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7. 오.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2)
    2024년 04월 28일 04시 19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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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아!?"

     방금 전의 망상을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황급히 필리아의 상태를 살폈다.
     허벅지에서 약간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깨진 컵 파편이 스친 모양이다.

    "일단 거기서 가만히 있어............. 유리가 깨졌으니 자칫 잘못 움직이면 위험해."

     발밑을 조심하며, 일단 주방을 빠져나와 청소도구를 가져왔다.
     천으로 바닥에 쏟아진 주스를 닦아내고, 빗자루와 쓰레기로 유리 조각을 꼼꼼히 치운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필리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 일단 허벅지 외에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

     한 손에 든 회복 마법으로 부상을 치료하고 피를 닦아낸다.

    "죄, 죄송해요 ...... 죄송해요, 스승님 ......제, 제가 스승님의 소중한 컵을 ......"
    "괜찮아. 필리아가 무사한 게 제일 중요해."
    "스, 스승님께서 고대하셨던 음료도, 제가 ...... 제가 ...... 흑흑 ......"
    "진정해...... 라고 말해도 필리아의 성격상 신경 쓰지 않으려나. 그럼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 나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괜찮아. 자."
    "우에엥......"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고, 일단 필리아를 달래주었다.
     무릎을 꿇고서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필리아의 머리를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하며 어린아이한테 그러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는 동안 필리아도 차츰 진정이 된 것 같아서, 다음에 눈물을 닦아주었을 때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아직 눈이 약간 붉어진 필리아가 조금씩 말을 내뱉었다.

    "저 ...... 스승님께서 기대하셨던 음료수, 소중히 들고 가려고 했는데........"
    "응."
    "스승님과 같은 것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 무심코 옮기면서 냄새를 맡았어요. 그랬더니 왠지 몸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것 같은, 굉장한 느낌이 들어서 ...... 어, 어느새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죄송해요 ...... 변명이죠, 이런 거."

     누구냐, 필리아의 주스에 이상한 냄새나는 약을 넣은 녀석은. 절대 용서하지 않아.

    "...... 필리아는 나쁘지 않아."

     ...... 네, 맞습니다. 넣은 건 저입니다. 죄송합니다. 필리아는 정말 진짜로 나쁘지 않아.......
     필리아가 그렇게 된 것은, 일단은 내가 넣은 음마의 체액약 때문인걸.
     나도 개봉할 때 약간의 냄새만 맡고서 비슷한 상태가 된 것 같았고 .......

     갑자기 머리가 냉정해진다.
     뭐 하는 거냐 나는. 내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필리아를 아프게 하고, 울게 만들고 .......

     뭐랄까 ......, 이제 계획 따위는 상관없어.
     아니, 그보다 왜 내가 그런 계획을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어.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약을 먹이고 덮친다니, 그냥 범죄잖아. 아니, 그렇게 따지면 약을 사는 순간부터 범죄를 저지른 거지만.
     아무리 필리아가 무방비 상태에서 무자각적으로 항상 유혹을 해온다 해도, 그건 그것을 유혹으로 받아들이는 내가 잘못한 거지, 순수하게 나를 생각해 주는 필리아는 전혀 잘못한 게 아니야.
     뭐가 '그때의 나는 멍청했다'는 거지. 멍청한 건 너라고. 반성해라, 나.

    "...... 필리아. 일단 지금은 식사를 하자. 괜찮아. 배를 채우면 분명 기분도 풀릴........"
    "하지만 저, 이 컵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냈어요 ......!"

     내 말을 가로막고서, 파리아가 소중하게 들고 있던 강아지 모양의 컵을 내게 보여준다.

     오.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스승님은 이 음료수를 계속 기대하고 계셨죠? 저, 한 사람 몫이지만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었어요......! 스승님! 제발 이걸 마셔주세요!"
    "...... 아니, 그 ......"

     근데 필리아 씨, 왜 하필이면 약이 든 쪽을 지키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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