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필리아가 먼저 들어가 있으면, 미처 몰랐다느니 뭐니 하는 핑계를 대며 그녀가 들어간 욕실에 난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필리아의 가슴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정당한 구실을 얻을 수 있으니 ...... 이보다 더 필리아가 먼저 들어가길 바랄 이유는 없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만약 스승님의 귀가가 늦어질 것 같으면, 제가 먼저 들어가도록 할게요."
"그래......."
"에헤헤...... 그...... 죄송해요, 스승님."
"응?"
왜 사과를 받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필리아는 웃으면서도 조금은 미안해 보이는, 작은 장난을 고백하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는 ...... 스승님께서 가족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게 너무 기뻐서 ...... 가끔은 일부러 비굴한 말을 하기도 해요. 지금 것도 아마 ...... 절반은 그게 이유였을 거예요. 친절한 스승님이라면 먼저 들어가도 좋다고 말씀하실 줄 알았기 때문에 ......"
"일부러......"
"네. 그래서 죄송해요. 화, 나셨나요 ......?"
고개를 숙인 채로 힐끗 내 쪽을 훔쳐보는 필리아.
아마 필리아는 내가 '화 안 났어'라고 대답할 거라고 반쯤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필리아에게, 나도 조금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그래, 화났어. 설마 필리아가 그런 짓을 할 줄이야."
"아, 스, 스승님 ...... 죄, 죄송해요......."
"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겠지?"
내가 빙긋 웃어 보이자, 필리아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움츠린다.
그렇게 필리아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나는 마법으로 이공간에서 파이어 드래곤의 살점을 꺼냈다.
"눈 떠, 필리아"
"네.......어? 이, 이건 ......?"
"용의 고기야. 벌칙으로 필리아는 나중에 나와 함께 이것을 요리해야만 해. 그리고 그 요리를 2등분 낸 것을 남김없이 먹어보고 맛있다고 말해야 돼. 그게 필리아에 대한 벌이야."
"............"
필리아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풋 하고 작게 내뿜었다.
"후, 후후훗, 스승님 ...... 알겠습니다! 그 벌, 성심성의껏 받겠습니다!"
...... 그렇게 대답하는 필리아의 눈꼬리에는 그러나 조금은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 필리아. 아까는 그, 미안해. 잠깐이지만 화가 났다고 말했는데 ......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후후, 알아요. 조금 무서웠지만 ...... 그래도 장난을 치는 스승님은 좀처럼 볼 수 없으니까요. 에헤헤...... 새로운 스승님의 일면을 알게 되어서 사실 지금 조금 기뻐요."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의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가 눈부시다.
아아 ...... 정말 필리아는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야 .......
뭐, 필리아가 이렇기 때문에 쉽게 손댈 수 없는 것이지만 .......
"그럼, 나는 목욕하고 올게."
"네! 새 옷을 들고 바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굳이 밖에서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이미 몇 번이나 느끼고 물었던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이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다.
오늘은 피분수를 뒤집어쓰는 등 꽤 많은 오물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대부분 마법으로 지웠기 때문에 옷에는 흔적도 없고 냄새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필리아는 내가 돌아와도 외모나 냄새에 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경을 써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마법이 있다고 해서 목욕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피처럼 명백한 이물질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묻은 얼룩은 일반적인 청결의 마법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