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 상인의 사용처2021년 06월 25일 22시 25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943db/112/
"주인님, 상인이 왔습니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베아트에게 필사적으로 설명한 뒤에야 겨우 풀려난 내게, 수가 물어보았다.
"상인과 바로 만나겠다. 그런데 수, 네 탓에 이런 꼴이........"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안주인님의 것을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베아트한테 혼나잖아!"
"네? 어째서요?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를 맡고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혹시, 수인은 그런 건가? 인간족은 그렇지 않은데?"
"앗!? 그랬었나요!"
"과연........이제야 납득했다. 종족을 차별할 셈은 아니지만......종족마다의 상식에는 차이가 있었던 모양이로군."
"놀랐습니다......인간족도 대뜸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소니아 님이 특수했던 것이네요."
.........자연스럽게 스승의 성벽을 알고 말았다.
"특수하지는 않아. 남자라면 원하기는 해. 하지만 여자가 싫어하니까 안 하는 거야. 스승님의 일은 말하지 않도록 해."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럼, 주인님? 가볼까요."
수인족과의 차이에 놀라면서도, 상인이 기다리는 방으로 향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스트 공작각하. 타냐의 부하인 카르파라고 합니다."
"카르파인가, 잘 부탁한다."
"네, 제스트 각하의 마음에 드실 물건을 준비해왔습니다."
눈앞에다가 바쁘게 물건을 늘어놓는 20대 후반의 여성.
"이 마도구는 최신식인데........"
여러가지로 소개하는 카르파였지만, 난 베아트에게 줄 선물이 필요한데.
그녀는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최신식 마도구의 화력과 휴대성을 열변하고 있었다.
이 녀석........혹시?
"카르파, 잠시 괜찮을까?"
"네, 네엣! 뭔가요, 각하."
".......네 가게......장사 안 되지?"
"!?"
역시 정답인가.
입을 뻐끔거리면서 새빨개지는 카르파.
"타냐 녀석, 나한테 어떻게든 해주라는 의미인가?"
"저, 저기......각하, 이것을."
건네받은 것은 타냐의 편지였다.
"각하라면,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각하께 건네주라고 하셨습니다...."
송구스럽다는 듯 해명하는 카르파에게도 차를 내어주고는, 편지를 읽는다.
"하아........"
무심코 한숨이 나온다.
타냐의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이 카르파를 자기 대신 제도의 책임자로 맡기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애는 능력이 있는데도 경영이 괴멸적으로 서투르다.
제도의 책임자가 되면, 귀족 상대의 영업이 늘어난다.
어떻게든 할 수 없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교육해서 카르파가 쓸만해지면, 제도에 정보수집의 수단이 늘어난다.
거기다, 타냐한테도 은혜를 입힐 수 있고.
잘 궁리했구나.
"카르파, 넌 경영이 서투른가?"
"네, 말씀하신대로예요.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아서요."
"어쩔 수 없지. 타냐의 부탁이니, 공작가 비전의 경영술을 전부해주겠다."
"공작가 비전!? 그런 오의를 제게!"
"그래. 하지만, 이 비전은 가볍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냐. 네게도 각오가 필요하다."
"각오......인가요?"
"이걸 전수하게 되면, 여러가지로 협력해줘야겠다."
"협력....."
"난 영지에 있어서, 제도의 일을 입수하기 어렵다. 그래서 타냐가 내 영지에 오는 일도 있다. 알고 있지?"
"그렇네요, 그래서 협력인가요."
이해한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흠, 이런 식의 협상은 이해하는가......그럼, 경영도 간단할 텐데."
"아뇨......그게 잘 안 되어서요....."
이렇게, 카르파에게 영업의 노하우를 전수하게 되었다.
영업직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카르파, 넌 너무 어렵게 생각해. 사실 간단한 일이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니요?"
"넌 너무 설명이 많아. 먼저 상대가 말하게 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
"상대가 말하는 건가요......"
"이야기를 듣는 일은 피곤하다고. 같은 시간이라도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것과 타냐의 설교를 듣는 것. 어느 쪽이 피곤할 지는 자명하겠지?"
"확실히....."
"상대도 그래. 거기다 귀족은, 상대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필사적이다. 더욱 피곤해지지."
"그래서, 제 손님들은....."
"먼저 상대가 기분좋게 떠들게 만든다. 그 중에서 열쇠가 되는 말을 찾는 거다. 무엇을 원하는지, 예산은, 원하는 시기는, 결정권자는 누구인지, 그리고........왜 원하는지. 지금까지 그렇게 조사한 적이 있었나?"
".......아니요."
"최소한 그 정도를 모르면 얕보인다고. 먼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군."
"그렇네요......감사합니다, 각하. 이제부터 잘 부탁드리겠어요!"
포니테일을 기운차게 휘날리며 고개를 숙이는 카르파.
너무 길게 머물렀기 때문에, 오늘은 이만 돌아간다고 한다.
아직 제도에 머물기는 하니까.
선물도 천천히 고르면 되겠지.
짐을 들고 돌아가는 카르파를 배웅해주고, 공작가에게 마련된 집무실로 돌아왔다.
자, 시간을 낭비했으니 어서 일을 처리해야겠다.
책상 위에 산더미같이 쌓인 편지를 본다.
이거, 답신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바깥을 보니 어둡다.
결국, 오늘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했다.
딱딱해진 어깨를 주무르고 있자, 수가 들어왔다.
"주인님, 중요한 연서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해주세요."
이제 됐어........러브레터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눈에, 편지의 봉인이 보였다.
나무를 표현한 한가운데의 굵은 선, 그리고 활과 꽃과 왕관.
엘프의 왕족이 보냈다.......
아직, 피곤한 귀족의 업무는 끝나지 않을 모양입니다.
728x90'판타지 > 이세계인의 안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5 카르파와 스터디모임 (0) 2021.06.26 104 왕자의 계책 (0) 2021.06.25 102 귀족의 무서움 (0) 2021.06.25 101 장모와의 밀담 (0) 2021.06.25 100 제도에 도착 (0) 2021.06.25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