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8 밤중에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2021년 08월 23일 03시 52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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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269983593

     

     

     

     "그런데, 슬슬 괜찮은가요?"

     "뭐가?"

     "검 말이에요, 돌려주지 않을래요?"

     

     실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조금 전까지 릭이 앉아있었던 의자에 멋대로 앉았다.

     릭은 조금만 더 검을 만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실크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자 마지못해 검을 검집에 되돌린 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릭은 실크의 맞은 편에 앉았다.

     

     "슬슬 괜찮을까요?"

     실크가 말했다.

     "어, 그래."

     "본론을 말하겠어요."

     

     "조금 전 것은 본론이 아니었구나."

     "조금 전이라뇨?"

     "새로운 옷을 보여주러 온 거라 생각했어."

     "5할 정도는 그래요."

     "5할이면 절반이잖아."

     

     참고로 실크가 전에 왔을 때는, 새로운 옷을 보여주고 그대로 돌아갔었다.

     결국 그게 십할이었던 것이다.

     

     "물론 얼마든지 보셔도 상관없지만요."

     "이미 넘치도록 봤다고."

     "입어보고 싶으면 입어도 좋아요. 오히려 부디 그러셨으면."

     "싫어."

     "릭은 몸의 선이 가늘어서 꽤 적당할 거라 생각하는데요."

     "알겠으니 빨리 본론을 이야기 해."

     

     ".......요즘 뭔가 이상한 일은 없었나요."

     "오늘은 시말서를 썼어."

     "그 외에 이상한 일은."

     "이상한 손님이라면 지금 와 있는데."

     "귀여운 손님이 온 것은 그렇다 치고, 다른 것은요?"

     "음~"

     

     그 밖에 이상한 일이라고 하면, 물론 헛간의 일이다.

     하지만 실크에게는 숨기기로 했다.

     

     "없어."

     

     릭은 그렇게 말해두었다.

     

     ".......부모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해적퇴치를 하러 갔다던데."

     "아하, 남부 호호로카인가요."

     

     실크는 납득한 모양이다. 확실히 부모가 말했던 곳도 그런 지명이었다.

     

     "뭐 그건 둘째 치고, 평소대로죠?"

     "뭐야. 끝맺음이 시원찮은데."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는데요......"

     

     실크는 뭔가 말하기 어렵다는 듯 뜸을 들였다.

     

     ".......릭, 밤중에 무기를 들고 돌아다녔나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괜찮지만요."

     "너는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용사요."

     

     기나긴 침묵.

     실크는 좀 미안해졌는지,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였다.

     

     "음, 실례했네요."

     "정말 실례라고!"

     "요즘 이 부근에서 그런 인물의 목격정보가 있어서요."

     "그게 왜 나인 거야."

     "너무 억눌러서 이상해졌나 하고요."

     

     실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하는 건지 진지한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나 억눌리는 걸로 보이려나."

     "좀 그래요."

     "실크 정도로 억눌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릭은 그런 말을 하며 반박했다.

     실크는 그걸 무시했다.

     그리고 나서 테이블 위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리는 동작을 하며 몇몇 지명을 거론했다.

     마을에서 서북쪽에 있는, 릭의 집의 북쪽에 해당하는 구역이었다.

     

     "그 주변에 그런 불한당이 나온다는 말이구나."

     "그래요. 무기같은 것을 든 남자같은 인물이, 그 주변을 얼쩡대며 배회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 같대요."

     " '같은'이라는 단어가 많네."

     "어두워서 잘 몰랐던 모양이더라고요."

     "길을 헤매던 사냥꾼이 늦게 돌아갔을 뿐 아냐?"

     "그런 거라면 좋겠지만요."

     

     실크는 묘하게 뼈가 있는 말투로 대사를 가로막았다.

     용건은 그것만이었는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 이야기는 잡담으로 생각해주세요."

     

     잡담으로서는 실례되는 이야기였지만, 매번 있는 일이다.

     릭은 실크를 현관까지 배웅했다.

     

     "릭도 다음에는 이런 옷을 시도해볼래요?"

     "아니. 됐습니다."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데에."

     "여자옷을 입고 싶은 타입이 아니라고. 너랑 다르게 말야."

     "하하."

     

     실크는, 그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분명, 네가 더 압박이 심하다고."

     "그 비교는 나중에 해보죠."

     "그보다, 무기를 들고 밤에 어슬렁거리는 남자는 너잖아?"

     "그건 아닌데요. 그 지역은 지나가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싱긋 웃었다. 흰 치아가 드러난다.

     

     "저라면 여자아이로 보일 테니까요."

     

     그건 틀리지 않았다.

     모른 채 실크를 보았는데 남자라고 생각할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 평안하시길."

     

     실크가 떠나는 것을 배웅해준 후, 릭은 테이블로 돌아갔다.

     선 채로, 무김코 그가 놓고 간 과일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나서 한숨을 쉰 뒤, 중얼거린다.

     

     ".......역시 나일지도."

     

     릭은 과일을 공중에 던지고, 그걸 받아들기를 몇차례 되풀이했다.

     

     "그 부근이라면 발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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