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5 우리 용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2021년 08월 30일 02시 41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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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166108810

     

     

     

     결국, 릭은 로랑을 따라가기로 정했다.

     로랑의 체면을 세워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그의 대사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시대였다면, 너는 죽었다."

     

     물론 지금은 모험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이겼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릭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부숴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제대로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로랑의 입장에서는, 이걸로 아루루가 맡긴 난제를 어떻게든 해결했다는 뜻이 된다.

     

     "로랑의 집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어린 시절에는 가끔씩 로랑의 집에 놀러갔었다.

     가끔 놀아주는 이웃집 형 같은 존재였다.

     

     "릭, 다리는 괜찮아?"

     "응."

     "무리하지 않아도 돼. 어깨를 빌려줄 수도 있는데."

     "괜찮다고. 여차하면 봉을 쓰지 뭐."

     

     릭은 조금 전의 싸움에서 약간 다리를 삐었다.

     참고 걸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로랑은 걸음걸이를 보고 간파한 모양이다.

     

     "야생의 짐승은 상처입고 약해져도 태연한 표정을 짓지. 약해진 것이 알려지면 위험하니까. 하지만 인간은 짐승이 아니라서 부탁해도 상관없다는 사실을 기억해 둬."

     "그렇게 아프지 않다니까."

     

     그런 로랑의 잔소리를 흘려넘긴다.

     이것 참, 어린 시절과 변함없잖아.

     릭은 어느 정도 안심했다.

     

     

     

     계단처럼 된 고목의 뿌리를 밟으며 언덕을 어느 정도 내려가면 로랑의 집이 있다.

     릭의 집보다 더욱 외진 곳에 있다.

     

     "왜 그래. 빨리 들어와."

     "아, 응."

     "조금 쉬었다 가도 돼. 바로 돌아가면 쪽팔릴 거다."

     "......그건 그래."

     "조금 더 애태우는게 좋아."

     

     놀리는 듯한 어조였다.

     릭은 그걸 흘려들으며 현관을 지나쳤다.

     

     "그다지 변하지 않았네."

     "바꿀만한 곳도 그다지 없으니까."

     

     실내는, 릭이 어렸던 무렵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뭐, 편히 쉬어. 잠깐 샤워 좀 하고 올게."

     "아, 응."

     

     로랑은 그렇게 말하고 뒷문으로 나갔다.

     이 집은 뒷마당에 지하수가 올라와서, 그걸 우물 대신으로 쓰고 있다.

     

     "그건 그렇고, 낡았구나."

     

     릭은 중얼거렸다.

     집이 난잡한 것은 전부터 그랬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보다도 집 안이 조금 더 낡고 어질러진 것처럼 보였다.

     

     "기다렸지."

     "아, 로랑."

     

     로랑이 방으로 돌아왔다.

     아직 젖은 몸에다 천 하나를 말아놓고서 방에 들어온 것이다.

     

     "왠지 집안이 더 어질러졌는데."

     "뭐, 낡았으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먼지가 쌓여있다고."

     "제대로 쌓였다면 들이마실 걱정도 없어."

     "아루루가 보면 '가정부를 고용하면 돼' 라고 말할지도 몰라."

     

     로랑은 푸훗하고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술도 마시나 보네."

     "맞아. 진통제 대신이지."

     "진통제?"

     

     로랑은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탁자 위의 병을 바라보았다.

     갈색 병을 손에 들어서 내용물을 몇 방울 입 안으로 흘려보냈다.

     

     "요즘 묵은 상처가 쑤셔서 말야. 비오는 날에만 그러는데, 벌써 그런 나이일지도."

     "그랬구나......무슨 상처길래?"

     "흔적이 남지 않은 상처 쪽이라고나 할까......"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문이 열렸다.

     

     "릭! 역시 여기에 있었구나! .......그런데."

     

     아루루가 방에 들어오더니, 그대로 천 하나만 입은 로랑을 보고 얼어붙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다.

     

     "로랑! 왜 벗고 있어! 너희들 뭘 한 거야~!"

     "라는데."

     

     로랑이 곁눈질로 릭을 바라보며 웃었다.

     릭도 쓴웃음을 지었다.

     

     "농담 좀 그만해."

     

     릭은 로랑을 나무란 후, 아루루 쪽으로 돌아보았다.

     

     "저기 아루루."

     "릭! 그 얼굴 뭐야~!"

     

     아루루가 외치며 릭에게 달려갔다.

     

     "다쳤어!"

     "아니 이건 로랑이 입힌 건데, 어쩔 수ㅡㅡ"

     "로오오오오오오랑! 용서 못 해! 죽인다!"

     

     아루루는 릭의 말을 모두 듣기도 전에, 로랑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손에 든 '용사감찰관 핸드북' 으로 로랑의 안면을 가격했다.

     

     "으억."

     "릭한테 부상을 입히지 말라고 말했잖나 용사 로랑디스틴! 고소해주마! 아니 재판도 필요없지! 네놈은 사형이다! 용서 못 해!"

     

     "아루루 잠깐만 기다려 보라니까."

     "우리 용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것도 알몸으로!"

     "잠깐잠깐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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