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7 쿠우다이의 갈등
    2021년 06월 04일 22시 14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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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148/

     

     

     

     몸을 떨리게 할 정도의 소리, 충격.

     

     나무들이 삐걱거리고, 하늘의 색이 어지럽게 변화하였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옆에 서 있던 늑대수인 여전사 린샹이 귀를 기울이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린샹은 긴 은발머리를 휘날리면서, 이쪽을 돌아보았다. 나라에서도 굴지의 미인이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는 그녀였지만, 나는 순수하게 그 검의 기술에 매우 끌리고 있었다.

     

     "몰라. 하지만, 아마도 하이엘프들의 마술이겠지. 실력이 확실한 엘프가 3명 힘을 합한다면, 저런 현상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몰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린샹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마술이란 것도 무시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가끔 숲의 바깥에서 봤던 모험가들의 마술은 느리고 약했지만, 엘프 정도가 되면 다른 법일까."

     

     린샹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최전선에 있을 터인 우리들의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덫을 설치하는 척후의 원군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잘 보니 렌 공의 부하들로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신의 대행자의 종자라고 해도, 겨우 셋이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쿠우다이, 지금 지나간 자들은 누구야? 그런 이상한 차림의 전사들이 있었던가?"

     

     "아니, 그들은 신의 대행자의 종자들이다. 아무리 그래도 셋이선 힘들겠지. 나도 같이 싸우러 가겠다."

     

     "뭐, 뭐, 뭐야? 신의 대행자!? 어이, 처음 들었는데!?"

     

     린샹은 그런 말을 하면서 뒤에서 쫓아왔다.

     

     "이봐, 내가 없어지는 거니까 네가 지휘를 해야지."

     

     "아직 시타마치의 전사들 뿐이야. 지휘계통은 시타마치 사람이 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그보다도, 신의 대행자님은 어땠는데? 또 가짜였어? 메아스에 진짜가 나타났다고 들었는데, 전에는 믿지 않았지만 바깥에 나가....."

     

     린샹은 흥분한 표정으로 어느 사이엔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랬다. 린샹은 어린 시절부터 영웅담으로서 이어져내려오는 선조의 이야기를 매우 좋아했었다.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다고 후회하면서 숲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쿠우다이 씨!? 조금 전 보지 못한 사람들이....아니 린샹까지! 둘 다 위험하다구요!"

     

     그러자, 앞길을 서두르는 우리들에게 척후인 우핀이 말을 걸어왔다.

     

     "바보같은 말 하지 마! 신의 대행자님의 종자님이 최전선에 나섰는데, 이 나라의 전사인 내가 뒤에서 떨고 있을 수 있겠어!  나와 쿠우다이는 종자님과 함께 싸우겠어!"

     

     린샹은 그렇게 호통치고는, 콧김을 내뿜으며 점점 앞질러갔다.

     

     우핀을 비롯한 근처의 덫을 놓던 자들이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마주 보았다.

     

     "신의 대행자.....?"

     

     "조금 전 사람들이 종자님이라니, 진짜?"

     

     "어이, 그러고 보니 조금 전의 여우는 진짜 예쁘지 않았어?"

     

     젊은이들이 그런 대화를 하는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나는 먼저 가버린 린샹을 쫓아갔다.

     

     앞쪽으로 나아가자, 나무들 사이의 약간 높은 언덕 부분에 세 명이 보였다.

     

     그 뒷편에서는 세 명에게 다가가는 린샹의 등도 보였다.

     

     나도 서둘러 언덕을 달려서 올라가서, 그 세 명의 바로 뒤까지 이동하였다.

     

     "음? 또 한 명 왔네."

     

     "우리들이 벽의 역할이다. 나와 라그레이트보다 앞으로는 나오지 말라고?"

     

     금발의 미소년과, 견수인의 청년이 나와 린샹을 옆얼굴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린샹은 가슴에 손을 대며 두 명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 저도 싸우겠어요. 이래 뵈어도 검에는 자신이 있으니, 맡겨주세요!"

     

     린샹이 그렇게 말하자, 2명은 뭐라 말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여우수인의 미녀를 보았다.

     

     "제가 호위할 테니 괜찮겠죠. 모두에게 결계를 쳐드릴게요. 그리고 자연치유력향상과 상태이상무효 정도면 되겠죠."

     

     "소아라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뭐. 그럼 우리들이 좌우로 갈아질 테니까, 중앙으로 돌파한 녀석들을 부탁할게."

     

     라그레이트라고 불린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는 왼쪽으로 달려갔다. 무서운 속도로 이동하는 라그레이트의 모습에, 린샹도 놀란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로렐이라는 이름의 중전사같은 견수인의 청년은, 어깨를 들썩이더니 린샹을 보았다.

     

     "아가씨. 위험해지면 순순히 물러나야 해?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버리며 내가 슬퍼지니까."

     

     로렐은 정말 닭살돋는 대사를 남기고 떠나갔다.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소아라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제가 고쳐줄 거지만요."

     

     그런 긴장감 없는 대화에 탈력감을 느끼며 린샹을 바라보자,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로렐의 등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나는 왠지 화가 났다.

     

     "슬슬 와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짜증을 내는 나에게, 소아라가 부드러운 어조로 그런 말을 해왔다.

     

     그 말에 앞을 보니, 저쪽 두 번째 나무들에 벌써 오우거와 키마이라가 몇 마리씩 다가와 있었다.

     

     "....!"

     

     나는 마음을 다잡고는 허리를 숙여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린샹도 허리춤에 걸었던 롱소드를 뽑아들고, 칼끝을 앞으로 내밀며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마물들의 위치에 섬광이 일어났다.

     

     하얀 섬광이 나무들 사이를 가로 일직선으로 꿰뚫고 지나가자, 마물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직후, 들어본 일이 없는 날카로운 금속음도 얼음이 깨지는 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무, 무슨....!?"

     

     "마술인가!?"

     

     나와 린샹이 동요하는 와중에, 그 하얀 빛의 격류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수십 마리에 달하는 마물의 불태워진 사체가 굴러다녔다.

     

     "로렐의 스킬...기술이라는 편이 좋을까요. 마술과 검기 사이에 있는 기술이에요. 아마도, 나무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장소를 찾아내서 쓴 거겠죠."

     

     소아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런 말을 하고서 미소지었으며, 조금은 편해지겠네요 라고도 말했다.

     

     저것이, 기술?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가....

     

     "에이얍~"

     

     내가 놀라고 있자, 어쩐지 힘빠진 목소리와 함께, 마물이 지면과 평행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라그레이트가 달리고, 뛰어오르고, 나무들을 박차며 마물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다음 순간 라그레이트의 모습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더니, 마물들이 한 마리, 또 한 마리씩 날아갔다.

     

     눈으로 쫓기도 쉽지 않은 속도다.

     

     "....저, 저건 뭐라고 하는 기술이지."

     

     "라그레이트는 그냥 차고 던지고 있을 뿐이네요. 스킬을 온존해두려는 판단에서겠죠. 기본적으로 강적과 싸우는 쪽을 좋아하는 애라서요."

     

     그렇게 말하며, 소아라는 고상하게 웃었다.

     

     그러자 린샹이 검을 손에 들고 내 앞을 달려나갔다.

     

     "쿠우다이! 움직여!"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서, 어느 사이엔가 접근해 온 오우거의 팔을 검으로 내리쳐서 베었다.

     

     "갸아!"

     

     오크가 추한 비명을 지르면서, 린샹을 향해 또 하나의 팔을 내리쳤다.

     

     "....흡!"

     

     나는 즉시 오우거의 옆으로 향하려고 뛰어서, 린샹에게 향하는 오우거의 어깻죽지 부분을 쳐올렸다.

     

     양팔의 자유를 잃은 꼴이 되어버린 오우거가 험악한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내게로 향해 몸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자세를 고친 린샹이 검을 휘둘렀다.

     

     "핫!"

     

     짧은 숨을 쉬면서, 린샹이 무방비해진 오우거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훌륭해요."

     

     우리들 2명이 한 마리를 쓰러트리자, 소아라가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시선을 앞으로 향하자, 라그레이트가 또다시 오우거를 일격에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로렐은 키마이라를 단칼에 두 쪽내고 말았다.

     

     "....쿠우다이, 질 수는 없어."

     

     "....당연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오른팔에 힘을 주며 자세를 바로잡고는, 접근해오는 키마이라를 목표로 하였다.

     

     발의 엄지에 전체의 무기를 실어서 지면을 박차면서, 단번에 키마이라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입을 연 키마이라의 아랫턱을 아래에서 들어올리는 주먹으로 있는 힘껏 쳐올렸다.

     

     마력이 담겨진, 나의 필살의 일격이다.

     

     그 일격으로 키마이라의 아랫턱은 날아갔고, 그 육편과 함께 키마이라 자신도 몸을 젖히면서 공중에 띄웠다.

     

     눈앞에는 일어서려는 듯한 모습이 된 키마이라의 거체가 잇다.

     

     "오오!"

     

     나는 기합소리와 함께, 왼쪽 주먹을 움켜쥐고는, 오른발의 엄지에 다시 힘을 주며 체중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혼신의 왼쪽 주먹을 키마이라의 배에 꽂아넣었다.

     

     퍽 하는 낮은 소리가 울리고, 키마이라의 배에 주먹 크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역시, 나로서는 이 수준의 마물을 죽이는데 2방은 필요한가.

     

     하지만, 질 수는 없다.

     

     우리들에게는 우리들만의 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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