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승자는 한 명뿐이니라면, 저와 당신은 동시에 있을 수 없는 거네요......!"
"...... 맞아. 하지만 그 결정은 좀 더 나중이며,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아니요!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해요,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겠어요!"
아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지금은 그저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한 말일뿐이다.
그런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의외네. 그렇게나 나이트에덴과 친하게 지냈던 거야?"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왜냐하면,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할 수 없어 ......!
"그는 당신이 모르는 걸 알고 있었어요......!"
커피를 마시고, 연극을 보고.
분명 가짜 구세주에게 필요 없는 것을 제가 주고 말아서.
하지만 감동받았어! 울고 있었는데! 그 녀석은! 그 녀석은!
"절대로, 당신만은 용서치 않아 ......!!"
온몸을 떨며, 고통에 시야가 깜빡거리는 와중에도 주먹을 쥐었다.
그런 나를 보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않아. ...... 그러니 결판을 짓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앞으로 나아가자."
"...... 앞으로, 앞으로라니! 결국 당신이 나아갈 곳은 어디인가요 ......!"
왕도를 엉망으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아들인 나이트에덴까지 죽이고.
대체 뭐야.
넌 결국 누구야?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아아, 그래, 그 말을 하려고 데려온 거였지."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생각났다.
"모든 권능을 집약시킨 '개벽'의 힘으로 신을 죽이고, 세상의 외부에서 정한 운명을 파괴하고, 세상을 처음부터 자유롭고 열린 것으로 다시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나아갈 길이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시선의 끝에는, 아직 기적적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옥좌의 방이 있었다.
"우리도 갈까?"
"우리 '도' ......?"
"그래. 가슴 뛰는 클라이맥스를 준비해라. 결전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우리는 뒤늦게 도착하는 거다ㅡㅡ마치 싸구려 영웅물처럼 말이야!"
그 직후.
검은 연기로 뒤덮인 왕도의 하늘을 한 줄기 번개가 뚫고 지나가자, 나는 그레이테스트 원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닫고 눈을 부릅떴다.
◇
그레이테스트 원의 시선 너머.
옥좌의 방에 천둥소리를 울리며 뇌전이 직격했다.
자신을 포탄처럼 바꾸어 질주한 로이 미리온아크는, 온몸에서 자전(紫電)을 뿜어내며 방심하지 않고 왕좌의 방을 둘러보았다.
(...... 역시 인기척이 없다. 이미 이곳은 전장으로서의 역할이 끝났구나)
하지만 자신들의 힘을 방해하는 것은 여기에 있다.
그는 감각적인 감지력을 바탕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늦었군, 로이 미리온아크"
"ㅡㅡㅡㅡ!?"
기척은 확실히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든 채 힘차게 몸을 돌렸다.
"......앗?"
"뭐야, 그 멍청한 얼굴은. '강습의 귀공자'라는 별명이 울고 있잖아?"
시선의 끝에 서 있는 모습을 본 로이는, 입을 쩍 벌린 채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몇 번을 봐도 저기 서 있는 것은.
"왜 ...... 내가 ......?"
똑같은 얼굴, 몸매, 옷차림, 장비, 똑같은 모습.
거울에 비친 모습도 아닌, 완벽한 복제품 같은 로이가 서 있었다.
유일한 차이점은ㅡㅡ그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조롱을 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준비해라, 로이 미리온아크!"
"무엇을...... 너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냐!?"
"일일이 질문하고 대답을 들어야만 싸울 수 있는 건가. 그럼 한 가지만 알려줄 테니 잘 들어라......."
번쩍 하고 번개가 흩어졌다.
로이가 입은 황금빛 광채와는 정반대인, 세상을 잠식하는 검은 증오와 저주의 재앙의 번개.
"......마리안느의 옆에 서는 것은 너처럼 연약한 잡배가 아니야. 바로 나다."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