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루틀버그 영지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 늑대를 붙잡을 때도 사용했던 '백은의 바람'이 크리스토퍼에게 다가온다. 크리스토퍼는 발바닥에서 가시를 뿜어내며 높이 뛰어올라 멜로디의 바람을 피하려 했지만, 바람은 자유자재로 휘몰아치기 때문에 공중에 떠 있는 크리스토퍼에게 자유는 없었다. '백은의 바람'이 크리스토퍼를 붙잡았다.
"이제 어떻게 할까 ...... '은의 바람'이 효과가 없다면 '백은의 바람'으로 시도해 볼 수밖에 없으려나."
크리스토퍼의 주위로 백은의 빛이 소용돌이친다. 은의 마력을 동반한 바람이 크리스토퍼를 감싸 안는다.
(제발 부탁이야. 이 바람으로 검은 마력을 제거해 줘!)
소원을 빌며 마법을 행사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리스토퍼가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멜로디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가시 무늬의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멜로디는 작전이 성공했다고 기뻐했다.
"성공했어! 이대로만 가면.......어?"
"크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리스토퍼 님!?"
크리스토퍼의 너무 큰 절규에 멜로디는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가시 문양에서 피가 흐르고 크리스토퍼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안 되겠어. 이대로 문양을 부수면 크리스토퍼 님의 몸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힐 수 있겠어!)
멜로디는 급히 '백은의 바람'을 멈추고 크리스토퍼에게로 달려갔다.
"크리스토퍼 님!"
그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문양에 금이 간 채로, 그 가장자리에서 피가 여러 줄기로 흐르고 있었다. 교복 아래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어 어쩌면 전신에 상처가 났을지도 모른다.
"일단 응급처치를 해야겠어....... 앗!"
멜로디가 손을 내밀자, 쓰러져 있던 크리스토퍼가 생기가 없던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멜로디의 손을 잡았다.
"노, 놓아주세요! 꺄악!"
크리스토퍼의 팔목에서 검은 가시가 빠르게 뻗어 나와 멜로디를 휘감았다.
"그만해요! 놓아줘요! 안 돼에에!"
검은 가시가 멜로디의 팔에, 다리에, 단단히 얽혀 그녀를 구속해 나갔다. 가시의 강한 힘에 몸이 떠오르자, 멜로디는 팔다리를 움직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멜로디의 메이드복은 보호 마법이 걸려 있어 가시에 다칠 염려는 없다. 하지만 가시의 힘이 강하여, 마법을 쓸 수 있어도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한 멜로디의 구속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럼 백은의.......으읍!"
검은 마력의 가시 정도는 '백은의 바람'을 사용하면 쉽게 파괴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멜로디였지만, 크리스토퍼의 손이 그녀의 목을 강하게 조르면서 마법의 주문이 멈춰버렸다.
크리스토퍼는 온 힘을 다해 멜로디의 목을 조였다. 갑작스러운 일에 멜로디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내지 못했다. 참고로 손상은 없다. 피부가 덮이지 않은 곳도 잘 감싸주는 것이 멜로디의 보호 마법이다.
지금은 그냥 갑자기 목이 졸린 것에 충격을 받아 마법을 쓰는 것을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위기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에게는 위기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시에 손발을 묶이고 목이 조여지는 소녀의 모습은, 바깥에서 보기에 충격적인 큰 위기였다.
"마력이여, 수렴하여 별을 본떠라! 유성이여, 내 적을 쳐부숴라! [슈팅스타!]"
별 모양의 마력 총알이 크리스토퍼를 향해 유성처럼 날아갔다.
크리스토퍼는 멜로디에서 손을 떼고 '유성격'을 피했다.
"한 방 더!"
크리스토퍼가 멜로디에서 손을 떼자, 별 모양의 마법은 빙글빙글 돌며 멜로디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마법의 공격으로 멜로디를 묶고 있던 검은 가시를 끊어냈다.
자유로워진 멜로디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서 땅에 무릎을 꿇었는데,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멜로디, 괜찮아!?"
"어? 아가씨?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
"루시아나 씨, 멜로디는!?"
"안네마리 님 덕분에 무사해요!"
"그래, 다행이다."
"어? 왜 안네마리 님까지? 여긴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텐데..."
"안네마리 님이 마법으로 찾아내주셨어"
"그런 일도 할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칭찬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 이야기는 그를 어떻게든 처리한 후에 천천히 이야기하자."
안네마리는 크리스토퍼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른손에 시커먼 검을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안네마리도 은색 지팡이를 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크리스토퍼 님, 정신을 차리게 해 드릴게요. 루시아나 씨, 멜로디 씨와 함께 물러나세요."
안네마리와 크리스토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