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8 평화로운 일상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2021년 07월 09일 00시 1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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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이 오늘의 예정입니다. 그러니 편히 쉬고 주십시오."

     

     수가 읽어내리는 스케줄을 들으면서, 달달한 향기의 홍차를 한 모금.

     영지로 돌아온 날에 악몽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 이후, 매우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 날,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지려버렸다.

     베아트가 무표정하게 어두운 방 안에서 핑크다이아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가벼운 트라우마가 되었다.

     미인의 무표정이라니 좀 봐줬으면 한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가 될 것 같군. 이런 매일이 계속되면 좋겠어."

     "요즘은 평화롭네요. 그 이래로, 마리 경도 조용하구요."

     

     "마리 경인가.....후후, 녀석도 귀족이 되었으니까."

     

     마리 경이란 이름을 바꾼 '미즈다 마리' 를 말하는 것이다.

     

     "그 노인들도 도착할 것 같아서......조금 더 조용해지겠네요."

     "그래, 그 사람인가. 진짜 가족같았지."

     

     사이좋은 노년부부의 감시가 붙으면 더욱 안심할 수 있겠다.

     

     "그만큼이나 협박.....교육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주인님께 감사해야해요. 평소였다면 베어진다해도 불평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갑자기 이 세계의 상식을 요구해도 좀......같은 일본인이라서 허술한 대응이었을지도 모르겠다만."

     "주인님은 친한 사람에게 상냥한 분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이 있는 장소에서 그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됐어, 내가 한다. 너한테 그런 일까지 맡기지는 않을 거라고?"

     

     "대귀족이라며 떵떵거릴 필요는 없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면 성가져시기 때문입니다."

     "그래, 선처하지. 너한테는......오빠한테도 신세를 지고 있으니, 더러운 일까지 손을 대지 마라."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 싱긋 웃기만 할 뿐 대답은 안 한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들과 '산책' 하러 나간 안주인님은.....슬슬 돌아오실 거라 생각합니다."

     " '산책' 말이지."

     

     위스를 데리고 '산책' 을 매일 아침에 나가고 있는 베아트.

     요즘은 딸들이 동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안심이다.

     베아트와 발키리부대와 드래곤만으로도 과잉전력인데, 카츄아와 아나스타햐까지 함께인 것이다.

     

     "하지만, 산책하다가 도적단이나 마물......외국의 첩보부대원을 사냥해오는 것은 보통인가? 귀족답지 않다고 비판을 듣지 않을까?"

     "변경백 가문의 여식이라면 태연히 하는 일인 모양입니다. 흑기사와의 훈련이 신부수업인 영지가 있으니 문제없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약간 식은 홍차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부디 위스는 정숙하게 자라기를, 하고.

     

     

     "냐아아아, 계산이 맞지 않는다냐아아아아!!"

     

     옆방에서 들리는 카타리나의 비명에, 홍차를 내뿜을 뻔 했다.

     

     "시끄럽다! 무슨 일이냐, 카타리나."

     "냥!? 죄, 죄송합니다냥, 각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자,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일하는 중이었다.

     머리는 푸석푸석하고 스커트를 걷어올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서 서류와 씨름하는 중이었다.

     

     ".......조금 더 점잖게 일해. 너도 백작 공이잖아."

     "우우, 이 모습이 편합니다냥......그리고 백작이라고 해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냥."

     

     손으로 머리카락을 재빨리 정돈하고 스커트를 내린다.

     

     "너한테는 여자의 매력에 대한 강습이 필요하겠어. 이대로 간다면 노처녀가 되고 만다고? 그래도 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냥."

     

     "그래서, 왜 소란피웠지? 원인은 뭐였고?"

     "아, 네. 이것입니다냥."

     

     그렇게 말하며 내민 것은, 주민들의 기록부였다.

     

     "이건가......계산이 가능한 자와 글자를 쓸 수 있는 자를 늘렸을 터인데, 아직도 부족한가?"

     "마리 경이 예비의 계산을 맡아준 덕에 이래 뵈어도 꽤 나아진 편입니다냥."

     

     "그래. 좋아, 나도 조금 돕겠다."

     "네? 각하께서?"

     

     ".......너, 무시하고 있지?"

     

     일본에서는 영업직이었다.

     서류업무를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평소에는 결제의 싸인만 했으니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요점은 이것과 같은 것이 있다면 단번에 끝난다는 거다......카피할 수만 있다면."

     "카피이? 그건 뭡니까냥?"

     

     .......마법으로 카피는 할 수 없을까?

     문득 그렇게 생각해서 백지에 빛마법을 담아보았다.

     

     "아, 된다."

     "각하, 놀지 말고 업무를.......냐냐냐!!??"

     

     불만스러워했던 카타리나였지만, 내 수중의 서류를 보고 크게 놀랐다.

     

     "이, 이렇게나 빨리 끝나다니.........각하, 뭘 하신 겁니까냥!?"

     

     너무 우쭐했나?

     그런 불안감이 들자, 문이 열리며 베아트와 아나스타샤가 들어왔다.

     

     "제스트 님, 카타리나를 돕는 중인가요? 휴식으로 차라도 어떤가요?"

     "의부님, 수고하셨어요."

     

     "그래, 고마워. 그렇게 할까."

     

     일단 물러난 카타리나를 곁눈질하면서, 아나스타샤가 내어준 홍차를 마신다.

     

     "........저기, 아나스타샤. 이세계인의 빛마법을 배우고 싶지 않아?"

     "!?"

     

     베아트의 옆에 앉아있던 그녀가 반응하였다.

     

     "선조 대대로 이어진 마법의 안에, 카피 마법은 있었나? 아니, 없었겠지. 이건 사무직용이니까."

     "그, 그런 마법을 제게 가르쳐주시는 건가요?"

     

     "그래, 이걸 배워서 카타리나를 도와줬으면 해. 가신들과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일을 도와주면 기뻐할 거라고?"

     "네! 의부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무심코 사악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 녀석은 빛마법 매니아이니, 이런 표현을 쓰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기뻐하는 아나스타샤에게 카피마법을 다 가르치자, 베아트가 천천히 이쪽으로 와서 귀띔을 하였다.

     

     "제스트 님도 아버지와 할아버님과 똑같은 미소를 짓게 되었네요.....이상한 일에 쓰면 안 돼요."

     "그런 표정을 지었어? 쓰지 않아. 내 부인은 베아트 뿐이라고 말했잖아."

     

     그 사람들과 닮았다고 들으면 약간 힘빠진다.

     이런 때에는 베아트 성분을 보급해서 기운을 내볼까.

     그녀를 이끌어서 무릎 위에 앉혔다.

     

     "후후, 어리광쟁이였네요. 무겁지는 않은가요?"

     "무거울 리가 있겠어. 여기는 베아트의 지정석이니까......가끔 카츄아도 앉지만."

     

     "딸이니 화내지 않아요. 하지만, 딸 이외의 여자를 태우면 안 돼요?"

     

     볼을 부비적거리면서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각하, 독신은 괴롭습니다냥. 자기 집무실에서 부탁드립니다냥."

     "카타리나도 참. 의모님의 기뻐하는 미소를 볼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요. 그건 그렇고 이 마법은 대단하네요!"

     

     ......나중에, 카타리나한테도 누구 좀 소개시켜주자.

     

     

     

     독신귀족인 카타리나를 배려해서 자기 집무실로 돌아간 뒤, 베아트와 알콩달콩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 녀석이 난입해왔다.

     

     "아빠, 이제야 마력이 사그라들었으니 들어온게야. 무슨 짓을 했길래 엄마한테 혼나......우오오오오오, 대, 대낮부터 뭘하는게야!"

     

     "이 정도야 애정표현의 하나이니 문제없잖아. 가족한테 보여도 곤란하지 않다고."

     "후후, 그렇네요. 가족이라면 상관없어요."

     

     "으으으으, 왠지 평소보다 사이좋은게야.....그, 그보다 큰일난게야!!"

     

     "뭔데. 또 도마뱀들이 위스를 납치했어?"

     "아닌게야! 엄마와 똑같은 메이드가 엄마의 엄마여서.........아아아아! 영문을 모르겠는게야아아! 어쨌든, 섹시한 엄마같은 메이드 차림을 한 사람이 온게야!"

     

     ......섹시한 엄마같은 메이드?

     아하!! 라미아 장모님인가!!

     

     "뭐야, 라미아 장모님이잖아."

     "확실히 자주 닮았다고 들었어요."

     

     "".......어, 어디에 있어!?""

     

     제도에서 궁정마도사를 하고 있을 터인 라미아 장모님이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다.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 카츄아와 베아트를 데리고 안뜰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를 카오스한 상태였다.

     

     "위스는 정말 귀엽네. 그렇게 생각하지?"

     

     "말씀대로임다."

     "위스테리아 님은 최고입니다."

     "저기, 슬슬 머리에서 내려와서.....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홀홀홀, 귀여운 도마뱀이구먼. 자, 손."

     "이제 제스트는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당신들한테는 지지 않는다구요?"

     

     "가, 강해......."

     "이 싸움법은 제스트 주인과 똑같다."

     "하, 할배의 흑마법.......장난아니네......"

     

     지면에 쓰러진 드래곤들과, 그걸 내려다보며 위스를 귀여워하는 변경백 일가.

     

     "여러분, 오랜간만입니다. 정정해보여서 다행입니다."

     "할아버지, 잘 지내셨나요......어머니도 참 또 메이드복을....."

     

     "오오, 오랜만이구먼. 약간 성가신 일이 생겨서.....모두 함께 왔다네."

     "이 멤버가 함께라니 무슨 일입니까? 어디랑 전쟁이라도 하십니까?"

     

     "홀홀홀, 눈치가 좋구먼. 자칫 잘못하면 드워프들과 전쟁하게 생겼다네, 대원수공."

     "변경백군도 제스트의 지휘하에 들어가니, 잘 부탁해."

     "궁정마도사를 대표해서 나도 참가할 거야. 자, 명령서."

     

     농담으로 말한 일이 진짜가 된 순간이었다.

     넘겨받은 명령서를 떨리는 손으로 넘겨받고서, 천천히 열어본다.

     그곳에는 커다란 문자로 이렇게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대공 제스트=가이우스=터미너을 대원수로 임명한다.

     전군을 지휘하여 국경을 지키도록

     그리고, 세세한 일은 맡긴다.

     

     .........맡기기 전에 설명 좀 해주시죠, 황제폐하.

     말로는 낼 수 없는 그 외침을 눈치챈 변경백이, 멍하게 서 있는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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