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3 방구석 백수 vs 도적 부부
    2021년 02월 25일 07시 47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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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3/

     

     

     

     이웃부부인 케빈과 아리샤는, 에리스에게 정말 친절히 대해주었다.

     

     부부는 앵거스의 장례를 맡아주었고, 아버지를 잃어 외톨이가 되어버린 에리스를 매일 식사에 초대해주었다.

     아리샤는 에리스를 자기 자식처럼, 손을 잡고서 마을의 장보기나 도적길드의 연락 등에 데려가주었다.

     아리샤는 항상 에리스와 같이 지내주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그래, 너무 친절한 것이다.

     

     이것이 8살의 에리스라면, 상냥한 두 사람의 권유에 따라 이대로 양녀가 되어버려도 의심치 않은 페이스다.

     그런데 지금의 에리스는, 내부가 30대 방구석 백수인 것이다.

     

     "수상해."

     

     먼저, 에리스ㅡ에지가 느낀 것은 이 부분이었다.

     위화감이 너무 크다.

     이웃이라고는 해도, 선의로 여기까지 하는 인간은 없다.

     

     여기서 아리샤와의 산보가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에리스가 기억상실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리샤는, 에리스의 질문에 뭐든지 대답해주었다.

     이 세계에서의 통화단위는 '릴' 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가격을 보니, 적어도 먹고 입는 것에 대해선 1릴=1엔이 거의 틀림없는 듯 하다.

     

     에리스ㅡ에지는 이 세계의 문자가 읽을 수 있는 것도 확인했다.

     적어도 가게 앞의 문자와 길드의 벽보 등은, 술술 읽었으니까.

     

     케빈과 아리샤의 대화에 의해, 도적길드와 모험가길드와의 관계도 이해하였다.

     도적은 100% 도적길드에 속한다.

     도적을 가업으로 삼는 자 중에서 모험가로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자는, 도적길드에서 '도적모험가' 로서 등록한다.

     

     도적모험가는 다른 도적과 다르게, 정기적인 자금이 길드에서 지급되는 일은 없다.

     거기다 모험에서 얻는 보수의 10%를 길드에 상납하는 것도 의무로 되어있다.

     다시 말해, 일반 도적이 도적길드와 노동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원이라고 한다면, 도적모험가는 도적길드의 비호를 받기 위해 회비를 내는 프랜차이즈 계약같은 것이다.

     

     그래서 도적길드는, 부하인 도적이 도적모험가가 되는 일은 원칙적으로는 말리지 않는다.

     왜냐면, 적어도 간부후보생은 그런 바보같은 선택은 안하기 때문에 인재유출의 걱정이 거의 없으니까.

     

     한편 간부후보생 이외의 녀석이 도적모험가가 되는 것은 웰컴이다.

     왜냐면 그들은 회비를 도적길드에 납부해주는 데다가, 그들에게서 보고되는 활동은 도적길드의 정보망을 넓혀주게 되니까.

     

     자, 어떻게 할까.

     에리스ㅡ에지는 생각해보았다.

     

     솔직히, 케빈과 아리샤의 부부에게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다.

     하지만 에리스는 도적길드의 멤버이기 때문에, 길드의 명령에는 거스를 수 없다.

     무엇보다 에리스ㅡ에지에게 있어 안 좋은 예감이 드는 것은, 케빈이 '첩보부문' 의 리더라는 것.

     

     "먼저 케빈과 아리샤를 대신할, 적절한 보호자를 정해야겠어."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아리스ㅡ에지는, 먼저 자택 내의 구석구석을 조사하였다.

     여기서 에리스ㅡ에지는 자신의 도적으로서의 능력을 다시금 눈치챘다.

     

     에리스는 자택에서, 아마도 아버지가 설치하였을 숨겨진 문을 모조리 발견하였고, 아버지가 남진 자물쇠도 모조리 해제했다.

     

     그 과정에서, 에리스ㅡ에지는 아버지인 앵거스의 일기와, 에리스의 일기를 발견했다.

     이걸 숙독함에 의해, 에리스ㅡ에지는 아버지와 에리스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다음으로, 뿌옇게 빛나는 귀걸이를 발견했다.

     이걸 손에 들자, 에리스ㅡ에지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능력명이 떠올랐다.

     동시에 귀걸이나 방출하는 뿌연 빛이 사라졌다.

     

     '첩보의 귀걸이'

     목표의 대화를 훔쳐들을 수 있다. 유효범위 100메텔.

     필요정신력 3.

     커맨드 워드는 [잘 들려라]

     

     "귀걸이인가아."

     에리스ㅡ에지는 그만 혼잣말을 내뱉었다.

     "역시 8살 소녀에게 귀걸이는 위험하겠지."

     참고로 1메텔은 에지 세계의 1미터에 가깝다는 것은 전의 시장 산보에서 파악해놓았다.

     

     그러자 매우 자연스레, 에리스ㅡ에지에게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에리스ㅡ에지는 에리스가 애용했던 카츄샤를 왼손, 첩보의 피어스를 오른손에 들고서, 매우 자연스럽게 '워드' 를 외웠다.

     

     "마도구 복사"

     

     그러자, 오른손의 피어스에서 나오던 희뿌연 빛이 에리스의 몸을 통해 그녀의 왼손에 있는 카츄샤로 녹아들었다.

     

     '첩보의 카츄샤'

     목표의 대화를 훔쳐들을 수 있다. 유효범위 100메텔.

     필요정신력 3.

     커맨드 워드는 [잘 들려라]

     

     에리스는 당연한 듯 카츄샤를 머리카락에 썼다.

     이어서 다른 재산도,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것 중 가장 견실할 보석상자에 집어넣고서, 이웃집으로 향하였다.

     

     "케빈 씨, 아리샤 씨, 안녕하세요."

     에리스의 방문에, 미소로 맞이하는 아리샤.

     케빈도 안쪽 부엌에서 방글거리면서 에리스에게 손짓을 하였다.

     

     자주 떠드는 건 부인 쪽, 하지만, 수상한 건 남편 쪽.

     

     에리스를 그 날의 아침식사를 대접받으면서 셋이서 지낸 후, 돌아갈 때 케빈을 '첩보' 의 목표로 설정했다.

     

     잠시 후 자기 방에 있는 에리스에게, 카츄샤를 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네, 조금 더 기다려."

     울리는 건 케빈의 목소리.

     들리지 않지만, 아마 반대편에서는 아리샤가 떠들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다니까, 하지만, 역시 상중에 손을 대는 건 뒷맛이 나쁘다고."

     

     "기껏해야 8살 애야. 이대로만 지내도 우리들에게 정들 거라고."

     

     "조금 더 상황을 보자. 앵거스 녀석, 그렇게 보여도 신경질적이었으니까. 그 녀석의 집을 수색하는 건, 에리스를 내 부하로 만들고 나서다."

     

     "괜찮다니까, 설마 8살 금발인형 씨가 뛰어난 첩보원이라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거라고."

     

     "양녀로 파는 형태로 에리스를 상류계급에 잠입시키면, 여러 정보가 손에 들어올 테니까."

     

     "녀석을 죽이는 데 쓴 1천만 릴 따위, 바로 회수할 수 있다고."

     

     "녀석이 에리스를 데려간 건 예상 외였지만 말야. 뭐 상관없잖아, 에리스는 살아남았으니."

     

     에리스ㅡ에지는 미소지었다.

     왜냐면, 케빈도 아리샤도 동정할 필요 없는 쓰레기라고 알았으니까.

     이거라면 마음껏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

     하지만, 증거가 없다.

     케빈과 아리샤가 아버지와 자신을 함정에 빠트렸다는 증거가.

     

     그럼 케빈 일행의 기대를 조금씩 배신해 주는 것이 꼬리를 내밀게 하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한 에리스ㅡ에지는, 카츄샤의 '첩보' 를 일단 중단시키고, 어두워지기 전에 나가기로 했다.

     

     에리스가 향한 곳은 모험가길드다.

     케빈과 아리샤가 그런 녀석들이라고 알게 된 이상, 재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겨우 8살 계집이 단독으로 뭘 하려고 해도 비웃음을 당할 뿐.

     자칫 잘못하면 케빈 일행에게 행동을 의심받아서, '보호' 를 명목으로 도적길드에 이용되어 신병을 구속당할지도 모른다.

     

     거기서 에리스가 시작한 것은, 적당한 '보호자' 를 찾는 일이었다.

     그 자는 자신의 행위를 대변할 존재가 된다.

     

     에리스는 모험가길드에 들어서자, 먼저 쏜살같이 접수의 여성에게 향했다.

     

     "후라우 씨, 안녕하세요."

     "아, 에리스, 안녕. 잘 지내보이니 다행이야."

     

     앵거스는 도적길드의 요청에 따라, 모험가길드의 도움을 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에리스도 모험가길드에는 몇 번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때마다, 접수원인 후라우는 에리스에게 잘 대해주었다.

     

     후라우는 나이가 16세 정도는 될까.

     이지적인 표정을 구사하여, 험한 자들이 대부분인 모험가를 다루는 기술에 능통하다.

     후라우는 붉은 눈동자와 옅은 분홍색 입술, 그리고 불타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라는 정열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정반대의 것.

     "왜 그러니."

     라고, 정열적인 모습으로 어머니처럼 상냥히 말을 거는 그녀의 미소에, 거친 자들은 헤롱헤롱해버려서, 대체로 온순해진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후라우는 모험가길드의 마스터의 딸인 모양이다.

     

     아리샤와의 산보로 그런 정보를 들은 에리스ㅡ에지는, 자연스레 후라우와 대화를 나누었고, 에리스가 모험가길드에 머무르는 게 매우 자연스럽다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었다.

     

     후라우와의 변변치 않은 대화를 끝낸 아리스는, 길드 안을 둘러보았다.

     모여있는 자들은 대부분 더러운 아저씨들이다.

     그 안에는 핸섬하고 젊은 녀석도 있지만, 천박한 내심을 가진 에리스ㅡ에지로서는 전혀 흥미없는 존재였다.

     

     그러다, 에리스의 시선이 멈췄다.

     오, 저 애는 좋은 느낌.

     

     에리스의 시선이 닿은 자는, 전형적인 검사의 모습을 한 가느다란 몸의 소녀였다.

     에리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프라우에게 "아는 사이가 있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을 건 후, 여검사 쪽으로 향하였다.

     

     그 소녀는, 나이가 16살 정도일까.

     푸른 머리를 샤기컷으로 잘라내었고, 마찬가지로 푸르고 가늘며 긴 눈으로 길드의 게시판을 물색하고 있었다.

     게시판을 바라보면서, 때때로 한숨.

     

     에리스는 미소를 가득 지으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왜 그래?"

     소녀가 말을 건 여검사는, 순간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그 칼날을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시선에서는 상상도 못할 상냥한 눈동자를 에리스에게 향했다.

     

     "귀여운 아가씨, 그런 일이 있어."

     그녀는 그것만을 에리스에게 말했다.

     

     흐음~.

     

     에리스는 그녀가 한숨을 쉬었던 의뢰를 읽어보았다.

     이건 탐색의뢰.

     방구석 백수는 단전에 한숨쉬는 이유를 간파했다.

     "탐색의뢰를 받고 싶어?"

     에리스는 여검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어말했다.

     "나는 에리스. 이렇게 보여도. 도적길드 소속이야."

     그러자 여검사의 표정이 변화했다.

     

     "이거 놀랐네. 아가씨는 어엿한 도적이구나."

     "그래."

     

     에리스가 보여준 미소를 보고, 여검사는 문득 정신을 차린 듯 에리스에게 미소지었다.

     "아아 미안. 난 레베. 수행중인 검사다."

     

     오, 걸려들었구나.

     에리스ㅡ에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결국은 어린애라고.

     그런 이유로, 에리스는 미소지은 채 '레베' 라고 자칭한 여검사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검사가 탐색의뢰를 보고 한숨을 짓는다니, 100% 도적부족이잖아?"

     "대단하네 아가씨, 에리스라고 말했었나."

     "저기 레베 언니, 괜찮으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래?"

     작은 고개를 기울이며 부탁하는 소녀를 보고, 레베는 그만 대답하고 말았다.

     "그래, 상관없어."

     

     방구석 백수, 본격적인 활동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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