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근로소녀 에리스2021년 05월 12일 15시 33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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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 부탁이 있는데요."
"드문 일이네. 무슨 일이야? 후라우."
후라우의 부탁이란, '수면의 반지' 와 '정신의 반지' 를 하나씩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괜찮지만, 무엇에 쓰려고?"
"실은 말이죠, 에리스."
후라우는 도예도시 세라믹스에서 보았던 도자기, 특히 다기의 훌륭함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부디 그 멋진 다기들을 센스좋은 아이훌과 크레디아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후라우의 용인 피린은 3명까지 탑승가능. 그리고 피린이 결계를 쳐준다. 다만, 일반인은 장시간의 비행이 괴롭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수면의 반지. 다시 말해, 하늘을 나는 사이에 두 사람을 쉬게 하고 싶다는 계획이다.
"안 될까요, 에리스."
"상관없지만, 다실은 어떻게 해?"
"하루 쉴까 하는데요....."
잠시 생각하는 에리스. 그녀는 마리아의 말 때문에, 왕도에서 와란으로 사자가 올 때까지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다. 그렇다면 심심풀이로 괜찮을지도.
그리고 다음 날.
후라우의 요청대로 반지를 마련한 에리스는, 주섬주섬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고는 등에 래칭을 업고 천으로 감쌌다.
"그럼 가볼까, 후라우."
"에리스, 그 모습은?"
"오늘은 내가 하루종일 다실의 가게를 볼 거야. 불만있어?"
오늘은 후라우가 도예도시로 가고, 레베는 에리스의 명령으로 북방의 정찰 겸 왕도에서 오는 사자의 동향조사, 클레어는 공방에서 모케모케 군 2호기 제조, 캐티는 아침부터 라이브하우스에서 죽돌이. 그렇게 되니 한가한 사람은 에리스 뿐. 그래서 에리스는 심심풀이로 가게라도 봐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다실에 도착한 2명. 처음엔 에리스의 요청에 놀랐던 아이훌과 크레디아도, 곧장 에리스의 배려에 감사하고서 고개를 숙이며 가게를 부탁하였다.
가게의 뒤에서 원래의 사이즈로 돌아간 피린. 후라우, 아이훌, 크레디아는 승마용 바지와 부츠로 갈아입고는 피린에 올라탔다.
"그러면 에리스, 갔다올게요."
"갔다와. 선물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맛있는 절임을 사올게요."
그리고 피린은 둥실 떠올랐다.
"여어, 아이훌 씨, 티 세트 좀 내주쇼."
제일 먼저 가게에 온 사람은 바즈 씨와 다그 씨의 콤비. 순찰 후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당황하는 2명. 그리고 가게 안에서 커다란 접시에 차와 케잌을 2세트 올려서 들고 오는 사람은, 귀여운 금발소녀.
"켁, 에리스. 너 그런 모습으로 뭘 하는 거냐?"
" '켁' 이라니 실례라구요 바즈 아저씨. 오늘은 아이훌 씨와 크레디아가 하루종일 외출이에요. 저는 그 대신이구요. 그런데 아저씨 쪽도 아침부터 차를 들다니 대단한 신분이네요."
"아니아니, 어울린다고 에리스. 이거 귀엽네. 등의 수호룡님도 한층 더 괜찮은 느낌이라고."
"고마워요 다그 아저씨."
이거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아저씨 콤비는, 오늘의 케잌을 허겁지겁 입안에 쑤셔넣고는 차를 쭈욱 들이키고서 재빨리 계산을 한 뒤 가게를 나섰다.
그러자 조금 지나서 찾아온 사람은 도적길드마스터인 바르디스와 모험가길드마스터인 테세우스.
"어이어이, 곤란한데 고문 씨. 멋대로 아르바이트를 해버리다니."
"이거, 근처의 소녀들을 모아서 가게를 여는 것도 가능하려나? 아저씨 이상한 방향으로 눈을 떠버릴 것 같다고."
성가신 녀석들이 왔다며 내심 혀를 차는 에리스. 하지만 여기선 영업 스마일.
"어서오세요 아저씨들. 주문은요?"
"너."
"너."
"돌아가 망할 아저씨들."
에리스는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2명의 앞에 티세트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일단 가게로 돌아가고서, 와란의 보석상자의 블랙마크가 들어간 로렌베르크 차의 항아리를 두 개 품어들고 왔다. 그리고 그걸 2명의 앞에 놓았다.
"자 아저씨들, 한분 당 7000릴이에요."
"어째서 750릴 더하기 5500릴이 7000릴이냐고, 고문 씨."
"팁이 당연하잖아요."
그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에리스가 부랴부랴 일하는 모습을 즐긴 2명은, 충분히 만족한 뒤에 1명 당 1만릴 씩을 놓고 갔다.
다음으로 찾아온 사람은 신사의 거리의 언니들 3인조.
"오, 마스터가 말한대로야. 어울려 에리스 아가씨."
"어머, 인형같네요. 깨물어버릴 것 같아요 에리스 아가씨."
"에리스 아가씨의 그런 모습은 의외를 넘어서 놀랍네요."
라고 마르세리타, 마리린, 마셰리가 제멋대로 말하였다.
"어서오세요 언니들. 티 세트를 가져올게요."
이미 주문을 받은 생각이 사라진 에리스는, 3인분의 티세트를 옮겨다가 언니들의 앞에 늘어놓았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은 여자가 보아도 귀엽고 흐뭇한 것이었다.
그러자, 이때 찾아온 사람이 후린트와 마리아. 에리스는 아직 설거지 중. 그러자 마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여기는 제가 해둘 테니까 손님의 상대를 부탁해요."
마셰리가 대신 설거지를 해주는 사이 에리스는 주문도 듣지 않고 2세트를 허겁지겁 마련하여 후린트와 마리아에게 날라다주었다.
"호오, 테세우스들의 말대로였구만. 너무 귀여워서 뭐가 속셈이라도 있나 하는 의심을 해버렸지 뭔가."
"이건 이거대로 귀엽네요.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요."
에리스의 시커먼 부분을 잘 아는 2명은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하였다. 그걸 듣고 에리스가 역습.
"그게 노동으로 바쁜 가련한 소녀에게 할 말씀인가요, 아저씨, 아줌마."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차를 즐기는 공방길드마스터와 상인길드마스터 두 사람을 흘겨보면서, 에리스는 다시 가게 안으로 돌아갔다.
"고마워 마셰리, 살았어."
"아뇨아뇨, 항상 저희들이 아가씨에게 도움받기만 하니, 이 정도는 하게 해주세요."
그러자 거기에 켄이 상자를 안고 찾아왔다.
"아이훌 씨, 추가분의 케이크를 들고 왔슴다. 아니! 뭐하는 것임까 아가씨!"
놀라서 무심코 케잌상자를 떨어트리려 하는 켄.
"실례잖아. 오늘은 가게를 봐주고 있어."
이렇게 있는 사이에도 계속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 아무래도 바즈 씨와 다그 씨가,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마을 안에다 소문을 퍼트리는 모양이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쁜 나머지 패닉상태가 된 에리스. 그러자, 그때 메이드복을 입고 머리에 삐땅을 올린 클레어가 찾아왔다. 아침의 클레어의 모습을 보고 아마 도중에 일손이 달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그녀는, 모케모케 군의 크리에이트 골렘을 끝낸 후에 도우러 온 것이었다.
"이럴거라 생각했어 에리스. 나도 도와줄 테니 저녁까지 힘내자."
"고마워~! 정말 살았어~!"
이렇게, 이 날은 소녀 2명이 차를 대접하는 찻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클레어도 메이드복으로 가게에 나왔다는 정보가 흐르자 오후부터는 공방길드의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든 바람에, 2명 모두가 패닉에 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편 여기는 도예도시 세라믹스. 후라우는 이미 전에 상인길드에 자기소개를 끝내놓았기 때문에 상품의 매입은 스무스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후라우가 기대했던 대로 아이훌과 크레디아의 센스는 훌륭했다. 여러 가게를 3명이서 돌면서 가게의 판매용, 다실의 손님 제공용, 자기들이 사용할 것을 찬찬히 골랐다.
"어머니, 이거 아저씨들한테 딱 좋아보여요."
크레디아가 고른 것은 투박하지만 그럼에도 멋이 살아있는 컵.
"그래, 손님에 맞춰서 다기를 갖추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아이훌이 손에 든 것은, 유백색의 도자기에 예쁜 그림이 그려진 컵과 주전자 세트. 이걸 가게 안에 장식한다면 정말 빛이 날 거라고 아이훌은 즐겁게 상상하였다.
그런 2명의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돌아다니는 후라우. 어느 도시에 가도 에리스는 흉계를 짜버리고, 레베는 외출을 싫어했고, 캐티는 곧장 어디론가 가버리고, 클레어의 센스는 최악. 그래서 여태까지 혼자서 장을 봐왔던 그녀는, 이제서야 쇼핑동료를 찾은 것이다.
"다음엔 마르스필드나 위즈덤에도 장을 보러 가지 않을래요?"
후라우의 요청에 행복한 듯 수긍하는 2명. 그리고 장보기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 이어졌다.
"왔어요."
후라우 일행이 다실로 돌아왔을 때, 에리스와 클레어는 기진맥진해서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옆에는 등에서 내려온 래칭과 머리에서 내려온 삐땅이 따분해하고 있었다.
"아이훌 씨, 이거, 오늘의 매상......"
힘없이 돈상자를 가리키는 에리스. 그곳에는 평소의 3배 이상의 매상금이 채워져 있었다.
"에리스, 또 부탁드릴게요."
에리스의 미소를 보고, 에리스는 피곤하니까 싫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후라우의 미소에는 반드시 또 장을 보러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나 있었다. 쉽게 요청을 들어준 것을 후회하는 에리스.
이렇게 가볍게 시작한 심심풀이는, 에리스ㅡ에지가 전생한 이래로 가장 바쁘게 일하게 된 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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