고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에르나의 손에 묻은 흙을 닦았다.

     

     "가, 감사해요." 

     

     볼을 붉힌 에르나가 감사를 표하자, 아가씨가 미소 지었다. 그걸 본 에르나는 빗장이 풀린 기세로 아가씨를 안아버렸다.

     

     "저의 언니가 되어주세요!"

     

     "예....... 엣!?"

     

     "어이, 에르나! 아가씨한테 성희롱하지 마!"

     

     "필, 그런 말을 하면 누님들이 슬퍼할 텐데?"

     

     "레오, 따질 부분은 그게 아냐!"

     

     "언니들이야 좋아하긴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 시집가버려서 거의 만날 수 없는걸요. 그리고 전 나이가 비슷한 언니를 갖고 싶었어요."

     

     "아, 저기.......??"

     

     "괜찮죠? 류디아 님."

     

     "저, 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아가씨가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다. 레오는 도와줄 기미가 없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서, 아가씨를 끌어안고 떼어놓지 않는 에르나의 목덜미를 잡고 떼어내었다.

     

     "무리한 말로 아가씨를 곤란하게 하지 마."

     

     "이자크는 쫀쫀해."

     

     뿌우 하면서 에르나가 삐진다. 아가씨의 앞인데 왕녀 모드를 풀어도 되는 걸까.

     

     "저기...... 피리네 님 같은 귀여운 분의 총애를 받아 영광일 뿐이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럼 필이라고 불러주세요, 언니!"

     

     "필 님.....?'

     

     "네, 언니."

     

     에르나는 미소를 가득 지으며 아가씨를 끌어안았다.

     

     "우격다짐인데."

     

     "필은 예전부터 졸라대기를 잘했었다."

     

     내가 어이없어하자, 레오가 장점이라면서 여동생 자랑을 해왔다.

     

     "그런데, 필 님......"

     

     "네, 뭔가요? 언니."

     

     어쩐지 기죽은 모습의 아가씨가 물어보았다.

     

     "자크...... 아니 당가의 견습정원사와 꽤 친한 모양이네요......?"

     

     생글거리며 웃던 에르나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곧장 경직을 풀고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아니라고요, 언니!? 저의 이상은 로이 오라버님 같은 멋지고 똑똑한 분이에요! 이자크 라니 논외, 안중에도 없다고요!!"

     

     "하지만......"

     

     "멍하니 있지만 말고, 이자크도 오해를 좀 풀어!"

     

     "무, 무엇의?"

     

     "당신과 나의 사이를 의 심하고 있잖아! 눈치 좀 채, 바보야!!"

     

     "뭐어!?"

     

     뭘 어떻게 해야 그런 오해가 생겨나는 거야.

     

     "아가씨, 절대 아니라고!? 그냥 두 번째 미아라서 조금 안면이 있던 정도라고!?"

     

     "그러니까, 그건......"

     

     "필 님은 정말 귀여우니까요......"

     

     "확실히 에르나는 미소녀지만, 내가 보기엔 아가씨 쪽이 더 귀여워!!"

     

     "........ 네!?"

     

     "눈동자도 에르나의 보석보다 푸르고, 아가씨의 그 꽃잎 같은 연청색 쪽이 좋아. 그리고."

     

     "아아아 알았으니, 그 입 좀 다무세요!"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싶어서 해명했더니, 어느 사이엔가 얼굴이 새빨개진 아가씨한테 혼났다.

     

     "이제 오해하지 안 해......?"

     

     "두 번 다시 안 할 테니까요......"

     

     "다행이다......"

     

     오해가 풀린 안도감에, 힘이 빠져서 표정이 풀어졌다.

     

     "...... 로이 오라버님?"

     

     "왜 그래, 필."

     

     "언니는 로이 오라버님의 약혼녀 맞나요?"

     

     "맞아."

     

     "괜찮은가요?"

     

     "사이가 좋으니 다행 아닌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생글거리며 웃는 레오를 보면서 에르나가 탄식하고 있었다.

     어째선지, 나중에 다른 의미로 바보가 되었다면서 또 에르나한테 바보 취급당했다.

     

     

     

     어쨌든 아가씨의 오해가 풀리자, 나는 후련한 기분으로 그 뒤의 시간을 보냈다. 며칠이 지나자, 아가씨가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왔다. 아가씨 또래로 보이는 소녀는 카트린 씨와 같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검은 생머리를 어깨너머로 예쁘게 잘라놓았다.

     

     "...... 저택의 부지 내인데도."

     

     "부지 안이라 해도 누군가 한 명은 모셔야만 합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아가씨에게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모습은 스승이며 집사인 하인츠 씨와 조금 비슷하다. 하지만 이 소녀 쪽이 강한 어조다.

     

     "아가씨, 누구야?"

     

     "자크, 그녀는......"

     

     "하인 주제에 류디아 님께 무례한!"

     

     아가씨가 소개하려는 것보다 먼저,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된 소녀가 십자 형태인 앞부분이 뾰족한  금속을 꺼내서는 나를 향해 들이밀었다. 협박으로 목에 들이댈 뿐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일단 피해둔다.

     

     "아, 호위구나. 스틸레토를 갖고 있다니 준비성도 좋으셔라."

     

     "앗, 정원사 주제에 피해버리다니......!"

     

     "나는 어찌 되든 좋으니, 뒤쪽."

     

     뒤를 보라고 가리키자, 소녀는 짜증내면서도 돌아보았다.

     

     "뒤쪽이 어쩌라, 는......"

     

     돌아보니,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숨을 멈추고 안면이 창백해진 아가씨가 있었다.

     

     "호위라면, 아가씨를 두렵게 하지 마."

     

     "으윽......"

     

     소녀가 얼굴을 찡그린다.

     

     "에밀리아...... 그는 동료잖아요. 저의 적과 아군의 구분도 못하나요?"

     

     "하...... 하지만, 이 남자는 류디아 님께 무례한 말을 해서......"

     

     "에밀리아."

     

     "...... 죄송합니다."

     

     아가씨가 나 이외의 사람을 혼내는 거 처음으로 보았다.

     

     "제가 아니라, 자크한테 하세요."

     

     "괜찮아, 아가씨. 내 입이 험한 게 원인이었으니."

     

     "너, 또 그런 무례한 말투를!"

     

     "에밀리아."

     

     아가씨가 노려보자, 에밀리아는 입을 닫았다.

     

     "음...... 연하의 동료가 생겼으니 모범이 되어야겠네. 태도를 바꿔서......"

     

     "안 돼!"

     

     ""예?""

     

     갑자기 나온 큰 목소리에 놀라서, 나와 에밀리아는 아가씨 쪽을 보았다.

     

     "이...... 이제 와서 자크가 격식을 차리는 건...... 싫어요......"

     

     점점 잦아드는 음성으로 말하는 아가씨를 보고, 에밀리아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뒤,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눈감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에밀리아."

     

     일단 화해를 했기 때문에, 나는 인사를 해두었다.

     

     "견습정원사인 이자크 바움게르트너다."

     

     "...... 에밀리아 폰 페히슈타인. 류디아 님이 총애한다고 해서 우쭐대지 마."

     

     "응, 잘 부탁해. 반장."

     

     "뭐!? 이상하게 부르지 마!"

     

     느낀 인상대로 불렀더니, 매우 화를 냈다.

     

     반장이 따지자, 결국 또 싸우는 거냐면서 아가씨한테 혼났다. 나까지.

     나는 내심으로, 공작님이 아가씨에게 호위를 붙여준 점에 안도했다. 이제 아가씨가 위험한 일을 당할 확률이 줄어들었다.

     

     

     

     또 며칠 후, 다른 호위 같은 소년을 데리고 아가씨가 왔다. 이번에는 니코도 함께다.

     아가씨가 벌써 지쳐있는 모습인 것이 신경 쓰인다. 왜 그럴까.

     

     "자크~ 만나고 싶었어요."

     

     "예예, 땡큐."

     

     만나자마자 머리를 안는 니코.

     호위의 소년이 이쪽을 보며 입을 뻐끔거리는 것은 내버려두고, 조금 삐진 것처럼 바라보는 아가씨한테 말을 걸었다.

     

     "아가씨, 괜찮아?"

     

     "따, 딱히 질투하지 않는다고요!?"

     

     "? 아니, 그게 아니라."

     

     움직이기 힘들어서 니코를 떼어놓고는, 조금 전까지 작업하고 있던 화단으로 향했다. 골라놓았던 꽃을 따서는 그것의 다발을 아가씨에게 건넸다.

     

     "자."

     

     "이건, 카모마일?"

     

     "응. 마침 솎아두었던 거라서. 아, 하지만 이건 제대로 골라서 딴 거야!"

     

     "후훗, 데니스한테 혼나도 몰라요."

     

     "아......."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

     

     "뭐야 너! 양다리를 걸친 셈이냐!? 류디아 님께 마의 손길이......!!"

     

     갑자기 나를 가리키며 소년이 외쳤다. 아가씨의 호위에는 기운찬 녀석이 많구나.

     

     "아까 전부터 저런 상태로 나한테까지 외쳐댔지 뭐니."

     

     내 목을 팔로 휘감으면서 니코가 말했다.

     

     "양다리......?"

     

     "아가씨, 기억해도 그다지 의미 없으니 신경 쓰지 마."

     

     주로 니코의 여장남자 연기 때문에 오해받는 모양인데, 인사를 겸해서 해명해두자.

     

     "나는 견습정원사인 이자크 바움가르트너다. 니코와는 친구일 뿐이라고."

     

     악수하려고 내민 손을 치는 호위.

     

     '나는 옐크 폰 코르빗츠! 대대로 기사를 배출한 코르빗츠 백작가 사람이다. 류디아 님의 기사로서 너의 독니를!?"

     

     연갈색의 단발머리에, 니코의 손바닥 치기가 들어갔다. 

     

     "....... 니코."

     

     "하지만, 이 망한 꼬맹이가 나의 자크한테 실례했는걸."

     

     난 나쁘지 않은걸, 하면서 또 머리를 끌어안는다.

     얻어맞은 정수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으면서, 옐크는 어금니를 빼물고 있다. 역시 아픈 모양이다.

     

     "뭐 하는 거야, 이 게이!!"

     

     "여장남자야. 또 자크한테 시비 걸면 용서치 않을 거야."

     

     "난 류디아 님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니코와 옐크가 서로 노려본다.

     아가씨가 지쳐 보였던 이유를 알겠다.

     

     "디아 양, 당신네 강아지니까 제대로 혼내라고요!"

     

     "제, 제가요?"

     

     갑자기 니코가 말하자, 아가씨는 당황했다.

     

     "맞아요. 자, 이걸 멀리 던져지고서 갖고 와,라고 말하세요."

     

     니코는 주변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아가씨에게 던지도록 지시했다.

     

     "니코, 그런 개 같은 일을 진짜로 시킬 셈......"

     

     "가....... 갖고 와~ 랍니다."

     

     영문을 모른 채 아가씨가 던진 나뭇가지는, 몇 걸음 앞에 낙하했다.

     

     "풋."

     

     아가씨의 낮은 공격력을 잊고 있었던 나는, 갑자기 내뿜고 말았다.

     

     "미안....... 아가씨가 귀여워서 그만......"

     

     아가씨의 얼굴이 붉어진다.

     

     "~~!!"

     

     "여기요."

     

     화난 아가씨가 그 공격력이 낮은 주먹을 들어 올리던 참에, 옐크가 방금 전의 그 가지를 양손으로 내밀었다. 의문이 느껴지지 않는 미소를 보고, 아가씨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역시 강아지잖아. 디아 양, 교육은 부탁할게요."

     

     "교육 따윈 하지 않아요!"

     

     아가씨의 전력의 부정이 에룬스트 가문의 정원에 울려 퍼졌다.

     

     

     

     또 며칠 후, 아가씨가 모르는 메이드를 또 데리고 왔다. 아가씨의 호위, 몇 사람이나 있는 걸까. 이 이상 있으면 기억하기가 힘든데.

     아가씨와 같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몸집은 더 작은 소녀는, 조금 큰 메이드복을 입어서 소매에서 손이 안 보인다. 똑바로 걷지 않고 휘청 걸음이어서, 황갈색 머리와 함께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민들레 같다.

     

     "아가씨, 이 애도 호위?"

     

     "네."

     

     "안녕하세요~ 페트라 폰 다마예요~ 아가씨의 호위 겸 메이드를 하고 있어요~"

     

     상대가 먼저 악수한 것은 처음이다.

     

     "저는, "

     

     "견습정원사인 이자크 바움게르트너 씨 맞지요?"

     

     소매 너머로 손을 맞잡으면서 이름을 대려 하자, 반대로 이름을 듣게 되었다.

     

     "저의 가문은~ 재상 직속의 감찰 부대이니 정보수집은 일상이랍니다~"

     

     "그랬구나."

     

     "군인 가문인 에밀리아나 기사 가문인 옐크처럼은 못 싸우지만~ 정보수집은 잘해요~"

     

     귀족사회는 정보조작이 중요하다고 스승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두 사람이 실례했습니다~ 하인츠 씨에게 보고해서 혼나게 했으니 용서해주세요~"

     

     "아니, 화나지 않았는데?"

     

     어느 사이에 그렇게 된 거야.

     

     "그보다, 어떻게 알고 있었어?"

     

     "오오, 주안점이 남다르네요~ 하지만 기업비밀이에요~"

     

     "그래. 물어봐서 미안."

     

     내가 사과하자, 페트라는 어째선지 웃은 채로 잠시 멈췄다. 그러더니 다시 웃기 시작한다.

     

     "이자크 씨는, 재미있네요~"

     

     "그래. 다행이다."

     

     "네~?"

     

     "제대로 웃을 수 있잖아."

     

     페트라는 처음부터 계속 웃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같은 미소여서, 분명 페트라는 미소가 디폴트 상태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방금 전에는 분명 재밌다는 듯이 눈가를 움직였길래, 정말 재미있어서 웃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도 안심했어요. 페트라가 계속 웃지 않길래 뭔가 기분이 상했나 하고 걱정했었다고요."

     

     "표정이 변하지 않으면 걱정되잖아."

     

     다행이라면서 웃자, 아가씨도 미소 지었다.

     

     "후후후~ 두 사람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잘 부탁드릴게요~"

     

     "네, 잘 부탁드릴게요."

     

     "어, 잘 부탁해, 페트라."

     

     인사를 하자, 어째선지 페트라가 불평을 한다.

     

     "저만 따돌림당하네요~"

     

     "뭐?"

     

     "저만 이름으로 불러요~ 따돌림 반대~"

     

     "네에?"

     

     팔을 파닥거리면서 별명을 지어줄 것을 요구받았다.

     

     "저기, 그럼..... 포메?"

     

     왠지 포메라니안 같다. 포메라니안도 웃는 듯한 얼굴이 기본이지만, 항상 즐겁다는 것은 아니다.

     

     "와아~ 포메~"

     

     이런 싸구려 이름으로 괜찮은 걸까.

     

     "그럼~ 귀여운 별명을 지어준 보답으로~ 아가씨가 그 목걸이를 넘겨줄 때까지 걸린 시간을 가르쳐줄게요~"

     

     "왜 오기 전의 일까지 알고 있나요!?"

     

     아가씨가 대단한 기세로 질문하자, 포메는 기업비밀이라며 미소 지은 채 대답할 뿐이었다.

     일단 아가씨가 불쌍할 정도로 새빨개졌기 때문에, 정보제공은 거절해두었다.

     봄은 만남의 계절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꽤나 시끌벅적하다. 뭐가 어쨌든, 호위 인원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도 내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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