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0 합법무기 : 노송나무 곤봉 +99
    2021년 08월 25일 02시 08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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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400303273

     

     

     

     릭은 그 봉을 손에 들고 숲 속을 돌아다녔다.

     왠지 순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누구한테 부탁받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어린 시절에 하던 놀이의 연장.

     막연한 기분 전환이었다.

     

     처음에는 부근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들었었다.

     조금 더 철이 들자, 무기를 고르게 되었다.

     되도록 튼튼하고 보기 좋은 나뭇가지를 골라서, 그걸 버리지 않고 다음 놀이에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나뭇가지를 발견하면 그것과 교환한다.

     

     그 습관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수 없는 교환 끝에.

     릭은 어느 날, 궁극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나뭇가지' 를 발견했다.

     그것이, 그가 성장한 지금도 손에 들고 있는 봉이다.

     

     그 봉의 정체는 몰랐지만, 릭은 노송나무의 나뭇가지라고 생각했다.

     봉의 정체를 릭이 알게 되는 것은 꽤 나중의 일이다.

     

     그렇게, 릭은 얼마간 걸어서 오래된 도로에 도착했다.

     도로라고는 해도, 지금은 숲 속에 파묻혀버린 듯한 돌바닥이 줄지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곳만은 나무가 없기 때문에, 지금도 통로로 쓸만하다.

     릭은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당분간 걸어가자, 큰 바위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전까지 이어진 비 때문에 작은 산사태라도 일어난 모양이다.

     

     "오. 좋아."

     

     바깥을 어느 정도 걸어서 릭의 기분이 어느 정도 풀렸지만,

     불현듯 약간의 장난기가 샘솟았다.

     

     릭은 봉을 검처럼 쥐었다.

     길을 막은 거석은, 방황하는 드래곤.

     손에 든 봉은, 장검.

     마치 어린애같은 망상이었지만, 유치한 일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던 것이다.

     

     "이얏."

     

     릭은 소리를 내며 거석을 때려, 아니 베려고 했다.

     손에 든 봉은 웅웅소리를 내며 돌에 충격을 주었다.

     그걸 몇 번이고 반복했다.

     

     처음은 머릿속의 어영부영한 것을 세차게 내리치는 듯한 기분이었지만.

     점점 무념무상이 되어갔다.

     연타, 연타.

     바위는 묵묵히 그걸 받아들였다.

     

     "아~ 지쳤어."

     

     릭은 만족했는지 손을 멈췄다.

     움직임을 멈춘 순간, 이마가 땀에 젖었다.

     봉을 쥔 손이, 꽝꽝 아팠다.

     

     "이런 짓도 어린애같으려나......"

     

     릭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쩐지,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 이 놀이에 끝을 내야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것으로 왠지 기분도 풀렸으니."

     

     그래,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 말야.

     머릿속에서 그렇게 덧붙인다.

     뇌리에 어째선지 아루루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

     

     "어?"

     

     바위에서 묘한 소리가 났다.

     

     "이건......"

     

     낮은 땅울림같은 소리. 그것은 처음에 릭이 때리고 있던 장소에서 시작하여, 마치 물드는 것처럼 바위 전체에 퍼졌다.

     충분히 퍼지자, 바위의 내부에서 뭔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팡.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바위의 표면이 돌멩이가 되어 퍼져나갔다.

     한번 그게 시작되자, 마치 생나무라도 태우는 것처럼 같은 파열이 바위의 이곳저곳에서 일어났다.

     주위에 돌멩이가 튀어오르고, 작은 파편이 릭의 주변까지 날아오른다.

     

     "좀 위험한데?"

     

     릭이 한걸음 물러섰다.

     

     그것은 마치, 배가 가라앉는 것과 비슷했다.

     바위 전체가 붕괴를 시작했다. 마치 녹아버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단단한 소금을 물로 녹이듯이.

     

     "우와~"

     

     하얀 모래먼지.

     조금 전까지 바위였던, 돌과 모래의 산.

     그걸 본 릭은 얼빠진 소리를 냈다.

     

     "바위는 쪼개지는 거구나."

     

     릭은, 봉술에 있어서는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걸 두 눈으로 목격한 릭은, 우울한 표정이었다.

     

     "역시 보통이 아닌가봐, 난."

     

     역시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눈앞의 파괴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릭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제 돌아가자.

     돌아가서, 조용히 지내자.

     아루루가 말한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살아볼까.

     

     용사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그런 자기연민에 빠진 채, 릭은 고개를 들었다.

     희뿌연 모래연기의 저편에, 사람의 형체가 있었다.

     

     그곳에 있는 자는 어린 여자애였다.

     소녀는 약간 떨어진 나무의 밑에 주저앉아있었다.

     그녀는 주저앉은 채 손발을 휘적휘적 움직이고 있었다. 뒤로 물러서려고 하지만, 등에 나무가 부딪혀서 그 이상은 물러서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괴, 괴, 괴물이다......"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몬스터다~!"

     "아닌데요! 사람인데요! 용사인데요!"

     

     릭은 무심코 외쳤다.

     

     "용사도 사람이에요!"

     "켁, 용사!"

     

     릭의 진심어린 외침에, 소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귀여웠지만, 어조가 거친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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