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2 장밋빛 공주
    2021년 05월 13일 22시 55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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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3461cg/129/

     

     

     

     "꽤 하네, 페르 할아버지."

     "껄껄껄, 살아온 세월이 다르단 말이다."

     여기는 주인님의 은신처의 VIP룸, 안에서 하고 있는 것은 와란 넘버즈.

     멤버는 페르디난드 선공, 챠피 경, 경의 호위장, 그리고 바르디스, 테세우스, 후린트, 마리아, 니콜, 이치포, 레베 이렇게 10명.

     조금 전까지는 일반 테이블에서 놀고 있던 그들이었지만, 본격적인 승부를 하게 되지 VIP룸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챠피 경의 일행은 초심자였지만, 역시 습득이 빠르다. 또한, 모험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와란의 멤버들은 이미 모두가 베테랑. 그리고 레이디블루그린.

     하지만 이 중에서도 제일 두각을 드러낸 자가 페르 옹. 이 페르 옹이 몇 번이나 은신처를 들락거리면서 붙은 이명이 '티셀러 일'. (역주 : 차를 파는 뱀장어)

     어쨌든 이 할배, 틈이 없다. 할배가 딜러일 때 플레이어가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큰 승부가 걸리게 될 때마다 진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사이에 이긴다고 하는, 말도 안 되는 할배였다.

     이런 멤버들이 있는 VIP룸은 긴장의 끈이 팽팽한 상태서, 누구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못한 채 서로의 표정을 읽으려 하였다. 그렇다, 도박판인 것이다.

     

     "어서오세요."

     문지기인 미노루에게 말없이 오른손을 올려서 인사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마왕과, 마왕의 왼팔에 오른팔을 낀 진홍색 드레스를 두른 베루루나루.

     접수원도 마왕의 모습을 보고 미소지으면서 "어서오세요, 밀짚모자님." 이라고 인사를 하였다. 사실은 이 마왕, 은신처에서는 꽤 인기있는 존재다. 그렇다는 말은 마르게리타의 단골이라는 뜻도 되지만, 무뚝뚝한 편인 것 치고는 배려심이 깊고, 돈 씀씀이도 호쾌. 특히 은신처에서는 정체가 다 까발려진 용자와 2시간에 걸쳐 여성에 대한 담론을 펼쳤을 만큼 담대하다는 것이 그 이유. 그녀들은 그를 지방영주의 숨겨진 자식이나 어딘가의 고위마술사라고 수군대면서, 어느 사이엔가 경의를 갖고 그를 '밀짚모자님'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편 베루루나루는 신참. 그것도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도자기처럼 흰 피부를 가진 말도 안 되는 미인. 이것이 가게 안 여성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접수에서 베루루나루가 칩의 교환을 끝내고 마왕을 잡아당기면서 게임룸을 목표로 걷기 시작하자, 그곳에 드물게도 짙은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마르게리타가 나타났다. 드레스가 검정이 아니라는 뜻은,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말.

     "오, 베르 씨. 오늘은 왜 무슨 일이람?"

     마르게리타가 베루루나루를 잠깐 보면서 물어보았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마왕.

     "전에 이 녀석을 마을에 데리고 왔었는데, 여자 혼자라서 여기에 들여보내지 않았던 모양이라서 말야. 그래서, 오늘은 어울려주고 있는 거다."

     흐음~ 마르게리타도 베루루나루의 모습과 그녀가 베루루데우스에게 두른 팔을 보고서, 조금 질투의 불길이 마음 속에 싹텄다.

     "그래, 모처럼이니 괜찮으면 나와 놀러가지 않을래? 오늘은 비번이지만 베르 씨라면 상관없어."

     "진짜?"

     "진짜라고. 받을 것은 받겠지만."

     이것은 굴러온 복덩이인 마왕. 예약이 없어도 OK라니! 여기선 부디 놀고 싶다.

     "그렇게 되었으니 베루루나루 씨, 여기서부터는 혼자서 괜찮겠지?"

     "네, 베루루데우스 님. 이제 괜찮아요."

     마음은 이미 게임룸에 있는 베루루나루.

     "그럼, 2시간 후에 마중하러 오겠다."

     이렇게 마왕은 마르게리타와 함께 가게에서 나갔고, 베루루나루는 가게 안의 여자들이 보이는 적개심어린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게임룸으로 향했다.

     

     게임룸을 돌아다니는 베루루나루. 평소와 다르게 와란 넘버즈의 테이블에 활기가 없다. 그리고 마셰리나 마틸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문이 신경쓰였다. 문에는 VIP룸의 글자가 있었다. 그걸 주저없이 열어제낀 베루루나루. 그곳에는, 그녀의 기대 이상의 도박판이 전개되고 있었다.

     팽팽한 분위기 속, 딜러의 넘버 콜만이 울려퍼진다. 베루루나루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스윽 둘러보다가,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그자는 레이디블루그린. 베루루나루 씨는 레베에게로 걸어가서, 그녀의 등에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베루루나루. 당신이 레이디블루그린 님이네요."

     말이 없는 레베.

     "오빠한테서 이야기는 들었답니다. 강한 모양이네요."

     "미안하지만, 끝날 때까지 조용히 해줄 수 없을까."

     레베가 성가신 듯 얼굴도 도리지 않고 내뱉었다. 그러자, 곧장 어시스턴트인 마틸다가 베루루나루에게 다가왔다.

     "손님, 현재 여기는 긴박한 상태입니다. 부외자의 참견은 삼가해주세요."

     라며 마틸다가 베루루나루의 귓가에서 설명하고서, 빈자리로 안내하였다.

     들은 대로 가만히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베루루나루.

     그리고 게임 종료. 일단 테이블의 분위기가 온화해진다. 그러자 레베가 베루루나루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전엔 무아지경이어서 미안했다. 할아버지의 버릇이 정말 생각이 안 나서 그만. 하지만 당신의 말 덕분에 고민이 말로 튀어나온 게 잘 되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당신은, 베루루엘 공의 여동생이라고 하던데."

     "네, 전 베루루나루라고 합니다. 오빠를 대신에 여기로 왔답니다."

     그러자 바르디스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아가씨도 도박할 건가?"

     "네, 오빠한테서 배웠어요."

     그 미소를 보고 테세우스가 호쾌하게 웃었다.

     "장밋빛 악마의 여동생이면, 다시 말해 장밋빛 공주라는 말이로군. 뭐 잘 부탁한다."

     그리고 다음 게임이 시작되었다.

     

     1회전을 끝낸 마왕은, 마르게리타가 내민 과일주로 몸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그러자 마르게리타가 갑자기 그를 추궁했다.

     "조금 전의 소녀는, 베르 씨의 그런 사람이야?"

     호쾌하게 웃어제끼는 마왕.

     "에이 설마, 그녀는 내 부하의 여동생이다. 가끔 흑발의 훤칠한 녀석이 도박하러 오지 않았나? 그 녀석의 여동생이라고."

     "베루 씨와는 무슨 관계지?"

     이쯤 되자 둔감한 마왕도 눈치챘다. 대답 여부에 따라 마르게리타 씨가 냉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음, 구체적으로는 방계의 친척이다. 형식상, 하인이라는 형태로 내가 신세를 봐주고 있을 뿐이지. 단순한 친척이다."

     어째선지 안심하는 마르게리타.

     그러자 거기에 접수원이 황급히 찾아왔다.

     "즐기고 계신 중에 정말 죄송하지만, 밀짚모자님께 급한 연락입니다. 보통이 아닌 모습이었으니, 빨리 접수대까지 와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면서 알몸으로 당당히 접수대로 향하는 마왕. 얇은 천을 두르고 그의 뒤를 쫓아가는 마르게리타.

     접수대 앞에 서 있던 자는 베루루나루였다. 이를 악무는 듯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꽤 빨랐잖아, 왜 그래."

     "마왕님....."

     여기서 서둘러 베루루나루의 입을 틀어막고는, 귓가에서 "마왕이라고 부르지 마, 적어도 주인님이라고 불러." 라고 마왕이 작은 목소리로 베루루나루를 혼냈다. 그리고는 다시 대화.

     "주인님......"

     "뭔데 베루루나루 씨."

     "돈 좀 빌려주세요."

     ???

     "너, 100만 릴 갖고 가지 않았어?"

     "져버렸습니다......."

     ???

     "너, 그 게임 잘하지 않았어?"

     그러자 베루루나루의 눈에서 한줄기의 눈동자가 흘러내렸다.

     "주인님, 이대로는 분해서 돌아갈 수 없어요."

     드디어 울기 시작한 베루루나루. 마왕은 접수에서 자신의 열쇠와 타월을 빌려서, 옷장에서 지갑을 꺼내들고는 베루루나루의 눈물을 타월로 상냥하게 닦아주었다.

     "자, 80만 있으면 되지?"

     "감사해요 주인님. 반드시 이겨서 갚겠어요."

     그렇게 말하고서 꾸벅 인사한 베루루나루는 그 시크한 복장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종종걸음으로 가게로 돌아갔다.

     "어때, 여동생같은 거라고?"

     "그래, 귀엽긴 하네. 하지만, 오늘의 VIP룸은 맹수의 둥지야. 장밋빛 악마라면 몰라도, 저 소녀로 괜찮으려나."

     "신경쓰지 마. 자 돌아가자."

     

     "그럼 또 오겠다."

     "그래, 예약을 기대하며 기다릴게."

     마왕은 지갑에서 남은 20만 릴을 꺼내서, 15만 릴을 마르게리타에게 지불하고, 5만 릴은 접수원에게 팁이라고 하면서 주고 떠났다.

     그리고 베루루나루를 마중하러 주인님의 은신처를 방문했다.

     "자, 베루루나루의 기분은 어떨까?"

     그러자, 접수에서 게임룸으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 높은 테이블석에 아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베루루나루와, 그녀를 달래는 레이디블루그린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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