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에서, 본 적 없는 군복을 입은 남자가 이쪽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
쓰러진 기사의 몸에서 퍼져나가는 핏물.
그것이 내 신발에 엉겨 붙어 붉게 더럽힌다.
"왜......?"
이어서 나를 쏘려고 했던 남자가, 옆에서 달려든 기사에게 튕겨져 날아갔다.
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누군가가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
"무엇, 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이런 일을, 왜.
[현 정권은 처음부터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본래의 통치자인 우리를 봉쇄하고 국민을 계속 속여온, 비열한 존재인 것입니다]
연설이 왕도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저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며, 그가 날아가 버린 곳을 바라보았다.
때린 느낌은 충분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왔구나, 오고 말았는가, 마리안느 피스라운드 ......!"
역시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옥들을 증발시킬 듯한 기세로 제거하고서, 금발 청년이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당신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멀쩡히 일어서는 나이트에덴을 보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
불타는 왕도. 굴러다니는 시체들.
사람들의 일상이, 행복이, 무참히 짓밟혀 쓰레기처럼 날아가 버린다.
이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 나이트에덴인가.
분쟁을 없애고 싶다는 소망을 함께 했던 이 남자가 한 짓인가.
정말로? 그럴 리가 없어, 무슨 사정이 있는 거야. 막으러 왔지만 늦었다든지, 그런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넌 오지 말았으면 좋았을 텐데."
"......!"
"이제 승산은 없어. 아니, 모든 게 다 끝난 뒤야."
양복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며 나이트에덴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판을 뒤집을 수 없도록 모든 것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네가 판을 뒤집을 틈도 주지 않고, 몇수만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획했지. 왕은 죽었다. 마법사의 군대도 기사단도, 대응책이 작동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산발적인 전투 소리는 시작하자마자 끝난다.
치안을 지키기 위해 나선 마법사와 기사들이 즉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싫어도 알게 된다.
"슈텔트라인은 왕을 잃었고, 왕도를 파괴당해 국가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어디론가 도망쳐야 한다."
"그런 짓을 한 녀석들이, 무슨 낯짝으로 말씀하시는 거죠!"
"...... 아아, 정말로 그 말대로야."
힘없이 웃으려는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화가 난다. 내 호소를 다 들었으면서 듣지 않는다.
"당신의 이상은 이런 것이었나요! 이런 화염과 피를 뿌린 도시가, 정말로 당신의 이상인가요!"
"............"
나이트에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손에 빛의 검을 드러낼 뿐이다.
아아 그러셔! 변명조차 하지 않는 거냐고!
평상시 같았으면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았을 텐데!
그마저도 하지 않겠다면, 자각이 있는 거라면 날려버릴 수밖에 밖에 없잖아!!
"이런 것은 소원이 아니에요! 유성도, 더군다나 빛 따위는 절대로 아니라고요!"
"............!"
"당신이 하고 있는 건 단순한 야망의 실현! 폭력을 휘두르고, 사람들을 공포로 뒤덮는 것뿐.......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해치고 파괴하는 야만적인 행위라고요!"
나는 그를 가리킨 뒤, 주먹을 들었다.
불타는 잔해의 도시 속에서 입술을 한 번 세게 꽉 깨물고 나서 말한다.
"그러니 이 깨물고 있어! 주먹을 때려박아줄 테니!"
"............ 해봐라, 할 수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