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0 화2021년 08월 18일 13시 53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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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지는 전장의 한복판에 주저앉아있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설귀에게 새끼고양이처럼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그런 텐지에게 염귀가 돌아왔다.
"마지막 한 마리만 남기고 전부 섬멸시켰습니다."
너무나 빠른 섬멸보고에, 텐지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마지막 개체는 왕을 위해 투옥시켰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아직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시, 실례했습니다! 전부 맡겨주셨는데 5분이나 걸리고 말아서......모든 지옥수들에게 더욱 정진하도록 말해두겠습니다."
"아니, 그런 일이 아닌데. 뭐 됐어. 일단은 고마워."
"예!"
뭔가 착각한 듯한 염귀였지만, 착각을 바로잡는 것도 억겁으로 느낄 정도로 지쳐있었던 텐지는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그대로 설귀에게 등을 기대면서, 염귀에게 전했다.
"부상자는 있었어?"
"저기~.......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 싸움을 시작한 것은 학장님이니, 그 녀석의 마무리는 리이메이 학장님께ㅡㅡ"
텐지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번쩍하고 눈부신 빛이 눈앞에 내려오자, 그곳에서 리이메이 학장이 나타났다.
"무슨 바보같은 말을. 새치기는 매너위반이라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게냐? 이 싸움에서 가장 공적을 쌓은 자가 마지막을 장식해야 하는 게야."
텐지는 깜짝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휠체어에 타서 딱한 모습이 된 리이메이 학장의 모습이 있었다. 전투중에 다리가 마비되었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 광경에 바로 납득하였다.
"알겠습니다. 염귀, 마지막 한 마리를 데려와."
"저기~.......알겠습니다."
텐지의 지시를 듣고, 염귀는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마지막 한 마리가 여기에 오는 사이, 리이메이 학장은 너덜너덜한 텐지를 내려다보면서 느긋한 어조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내가 물어봤던 거 기억하느냐?"
"저기....... [네 역할은?] 이었나요? 아니면ㅡㅡ"
"그래, 그거야. 그래서 넌 이 싸움을 통해서 뭔가를 거머쥐었느냐?"
질문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갖고 있었다.
"예, 많은 일을요."
"그래, 그거 다행이구먼. 그래.......일방적으로 묻는 것도 좀 그러니, 나에 대해 가르쳐줘야겠구나."
운이 좋게도, 텐지와 리이메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서는 나를 빛의 마녀라고 부르는 일이 많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인 게야. 내 천직의 정식명칭은ㅡㅡ [광암전도사] 라는 것이란다, 희한하지?"
"광암전도사......마술사가 아니라, 전도사인가요? 대뜸 마술사나 마도사 쪽의 명칭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래, 난 마법과 마술을 조종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란다. 전달하고, 이끄는 자, 이것이 나인 게야ㅡㅡ내 인생은 계속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단다."
† † †
울스타=리이메이가 천직에 눈을 뜬 것은, 던전이 전 세계에 출현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여다.
약관 41세의 여성이 운명에 인도되어 천직을 각성하자, 점점 화두가 되더니 어느 사이엔가 '빛의 마녀' 라고 불리는 0급 탐색사까지 올라가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와 친척의 반대도 많았다.
아이도 있는 41세의 여성이 갑자기 죽을 수 있는 직업에 임하겠다고 말을 꺼냈으니,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딸은 리이메이를 전력으로 응원해주는 가족이었다. 그래서 리이메이는 탐색사가 되었다. 가족을 위해서, 이 혼돈이 시작된 세계를 위해서 자신의 역할이 있다면 전력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ㅡㅡ그녀가 전 세계적인 탐색사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세계의 전부를 알고 싶다는 지식욕에 몸을 맡겨서 여러 던전을 돌아다니며, 제1기 던전시대의 기초를 쌓아올린 한 사람으로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곧장 몸의 한계가 찾아왔다.
애초에 41세에 위험한 일을 시작한 그녀의 직업수명은 그리 길지 않아서, 겨우 10년 만에 그녀는 프로탐색사로서의 인생에 막을 내렸다.
그 뒤에 바로 마죠르카의 학장이라는 자리를 맡아주지 않겠냐는 오퍼가 들어온 것이 계기로, 리이메이는 자신의 천직에 대해 이제야 마주하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다.
마법에 뛰어난 천직이라면 대부분 '~마술사' 라는 정식명칭이 붙는다. 같은 0급 탐색사인 모모세 리온의 천직명은 '나선마술사' 여서, 0급이기 때문에 이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변명은 할 수 없다.
울스라=리이메이의 천직은ㅡㅡ '광암전도사'.
그녀에게 있어서는 정말 싫은 이름이었다.
신이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주역인 것이 당연했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가 장기여서 1등을 거머쥐는 것이 당연했다. 공부도 못하는 것이 아닌, 하면 되는 아이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순조롭게 대학까지 진학하여, 의사인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다. 정말로 순조로운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부여받은 역할은 '전달하고, 인도한다' 라는 것 뿐.
마치 너는 이 세계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래서 현역시절엔 그 사실을 마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하여 미래의 탐색사를 길러내는 학교의 학장이 된 후로 그 생각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이다.
'애초에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하면 되는가.'
물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누구한테서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학장을 계속하는 동안에 그녀는 몇 명의 유능한 탐색사 지망생들을 만났다. 정말 우수한 학생들 뿐이어서, 지금 와서는 모두 세계적인 탐색사가 되었다.
하지만 달랐다.
그들이 아니라고 직감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ㅡㅡ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처음에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쿠로우 후유키라는 일본인 소년이 입학해왔을 때였다. 다른 학생과는 분명히 다른, 가까운 것을 느꼈다. 희미하게 빛의 능력이 반응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확증이 있던 것이 아어서, 다른 학생들보다 약간 신경쓰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1년 반 후, 자신의 역할에 확증을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단골 파스타점에서 만난, 아마시로 텐지라는 소년.
빛과 어둠의 마법을 조종하는 리이메이의ㅡㅡ어둠의 부분이 강렬하게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전도사라는 역할에 대답을 찾아낸 기분이 들었다.
울스라=리이메이는 얼마 안 남은 인생을 걸기로 했다.
아직 성격조차 모르는 아마시로 텐지라는 소년에게, 모든 것을 걸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것인지, 틀린 것인지, 그건 모른다.
설령 틀렸다고 해도, 이것이 울스라=리이메이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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