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6화 홈룸 후에(1)
    2024년 06월 11일 17시 31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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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디와 루시아나가 학교 무도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남자 상위 귀족 기숙사의 최상층에서는 전혀 화기애애하지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메이드 카페라니, 뭘 써버린 거야, 바보야!"



    "미, 미안하다니까! 익명이라고 해서 그만! 그보다 왜 채용된 거냐고!?"



    "네가 왕자님 미소를 지으며 밀어붙였기 때문이잖아아아아아!"



    "맞습니다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아!"



     왕세자의 침실에서 미남미녀의 살벌한 심문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안네마리가 마법 [정숙]을 걸었기 때문에 주변에 들킬 염려는 없다.



    "정말 믿기지도 않아, 이건 SNS가 아니라구. 필적 때문에 들통날 가능성도 있다니깐."



    "그건 괜찮아. 들키지 않도록 필체를 바꿨으니까."



    "잘난 척하지 마! 그런 부분은 정말 고집스럽다니깐."



    "그 부분은 약았다고 해야지."



    "바보냐!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라구!"



    "어, 어라? 뭔가 잘못됐어?"



    "어휴, 왜 내가 이 녀석보다 성적이 더 나쁜 거람 ......?"



     침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안네마리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래도 심문은 끝이 난 모양이다. 크리스토퍼는 소파에 앉아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아, 아무리 마법을 써서 소리를 없앴다 해도 너무 난폭하게 굴지 말라고. 네가 방에 있는 걸 들키면 우린 강제로 약혼을 당할지도 몰라."



    "알아. 하지만 역시 오늘 일은 나도 화를 내야겠어. 정말 깜짝 놀랐지 뭐야. 왜 하필이면 메이드 카페라고 썼대?"



    "...... 미안해. 문화제라고 하면 역시 메이드 카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재밌을 것 같아서."



    "......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안네마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역시 크리스토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4월부터, 아니,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마왕, 나타나지 않는 성녀, 게임과 현실의 불일치. 신경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나는 가끔 평민인 안나로 변장해서 기분전환을 하지만, 왕세자 크리스는 나처럼 쉽게 왕성을 빠져나올 수 없으니까)



     학교무도제, 일본 학교에서는 문화제나 학예회라고 불리는 행사는 학생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추억의 이벤트다. 실제로 쓰지 말라고 생각하면서도, 메이드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근데 왜 메이드 카페였어? 축제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른 것도 있을 텐데. 야키소바집이나 타코야키집도 좋고. 크레페 가게라는 것도 좋잖아."



    "순 먹을 것들만 있잖아...... 이봐 안나. 야키소바, 타코야키, 크레페와 미소녀 메이드 집단. 너라면 어느 쪽이 좋아?"



    "미소녀 메이드 집단이지."



     안네마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결연한 의지를 품은 여제의 위엄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렇지? 그럼 이해하겠네."



    "그래, 이해했어. 선택지는 메이드 카페밖에 없었구나."



     그럴 리가 있겠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주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이 방에는 따질 사람이 없었다. 크리스토퍼도 안네마리도 미소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그냥 던져본 것뿐이었다고? 설마 모두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흥미를 느낀 모양이네. 하지만 네가 개최의 의의를 조작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이런 때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깐."



    "거기선 약았다고 해줘."



    "그러니까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



    "어라? 또 틀렸어?"



    "정말! 왜 내가 이런 녀석에게 시험에서 지는 거야? 신은 불공평해!"



    "전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이 몸은 우수해!"



    "......그래서, 그 우수해야 할 크리스토퍼가 예정대로 중간고사에서 졌다는 거지?"



    "그건 말이지. 게임 세계의 강제력, 무섭다는 느낌이랄까."



     크리스토퍼는 조금 곤란한 듯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 전에 제대로 가르쳤잖아! 중간고사에서 크리스토퍼가 1등에서 떨어지는 이벤트은........"



    "크리스토퍼의 타락 이벤트의 첫 번째 단계라고 했잖아. 알고 있어."



    "알고 있다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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