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2 소녀전생
    2021년 02월 24일 22시 35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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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2/

     

     

     

     

     그의 이름은 야시로 에지.

     세상이 공인한 30대 방구석 백수님이시다.

     

     그의 부모는 수년 전에 타계하고, 그는 두 사람이 남긴 유산으로 여태까지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다.

     예금잔고는 0에 다가가는 중.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는 애용하는 눈앞의 사각형 상자를 조작하여, 직업소개소의 화면을 열어보았다.

     

     그는 사각형 상자의 모니터에 펼쳐진 직원 모집의 '상세조건' 에 이렇게 입력했다.

     

     '소녀.'

     천박하다.

     

     그런 그의 사각형 모니터는 무정한 답변을 표시했다.

     '희망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정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내뱉었다.

     

     "직업소개소에 '소녀' 는 없나. 쓸모없네."

     상스럽다.

     

     "어딘가에서 소녀가 떨어지지는 않으려나."

     스스로 입력한 키워드가 트리거가 되어서, 천박한 망상을 개시하는 에지.

     

     

     

     현자타임을 맞이한 그에게 찾아온 것은, 그 다음의 욕구.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

     

     언제 세탁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모습의, 더러움이 드러나지 않는 검은 잠바를 입고서 어떤 장소로 향했다.

     그것은, 보통의 물건은 풍속까지 포함한 대부분의 물건을 온라인쇼핑으로 해결하는 그가, 근처의 편의점과 함께 거의 유일하게 외출하는 곳인 정식집.

     

     밥만이라면 택배로 해결된다.

     하지만 그가 그 정식집에 향할 때만큼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자택 경비의 임무를 등한시하는 것이다.

     왜냐면, 운이 좋으면 정식집 부부의 귀여운 딸 (추정 : 8세) 를 볼 수 있으니까.

     

     "오, 저기 있는 건 정식집이 딸이잖아. 이거 잘 됐네 동반으로 가볼까."

     

     현자타임에서 부활한 에지는, 정식집의 소녀와 손을 잡고서 가게까지 안내한다는 망상에 빠졌다.

     참고로 '동반' 이란 사각형 상자와 만화에서 알게 된 단어이며, 당연하지만 그에게 그런 경험 따윈 없다.

     

     그래서일까. 그는 집착했다.

     그 소녀와 손을 잡고서 정식집으로 가는 일에.

     경험을 쌓는 일에.

     

     휘청거리며 반대 차선의 인도에 있는 소녀에게로 향하는 에지.

     머릿속은 '소녀' 와 '동반' 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도로를 무방비하게 횡단하는 그에게 달려오는 대형 트레일러를.

     

     에지의 모습을 눈치챈 운전사가 핸들을 꺾을 틈도 없이, 에지는 차량 총중량 44톤의 압력에 의해, 도로상에서 순식간에 저며지게 된 것이었다.

     

     

     "어이, 에지."

     에지는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뜬 그곳은 새하얀 세계.

     

     "오, 눈을 떴구나."

     에지의 머리에 직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야, 넌 정말로 천박하구나. 네 머릿속은 일상생활의 지식 이외엔 거의 성범죄밖에 없지 않은가."

     반 정도 내뱉으면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에,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열받아 하면서도, 에지는 흰 공간 속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에지는 주제에 안 맞게 불만을 말해보았다.

     "다른 사람의 취미에 개입하지 마. 그런데 넌 누구이며, 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은 쉽사리 대답해주었다.

     "난 도적의 신. 여긴 공세와 현세의 경계다. 너, 자기가 트레일러에 깔린 거, 기억하고 있나?"

     

     목소리의 주인의 지적에, 에지는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정식집의 귀여운 소녀를 쫓아서 도로에 뛰쳐나가고 만 사실을.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트레일러를.

     끊겨지는 기억을.

     

     이런, 나 죽었을지도.....

     

     "난 어떻게 되었지?"

     초조해진 에지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외쳤다.

     그러자 목소리의 주인은 대답을 해주었다.

     

     "이대로라면, 망자 코스라고. 너, 쓰레기니까."

     "실화냐."

     

     망자 코스라면, 지옥의 몇 번째였나 분명.......

     라며 동요하는 에지.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재미있는 듯 이어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하나 제안을 해주지. 너, 나의 대리인으로서, 이세계에 전생해보지 않겠나? 난, 너같은 킹 오브 쌍놈같은 녀석, 정말 좋아하는데."

     "킹 오브 쌍놈이라니 칭찬하는 말인가? 그런데, 대리인이라니?"

     "도적의 신의 대리인이다. 뭐, 전생 후에 대리인이라는 기억은 남지 않겠지만."

     

     전생?

     그거 요즘 유행하는 건가?

     

     "그럼, 난 전생해서 뭘 하면 좋은데."

     "전사의 신의 대리인인 '용자', 마도의 신의 대리인인 '마왕' 이 이 세계에 있다. 넌 그 녀석들을 괴롭혀주면 돼."

     "귀찮은데~"

     "그럼 망자 행."

     "알았다, 지금 건 취소."

     

     즉답이냐고.

     이럴 때 쌍놈은 전환이 빠르다.

     그렇다면 조건을 들이밀까.

     에지는 도적의 신을 자칭하는 목소리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며 요구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전생이라고 한다면 치트를 주는 건 국룰같은 건데, 나한테도 뭔가 능력이 주어지는 건가?"

     "안 됐지만 전사의 신이 주관하는 체력과 직접공격, 마도의 신이 주관하는 지력과 마법공격 등의 힘은 못 줘. 그 대신, 도적에 걸맞는 능력을 주지."

     

     헤에.

     성격이 뒤틀린 쌍놈은 힘도 마법도 아닌 능력에 조금 흥미가 솟았다.

     "어떤 건데."

     "민첩력 상승과 마도구 총애의 능력이다."

     

     "AGI는 알겠는데, 아이템 마스터는 뭐지?"

     의아한 에지에게, 도적의 신은 설명을 진행해주었다.

     

     민첩력이란, 도적 기술에 관련된 여러 행동에 필한 능력.

     도적 기술.

     그건 그림자에 숨어서, 덫을 발견하고, 자물쇠를 무력화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기술.

     

     한편, 마도구 총애(아이템 마스터)의 능력이란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마도구 감지'

     이 능력에 의해, 시야로 마도구를 보다 잘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마도구 감정'

     이 능력에 의해, 마도구의 감정 또는 그걸 행사하기 위한 커맨드워드를 무조건 알 수 있게 된다.

     

     세번째는 '마도구 무쌍'

     이것은 마도구를 정신력의 부담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넷째 '마도구 복사'

     이것은 수중의 마도구에 부가된 능력을, 다른 도구로 복사할 수 있는 것.

     

     "이거 대단하네. 치트에 걸맞다고."

     "글치? 이거라면 불만 없겠지."

     "없지없어."

     "좋아, 그럼 이걸로 계약종료다. 그럼 이제부터 널 이세계에서 기다리는 네 그릇에 날리겠다. 나에 관한 기억은 지워지지만, 네게 부여해준 능력과 목적은 머릿속에 새겨져 있으니 걱정마라."

     

     이어서 도적의 신은 뭔가를 외웠다.

     그러자 에지의 존재가 희박해지다가, 이윽고 지금 있던 장소에서 사라졌다.

     

     에지가 사라진 장소에서, 도적의 신은 입가를 비틀었다.

     "안 됐지만 마도구 총애는, 마도구를 손에 넣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능력이지."

     이어서 또 한 마디.

     "그렇기 때문에, 너의 '천박함' 이 필요한 거라고. 에지."

     

     도적의 신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신의 세계로 돌아간 것이었다.

     

     

     "에리스! 어이! 에리스!"

     누군가의 목소리가 에지의 머리에 들린다.

     에리스라니 누구야?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다.

     "그래, 난 트레일러에 깔렸었다."

     에지는 떠올렸다.

     

     절반은 무의식적으로 두손두발의 감각을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 아픔은 없었고, 자신의 의사로 두손두발의 가락지가 반응하는 것도 알겠다.

     두통도 급속히 가시고 있었다.

     

     그래서 에지는 살짝 눈을 떠보았다.

     그러자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이탈리안 아저씨같은 얼굴.

     누구냐 이 녀석?

     

     하지만, 에지의 의문을 무시하는 것처럼, 이탈리안같은 아저씨가 희희낙락하며 외쳤다.

     "에리스의 의식의 돌아왔다!"

     

     그러니까, 에리스가 누구냐고.

     

     "다행이다, 무사했었네."

     옆에서 난 여성의 목소리에, 에지는 고개만 움직여서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몸매가 좋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이쪽도 스위스같은 복장을 한 서양풍의 아줌마다.

     

     눈앞에 이탈리안같은 아저씨. 옆에는 스위스같은 아줌마.

     영문을 모르겠어.

     그래서 에지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조금 전부터의 의문을 두 사람에게 물어봤다.

     

     "에리스는 누구지?"

     

     그러자 아저씨는 그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무슨 말 하는 거냐, 네가 에리스라고!"

     아줌마도 오른 쪽에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혹시 기억이 애매한 것이려나."

     

     기억?

     

     에지는 다시 한번 몸에 힘을 넣어보았다.

     지금은 온몸에 아무런 위화감도 안 느껴진다.

     그래서 그는 양팔을 들어서, 자신의 손바닥을 보았다.

     

     그것은 투명한 듯한 하얀 피부.

     이 사이즈는 단풍잎을 떠올리게 하는 어린아이의 것.

     

     어라?

     

     이번엔 목을 일으켜서, 자신의 가슴에서 발끝까지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거기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염색하지 않은 원피스같은 것에 둘러진 자신의 모습.

     하지만 그건 익숙한 방구석 백수의 그것이 아니라, 아무리 봐도 어린아이의 것.

     

     그렇다. 에지가 전생한 것은, 소녀의 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에지는 어째선지 냉정했다.

     자신의 모습이 30대 방구석 백수에서 소녀로 변화한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에지는 그걸 의문으로 생각치 않고 받아들였다.

     

     "이게 나의 그릇인가."

     

     그렇게 중얼거렸던 것 조차 에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리스ㅡ에지는 현재의 상황을 알 수 있을 때까지 기억을 잃은 척을 하며, 먼저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먼저 아저씨와 아줌마에게서 정보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아저씨의 이름은 케빈, 아줌마의 이름은 아리샤.

     두 사람의 대화에서, 그들은 아리스의 집의 옆집부부이며, 아버지의 장사동료이기도 하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앵거스에겐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아리샤가 에리스에게 그렇게 투덜댔다.

     

     다시 말해 이런 일인 모양이다.

     앵거스란, 도적길드 소속의 도적이었다.

     그는 길드에서도 중견이어서, 주로 잠입 쪽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에리스는 앵거스의 외동딸이다.

     에리스의 어머니는 에리스와 맞바꾸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부인을 잃은 앵거스는, 일편단심으로 에리스를 총애했다.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사랑으로.

     

     앵거스는 두려워했다.

     에리스가 자신의 옆에서 사라지고 마는 일을.

     예를 들면 에리스가 노예상인에게 납치되고 마는 일 등을.

     그래서, 에리스가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앵거스는 그녀에게 도적기술을 가르쳤다.

     납치되기 전에 납치하는 쪽으로 돌아서도록.

     앵거스의 옆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그런데, 에리스는 귀엽게 자라고 말았다.

     

     그 피부는 정말 투명한 것처럼 하얗고, 앵거스가 사랑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아름다운 금발은, 아무 삐죽털도 없이 똑바로 어깨레 내려왔고, 선명한 에메랄드색의 눈동자는 고급 인형을 떠올리게 하였다.

     

     앵거스는 초조했다.

     이대로 간다면 누군가가 에리스를 훔치러 올 거라고.

     그럴 거라면, 도적길드에 도적으로 등록해버려.

     

     이렇게 에리스는 도적길드 소속의 도적이 되었다.

     거기다 앵거스는 자신의 부하에 에리스를 두었다.

     그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도적은 그 몸도 도구 중 하나."

     

     에리스를 다른 녀석에게 맡기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자칫 잘못한다면 이 주변의 아동유괴범에게 납치되는 것보다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맡는 '잠입' 의 부문에 딸을 소속시켰다.

     

     '잠입'

     

     이 일에서 '실패' 란 곧 '죽음' 을 의미한다.

     이 '죽음' 도, 거의 틀림없이 참혹하게 고문당한 후 밎아하게 된다.

     

     한편 잠입에 성별은 관계없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수준급이 되면, 다른 일에 돌려지는 일은 없어지게 된다.

     왜냐면 그것만으로도 난이도가 높은 분야니까.

     

     앵거스의 노림수는 맞아들었다.

     에리스의 몸은 지켜졌다.

     그가 임무에 실패할 때까지는.

     

     그날 앵거스와 에리스는, 길드의 지령에 따라, 어떤 귀족의 저택에 침입했다.

     그 임무는 앵거스 일행에게는 간단했을 터였다.

     적어도 여태까지의 경험으로는.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달랐다.

     보통은 있을 리 없는 장소에 교묘히 설치된 독화살을 앵거스와 에리스가 맞고 만 것이었다.

     

     독에 물드면서도 목적을 달성한 앵거스와 에리스는 어떻게든 아지트까지 도망쳤지만, 앵거스는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마 에리스도 앵거스의 뒤를 똧았다.

     

     그 사체에 에지가 전생한 것이다.

     

     에리스ㅡ에지는, 세면대에서 아리샤가 준비해 준 양동이에 담긴 물에 비춰진 자신의 나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것은 에지에게는 꿈에서까지 보았던 소녀의 나체였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기 때문인지, 그는 눈앞의 모습에 전혀 흥이 돋지 않았다.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할 뿐.

     

     하지만 한편으로 에지의 천박한 사념은 부풀어갔다.

     

     자신의 몸에는 욕정이 없어도, 다른 소녀라면 관계없을 터.

     그렇다면, 30대 방구석 백수의 모습보다도, 귀여운 소녀인 모습 쪽이 여러가지로 하기 쉽다.

     

     에리스ㅡ에지는 자신의 앞에 비추어진 이 귀여운 얼굴에, '킹 오브 쌍놈' 의 미소를 지어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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