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됐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제압해."
"예, 알겠습니다."
이 여자를 이대로 놔둬도 괜찮슴까? 라는 표정을 지으며 병사가 떠나갔다.
나도 너를 날려버리고 싶다고.
"자...... 그럼 옛날 이야기를 할까?"
그레이테스트 원은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 미소가ㅡㅡ솔직히 말해서, 조금 무서웠다.
"뭐,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 창작에서는, 세계관이나 설정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재미없어져요."
"맞는 말이야. 잘 알고 있지만, 독자는 다행히도 통찰력 있고 이해력 있는 어여쁜 소녀가 한 명뿐이지. 이 정도의 지루한 시간은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 하아. 그럼 들어보죠."
폐허 속을 걸으며, 나는 그레이테스트 원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마치 무너진 사람들의 생활 따위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저...... 딸과 오랜만에 산책을 즐기는 듯 가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힐끗 시선을 돌렸지만, 나이트에덴은 여전히 의식이 흐릿한 상태로 올려진 채.
"뭐,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 금주 보유자와 칠성사가 역사상 처음으로 격돌했을 때의 일이지."
"그건 들어본 적이 있사와요."
사토가 말했던 것 같다.
분명 초대부터 엉망진창인 느낌이었지.
"[유성]과 [야마토]와 [군신]은, 숙명의 울타리를 넘어 손을 잡고 초대 나이트에덴 님을 쓰러뜨렸다. 지금의 나이트에덴에게 교육시키고 있는 역사는 거짓이며, 진짜 역사에서 초대님은 패배했다."
뭐, 그럴 줄 알았어.
사토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고, 너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너무 많은걸.
솔직히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내분이 있었고 결국 한 명이 죽었다는 건 알고 있다.
"설마 당신까지 함께 있었다는 말은 안 하겠죠?"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공유받았다. 우르스라그나를 계승할 때 기억과 경험의 계승이 있는데, 매번 죽임을 당하는 순간을 맛보는 건 힘든 일이지."
"죽은 쪽이 나쁜 게 아닐까요......"
"그렇겠지. 그 말대로 초대님은 용감하고 강하고 훌륭했지만, 그것들을 상쇄해도 모자랄 정도로 어리석었다."
거리의 풍경은 변함이 없다.
왕성 근처인 이 지역이라면, 시민들은 이미 대피가 끝났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난동을 부려도 좋다.
하지만 ...... 왕도 전체를 날려버릴 정도의 출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나는 완전히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
매우 불쾌한 상황이지만, 아직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래도 '유성'의 여자에게 우리가 껄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나?"
"무슨 뜻인가요?"
"결국은....... 첫 타이밍에 '유성'이 개입했기 때문에 인과가 계속되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말을 끊은 후.
그레이테스트 원은ㅡㅡ엄밀히 말하자면 그레이테스트 원의 몸을 빌린 남자는, 가만히 이쪽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싫어질 정도로 닮았어 ...... '유성'의 여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붉은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승리를 외치는 그 가증스러운 모습. 당대의 나이트에덴이 집착하는 이유도 이해해.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인과관계를 말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운명을 미워하고 있다. 자각이 없는데도 그 중심점에 내가 놓여 있다.
"자, 일단 목적지에는 도착했다."
멈춰 선 그레이테스트 원이 잔해 더미를 올려다본다.
"여기인가요?"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고 생각하지?"
그의 말에, 비로소 눈앞의 잔해더미가 왕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완전히 파괴된 그곳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높이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 외벽과 기본 구조물 중 일부가 심각하게 파괴된 것을 볼 수 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위를 올려다보니, 옥좌의 방이 아직도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