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7 룰 2 : 용사의 문장은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
    2021년 08월 23일 02시 04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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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415368597

     

     

     

     아루루를 배웅한 뒤, 릭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책을 읽으며 지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이, 이미 어둑해지기 시자했다.

     조명을 켜면서까지 책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딱딱한 빵을 떼어내고는, 잼과 리예트를 발라 식사를 끝냈다.

     

     식사한 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손님이다.

     어차피 이 시간에 오는 사람은 대략 정해져 있다.

     

     "안녕, 실크."

     "평안하셨나요, 릭."

     

     실크는 익숙한 발놀림으로 집에 들어왔다.

     

     "아, 이거 드세요. 우리집의 부엌에서 빼내온 거지만요."

     "고마워."

     

     실크는 보자기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 안에는 감귤류가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고급품이다.

     나이프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기 어렵기는 하지만, 신선식품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이거 귀여운 거 같은데, 어때요?"

     "어떻냐고 말해도 좀."

     

     이 날의 실크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걸 자랑하는 것처럼 빙글 하고 한바퀴 돌아본다.

     

     "실루엣이 괜찮죠? 윤기가 있어서 드레이프가 잘 돋보여요."

     "드레이프? 아아, 주름 말인가."

     "주름이 아니라고요."

     

     실크는 언짢아하며 말했다.

     짙은 갈색 머리는 어깨보다 약간 떠오른 부위까지 똑바로 드러워져있다. 약간 졸린 듯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신발도 새것이에요."

     "걷기 힘들어보여."

     

     그렇게 말하며 왼발을 들어서 보여준다.

     신발도 검다. 아니, 짙은 보라색인가. 다리를 감싼 기다란 장화에 비하면 색이 약간 옅다.

     굽이 꽤 높은 신발이어서, 발이 작게 보인다.

     

     "그런 신발을 신고 여기까지 온 거야?"

     "아하하, 솔직히 발이 조금 아플지도. 하지만 괜찮죠?"

     "하지만 검은 들었네."

     "그야. 그렇죠. 이것만은."

     

     실크의 허리에는, 검이 채워져 있었다.

     

     "호신용으로 있어야죠."

     "좋겠다아. 그 검."

     "그 쪽으로 반응을 주셔도 좀."

     "보여줘보여줘."

     "하아. 뭐 상관없지만요."

     

     실크는 약간 시간을 들여서 무기를 떼어냈다.

     릭은 조심스레 그걸 받아들었다. 손잡이에 아직 체온이 남아있다.

     손에 들어보니 꽤 무겁다. 그리고 길다.

     

     검을 빼들어보니, 얇은 도신이 희미하게 휘어져 있다.

     레이피어, 이른바 세검이다.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다.

     릭은 거머쥔 손을 들어서 검투의 자세를 취해보았다.

     

     "허리를 더 내리지 않으면 안 돼요."

     "그래?"

     "몸이 너무 정면을 향했어요. 그리고 체중도 앞으로 쏠렸고요."

     

     실크가 지적하는 것에 맞춰서, 릭이 자세를 고친다.

     

     "역시 배우는 게 빠르......앗, 가르쳐놓고 말하기 뭣하지만, 이거 불법행위네요."

     "레이피어도 불법이었나?"

     "불법이 당연하잖아요."

     

     "...........소유자는 너니까 무허가소지가 아니고, 딱히 들어본 것 뿐이고 뭔가를 베지 않았으니 사용하지 않았어. 불법에 해당되지 않아. 라는 거는 어때?"

     "아하하. 상당히 검정에 가까운 회색이네요."

     실크는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변명으로 통할지도 모르겠네요. 말주변이 늘었네요."

     "아루루 덕분이지."

     "하지만 용사의 문장은 발동해요."

     

     그 말에, 릭은 굳어버렸다.

     

     ".......역시?"

     "그 마법은 무기를 장비하면 불법으로 판정지어요. 조금 전 릭의 변명을 판결소까지 가지고 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법은 발동해요. 용사가 날붙이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법상태로 판단되어서 마법의 발동조건이 충족돼요. 그 계통의 마법은 정말 융통성이 없으니까요. 반대로 그 특성을 이용해서 우회하는 것도 가능하지만요."

     "우회한다니?"

     

     "빛마법에 고도의 상황판단을 하는 기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문장의 발동조건을 채우지 않고 범죄행위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릭이 아기를 품고서 절벽에 서서 지금이라도 아기를 절벽 밑으로 떨어트리려 한다고 쳐봐요."

     "그런 짓 안 해!"

     "예를 들면의 이야기라고요. 그 때, 용사감찰관이 용사의 문장을 발동시켜도, 릭은 구속되지 않아요. 왜냐면 용사가 아기를 품는 것도, 절벽에 선 것도, 들고 있는 것을 손에서 놓으려 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니까요."

     "흐음.......아니, 그런 짓은 안 할 건데."

     "한다면 저도 좀 그럴 거예요."

     

     실크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스스로 말한 주제에, 잘도 그런 생각을 하는구만."

     "만약의 이야기라니까요. 어쨌든, 용사의 문장에는 추론하는 능력이 전혀 없어요. 발동한 시점에서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정할 뿐이에요. 이걸로 단속할 수 있는 것은 불법품의 소지여부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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