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무도제 실행위원회를 개최한다. 의장은 나, 학생회장인 알버트 랭크돌이 맡을 테니 잘 부탁한다."
알버트 랭크돌. 올리비아의 오빠다. 여동생과 같은 금빛 머리와 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덩치는 크지만 위압적이지 않아 믿음직스러운 분위기의 청년이다.
"그럼 먼저 자기소개부터 시작하자."
학생회 임원, 실행위원의 차례로 인사를 마친 후, 알버트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먼저 실행위원장을 정하자. 학생회와 실행위원의 역할이 다르니까. 그쪽의 수장도 정해둬야지."
말을 마친 알버트의 시선이 3학년 A반의 실행위원에게로 향했다. 그와는 동급생이고, 그가 실행위원장이 되면 협력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알버트가 지명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할 때, 발언을 하겠다고 손을 든 사람이 나타났다.
"...... 무슨 일이십니까, 시에스티나 전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시에스티나는 빙긋이 웃었다. 알버트도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실행위원장의 선출에 정해진 규칙이나 절차가 있는 걸까요?"
"...... 아니요,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관례로서."
"그럼 저, 시에스티나 반 로드피아가 집행위원장에 출마하겠습니다."
주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왕립학교의 관례상 매년 실행위원장은 학생회장이 지명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 설명을 하려는 찰나, 시에스티나가 끼어들어 실행위원장에 출마한 것이다.
"...... 시에스티나 전하, 실행위원장은 학생회장이 지명하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
"어머? 방금 전에 특별히 정해지지 않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은 신기하게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알버트의 눈빛에 진지한 빛이 깃든다.
(아무래도 실행위원장 선출 관례를 알면서 한 행동인 것 같다. 이걸 어떻게 하나)
"학교무도제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전하의 의욕에는 감탄하지만, 역시 무도제 경험이 없는 전하께 실행위원장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알버트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주장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방금 발언한 것도 이유지만, 지금까지의 관습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드피아 제국의 황녀에게 학교무도제를 진두지휘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친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학생회에 접근하려는 목적이 있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녀의 목적은 무엇일까?)
왕가에 다음 가는 공작가의 일원인 알버트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현재로서는 시에스티나의 의도를 간파하기에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타협안을 제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에스티나 전하, 실행위원장을 맡길 수는 없지만, 원하신다면 부집행위원장이 되어 주시면 어떨까요. 만일 내년에도 실행위원회에 참여하게 된다면 좋은 경험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알버트가 묻자, 시에스티나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여러분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 같네요. 여러분들이 받아들여 주신다면 학생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도록."
알버트가 그렇게 말했지만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부실행위원장은 시에스티나 전하께 맡기겠습니다. 실행위원장은 3학년 A반인 레온 슈젤바드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해줄 수 있겠지?"
"예, 맡겨주시죠."
안경을 쓴 지적인 분위기의 3학년, 레온 슈젤바드 백작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해요, 슈젤바드 선배."
"레온으로 부르셔도 됩니다, 시에스티나 전하."
"알겠습니다, 레온 선배."
(미리 큰 요구를 말해 거절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요구를 쉽게 관철시키는 협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수단인데...... 유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군요)
레온의 시선이 크리스토퍼에게로 살짝 향했다.
그것은 알버트도 마찬가지였다.
(동요하는 기색은 없다. 예상 범위 내라는 뜻일까. 그런데, 제국 황녀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 왕태자 전하께서는 어떻게 움직이실지...... 내가 학생회장으로 있는 동안에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