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1 법을 어기지 않아도 사람을 도와줄 수는 있다
    2021년 08월 26일 01시 23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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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949844114

     

     

     

     "용사......하아. 진짜 쫄았네."

     

     소녀는 드디어 진정하였다.

     일단 위험분자는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두려워하면서도 몸을 일으킨다.

     

     "저기. 안녕."

     "아, 안녕."

     "왠지 죄송하네요."

     "......신경쓰지 마세요."

     

     묘하게 뜸을 둔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약간 껄끄러운 분위기는 사그라들었다.

     

     그 소녀는 릭과 같은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주근깨가 돋보이는 얼굴에, 붉은 머리를 짧은 두 가닥으로 땋아놓았다.

     튜입을 입고 기하학문양이 자수된 붉은 케이프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저, 저기......"

     

     릭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하고 있었나요?"

     "어, 야, 야야야약초를 좀."

     

     소녀는 어깨에 메고 있던 바구니를 릭에게 보였다.

     바구니 안에는 붉은 뿌리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채, 채집한 것 뿐이고, 딱히 수상한 자는 아닌데요."

     

     소녀는 왠지 변명같은 대사를 말했다.

     

     "좀 봐주세요! 내놓을 수 있는 건 뭐든 내놓을 테니!"

     

     마치 산적이라도 만난 듯한 말투다.

     

     "아, 그런 사람 아닌데요."

     "네?"

     "괜찮아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앗. 하지만."

     

     릭이 그렇게 말하자, 소녀는 쉽사리 납득했다.

     

     "그럼 됐어요."

     

     태세전환이 빠른 소녀였다.

     안시한 모양인지, 웃으면서 허리 부근에 묻어있던 흙을 턴다.

     

     "그런데 저기, 당신은 뭘 하고 있었나요."

     

     소녀가 물어본다.

     릭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음, 숲속에서.....봉을 휘둘러서......바위를 쪼갰습니다."

     "정신병자다!"

     "아니라구요!"

     "상식적으로 판단하라고 상식적으로!"

     

     그 후에 자초지종을 설명해서, 어떻게든 오해는 풀었다.

     

     

     

     "오, 아크우드 씨의 아드님이었네요....."

     

     릭이 아크우드의 아들이라고 하자, 소녀는 곧장 릭을 믿게 되었다.

     덤으로 어조까지 정중해졌다.

     

     "빨리 말해줬으면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그랬을지도......"

     

     릭은 부모의 이름을 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딱히 부모에게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꺼려졌다.

     

     "하지만, 용사는 좀 더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어떤 식으로?"

     "근육이 우락부락하며 가시가 박힌 갑옷 같은 것을 입고 커다란 검을 들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무슨 용사의 이미지가 그래."

     "연극에서는 그런 느낌이잖아요."

     "그건 과장되었다고! 여러가지로!"

     

     

     자.

     대중들이 용사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는 대략 이하의 두 가지다.

     

     1 : 연극과 이야기의 등장인물 + 역사에 나오는 영웅 + 초인적 히어로

     

     2 : 예비 범죄자 + 사회불안요소 + 위험인물

     

     

     릭은 이 사실에 익숙하다

     익숙하기는 하지만, 납득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눈앞의 소녀에게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어쨌든 용사라고 해서 다 그런 느낌은 아냐."

     "흐음~"

     "......애초에 양손검은 불법이라서 들 수 없어. 허가를 받아야지."

     "양손검은 뭔가요."

     "양손으로 드는 검. 한손으로 드는 것이 한손검이고."

     

     용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릭은 검의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느낌으로 말야."

     

     릭은 양손으로 대검을 휘두르는 흉내를 내보았다.

     양껏 말해준 뒤에, 소녀가 말했다.

     

     "사용하면 불법인데도 잘 아시네요."

     "윽......"

     

     촌철살인.

     소녀의 악의없는 대사가 릭의 가슴을 찔렀다.

     

     

     

     그녀의 말로는, 그녀의 집은 북쪽 강변에 있다고 한다.

     

     "머네. 왜 약초를 캐러 이런 곳까지 온 거야."

     "아~ 우리 할아버지가 병에 걸려서요."

     "그랬구나. 심각해?"

     "심각하지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잘못 물어보았나, 하고 릭은 잠시 후회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변이 잘 안나와서요."

     "아, 예."

     "뭐, 그만큼이나 건강한 할배도 없을 거예요."

     "그, 그래. 다행이네."

     "어쨌든 소변에 잘 듣는 약이 있는데요, 이거. 좀처럼 찾기 어려워서요."

     

     소녀는 바구니 안의 약초를 보여주었다.

     잎을 보니 떠올랐다. 본 일이 있는 풀이다.

     

     "그거 많이 나는 곳 알고 있는데, 데려다줄까?"

     "어, 정말인가요."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아."

     

     소녀는 기뻐하였다.

     그렇게나 기뻐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기 때문에, 릭은 놀랐다.

     

     그렇게 그녀를 그 장소로 안내해주기로 하였다.

     

     

     

     "저거 맞지?"

     "맞아요. 이거예요.....하지만."

     

     소녀는 찾고 있던 약초의 군생지를 보고, 반만 기뻐했다.

     

     "......여기 무덤이잖아요."

     "하지만 이런 곳에 돋아난걸."

     

     릭이 안내한 장소는, 도로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오래된 묘지였다.

     이제는 묘지를 방문하는 사람도 얼마 없는 장소였다.

     

     "괜찮다고. 오래된 묘니까."

     "어떻게 괜찮은데요."

     "최근에 새로운 시체는 묻히지 않았다는 뜻."

     "......뭐 상관없나."

     

     소녀는 약초채집에 착수했다.

     릭도 도왔다.

     약품생산은 금지사항이지만, 이건 불법은 아니다.

     

     "고마워요. 릭은 할아버지의 오줌의 은인이에요."

     

     소녀를 바래다줄 때, 그녀는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다.

     말투는 약간 신경쓰였지만.

     언동으로 보아, 이런 성격인 모양이다.

     

     "저희 집 근처에 오면 들러주세요."

     "응. 고마워."

     "그 부근에서 제일 큰 농장이니, 바로 알 거예요. 헤헤헤."

     

     릭은 그녀를 배웅하며, 꽤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다.

     감동한 것이었다.

     

     "......역시 사람을 도와주면 기분좋구나."

     

     마음 속에 있던 정체된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역시 안 돼!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릭은 그렇게 결심했다.

     

     "법의 헛점을 찾아서, 합법적으로! 불법은 아니게!"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대사였지만, 그 결심은 진짜였다.

     용사 릭아크우드, 16살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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