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안네마리 VS 크리스토퍼(1)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루시아나와 안네마리는 탈의실로 향하고 있었다.

　복도에 도착했을 때 몇 명의 인물을 만났다.



"사샤!"



"루시아나 님!"



　복도에는 세 명의 소녀가 있었다. 루나의 메이드인 사샤. 올리비아의 메이드인 글로리아나. 그리고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세레디아.



"어머, 세레디아 님. 무슨 일인가요?"



　안네마리가 묻자 글로리아나가 대답했다.



"저희들은 루틀버그 님의 메이드인 멜로디를 찾으러 왔다가, 방금 복도에서 쓰러져 있는 이 분을 발견했어요. 지금 당장 의무실로 모셔다 드리려고요."



"잠깐만. 멜로디는 어딨는데?"



"의상반의 작업이 끝났으니 루시아나 님에게 가셨을 텐데요."



"나한테는 안 왔어."



"......당신들, 방금 천둥 같은 큰 소리가 났잖아요? 혹시 어디서 났는지 아나요?"



"천둥이요?　어, 아마 저쪽에서 났을 거라 생각해요."



　사샤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 안네마리도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은 세레디아 님을 의무실로 모셔다 주세요. 루시아나 님도ㅡㅡ"



"저도 함께 갈게요!"



"하지만 ......"



"꼭 따라갈게요!"



(...... 망설일 겨를은 없나)



　루시아나의 완강한 눈빛에 설득을 포기한 안네마리는 사샤가 가리킨 방향, 게임에서 전투의 무대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 건물의 사각지대로 향했다.



"안네마리 님, 그곳에 멜로디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달리면서 루시아나가 물었다.



"...... 어쩌면 그 소리가 난 곳을 보러 간 게 아닐까 싶어서."



(아니면 ...... 크리스토퍼를 발견하고 쫓아갔을지도. 주인공이 그랬으니까)



　안네마리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멜로디는 예전에 어떤 이벤트에서 대리 히로인을 맡은 적이 있다. 안네마리와 함께 했던 이벤트다. 그때는 전투력이 없어도 어떻게든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싸우지 못하면 너무 위험한 이벤트다.



(하지만 이 세계의 강제력이 적당한 사람을 골라서 히로인 역할을 맡기려고 했는데, 그게 멜로디였고, 흑화 크리스토퍼와 싸우게 되면 멜로디가 크리스토퍼에게 죽게 되어버려!)



　멜로디는 평민 소녀 안나로 변장한 안네마리에게 소중한 친구다. 그런 아이를, 아니, 누구든 간에 마왕에게 조종당하는 크리스토퍼에게 죽게 할 수는 없다. 절대 안 돼!



"루시아나 씨, 서둘러요!"



"네!"



　두 사람은 학교 안을 달려 나갔다.



　그리고 예의 굉음이 들렸다고 생각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몇 명의 구경꾼 같은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사각지대 너머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상하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 더 소란스러워야 하는데 ...... 여기가 아닌가?)



"어라, 이상하네. 이 근처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분명 여기가 아니었어. 다른 곳을 찾아보자."



　저편을 살펴봐도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자, 루시아나 일행을 제외한 학생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두 사람 역시 사각지대 너머를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용하다.



(여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착각한 걸까? 빨리 찾아야겠어)



"루시아나 씨, 다른 곳으로 가요."



"음......?"



　다른 곳을 찾자고 말하려던 안네마리는 그만두었다.

　루시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요, 루시아나 씨?"



"어, 뭐라고 해야 할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상하다니요?"



"아니, 딱히 이상한 점은 없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요."



"...... 설마. 마력의 흐름을 꿰뚫어 보아라 [아나라이즈 비전]"



(은제 안경을 가져올 걸 그랬어!)



　멜로디와 같은 방식으로, 안네마리는 눈동자에 마력을 모아 사각지대가 되는 현장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 하지만!)



　두 눈에 모았던 마력을 오른쪽 눈에 집중시켜, 눈을 부릅뜨며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