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제 3 화, 욕조의 마왕은 돈이 필요해
    2021년 04월 14일 19시 01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ncode.syosetu.com/n2851fy/39/

     

     

     

     완전히 심야가 되고 말았다. 아니, 아직 어둡기는 했지만 날이 밝아지는 쪽인지도 모르겠다.

     

     아침 일찍 일하는 직종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기척이 난다.

     

     그런 왕도의 백성들을 곁눈질하며 건물의 옥상을 달리다가, 문득 조금 전까지 했던 세레스의 면접을 떠올렸다.

     

     으, 음......... 그건 그렇고........

     

     왠지, 잘 모르는 사이에 첫 멤버가 가입하고 말았다.

     

     그 소녀는 라이트 왕국의 주전력이었기 때문에, 나를 타도할 비장의 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 하지만 이건 어떻게 되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왜냐면...... ㅡㅡ난 그녀에게 협박당하고 있었으니까.

     

     옆집의 마이트 부부의 석조건물의 지붕을 차고서, 자택 앞에 내려선다.

     

     자그마한 목조 건물의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 생애의 두 번째 궁지를 벗어난 후의 포상으로 준비해뒀던 감귤계 과일을 넣은 욕조로 직행하여, 재빨리 입욕했다. 사치스럽게도 어깨까지 잠길 정도로.

     

     "휴우~~........"

     

     한숨을 쉰 후에 떠올린 것은, 이전에 살롱에서 했던 세레스의 말.

     

     

     

     '.........붙잡았습니다. ㅡㅡ[크로노] 마왕폐하.'

     

     

     

     ........알아챘을까. 내 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경악했었다는 사실을.

     

     본명, 어째서 들킨거지......

     

     조금 전에도 확실하게 크로노 마왕폐하라고 불렀었다.

     

     자기 이름을 대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전혀.

     

     어째서 들켜버린 건지,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진짜 무섭다.

     

     그래서 약점을 잡혀 협박을 받고 있었음에도 도망치지 못하고 성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력의 미풍을 이용한 협박은 안 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한 후의 면접.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내 동료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흥, 협박해서 동료로 들어가려고 하는 걸 보면, 역시 악의 공주님이라고 그 여자는. 이것이 왕족의 방식인가.

     

     "후우......"

     

     스파이는 아닐 것이다. 내 개인정보를 알고 있으니까, 이미 이끌어낼 정보 따윈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다. 난 지금의 내 모습처럼, 발가벗겨진 상태다.

     

     뭐 초 유능하다는 점은 판명되었기 때문에, 즉시 채용했다. 절대 협박에 굴한 것이 아니다, 절대라면 절대다.

     

     문제는, 3인분의 급료구나.

     

     그리고 두 사람에게 나의 일을 말했다고 들었을 때는 기밀누수의 위험성을 한 시간 정도 설교해줄까 하고 약간 화가 나버렸었지만, 그녀가 쓸만하다고 한다면 쓸만할 것이다.

     

     또한 왕 암살의 의뢰, 착수금만 받았는데..... 이것만으로는 오래 못 버틸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

     

     

     다음 날도 살롱의 종업원으로서, 아침부터 들이닥친 에리카 공주의 급사를 맡는다.

     

     "하아......"

     

     바위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흔들거리는 에리카 공주에게, 미지근한 녹차가 들어간 찻잔을 내밀었다.

     

     한숨소리와 함께.

     

     ".......그라스가 한숨을 짓다니 드문 일이잖아. 상담해줄까?"

     "그럼 급료를 올려주십시오."

     

     어전시합을 무사히 끝내고 수많은 호평을 받아 아직도 기분좋은 에리카.

     

     "뭐어......? 음~ 언니라면 가능하겠지만......"

     

     그 당신의 언니 덕분에 돈이 필요하다니까.

     

     "언니가 그라스 따위를 위해 힘써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급료는 올려줄 수 없겠네. 미안~"

     ".......아뇨, 주제넘은 발언이었습니다. 잊어주시길."

     

     뭐, 처음부터 기대는 안 했다.

     

     역시 내가 최고의 두뇌인 세레스에게 은근슬쩍 물어보는 게 좋아보인다.

     

     어젯밤에 쌓아올렸던 위엄이 무너질 것 같으니, 가능한 한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돈을 벌 뿐이라면 간단하지만 말야."

     "온 세상의 근로자를 적으로 돌리셨군요."

     "그럴 셈은 없었는데!?"

     

     에리카 공주에게는 상식이라는 듯한, 꿈에도 생각치 못한 자연스런 한마디.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실례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뭐, 상관없지만...... 마물 전문 용병이 되면 되잖아. 그라스의 실력이라면 금방 벌 거라고 생각하는데?"

     "용병, 입니까......"

     

     그 방법은 자기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용병이라는 건 꽤 수입의 격차가 큰 직종이다.

     

     용병길드에 가입하고서, 가능할만한 일을 고르면 되지만..... 큰돈을 얻으려면, 의뢰인이 지명할 정도로 이름난 용병이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름이 알려지려면 꽤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나한테는 종업원의 일도 있고, 마크 집안의 마크 쌀을 넓힌다는 사명도......아니아니, 마왕으로서의 활동이다. 그 활동도 있기 때문에, 그다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 하지만 지금은 라이트 왕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2대 용병팀이 왕도에 있으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라이트 왕국을 거점으로 하는 용병들 중, 가장 거대한 용병단인 '깃발 없는 기사단'.

     

     젊은 기사단장 밑에 강한 용병들이 모여들어서, 약자를 위해 싸우는 고결한 용병단이다. 거친 자들이 많은 용병들 치고는 희한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질은 매우 높아서 주변국에서도 경의를 표할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는 '유대의 세 요정."

     

     이쪽은 세 종족의 의자매 만으로 구성된 용병팀임에도 불구하고, '깃발 없는 기사단' 과 동등할 정도로 어이없는 세 자매다.

     

     특히 장녀는, 주점에서 일으킨 싸움을 중재하러 나선 라이오넬조차도 막을 수 없었다는 모양이다.

     

     " '유대의 세 요정' 의 루루노아는, 언니와 맞먹을 정도의 괴물이야. 용병은 포기하기로 하고, 다음은 도박이나.......내 전속 하인은 어때?"

     "도박은 조금....... 제 성미에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째서 후자는 무시하는 거야? 다른 종업원이었다면 울면서 기뻐했을 텐데......"

     

     몰랐다고는 해도, 마왕을 성에 맞아들이려는 짓은 그만둬. 지금도 헛점투성이인 경비인데. 조금 더 마왕을 경계해줬으면 한다.

     

     "ㅡㅡ미안, 늦었어."

     

     백발의 하쿠토가 살롱 안으로 후다닥 달려왔다.

     

     왠지 흑기사에게 자극받아 아버지와 함께 의욕에 차서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내 예정으로, 흑기사는 악의 4천왕 중 한 명이 될 터였지만, 완전히 영웅이 되어버렸다.

     

     마을 안에 벽보도 붙여져 있고....... 숯으로 피부를 검게 칠한 아이들이 흑기사놀이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뭐, 기쁘기는 기쁘다.

     

     "곧장 녹차를 마련하겠지만, 오늘은 뭘로 드시겠습니까?"

     "아, 조금 배고프니 알아서 가벼운 음식으로 줘."

     

     익숙한 모습으로 검을 나에게 내밀고는, 바위에 앉으면서 주문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와사비 오차즈케를 대령하겠습니다."

     "여, 역시 오차즈케구나......"

     

     그런 소리를 흘려들으며, 방 한 켠에서 오차스케의 준비를 한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어?"

     "그라스가 돈이 필요한 모양이야. 그래서 내 하인을 하면 되지 않냐고 말했지만, 꽤 승낙하지를 않는 거야, 이 녀석~"

     

     칼끝으로, 작업하고 있는 날 툭툭 찌르며 시비거는 에리카 공주.

     

     하는 김에 에리카 공주의 분량도 만들고 있었는데, 와사비를 늘려서 넣어줘야겠다.

     

     "뭐? 그런 거, 그라스 씨라면 얼마든지 벌 수 있잖아."

     "........뭐?"

     

     ........뭐?

     

     하쿠토가 나여도 생각치 못한 방법을 떠올렸을 리가 없다. 에리카 공주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둘이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나 자신만만할까. 날아가버리고 싶은 건가.

     

     "그 칼, 그라스 씨가 만든 거지? 누가 봐도 훌륭히 만들어졌던데, 자작 무기를 팔면 되지 않을까?"

     "".........""

     

     ..........진짜 맹점. 그리고 진짜 미안.

     

     설마, 그 하쿠토에게서 명안이 나올 줄이야.

     

     하지만 용병과 매각이.......흠.

     

     "자, 맛있게 드십시오."

     

     에리카 공주와 하쿠토의 앞에 오차즈케를 놓는다.

     

     "오? 내 것까지 만들어 준 거야? 어디어디...............으악!? 코가 찡해!!"

     

     에리카 공주와 하쿠토가 자기 일처럼 생각해준 방법이다. 이럴 바에, 양쪽 모두 채용하는 건 어떨까.

     

     수단이 보이기 시작하니, 갑자기 의욕이 생겨났다. 이것이 근로의욕이라고 하는 것인가.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정체가 탄로나지 않도록 신경써야겠다. 성격도 어조도 철저히 바꿔야지.

     

     ........의문의 쿨한 검사처럼.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