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4화 깜빡하는 크리스토퍼(2)
    2024년 06월 11일 09시 55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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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모두들, 우선 예산이나 준비 기간 등을 무시하고 일단 해보고 싶은 행사를 생각해 봐라. 우선 후보를 나열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시에스티나와 세레디아가 교단에서 기다리는 동안, 루시아나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은 어떤 행사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물론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도 마찬가지였다.



    (음, 세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안네마리는 세 가지 선택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게임 설정의 영향을 받은 좁은 시야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그녀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익명인가 ...... 뭐가 좋을까?).



     이에 반해 크리스토퍼는 게임 속 이벤트 선택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익명이라면 뭐든 쓸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 때문인지, 크리스토퍼는 이 순간 왕태자라는 지위를 완전히 잊고서 펜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다들, 이제 다 썼지? 그럼 이제 모두의 아이디어를 회수한다."



     시에스티나가 상자를 들고서 학생들이 접은 메모지를 한 장 한 장 회수했다.



    "모두들 고마워. 세실리아 양, 내가 하나하나 읽어줄 테니 칠판에 적어줄 수 있을까?"



    "네, 시에스티나 님."



    "그럼..."



     시에스티나는 행사의 아이디어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평민과 귀족의 내용에서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평민들이 생각했을 법한 행사는 고리 던지기나 공 던지기 같은, 일본으로 치면 장날의 야시장 같은 놀이가 중심이다. 반면 귀족들이 생각했을 법한 행사는 살롱에서 다과회를 여는 등 꽤 많은 예산이 필요한 기획이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구나. 다음에는 ...... 흠, 직접 만든 수공예품 판매인가.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



     안네마리 씨가 쓴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세 번째 행사를 선택한 것 같다.



    (현재로서는 전시회와 연극의 제안은 아직 안 나온 것 같지만, 역시 현실에서는 다른 선택지도 있을 것 같아. 뭐, 어느 쪽이 선택되든 마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상관없지만)



     학교무도제 낮에 열리는 행사는 게임상에서는 서브 이벤트다. 공략 대상자의 호감도에 영향을 주지만 마왕과는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오늘 아침의 중간고사 결과가 훨씬 더 큰 관련이 있지만 ......)



     안네마리는 크리스토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언제나처럼 우수한 왕세자의 얼굴을 하며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안네마리는 그것이 조금 불안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홈룸이 끝나면 나중에 얘기해 봐야겠어)



    "이게 마지막 한 장이다. 어디어디....... ...... 메이드 카페인가 ...... 메이드 카페?"



     시에스티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이드 카페?"



     세레디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이드 카페?"



     루시아나와 루나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



    "...... 메이드 카페?"



     안네마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뺨에 손을 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눈빛이 크리스토퍼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왕태자의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홈룸이 끝나면 이야기 좀 해야겠어...... 아주 제대로 말이야!)



     이 교실에서 '메이드 카페'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은 자기 말고는 단 한 명뿐이다. 안네마리가 '자작 수공예품 판매'라고 쓴 이상, 그 글을 쓴 사람은 전 일본인인 쿠리타 히데키=왕태자 크리스토퍼밖에 없다.



    (남이 걱정해 줄 때 그런 거나 쓰고 있다니, 바보!)



     아무리 무기명이라 해도 내용을 보면 익명성 따위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도 왕세자의 얼굴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음, 메이드 카페가 뭐지? 세레디아 양, 알겠어?"



    "아니요. 메이드 카페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 메이드의, 카페? 엥? 메이드의 카페라니 뭘까요?



    "모르겠군."



    ((모르는구나))



     고민하는 시에스티나와 세레디아를 보며 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교단에 서 있는 두 사람만의 생각만은 아닌 것 같다.



    "메이드 전용의 카페라는 뜻인가?"



    "메이드만 들어갈 수 있는 가게? 무슨 이유로 메이드를 우대하는 거야? 귀족 전용이라면 몰라도........"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 가게를 반 행사로 열어야 하는 거지?"



    "이걸 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겠어 ...... 왜 써버린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 뭘 써버린 거야, 저 녀석)



     당연하다는 듯이 메이드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메이드 카페'라는 단어의 의미는 전혀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크리스토퍼는 스스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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