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0 렌렌의 하루
    2021년 05월 14일 01시 02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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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96/

     

     

     

     아침이 왔다.

     

     난 목줄기에 닿는 입술의 감촉에 몸서리를 쳤다.

     

     도망치려는 것처럼 등을 말면서, 난 이불 안에서 등뒤를 돌아보았다.

     

     키가 크고 짙은 피부인 다크엘프 세디아다. 세디아는 눈을 감고서 그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이쪽으로 향해오고 있었다. 시선을 내려보니, 세디아의 유려한 흑발이 커다란 가슴을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잘 잤나요? 대장."

     

     눈을 밑으로 향하고 있자. 어느 사이엔가 눈을 뜬 세디아가 아침인사를 해왔다.

     

     "응, 잘 잤어."

     

     내가 세디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자, 세디아는 부끄러운 듯 수줍어하며 내 가슴에 들이대면서 얼굴을 숨겼다.

     

     "응석꾸러기네."

     

     "후후....오늘은,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세디아가? 딱히 상관없지만, 미에라와 셰리는 괜찮아?"

     

     "이제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미에라는 문제없이 식사와 청소를 해내고 있고, 메이드 부대와의 관계도 좋으니까요. 셰리는 아침과 밤에는 미에라를 도우면서, 낮에는 마술의 훈련을 하고 있으니, 이제 제가 봐주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세디아도 데리고 가볼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세디아는 미소를 가득 띄웠다.

     

     그러자, 그 때 세디아의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도 갈게요!"

     

     그런 말을 하면서, 엘레노아가 세디아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안 돼. 엘레노아는 내 대신으로 지아이성의 성주대행을 해야 돼."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웃자, 엘레노아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되어서는 세디아의 두 팔을 물어버렸다.

     

     "아야아야아야.....!"

     

     "그 아픔이 제 마음의 아픔이에요!"

     

     "아니, 물린 아픔이라고!"

     

     "크르르르르."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으르렁대었다.

     

     아침부터 사이가 좋기도 하지.

     

     

     

     

     결국, 나와 동행할 멤버는 미라, 사이노스, 서니에다가 추가로 세디아가 왔다.

     

     뭐, 미라는 전투직이 아니니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세디아가 와주면 파티의 공격력이 꽤 높아진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비상마술로 날고 있는 우리들의 눈밑에 렌브란트 왕국의 왕도가 다가왔다.

     

     "내려간다."

     

     내가 그렇게 지시를 내고서, 우리들은 왕성의 안뜰에 살짝 내려섰다.

     

     "누, 누, 누군가가 안뜰에!"

     

     "뭣이!"

     

     놀라는 목격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기다리면 병사들이 안뜰에 모여들겠지. 그러면 크레이비스 왕에게 안내하도록 할까.

     

     내가 편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안뜰 안에 있는 가지치기가 잘 된 나무의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손님인가요."

     

     어딘가의 느긋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그 인물은, 나무 밑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서 둥글고 작은 테이블에 놓여진 찻잔같은 것을 손에 들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젊은 여자다.

     

     길게 잘 기른 금발이고. 조금 처진 느낌의 커다란 눈과 갸름한 턱이 여자를 꽤 젊게 보이게 하였다.

     

     외모로 보아 나이는 10대 중반일까.

     

     그 소녀는 희고 펑퍼짐한 스커트가 달린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딱히 긴장감은 없는 표정으로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돌아보면 성내의 안뜰인 만큼 넓이가 꽤 넓었지만, 지금 안뜰에 있는 자는 그 소녀와 뒤에 서 있는 메이드같은 소녀 단 둘이었다.

     

     "공주님, 벗어나주세요...저 자들은 평범한 자들이 아닙니다...."

     

     메이드는 조용히 공주님이라고 부른 소녀의 앞에 나서면서, 우리들의 동향을 주의깊게 보면서 그런 말을 하였다.

     

     "키라? 손님은 이쪽에 적의가 없는 모양인데요...."

     

     "확실히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비상마술을 어렵지 않게 쓰는 마술사 집단입니다...무슨 일이 생기면 아가씨를 지키는 것은 어려울지도..."

     

     키라는 그렇게 말하고서, 매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메이드복의 옆구리 주변을 뒤적거린 후 짧은 나이트 두 개를 꺼내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수라장을 경험해보았을 분위기를 느꼈지만, 무기를 손에 든 것에 의해 상황은 변하고 말았다.

     

     호위로 와서 너무 기합에 차 있던 세디아가 움직인 것이다.

     

     순식간에 키라의 옆에 선 세디아는, 소리도 없이 키라의 팔을 비틀고서 나이프를 빼앗았다.

     

     너무나 빠른 행동에, 공주님과 키라 뿐만이 아닌 나 역시 깜짝 놀랐다.

     

     ".....! 어느 사이에!"

     

     그런 말을 하면서, 키라가 팔의 관절이 비틀린 자세인 채로 무리하게 세디아한테서 탈출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움직이지 마."

     

     하지만 세디아가 몸을 비트는 키라에게 한마디를 하자, 키라는 체념한 것처럼 세디아를 본 후에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용서해주세요. 방어를 위해 무기를 들었지만, 이쪽에서 적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으니, 공주님만이라도..."

     

     키라는 초조함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키라는 저의 종자예요. 키라가 무례한 일을 했다면, 저도 사과하도록 하겠어요....부디 용서를."

     

     공주님은 진지하게 그렇게 말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난 두 사람을 관찰하면서, 공주님 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걸어가자, 키라는 어금니를 깨물며 이쪽을 노려보았고, 공주님은 내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잘 부탁한다. 난 막 새로이 생겨난 나라, 에인헤랴르의 왕으로 있는 렌이라고 한다."

     

     ".....! 요, 용기사님....!"

     

     "이름은?"

     

     내가 물어보자, 여태까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던 공주님이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침착한 동작으로 사과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당신이 용기사 렌 님이었네요. 저는 렌브란트 왕국 제 5 왕녀인 리아나라고 합니다. 정말 무례를 저질러서.....실례했습니다."

     

     리아나는 날 올려다본 채 미소짓고는, 키라를 곁눈질로 보며 입을 열었다.

     

     "자랑이지만, 키라는 성내의 굴지의 실력자랍니다. 근위병 3명을 상대하여도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는데요....렌 님의 동료 분들은 역시 차원이 틀린 실력이네요. 용기사님인 렌 님께서 고르신 영웅분들인가요?"

     

     "세디아, 풀어줘도 좋다."

     

     "예."

     

     내 지시를 듣고 세디아는 키라를 풀어주고서 내 대각선 뒤로 걸어갔다.

     

     "자랑스러운 종자인가. 키라라는 자도 좋은 대응을 했다."

     

     "네! 키라는 강할 뿐만 아니라, 과자 만들기도 훌륭한 실력이랍니다! 그리고 바느질도 정말 잘해서.....!"

     

     "고, 공주님!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셔도....!"

     

     자리의 분위기가 온화해져서 리아나와 키라의 긴장이 옅어진 그 때,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안뜰에 들려왔다.

     

     돌아보니, 갑옷을 걸친 병사 열 명 넘게 달려오고 있었다.

     

     뭐, 하늘에서 침입자가 나타난 것이다. 최대의 경계를 하고 나서 사람을 모으겠지.

     

     다시 말해, 사람은 더욱 모일 거라는 말이다.

     

     내가 빨리 정체를 드러내고서 크레이비스에게 안내하도록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이상하게 행동력이 있는 어딘가의 국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성에 침입자라니! 정말, 이런 바쁜 때에....!"

     

     "오오, 크레이비스 왕. 실례하고 있다."

     

     불만을 내뱉으면서 안뜰에 모습을 드러낸 크레이비스에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눈을 부릅뜨고서 고개를 숙였다.

     

     "이건 렌 국왕폐하! 안녕하십니까!"

     

     어이, 뭐냐 그 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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