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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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09월 29일 07시 33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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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530cy/436/

     

     

     

     왼손으로 고우키를 조작하면서, 오른손으로 안경의 위치를 척 고쳐쓴다.

     승부에 임하기 전의 버릇이다.

     

     [크앗! 크앗! 카아!]

     

     이쪽으로 오는 적 중 한 마리......가장 발이 빠른 개체가 위협소리를 내었다.

     나는 먼저, 제일 앞서 공격해오는 '좀비'의 머리를 좌클릭. 힘을 모으는 동안, 온 신경을 집중하여 적의 머리에 크로스헤어를 맞췄다.

     FPS게임에서 일컫는 리코일 컨트롤에 가까운 조작으로, 난 적의 머리가 애인인 것처럼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그리고ㅡㅡ

     

     퍽 하는 소리가 나며 눈앞의 좀비의 머리가 부숴지더니, 그 눈에서 눈알이 새우처럼 튀어나왔다.

     

     "ㅡㅡ하핫."

     

     약간 초현실적인 장면이 되어서, 신중치 못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승점은 한번만 따놓았다.

     

     한 마리의 침묵을 확인하자, 난 재빨리 다음 적을 보았다.

     보아하니 그 녀석은 가장 몸이 멀쩡해서 제일 위험해보이는 개체였다.

     난 그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조금 전과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둘. 다음."

     

     그리고 몸이 납작한 시체한테 같은 동작을.

     

     "셋!"

     

     이제는 몸의 부상이 심한 개체 뿐.

     

     ㅡㅡ이겼다.

     

     그렇게 확신한 때였다.

     

     [카악!]

     

     여태까지 계속 발을 끌고 있었던 좀비가 메뚜기처럼 뛰어오른 것은.

     도약한 높이는 놀랍게도 2미터 이상.

     방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불규칙한 움직임에, 난 한순간 사고가 정체되었다.

     

     "ㅡㅡ!"

     

     이런 때를 위해 손가락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훈련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당해버렸을 것이다.

     

     시프트 키를 누르면서 S키를 입력하여 후퇴.

     동시에 시점을 왼편으로 향하여 몸을 옆으로 향한다.

     이걸로 적의 움직임에 아슬아슬하게 대응할 수가 있었다.

     

     오른다리가 손상된 좀비는, 0.1초 전까지 고우키가 있던 장소를 스치고는 아스팔트에 철퍼덕 누워버렸다.

     

     ㅡㅡ머리, 에서, 눈을 떼지 마.......!

     

     난 그 좀비의 후두부를 노리고, 시커먼 피로 젖은 돌을 내리쳤다.

     

     "넷!"

     

     그걸로 적은 침묵.

     하지만 내심 초조함이 있다.

     여태까지 잘 해나간 것은, 자신의 템포로 작업이 진행되었기 때문.

     하지만 현재의 고우키는, 마지막 한 마리의 공격 때문에 완전히 무방비해진 것이다.

     

     뛰어난 게이머와 그렇지 않은 게이머를 나누는 하나의 지표로, '위기'를 느끼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때의 나는 솔직히 여러 가능성 안에서 '절망'의 두 글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적어도 방어하기 위해 한쪽의 팔은 희생해야만 한다.

     

     "큭......."

     

     나는 또 지켜야 할 자를 지키지 못하는가.

     내심 창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격해 와야 할 좀비는 아무리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돌아보자......이게 무슨 일인가.

     

     나의 어리석은 동생이며 겁쟁이인 료헤이가, 마지막 한 마리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일부러 안전한 집에서 나온 것이다.

     

     [이 녀석! 이 녀석!]

     

     그는 지금, 되찾은 삽을 써서 발치에 누워있는 좀비의 몸을 열심히 때리고 있다.

     

     "바보같은 놈......"

     

     적은 거의 기동력을 잃었다고는 하나, 만의 하나의 일도 있는데.

     

     좀비들의 피로 바지를 더럽힌 그는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ㅡㅡ저 싸움 방식."

     

     완전 글러먹었다.

     좀비와 싸울 때는 몸통을 공격해봐야 거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공격한다면 때리기보다 찌르는 편이 훨씬 좋다.

     

     "이건......나중에 설교를 해줘야겠군......."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 녀석이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고 싸웠다는 점.

     그 하나만큼은 좋게 평가해주기로 했다.

     

     동생은 거기서 이제야 내가 조작하는 좀비의 시선을 눈치챈 모양인지, 서둘러 삽을 던졌다.

     그것을 향해 정확하게 E키.

     고우키가 공중에서 잡는다.

     

     그리고 어린 아이한테 마리오의 움직이는 법을 가르쳐주듯이, 신중한 손놀림으로 마지막 한 마리를 끝장냈다.

     이걸로 다섯.

     

     "후우."

     

     PC앞에서 심호흡한다.

     어쨌든, 이걸로 이 주변의 안전은 확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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