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2 왕비의 생각
    2021년 07월 05일 21시 57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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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943db/153/

     

     

     

     "이제야 하루가 끝났나?"

     "그런 모양입니다. 이 방은 대기실에 가깝지만, 심야에는 여기서 보내는 모양입니다."

     

     젊은 할배들의 상대에서 시작한, 살인적인 스케줄의 하루가 이제야 끝났다.

     후반에는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애매한 수준이다.

     

     방의 반대쪽 소파에는, 츠바키와 마르스 왕자가 제각각 죽은 눈으로 누워있었다.

     

     "그래서, 내일은 어떤 예정이지?"

     "예. 왕비님과 교대로, 병사들과 마을의 유력자들의 대응입니다. 이제 곧 이쪽에 오실 왕비님과 정보교환을 해서....."

     

     거기까지 말했을 때, 문이 열렸다.

     

     "하아.......역시 이 나이가 되면 결혼식은 힘드네. 아, 그렇게 서 있지 않아도 돼. 결혼식 기간중에 가까운 사이끼리 예의를 차리면, 아무리 엘프라 해도 쓰러질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은발의 엘프는 화려한 장식의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얇은 옷만 남게 되자, 내 반대쪽에 있는 소파에 누웠다.

     

     "놀랐니? 이게 엘프식의 회합이란다. 사돈 관계가 되는데 형식상의 인사 따윈 쓸모없어. 이런 극한상태에서 만나는 편이, 그 사람의 본심을 들여다보기 쉽잖아? 뭐, 예전부터 전해지는 말일 뿐이지만."

     ".......그럼, 그에 따르지요. 츠바키의 의부인 제스트입니다. 카츄아의 의부도 되겠군요."

     

     "후후, 아직도 그런 어조네. 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릴게. 난 저 바보아들의 어머니. 이름은 에리시아......평소에는 왕비님이라고 불러."

     "평소에는......입니까. 지금은 에리시아 공으로 부르라는 뜻인지?"

     

     "공도 필요없어. 이 방에는 한집안 사람들만 있는데.....그렇게 진지하게 굴다간 머리가 벗겨질 거다?"

     

     입을 가리면서 키득거리는 그녀.

     키는 170cm정도이 장신이고, 모델 체형인 미녀다.

     과연......이건 재상이 반할만도 하다.

     

     "설마 카츄아가 당신의 딸이 될 줄이야. 다시 말해, 당신은 믿을 수 있다는 뜻이겠네."

     "아, 엘리시아. 믿고서 아빠한테 말해두게나."

     

     배를 드러낸 카츄아가, 고개를 이쪽으로 돌려서 말한다.

     

     "그래. 저기, 제스트. 재상파를 모은 것은 선왕의 계책이야. 바보왕자가 뒤를 이으면 틀림없이 싸우게 될 거라 생각해서, 내가 속이기로 한 거야."

     "호오. 꽤나 시원하게 밝히셨군요."

     

     "후후, 날 갑자기 믿으라고는 말하지 않을게. 이 결혼식 기간 안에 지켜봐주었으면 해. 다만, 이건 기억해 둬. 나도 당신에게 협력하겠어. 마르스를 왕에 올리고 싶은 뜻한 같으니까."

     "지금은 그 말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일단은 결혼식에 집중하고 싶은 것은 같은 뜻입니다."

     

     "정말 주의깊네. 뭐 좋아. 그래, 그래서 면회의 인수인계 건 말인데......"

     "수,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주인님."

     

     도중에 수한테 떠넘긴 내가 모두의 치료사가 되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부류의 일은 수한테 맡겨두면 틀림없으니까.

     

     ".....이걸로 전부야. 당신 정말 말귀를 잘 알아먹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겐 주인님 뿐이라서요."

     "에리시아, 너무 빼가려고 하면 아빠의 적이 되어버리는게야. 그쯤에서 해두게나."

     

     역학관계는 카츄아 쪽이 강한가?

     물어보지 않았으면 다행이었지만, 난 호기심에 지고 말았다.

     

     "엘리시아 공을 그냥 부르다니, 카츄아와는 어떤 관계지?"

     "아, 카츄아는 내 교사를 하고 있었어. 아이 무렵부터 고개를 들 수 없었거든."

     

     그렇게 철야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혼식 이틀 째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수, 얼굴의 근육이란 경직되는 것이었구나."

     "주인님, 미소입니다. 근성으로 웃는 것입니다."

     

     뭐냐 그 이론은......정신론에도 한도가 있다고.

     그녀도 상당히 지쳐있을 것이다.

     

     "수, 손을 내밀어."

     ".....네?"

     

     놀라는 그녀의 손을 강제로 쥐고서, 치료마법을 걸어준다.

     

     "네가 쓰러지면 드래곤들한테 사고를 일으켜서 어영부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조금만 더 버텨라."

     "감사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사고를 일으키는 것은.....좋은 수단일지도 모르겠네요."

     

     차라리, 이 나라를 없애도 좋지 않을까?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하던 무렵, 그자가 나타난 것이었다.

     

     "흥! 이렇게 여자와 속닥거리는 남자가, 제국최강? 그럼, 난 대륙최강의 전사다!"

     

     필사적으로 말리는 주변의 병사들을 가볍에 날려보내며 다가온 남자.

     키는 190cm는 여유롭게 될 것 같은 근육남이다.

     

     "히끅......어이, 제국의 검 형씨. 당신 강하지? 나도 엘프의 나라에선 최강이라고 일컬어진다고....재상의 졸개가 된 카리스 따위보다 말이야."

     

     "그, 그만두십쇼! 위험합니다, 아무리 마셨다고 해도 위험합니다."

     "누가 좀 장군을 말려봐!!"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은 사람인데....."

     

     주변의 병사들은 에워싸서 보기만 할 뿐이고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너희들한테 죄는 묻지 않아. 막사에서의 연회이니.....이정도의 일로 뭐라고 소란피울 정도로 까칠한 남자도 아니니까."

     "주인님, 대단한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는 이벤트라고.

     듬뿍 시간을 들여서, 다른 면회일정을 날려버려주겠다.

     

     "엘프의 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겠지만......난 애초에 어떤 영지의 기사단장의 양자였는데, 예전엔 매일처럼 이런 소동이 있었다. 신경쓰지 않으니 안심해라."

     

     미소지으면서 말하자, 안도하는 분위기가 주변에 퍼졌다.

     

     "하지만.....이런 일을 일으킨 녀석은 말로 해도 알아먹지 않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할지 알겠지?"

     

     갑자기 마력을 전력으로 개방하면, 쫄아서 '그, 그만하겠습니다' 라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

     여기선 가볍게 마력을 보여주며 꾀어내기로 했다.

     

     "자, 연회의 여흥이니 죄는 묻지 않겠다. 이 제스트, 이 자리에서 맹세한다. 그러니 안심하고서......"

     

     부오오오옹하는 굉음이,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조금 전 시비를 걸었던 장군이 있던 장소에서, 어느새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안색을 달리한 발키리부대가, 나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녀들도 눈치챈 모양이다......저 연기의 안에 괴물급의 녀석이 있다는 사실을.

     

     "너희들은 떨어져 있어. 수를 부탁한다."

     

     그 말에 조용히 수긍한 그녀들은, 수를 중심으로 원진을 짜며 물러났다.

     그걸 확인하고서, 난 마력강화를 전개하며 자세를 잡았다.

     

     "후하하하하, 대단한 마력! 최강이라고 자칭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연기 안에서 나온 자는, 거대한 도끼를 메고 있는 기다란 푸른 머리카락.

     여자 수인이다.......견수인으로 보인다.

     잔상이 많이 난 가죽갑옷을 입은, 그야말로 전사같은 모습이다.

     

     "연회의 여흥이지? 자, 나와 놀아라! 제스트!"

     

     호전적인 미소로 그리 말하고서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끈으로 난폭하게 묶는다.

     ........세계는 넓구나......이렇게나 강한 녀석이 아직도 있었나.

     

     "그래, 좋다. 이름을 들어볼까."

     

     발키리들이 들고 온 나의 검을 뽑아들었다.

     

     "아, 이름을 대지 않았었지. 뭐, 생사의 결투가 아니니, 지나가는 수인이면 되겠지? 편하게 가자고."

     

     날의 부분만 해도 자기보다 커다란 그 도끼를, 한손으로 가볍게 휘두르면서 그렇게 말한다.

     

     "너, 정말로 싸우고 싶을 뿐인 바보녀인가.....뭐, 좋아. 어느 쪽이든, 이대로는 수습될 것 같지 않으니 그 콧대를 꺾어주겠다."

     

     검을 상대하게 향하면서, 멋진 대사를 말했다.

     여운에 잠긴 나의 귀에 그 말이 들어올 때까지는......최고의 기분이었다.

     

     "수왕님,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결혼식의 축하는 내일입니다만?"

     "조용히 있겠다는 약속으로 데려왔더니 이러기입니까......"

     "어~이, 수왕폐하를 찾았다~! 여기다~!"

     

     수인국의......수왕폐하는 여자였구나.

     수왕한테 바보녀라고 말했는데, 연회의 여흥이니 봐주십시오.

     그녀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면서, 난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주인님. 눈물 좀 닦아주세요. 볼품없습니다."

     

     수, 마무리 일격은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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