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4 모험시대의 상식은 현재의 비상식입니다
    2021년 08월 29일 03시 20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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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133552962/914254776

     

     

     

     릭은 적의 뒤를 잡았다.

     그래서 릭은 재빠르게 봉을 끌어들여서 양손으로 큰 방패를 드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토끼가 달려나가는 듯한 자세로, 봉을 내밀면서 태클을 건다.

     

     노리는 것은 당연히 남자의 무릎 뒤다.

     무릎을 뒤에서 쳐서 강제적으로 굽혀지게 하여 자세를 무너뜨리려는 공격이다.

     

     "오, 의외로 좀 하네."

     

     하지만 남자는 뒤를 잡혔으면서도 이걸 막아내었다.

     대검을 지면에 꽂으면서 몸을 돌리며 정강이의 갑옷으로 그걸 받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버리더니 권투의 자세를 취했다.

     

     남자는 옆으로 몸을 돌리더니 주먹을 날카롭게 뻗었다. 세검술의 응용같다.

     릭도 봉으로 이것에 대응했다.

     

     상대는 몸을 돌려서 릭의 대각선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릭은 그걸 피하고는 봉으로 투구의 표면을 쳐올렸다.

     

     "이제 됐다."

     "어딜."

     "릭 군. 휴전이다, 휴전." 

     

     남자는 뒤로 물러섰다.

     들어올려진 철가면 밑으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 역시 로랑이었네."

     ".......알았으면 도중에 그만두지 그래."

     

     로랑이라 불린 남자는 자신의 코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듯 드러난 얼굴에 손을 대며 투구를 벗고는 땀에 젖은 머리를 흔들었다.

     투구에 달려있던 철가면은, 이음새 부분이 찌그러져서 어긋나있었다.

     

     로랑은 이빨 사이로 기나긴 한숨을 쉬었다.

     구리색 머리카락이 머리에 눌린 것을 손으로 털었다.

     

     "뭐 어쨌든, 훌륭하다고나 할까."

     

     로랑디스틴은 미남이라고 해도 좋은 용모의 남자다.

     릭의 어렸던 시절의 기억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앳됨이 사라졌지만, 수많은 기록에 '천사같은 미모' 라고 기재된 이목구비는 지금도 여전하다.

     

     "로랑,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뭐 잠시 기다려 봐. 일단 갑옷 좀 벗겨줘."

     

     로랑은 아무렇게나 투구를 내팽개쳤다. 그리고 오른손의 건틀릿을 벗고 그것도 내팽개쳤다.

     그것들은 상당한 무게를 느끼게 하는 소리를 내며 지면에 떨어진 뒤, 흙먼지를 일으켰다.

     

     "아, 더웠다."

     "그래서?"

     "......그리고 물도."

     

     로랑은 집게손가락을 세웠다.

     잠시 기다려, 라고 할 때 그가 자주 하는 몸짓이다.

     

     그는 그늘에 두었던 자루에서 물을 꺼내서 목을 축인 다음, 머리에도 끼얹었다.

     

     "릭도 마실래."

     "응."

     

     그는 병의 입구를 천으로 닦고 나서 릭에게 던져주었다.

     이상한 곳에서 섬세하다고 생각하면서, 릭도 물을 마셨다.

     

     "주저없이 품 안에 들어온 다음 투구의 시야가 좁은 것을 이용하여 뒤에서 자세를 무너뜨린다. 거의 정답이군. 본능적으로 했다고 한다면 무서울 정도로."

     

     로랑은 릭의 싸움법에 그런 평가를 더했다.

     

     "실력이 비슷한 상대라면 넘어졌겠지. 그 다음은 쉬운 싸움이 되었을 테고. 내게 검을 버리게 할 정도까지는 대단했다."

     "마치 자기가 이겼다는 말투인데."

     "이겼어."

     

     로랑은 눈에 힘을 주며 릭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는 방금. 한번 죽었다."

     

     

     

     릭이 의아한 눈으로 로랑을 바라보고 있자, 그는 릭의 얼굴을 가리켰다.

     뺨에 손을 대보자, 땀이 아닌 감촉이 들었다.

     손가락을 보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베인 것이다.

     상처가 얕아서 벌써 피도 굳었지만.

     어느 사이에? 이해할 수가 없다.

     

     "옷도."

     

     로랑이 말했다.

     옷의 소매가 어느 사이엔가 올라가 있었는데, 뺨과 함께 베인 상태였다.

     

     "이런 것이 있는데 말야."

     

     "로랑은 아직도 몸에 걸치고 있던 왼손의 건틀릿을 릭에게 보였다.

     손가락을 손바닥에 대는 동작을 취하자, 손가락 사이에서 가느다란 날붙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암기라는 것이지."

     "치사해!"

     

     릭은 분했다.

     

     "치사하지 않아. 이것은 검술시합도 귀족의 결투도 아니니까."

     "으~"

     "모험시대에선 암기 정도야 상식이었지. 다시 말해, 지금의 평화로운 시대의 무술의 시합이었다면 네 승리였겠지만 모험시대의 기준이었다면 넌 이미 죽었다. 조금 더 밑을 노렸다면 목줄기였으니."

     

     로랑은 검지를 목에 대며 옆으로 긋는 시늉을 하였다.

     

     "그래서 조금 전의 이야기인데......부탁을 받았다."

     "아루루한테?"

     "응. 부탁이라기보다, 행정명령이라고 말했지만."

     

     로랑은 한숨을 쉰 다음 자신의 투구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왼손의 건틀릿과 갑옷의 허리띠를 벗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루루는 이렇게 말했다. [릭을 강제로라도 말려. 꼭 막아야 하지만, 정말 막을 수 없다며 함께 헛간에 들어가서 지켜줘. 그리고 절대 부상은 입히지 마. 부상을 입히면 용서 안 해. 이것은 행정명령이니라] 라더군."

     "심한 말인데."

     "그렇지? 용사로서는 용사감찰관 공의 행정명령을 무시할 수가 없어. 직권남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지만, 아루루는 여동생같은 느낌이니 여동생의 생떼라고 생각해둬야지."

     

     릭과 아루루에게 있어, 로랑은 어린 시절부터 아는 사이다.

     그렇게 빈번하게 만났던 것은 아니지만, 자주 놀았었다.

     

     "자,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너는 부상없이 말리기에는 너무 강해. 그래서 협박해준 다음 돌려보내려 생각했는데, 설마 돌진해 올 줄이야. 의외로 다혈질적인 면도 있구나."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기 말야......아니 됐다. 자, 결국 부상을 입히고 말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아루루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어. 그런데, 어쩔래? 조금 전에도 말한대로 지금의 시대의 무술대회라면, 네 승리다. 이겼다는 걸로 치고 헛간에 들어가도 좋아. 하지만 모험시대의 기준으로는 넌 죽었어. 죽은 사람은 헛간에 들어갈 수 없지."

     

     로랑의 어조는 마치 이쪽을 평가하는 듯 하였다.

     

     "그 경우, 난 우리집에 죽은 너를 데리고 간다. 상처의 응급치료도 해줄 거다. 성심성의껏 하지 않으면 아루루한테 혼나니깐. 어떻게 할지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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