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와 같은 느낌으로 집에 오거나 제가 갔을 때 갑자기 모르는 뚱보남이 있으면 놀라지 않겠어요? 인사라도 한 마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렇군. 그럼, 온 김에 그 남자도 만나러 가도록 해라."
"누구를요?"
그렇게 말하자, 이그니스 님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도착할 때까지 한참 동안 차를 마시며 기다리자 도착한 사람은 오크우드 박사였다.
"호크 군, 맞소이까? 이거 이거! 정말 달라졌구려! 이 몸 깜짝 놀랐소이다!"
"박사님! 오랜만이에요!"
한눈에 봐도 나라는 것을 알아본 박사는 기쁘게 나를 안아주었다. 지금까지는 안아 올려줬지만, 이제 다 자란 나를 안아 올리는 것은 크레슨이나 이그니스 님이 아닌 이상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박사는 남의 외모나 옷차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몸이 커져도 아이 취급은 변함없는 듯하다.
"국내에 없나 싶었더니 제국에 있었군요."
"그렇소! 그건 그렇고 놀랐소이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급성장할 줄이야. 정말 흥미롭구려! 도대체 당신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꼭 정밀 검사를 해봐야겠소이다!"
"아뇨, 괜찮아요!"
"하지만, 만약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몸이 곤란해진다오! 온몸의 데이터 수집과 샘플 채취 및 정밀 검사를 꼭 해야겠소!"
"기업 비밀이에요!"
이대로 가면 온몸 구석구석을 조사당할 것 같아서,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사절하기로 했다. 소녀의 비밀이 아닌 소남의 비밀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소남이라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어. 사어가 되어 버린 것일까.
"그렇소이까, 그거 유감이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으니 말이오. 그래도 만일의 사태가 있을 수 있으니, 만약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이 몸한테 알려주시오."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부탁드릴게요."
매드 사이언티스트적인 요소보다 걱정하는 느낌이 더 앞섰기 때문에, 나는 흔쾌히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랄까, 박사도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왜 내 주변에는 이렇게 도를 넘는 어른들이 많은 걸까? 아니, 친아버지가 그 선두에 서 있으니 어쩔 수 없나? 친구는 친구를 부르는 법이니까.
◇
"오오! 호크인가! 드디어 여신의 저주를 깨뜨렸구나!"
"깨뜨렸다고 해야 할지, 만료되었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그대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 것을 짐은 기쁘게 생각한다."
키가 180cm가 되어도 여전히 키가 3m나 되는 장신 거구의 용인인 스승과 나란히 서니 체격 차이가 심하다. 하지만 그래도 키가 100cm에 불과하던 시절에 비해서는 받는 인상이 많이 다르다. 크레슨이 240cm, 이그니스 님이 250cm인데, 역시 300cm의 스승님이 단연 으뜸이다.
그런 스승님은 지금 만두 미식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쟈파존 동북지방의 어느 마을에 숙소를 잡고 온천에 머물며 만두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군만두뿐만 아니라 물만두, 튀김만두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만두의 고장에는, 곳곳에 전통 있는 명문 만두집과 신진 만두 노점들이 즐비하며, 만두와 백미와 맥주가 낮부터 대량 소비되는 낙원으로서 밤낮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온천은 꽤 괜찮다네. 처음엔 몸 표면이 따끔거렸지만, 금방 비늘과 피부 표면이 매끈매끈해졌지 뭐냐. 그대도 성장 기념으로 자고 가겠나? 짐이 추천하는 만두 가게를 돌아다니고, 밤에는 온천에서 그대의 주옥같은 몸을 더 닦아주자꾸나!"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 가야 할 곳이 남아있어서요."
"그런가. 그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오고 싶으면 오면 된다네. 짐은 만두에 통달할 때까지 한동안 이 도시에 머물러 있을 테니."
"예. 그때는 꼭 함께 맛있는 만두를 먹자고요. 전 이제 다 컸으니 분명 어릴 때보다 더 많이 먹을 거예요."
"오오, 그런가! 성장한 그대가 얼마나 많이 먹을지 기대되는군!"
거구의 스승님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두 손으로 내 몸을 가볍게 안아 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인간이 성장해 어른의 몸이 된들 거룡의 앞에서는 작은 존재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기쁜 것은, 분명 어른이든 아이든 너는 너라는 스승의 태도가, 무엇보다도 자비롭고 애정 어린 그의 기질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