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7 내려온 기적, 그리고 전설로
    2021년 02월 24일 20시 10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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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8/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그대로 날 부르러 온 소녀를 보고, 우리들은 말한대로 소녀의 집으로 향했다.

     

     소녀의 모습을 보고 심각한 사태로 확신했는지, 촌장과 주변 마을사람까지 무슨 일인가 하고 모여들었다.

     

     소녀의 자택은 두 방 밖에 없는 방의 안에 있었는데, 짚을 쌓아올린 천을 휘감은 듯한 침대가 있었다.

     

     그 침대의 위에 소녀의 아버지에게 부축되면서, 소녀의 어머니가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하며 몸을 이완시키고 있었다.

     

     핏기가 빠지고 눈꺼풀도 닫은 얼굴을 보고, 무심코 죽었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어머니가, 어머니! 제가, 제 탓에!"

     

     소녀는 어머니의 손을 가슴에 끌어안으며 두서없는 말을 나에게 외쳤다.

     

     소녀의 흘러도 흘러도 그치지 않는 눈물과 떨리는 입술을 보고, 난 말없이 소녀의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오른손의 손바닥을 위로 올렸다.

     

     "아이템박스, 엘릭서."

     

     내가 그렇게 입에 담자, 나의 오른손에는 뿌옇게 빛나는 흰색 작은 병이 나타났다. 그 작은 병은 10cm정도의 유리병이었는데, 세밀한 장식이 새겨져 있어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시게 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멍하게 있는 소녀의 아버지의 앞에서 소녀는 내게서 양손으로 재빨리 작은 병을 받아들었다.

     

     소녀가 병의 마개를 열고 어머니에게 마시게 하는 도중, 내 바로 대각선 뒷편의 엘레노아가 다가왔다.

     

     "괜찮으신가요?"

     

     엘레노아가 말하는 건 엘릭서일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남았지?"

     

     "각자가 2개 씩 소지하여 총 400개와 창고 안에 길드전용의 재고로 2천 정도입니다."

     

     "생성을 위한 재료는?"

     

     "....문제없어요. 완전히는 파악되지 않았어요."

     

     난 엘레노아의 대답을 듣고 방의 출입구에 늘어선 남은 멤버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 소대에는 연금술사가 없었지. 뭐, 괜찮아. 문제없어."

     

     내가 엘레노아를 보고 그렇게 고하자, 엘레노아는 한번 대답하고서 물러났다.

     

     "저, 저기...이걸로 어머니는 구해질까요...."

     

     소리가 나서 돌아보자, 소녀는 어머니의 손을 쥔 채로 날 올려다보며 그렇게 물어봤다.

     

     "미안하지만, 이 약으로도 무리라면 나로선 다른 수단이 없어. 잠든 모양이니, 깨어날 때까지 따뜻하게 해주며 간병해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녀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말 감사해요."

     

     "신경쓰지 마."

     

     예를 표하는 소녀에게 한손을 들어 대답하고, 우리들은 소녀의 집에서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은 많은 마을사람들이 있었는데, 걱정스러운 듯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도 적당히 '이제 괜찮을 거다'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들은 말없이 마을의 입구로 이동했다.

     

     마을의 출입구에는 아직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인 용병들의 모습이 있었지만, 난 딱히 신경쓰지 않고 뒤를 따라온 촌장을 돌아보았다.

     

     "그럼, 우리들은 먼저 거점으로 돌아간다. 다시 며칠 지나면 여기에 올지도 모르겠지만."

     

     "벌써 돌아가십니까?"

     

     촌장은 나의 발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소리내었다.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어서 하룻밤 정도는 재워줄 셈으로 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 바깥에서 느긋하게 있을 상황이 아니다. 왜냐하면 거점 주변의 정보를 아직 얻지 못한 것이다. 어차피 마을까지는 라그레이드에 타면 곧장이니까.

     

     "그래. 잠깐 볼일이 있어."

     

     내가 그리 말하자 촌장은 왠지 아쉬운 듯 끄덕였다.

     

     "그렇습니까....아니, 무리하게 말릴 셈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용병단을 범죄노예로 팔면 상당한 돈이 되겠죠. 죄송하지만, 이름을 여쭈어도 좋겠습니까? 거점이라는 건 미사레 마을입니까? 아니면 설마 가란 황국의...."

     

     촌장은 그런 일을 물어보며 우리들의 복장을 번갈아 보았다.

     

     "내 이름은 렌이다. 거점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용병단을 팔아치운 돈은 필요없으니 마음대로 쓰면 돼."

     

     난 본명도 유저명도 아닌, 렌이라고 이름을 대었다. 뭐, 렌렌이라는 이름은 팬더같이 들리니까.

     

     "그런, 적어도 그 돈 정도는...."

     

     내가 잘 되라고 한 대사에, 촌장은 그만 송구스러워하고 말았다.

     

     "...그렇군. 그럼, 이 마을의 내부와 인접한 땅을 줘. 조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아, 마을에 민폐는 끼치지 않을 테니 안심해."

     

     "따, 땅 말입니까? 그건, 물론 문제없지만.....사례로선 전혀 맞지 않는 느낌이...."

     

     촌장은 나의 요구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승낙했다. 촌장의 대답도 들었으니, 꽤 유의미한 이문화교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모두 돌아가자. 프라이."

     

     내가 모두를 돌아보며 단독비행마술을 쓰자, 나의 몸이 2미터 정도 둥실 떠올랐다.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이 보는 중, 묻지 않아도 나의 의도를 파악한 엘레노아가 서니와 라그레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플루랄 플라이.""

     

     서니와 라그레이드가 그룹비행마술을 써서, 나 이외의 열 명도 하늘로 띄웠다.

     

     "그럼, 다시 오지."

     

     나는 공중에서 촌장에게 그리 고하고는, 천천히 상공을 올라가서, 10미터 정도 높이가 되자 거점 방향으로 이동을 개시했다.

     

     "이걸로 다른 곳에서 날아와도 문제 없다는 말이네."

     

     갑자기 위에서 그런 대사가 날아와서, 내가 약간 뒤를 나는 베롯사에게 동의했다.

     

     "매번 멀리서 내려와서 달리면 귀찮으니까. 이왕이면 적대할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보여주는 편이 좋아."

     

     내가 자기 생각을 말하자 라그레이드가 빙글빙글 돌면서 내 옆으로 날아왔다.

     

     "역시나 주인. 이왕이면 아득한 천공까지 날면 좋지 않나요? 그러면 신의 사도라고 생각할 텐데요."

     

     라그레이드는 그런 농담하고서 즐거운 듯 웃었다.

     

     "가볍게 방문할 수 없어지잖아. 숙련된 모험가 정도가 제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보여."

     

     내가 그렇게 말하자 키가 크고 검은 피부를 한 경갑의 청년이 다가왔다.

     

     늑대 수인인 사이노스다. 사이노스는 검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지만, 왠지 공중인데도 책상다리를 하고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경. 모험가가 되겠다면 소인도 부디 부탁드리겠소. 이번엔 경의 호위로서 전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오."

     

     사이노스가 근엄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중, 나는 도망치는 듯 몸을 상승시키고 모두를 돌아보았다.

     

     "사이노스도 그렇지만, 너희들은 만의 하나를 위해 집단으로 행동시킨 거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끝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약간 불만스레 수긍했다. 다만, 엘레노아와 라그레이드만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지나자 우리들의 거처인 길드의 거점, 지아이 성이 보였다.

     

     성의 정문 앞에 내려와서 성의 기색을 보고 있자, 전망대와 성벽 위, 그리고 성까지 이어지는 돌계단 위에 여러 소대가 있었는데, 모두가 이쪽을 눈치채고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마이로드."

     

     정문 앞에 내려오자, 재빨리 이쪽으로 걸어온 시크한 스타일의 집사복을 한 백발 나성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 길드에서는 중견이라고 할만한 실력을 가진 마족, 디온이다.

     

     "목욕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목욕 후에 디너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디너의 내용은 가까이에서 멧돼지같은 동물을 잡은 모양이니 멧돼지고기로 준비했습니다."

     

     "그, 그래. 알았어. 고마워."

     

     디온이 한번에 그만큼 말하자, 난 당황하면서 대답을 했다. 이런 억지스러운 성격이었나.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디온의 새침한 얼굴을 보고 있자, 왠지 기분나쁜 얼굴을 하며 날 쳐다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자자, 성으로 들어갑시다. 멍하게 있어도 마이로드의 귀중한 시간이 소비될 뿐입니다."

     

     말투는 정중한 단어를 쓰고 있는데, 그거는 어쨌건, 하지만 확실하게 함부로 다루어지고 있다.

     

     마중을 나왔을 터인데, 주인보다도 먼저 돌아가는 디온의 등을 보며 난 떠올렸다.

     

     저 녀석의 성격, 새디스트로 해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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