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4화 클라우드의 편지(1)
    2024년 06월 21일 09시 49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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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버트 일행이 루틀버그 백작 저택을 방문했을 때, 레긴버스 백작 저택의 집사는 주인을 위해 홍차를 나르고 있었다. 손수레를 밀며, 집사는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집사는 집무실 문을 열고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집무실에서 서류와 씨름하는 주인, 레긴버스 백작 클라우드가 집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으리, 차 가져왔습니다."



    "......"



     집사가 말을 걸어도, 클라우드는 들리지 않는지 묵묵히 서류에 뭔가를 쓰고 있다. 대답이 없는 것에 또 한숨이 나올 것 같은 것을 참으며, 집사는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시 차를 끓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다음 일은?"



     클라우드의 손이 멈췄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펜을 움직이던 손과 자료를 읽는 눈동자 외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그가 집사에게 물었다. 집무용 탁자에 준비된 미처리 서류가 모두 정리된 듯하다.



    "이제 없습니다."



    "응?"



     클라우드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나 눈치채지 못했나 싶었는지, 집사는 내쉬는 숨을 크게 내뱉으며 자신의 의도를 전달한다.



    "하아............. 나으리, 더 이상 손댈 만한 일이 없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은 한가하겠군요."



    "일주일 동안 한가하다고 ......? 그런가?"



    "예. 정말로 지난 2주간은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하셔서, 도와드리는 저희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 그렇군."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클라우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집사는 차를 끓여 클라우드 앞에 찻잔을 놓았다.



    "잠시 휴식하십시오."



    "...... 그래, 미안하다."



     클라우드가 시키는 대로 차를 마셨다. 집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클라우드는 알아챘을까? 클라우드가 업무 중에 홍차를 마시는 것이 실로 2주 만이라는 사실을.



    "간식이라도 준비해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 잠시 혼자 있게 해 주게."



    "알겠습니다."



     일이 없어져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드디어 한결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주인에게 안도한 집사는 인사를 하고 집무실에서 사라졌다.

     방에 홀로 남은 클라우드는,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시고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썹을 모았다.



    (뭐 하는 거냐, 나는 ......)



     요양을 위해 루틀버그 영지로 향하는 세실리아 맥머든을 떠나보낸 지 약 2주가 지났다. 이제야 깨달았지만, 지금까지 집착하듯 일에 몰두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현실 도피다. 일로 도망치다니 ...... 한심하기는)



     자각하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에서 도망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한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지금,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는 것이다.



    (...... 그녀는, 세실리아 양은, 내 딸일까?)



     일하는 동안에도 결국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 이제야 선명하게 생각을 지배한다.

     클라우드가 세실리아를 처음 만난 것은 봄 무도회에서였다. 렉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사랑하는 셀레나와 모습이 겹쳤다.



     머리도 눈동자도, 자신이나 셀레나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당시에는 무슨 착각일 거라 생각하고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



    (만약 세실리아 양이 정말 셀레나의 딸이었다면 ......)



     그때 느낀 감정은, 착각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혈연관계를 느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 세레디아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은빛 머리,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녀, 세레디아. 기사 세브레가 이웃 나라에서 발견한 그 소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가짜인가? 하지만 그녀는 왕도에 오기 전에 아나바레스를 방문하였다)



     아바렌톤 변경백령의 작은 도시 아나바레스. 셀레나와 딸 두 가족이 오랫동안 살아온 이 마을에, 세레디아는 세브레와 함께 들렀다. 당연히 아무도 그녀를 낯선 사람이라며 의심하지 않았다. 세브레에 따르면 오랜만의 재회를 매우 반가워했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세브레의 위증이라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굳이 딸의 가짜를 준비해서 세브레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은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 나이 또래의 소녀를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클라우드 자신도 레긴버스 가문의 관계자 외에는 은발의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희귀한 머리색이다. 그래서 셀레나의 딸은 클라우드의 아이로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충성심이 강한 세브레가 나를 속였다니 믿기 힘들다. 그렇다면 ......)



     역시 세레디아는 클라우드의 딸이라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세실리아가 셀레나의 딸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 또한 의심스럽다.



     세실리아와 셀레디아.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 차이. 클라우드와 공유하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불일치. 클라우드의 감정은 세실리아가 딸이라고 말하고, 객관적 사실은 세레디아가 딸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 어쩌면 둘 다 내 딸이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럴 리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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