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7 약한 것이란
    2021년 05월 25일 21시 47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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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69/

     

     

     

     "너무한 짓이다냐."

     캐티가 격노하였다. 그것도 그렇다. 자신들은 '인간이 아니다' 라는 왕령이 발령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왕령이 공포된 이후에도, 와란에서 수인족의 박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마을의 치안은 항상 유지되었고, 공민권 운운하기 이전에 수인족은 와란의 중요한 시민이다. 또한 그 중의 하나는 드래고닉 발큐리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1:1로는 최강이라는 자부심도 높다.

     캐티와 그의 수호룡인 블리자드드래곤의 무서움은 충분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누가 그녀를 화내려는 짓을 할 것인가.

     

     여기는 에리스 저택의 응접실. 회의가 끝나고, 각 길드의 마스터들은 여기에 집합했다. 여기라면 정보가 누설될 걱정이 없었으니까.

     "마치 보디블로처럼 아프구만."

     테세우스가 기분나쁜 듯 한숨을 쉬었다.

     와란에서는 수인족에 대한 박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위트그레이스를 제외하면, 심한 대우를 받는 모양이다.

     그 결과, 수인들은 도움을 청하려고 난민이 되어 와란으로 향했다.

     와란에서는 스팀키친의 먀티 일행이 솔선하여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배를 채워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자유의 산책로의 동쪽에 난민을 보호하는 가건물이 건설되었고, 난민들은 상인길드에 요청하면 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주변 주택지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아파트에 비하면 솔직히 질이 떨어진다.

     난민들이 보기에, 먀티 일행은 같은 수인족인데도 와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불만의 씨앗이 되었다. 자신들은 이런 꼴이 났는데, 어째서 저들은 저렇게나 행복한 것인가. 이것은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면서.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다.

     

     먀티와 라브라와 라비는, 스팀키친을 쉬고 평의회의 원조를 받아 난민보호시설에서 취사를 개시했다. 마르스필드의 슬럼 출신인 3명에게 있어, 난민들이 놓여져 있는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일행은 난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에리스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꾸고 싶다고까지 말했던 것이다. 자신들은 에리스 님께 구해졌으니, 이번엔 자기들이 동료를 구할 차례라고 하면서.

     그 모습에 와란의 시민들도 공감하여, 난민들은 차별하지 않고 마을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하필이면 피난민 남자들이, 자유의 산책로에서 가장 어린 소녀인 라비를 강간하려다 실패한 사건을 일으켰다.

     

     라비는 가게에서 라브라가 만들어준 요리를 품고서, 광장에서 그걸 기다리는 먀티에게 준 후에 빈 그릇을 들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교활하게도, 난민인 수인족 남자 3명은 열심히 달리고 있는 라비를 노려서 가게 뒤로 끌고간 다음, 그녀를 지면에 눕혔다.

     "어이, 우리들을 다독여주라고."

     "아가씨, 이쪽의 봉사도 부탁해."

     당연하게도 라비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것은 고양이수인, 아누비스수인, 그리고 토끼수인 3명.

     하필이면, 먀티, 라브라, 라비의 동족이 그녀를 덮친 것이었다.

     그걸 발견한 것은, 때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왔던 마르코시아였다.

     "너희들, 거기서 뭘 하고 있어!"
     마르코시아의 목소리에 남자들은 놀라서 돌아보았다. 하지만, 웨이터 차림의 은발소녀를 보고 안도하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여자도 먹자고!"

     남자들은 마르코시아에게 달려들었다.

     

     결과적으로, 남자들 3명은 그녀에게 반죽음이 되었고, 라비는 구해졌다. 하지만 남자들의 비명을 듣고 모인 와란 시민들은 당황했다. 왜냐하면, 반죽음이 된 난민의 남자들이

     "수인족에게 뭘 하든 범죄가 아니잖아? 그럼 왜 우리들이 저기 있는 토끼녀를 덮치면 안 되냐고!" 

     라고 외쳤기 때문에. (※역주 : 수인은 왕령에 의해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법의 적용대상이 아님)

     "와란에서는 악마도 기르는 거냐!"

     라고 외쳤으니까.

     그곳에는 울고 있는 라비를 가슴에 따스히 품은 울페데몬의 모습을 한 마르코시아가, 우뚝 서 있었으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와란 시민은 세 파벌로 갈라지고 말았다.

     

     "어린 소녀를 강간하려는 녀석을 보호할 필요는 없다고 시팔!"

     

     "내쫓겨 온 난민들의 마음도 받아들여야 한다!"

     

     "왜 저 녀석들은 잘 살고, 우리들은 난민으로 있는 거지?"

     

     그리고 세 파벌 전부가, 마르코시아의 추방에는 동조하고 말았다.

     악마가 어째서 여기에 있냐고.

     악마는 사라져야 한다고.

     시민도 난민도 공통의 새로운 적을 찾아냈다. 그것이 마르코시아라는 악마.

     평의회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개인 단위에서의 혐오감정. 그것이 마르코시아에게 향해졌다.

     

     "마스터 제정신인가요!"

     마셰리가 격노하였다.

     "제정신인데."

     바르디스가 대답했다.

     "마르코시아는 라비를 구해줬다구요! 그런데 어째서 그녀가 죄를 짊어져야만 하는 건가요!"

     "음? 마르코시아는 악마잖아? 악마는 사라져야 되잖아?"

     "마르코시아는 악마이지만 악마가 아니에요."

     "너, 말이 모순되었다고."

     "마스터, 웃기지 말아주세요!"

     "정해진 일이다. 마르코시아도 납득했다. 처형은 내일 아침, 광장에서다."

     마르코시아는 화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자유의 산책로에 그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 십자가와 장작이 마련되었다. 그 주변은 울타리로 둘러싸였다.

     평의회의장 마리아의 선도 아래, 마르코시아가 연랭되었다.

     십자가가 기울어졌고, 마르코시아는 순순히 그곳에 양손발을 철사로 묶였다.

     그리고 십자가는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그녀는 기둥에 결박되었고, 발밑에는 장작이 가득 쌓여졌다.

     나뭇잎을 쌓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갑자기 마리아가 모여든 자들에게 물었다.

     "난민을 인정하는 자들이여, 거수하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마리아의 진의를 알 수 없어서, 누구도 손을 들지 못했다.

     "그럼,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여, 거수하세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거수하는 자는 없었다.

     "그럼, 이 소녀의 처형에 반대하는 자도 거수하세요."

     이 물음은 편했다. 반대하지 않는다면 손을 들지 않아도 된다. 시민들은 안심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그럼 처형을 집행한다."

     횃불을 든 남자들이 마르코시아의 발치에 놓여진 장작에 불을 옮겼다. 불은 조금씩, 그리고 굉음과 함께 커져나갔다.

     불은 마르코시아를 감쌌고, 그녀의 모습은 업화에 감싸여 그림자만 보이게 되었다.

     그 때, 갑자기 울타리를 부수가 자그마한 누군가가 불에 뛰어들었다.

     "마르코시아 언니, 죄송해요! 죄송해요!"

     불길에 뛰어든 자는 토끼소녀인 라비였다.

     두 사람은 업화에 감싸였다.

     그걸 바라보는 시민과 난민 모두가 자신에게 죄책감을 품게 되었다.

     어린아이를 구한 악마가, 구한 아이과 함께 불타고 있는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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