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 등 근육2021년 11월 11일 00시 28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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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걱정하는 듯한 부모의 얼굴이 보였다.
그 사실에 놀라서, 류디아는 당황하여 자신의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아버님......? 어머님......?"
"괜찮니? 나의 천사, 어딘가 아픈 곳은 없고?"
"디아, 무서웠지?"
부모의 말을 듣고서, 이제야 잠들기 전에 생긴 일을 떠올렸다.
"괜찮아요."
정확히는, 이제 괜찮았다. 양껏 울었던 탓인지, 지금은 묘할 정도로 냉정하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
"아버님,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고집을 부려서 무리하게 어울려 준 것이니, 부디 카트린은 탓하지 말아 주세요....."
냉정해지자, 자신의 경솔한 행동의 책임을 메이드인 카트린이 짊어질 가능성을 깨달았다.
"안 된다."
아버지인 제랄드가 조용히 거절하자, 류디아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제대로 메이드 장의 설교를 받아야 돼."
류디아가 고개를 올리며 바라보자, 한쪽 눈을 감으며 제랄드가 웃었다.
"없었던 일로 하지 않기 위해서도, 카트린은 반성해야만 한다."
"죄송해요."
어머니의 팔 속에서 고개를 숙이는 딸을 보며, 제랄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디아까지 혼낼 생각은 없었지만......"
"어째서요?"
혼나야 하는 것은 자신인데 왜 혼내지 않을까. 류디아는 의문의 시선을 아버지에게 향했다.
"왜냐면, 이미 혼났으니까."
그렇게 지적당하자, 류디아는 혼난 것을 맞췄음에 놀랐다.
만나러 간 소년에게, 만난 순간 설교를 당하고, 구해졌다 생각했더니 맨 먼저 혼이 나버렸다.
"이미 반성하고 있는 상대한테 또 같은 일로 혼낼 의미는 없으니까."
"디아는 반성하는 것만으로 끝내면 안 된답니다?"
"네......"
두 번 다시 그를 슬프게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 결의를 하며, 어머니의 품속에서 제대로 수긍했다.
며칠 지나자, 제1왕자 로이가 병문안을 겸해 류디아를 찾아왔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류디아 양."
기대에 찬 눈동자를 보면서, 류디아는 입을 열었다.
"....... 전에, 이용하라고 말씀하셨죠."
"그래."
약혼의 이야기를 할 때 말했던 조건을, 로이는 미소 지으며 긍정했다.
"그럼 이용하도록 하겠어요."
"나와 약혼하겠다는 뜻이야?"
류디아는 로이의 말을 긍정했다.
"네. 현시점에서 로이 님 이상으로 저의 결혼상대로 적합한 분은 없는걸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저는, 저의 소중한 자들을 지킬 힘이 필요해요."
누구도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다. 적어도 자신의 손이 닿는 자들이 웃을 수 있는 미래를 원한다.
"그걸 위해서, 저는 세상을 알고 싶어요."
그래서 로이를 이용한다.
"이야, 류디아 양은 정말 믿음직해졌구나."
"자크 같은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럼, 교섭 성립이네. 이제부터 잘 부탁해, 약혼녀 공."
의자에서 일어나서 걸어온 로이는, 류디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류디아도 일어나서 내민 손을 맞잡았다.
"잘 부탁드릴게요, 로이 님."
"물론, 어느 한쪽에 원하는 상대가 생겼을 때는 파혼하는 거니까, 그 점에서 숨기는 일은 없기로 하자."
"알겠습니다..... 하지만 로이 님은 그런 분이 계신가요?"
로이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몰라."
"네?"
"아직 만나지 않았으니까."
만나는 것은 기정사실인 모양이다. 그의 확신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어서, 류디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디아 양도 나중에 만날지도 모르겠어."
"저는......"
부정도 긍정도 즉시 하지 못하고, 류디아는 말을 주저했다. 도대체 뭐가 걸린다는 것일까.
류디아가 곤란해하고 있자,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시선을 주니 로이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로이 님?"
"아니...... 우리들은 서로가 안중에 없다고 생각했더니, 왠지 재밌어서....."
류디아도 우습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와 마찬가지로 웃었다.
둘이서 한껏 웃은 뒤, 서로에게 눈을 맞추었다.
"저, 로이 님이 좋아요."
"나도, 류디아 양이 좋아."
불쑥 전하고, 또한 선뜻 받아들이는 감정.
절대 좋아해서는 안 될 상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절대 싫어할 수 없는 상대다.
이 날의 결단을 후회하는 날은 올 것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즉시 고개를 저었다.
분명,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년도가 바뀌고 신년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정식으로 로이와 류디아의 약혼이 발표되었다.
며칠 후, 류디아는 저택의 정원을 혼자서 산책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담장을, 외투의 후드를 쓰면서 빠져나갔다.
"어라? 아가씨."
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이쪽을 눈치채고 견습정원사 소년이 얼굴을 들었다. 목장갑을 낀 채 땀을 닦았기 때문인지, 볼에 흙이 묻어버렸다.
"아직 안 되었는데."
완성된 정원의 상태를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며 그가 중얼거렸다. 류디아는 소년의 옆까지 이동해서, 그가 작업하던 것을 보았다.
"토끼?"
그곳에 있던 것은 한백국의 하얀 털과 베니벤케이의 붉은 눈동자의 흰 토끼였다.
"이거라면 눈토끼보다는 오래가겠지?"
분수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바라볼 수 있게 다듬은 토끼는 한 마리뿐이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니 더욱 늘어날지도 모른다.
"귀엽네요."
소년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완성되면, 플로라한테도 보여주고 싶어요."
"어, 그렇게 해."
여동생도 기뻐할 거라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승낙해주었다. 다음 예정이 서자, 류디아는 가까운 미래가 기대되었다.
"자크."
"왜?"
"이제 댄스의 대역은 필요 없어요."
"뭐?"
"로이 님과 약혼했답니다."
소년은 동색 눈동자를 휘둥그레 하더니, 한 박자 늦게 이해한 모양이었다.
"축하한다고 말해도 돼?"
"모르겠어요."
"뭐?"
"왜냐면, 저는 로이 님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거든요."
"....... 아가씨는 싫지 않은 거지?"
최종 확인을 구하자, 류디아는 시원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제가 결정한 일인걸요."
"그래. 역시 아가씨는 멋져."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그에게 있어서 최상급의 칭찬을 받는다. 그가 조용히 미소 짓는 것을 보면, 역시 약간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낀다.
"그 말, 기쁘지 않아요."
"칭찬인데."
"칭찬이 아니라고요."
일부러 화난 척을 하고는, 자랑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식으로 웃고 있으면, 그가 칭찬하는 자신으로 있자고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곡 상대해 주실래요?"
류디아가 손을 가볍게 들자, 소년은 알겠다며 목장갑을 바지의 호주머니에 넣고는 공손하게 그 손을 잡았다.
"물론."
서로 왈츠의 리듬을 흥얼거리며, 분수의 주변을 춤춘다.
류디아는 계속 등 근육을 꼿꼿이 폈다.
그가 처음으로 최상급의 칭찬을 해줬던 것이 이거였기 때문에.
이 앞의 미래에 무슨 일이 있다 해도, 등을 쭉 펴고 임하자.
2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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