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8 일기당천
    2021년 05월 20일 19시 29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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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115/

     

     

     

     몸의 깊숙한 곳에서 힘이 용솟음친다.

     

     베롯사의 춤의 효과다.

     

     난 검을 허리춤에서 빼들고는, 해제된 결계마술의 저편의 경치를 보았다.

     

     웬만한 자신이 있었던 모양인가.

     

     S랭크 모험가인 크롬웰과 디다르는 눈을 치켜뜨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방패를 든 오웨인만큼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길다란 창을 든 병사들은 좌우로 퍼져서 크롬웰 일행에 맞추어 세 방향에서 공격하려 하고 있다.

     

     난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크게 숨을 마시고 소리를 내었다.

     

     "난 에인헤랴르의 국왕이다. 우리들이 여기의 영토를 침략할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대답도 없이 공격을 하였다. 이 공격을, 가란 황국측의 대답으로 알고서, 우리들은 반격에 나서기로 한다."

     

     내가 그렇게 선언하자, 디다르가 제정신을 되찾은 표정으로 노예병들을 보았다.

     

     "자, 자아! 가세요! 다음 마술을 쏠 때까지의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디다르가 그렇게 호통치자, 노예병들은 표정을 찌푸리면서 전진을 개시했다.

     

     꽤 어린 병사가 많았고, 절반은 수인인 모양이다. 수인으로서의 특징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아마 같은 고향 출신의 수인들일 것이다.

     

     인간족같은 나머지 병사도 어렸으며, 이쪽을 보며 두려운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난 그렇게 말하고서, 물의 하위마술을 행사했다.

     

     "레인드롭."

     

     내가 그렇게 말하자, 높이 5미터 정도의 공중에서 갑자기 물덩어리가 떨어졌다.

     

     하나하나는 대야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물덩이였지만, 그 수는 마력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에 마치 거대한 폭포라고 되는 것 같은 수량이었다.

     

     갑옷을 입은 상태로 머리서부터 폭포를 뒤집어쓴 형태가 된 노예병들은 점점 밸런스를 무너뜨리며 쓰러졌고, 아군의 갑옷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하는 자들까지 생겨났다.

     

     어떻게든 서 있는 자들도 있고, 몇 명은 나에게 창을 향하고 달려왔지만, 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결계마술을 행사했다.

     

     그러자, 내가 쳐놓은 결계에 의해 노예병들의 창끝이 나에게 닿기 직전에 부러졌다.

     

     경악하는 표정을 띄우는 노예병들을 잠시 보고, 난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 일격으로 창을 부러뜨리고, 갑옷과 함께 어린 노예병들을 날려보냈다.

     

     "안심해라. 옆치기다."

     

     검의 넓은 면을 한손으로 치면서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날아간 노예병은 지면에 굴러간 후 움직이지 않았다.

     

     "보스,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끄러, 약속의 대사를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난 검을 다시 들고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디스차지스톰."

     

     내가 하위의 전격마법의 이름을 입에 담자, 지면을 달리듯이 방사형으로 흰 빛이 나아가면서 점멸했다.

     

     "갸아아아아악!"

     

     그 직후, 물에 젖은 모든 노예병들이 감전하여 제각기 비명을 질렀다.

     

     편하게 기절시키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고문을 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몸을 뒤틀면서 마비되는 노예병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약간 죄책감을 느끼고 있자 로자가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역시 보스. 거스르는 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봐주지 않네요."

     

     "윽. 저, 전쟁이니까. 어이, 이오! 노예병들을 치료해주고 뒷편에서 재워놔!"

     

     "알았어요! 살아있는 사람만이죠?"

     

     "그, 그래!"

     

     젠장, 무의식적으로 내 양심을 채찍질하는 부하들 뿐이다.

     

     난 불만섞인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며, 검을 들었다.

     

     "자, 가볍게 상대해줄까."

     

     내가 그렇게 말하며 제일 선두에 있던 오웨인을 바라보자, 오웨인은 방패를 든 채로 대담하게 웃었다.

     

     "크, 크롬웰! 빠, 빨리 더 강한 마술을 써야 해요!?"

     

     "조, 조용히 있어! 지금 영창할 테니까!"

     

     오웨인의 뒷편에서는 울 것 같은 표정의 디다르가 크롬웰을 재촉하였고, 크롬웰은 당황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다시 들며 영창을 시작했다.

     

     난 그걸 바라보면서 오웨인에게 향해 걸어가면서, 좌우의 전장을 둘러보았다.

     

     엘레노아 쪽에서는 사람들이 푸드득 쓰러져갔고, 카르타스 쪽에서는 사람이 마치 종잇조각처럼 공중을 날아다녔다.

     

     좋아, 내가 제일 상식적으로 싸워주겠다고. 저 녀석들은 정말 비상식적이란 말이야.

     

     난 그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미소를 띄웠지만, 오웨인은 무엇을 생각했던 것인지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방패로 몸의 대부분을 숨긴 오웨인이었지만, 벌써 나의 코앞까지 왔다.

     

     하지만, 무기를 들려는 기색은 없다.

     

     무엇을 할 생각인가.

     

     방패로 어떻게든 나의 첫 공격을 막아낼 심산인가.

     

     "재밌군."

     

     난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검을 들고 오웨인의 몸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횡베기를 하였다.

     

     그러자, 오웨인이 자세를 바꾸며 나의 검에 자신의 타워실드를 맞대었다.

     

     진심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좋은 반응이구나.

     

     내가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나의 검이 격심한 충격과 함께 타워실드에서 튕겨졌다.

     

     "! 보스!"

     

     내가 미세하게 자세를 무너뜨린 것을 알아챈 로자가 이쪽을 보며 외쳤지만, 허리를 돌려 검을 휘두른 것은 아니었던 덕분에 난 즉시 후방으로 회피하였다.

     

     그 회피행동의 다음 순간, 내 눈높이를 향해 둥그런 칼날이 향해왔다.

     

     난 그 칼날을 몸을 젖혀서 피하면서,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핼버드인가."

     

     오웨인이 들고 있던 무기는 이전의 폭넓고 두꺼운 검이 아니라, 도끼같은 날이 부착된 창, 핼버드로 바뀌어있었다.

     

     ".....빗나갔는가."

     

     오웨인은 냉담한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타워실드에 몸을 숨기며 핼버드를 등쪽에 들었다.

     

     "과연, 그래서 내 쪽에서는 무기가 보이지 않았던 건가. 그만큼 커다란 무기를 잘도 숨겼구나."

     

     나는 그렇게 솔직히 칭찬하고서, 다시 검을 들고 오웨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정도의 공격으로는 나에게 닿기 직전에도 결계에 튕겨난다.

     

     내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나의 검을 튕겨낸 방패 쪽이다.

     

     보아하니 오웨인의 방패 가장자리는 이미 앞선 일격으로 쪼개져 있었지만, 중심 부근은 딱히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가운데는 소재가 다른 것인가.

     

     "뭐, 베어보면 알겠지."

     

     난 입가를 들어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방패를 든 오웨인을 향해 한걸음 뛰어서 다가갔다.

     

     그리고, 난 오랜만에 스킬을 썼다.

     

     "휘두르기 레벨 5."

     

     내가 그렇게 말하자 검이 휘두른 순간부터 희게 빛나기 시작하였고, 이미 나 자신이 체중을 실으며 전력으로 베어들었다.

     

     스킬의 효과였지만, 도무지 검과 방패가 충돌한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굉음이 울려퍼졌고, 오웨인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게 된 것으로 폭풍의 롱소드의 추가효과가 발동하여, 오웨인이 날아간 쪽으로 바람의 진공파가 일어나서, 안쪽의 병사들이 수십명 규모로 휘말렸다.

     

     역시 두 번 씩이나 튕겨나가게 되면 꼴불견이다. 그렇게 생각하여 가드해도 상대를 날려버리는 스킬을 사용한 것인데, 베어버린 각도 탓에 오웨인의 몸은 수 미터 앞의 지면에 파묻혀 있었다.

     

     땅에 묻히지 않은 손발과 목 등의 뼈는 확실하게 부러질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 터인데, 아직도 방패의 형태는 남아있다.

     

     죽는 순간 나의 검을 방패로 막아냈다고 생각한 것인지, 오웨인의 죽은 표정만큼은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 오웨인!"

     

     디다르는 오웨인의 사체를 발견하고서,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오웨인의 이름을 불렀다.

     

     "로자. 오웨인이 갖고 있던 창을 회수해줘."

     

     "알았어."

     

     내 지시를 들은 로자가 오웨인의 사체의 옆으로 이동하는 중, 크롬웰의 영창이 끝났다.

     

     크롬웰은 눈을 부릅뜨고서, 나를 향해 지팡이 끝을 향했다.

     

     "전부 불태워라! 프로미넌스 노바!"

     

     크롬웰이 그렇게 외치자, 지팡이 끝에 불이 붙더니 휘몰아치는 것처럼 불의 띠가 크롬웰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무차별로 불을 퍼트릴 셈인가.

     

     난 크롬웰의 마술이 방출되기 전에 무너뜨리기 위해, 속도를 중시한 마술을 골랐다.

     

     "프로스트 록."

     

     "뭘 영창하려해도 소용없다! 이....익."

     

     크롬웰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머리 위에 생긴 수 미터에 달하는 얼음 덩어리가 크롬웨의 마술과 함께 크롬웰을 짓눌렀다.

     

     불은 퍼지기 전에 흩어졌고, 크롬웰은 몸체의 하반신 전부가 얼음 덩어리에 뭉개졌다.

     

     "...! 크, 헉....."

     

     크롬웰은 피를 토하며, 눈과 귀에서 새카만 피를 흘리며 지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절명하는 모습을 보고, 디다르는 몸을 떨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회복시켜 주라고. 최고 클래스의 회복마술사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다르는 경직된 표정으로 날 노려보았다.

     

     "바, 바보같은! 아무리 봐도 죽었어! 회복 따윈 의미가 없는 게 당연하잖아!?"

     

     핏발이 선 디다르가 그렇게 말하자, 난 어깨를 들썩이며 디다르를 보았다.

     

     "그 정도도 못하는 주제에 회복마술사라고 하지 말라고. 그래, 넌 특별히 몸소 체험하게 해주지. 몇 번이나 죽어도 살려주겠다....기쁘지?"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다르 쪽으로 걸어가자, 그는 지면에 주저앉은 채 후퇴하기 시작했다.

     

     "바, 바보같은, 그런, 일....할, 수 있을 리가...."

     

     디다르가 울다 웃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 그 때, 카르타스가 날뛰는 방향에서 날아온 병사가 디다르에게 격돌했다.

     

     "히익....!?"

     

     "....너, 운이 나쁜 녀석이구나."

     

     난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짓고는, 병사가 가진 검이 우연히 목에 박혀서 쓰러진 디다르를 내려다보았다.

     

     "구, 구해.....구해...."

     

     피웅덩이에 잠기면서 뭔가를 계속 말하는 디다르에게, 난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안심해. 나중에 되살려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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