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5. 아픈게 좋아......?(2)
    2024년 04월 27일 22시 58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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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을 향해 걸어가다 보니,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씩 고급스러워진다.
     고급 상점인 서점은 귀족들이 많이 사는 귀족 거리의 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부유한 신분의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죄송해요, 스승님 ......"

     부자들에게 상품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까.
     문득, 필리아가 팔을  끌어안으며 밀착해 왔다.
     겁에 질린 건지 몸이 조금 떨리고 있다.

    "...... 역시 돌아갈까?"

     어깨에, 어깨 부근에 태산님이......!

     아아, 행복하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다.......
     직접 손바닥으로 만져볼 수 없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설레는 게 있다.

    "아뇨. 스승님께서 이렇게 하고 있으면 괜찮아요......!"
    "그래. 무리하지 않아도 돼."
    "네!"

     걸을 때마다 풍요로운 그것이 형태를 바꾸는 감촉이 어깨를 통해 전해져 온다.
     그 길은 말하자면 에덴으로 가는 길, 헤븐로드였다.

     아쉽게도 서점에 도착하자 필리아는 몸에서 떨어졌지만, 충분히 즐겼으니 만족스럽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도 아마 비슷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꼭, 꼭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와. 이거, 그리운 책이네............. 어렸을 때 꼭 읽고 싶어서 한 번만 빌려서 읽었던 책이야 ......"

     책 한 권을 집어 들며, 필리아가 그리운 듯이 중얼거렸다.

    "...... 그건 뭐지?"
    "에헤헤, 마이너한 동화책이에요. 모두에게 미움을 받던 소녀가 몰래 마을에 내려온 왕자를 만나 고난 끝에 맺어진다는......"
    "왕자님이라......."

     나도 전생처럼 남자였으면 여자랑 사귈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의 여주인공이 왕자님을 만나고, 왕자님께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럼 분명 저의 왕자님은 스승님일 거예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 그, 그렇구나."
    "에헤헤 ...... 수줍어하는 스승님, 귀여워요."
    "...... 부끄러워하지 않았는데"

     귀여운 건 필리아 쪽이고.

    "...... 필리아. 이쪽으로."
    "아, 네!"

     필리아를 데리고 간 곳은 마도서가 진열되어 있는 선반이다.
     거기서 마법의 기초에 관한 초급, 중급, 상급 세 종류의 책을 꺼내어 필리아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책을 두 권까지 고르면 돼. 그걸 살 테니까."
    "어, 괜찮으세요 ......? 혹시 서점에 온 건 ......?"
    "나는 모험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워야 할 때가 있어. 내가 없을 때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둬야 해."

     요즘은 활동이 뜸하지만, 필리아를 살 때 저축한 돈을 꽤 써버렸기 때문에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생각이었다.

    "스승님 ......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요!"

     눈시울을 촉촉하게 적신 필리아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내가 더 고마워 .......

     고개를 숙일 때 흔들리는 두 언덕, 그리고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던 계곡에 대해 나도 마음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 자, 그럼."

     마도서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신음하는 필리아를 뒤로 하고, 가게 앞쪽의 동화책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 선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필리아가 먼저 집어 들었다가 다시 돌려놓은 책을, 내가 들고 있던 세 권의 책 중 가장 아래에 쌓아두었다.





    "스승님, 오늘은 정말 감사합니다!"

     서점을 나와 귀족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
     해 질 녘의 귀갓길.
     조금만 더 가면 저택에 도착할 무렵, 필리아가 조금 앞서 달려가더니 뒤돌아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하지만 뭐, 고맙다는 말을 들을 만한 일은 하지 않았어."
    "아니에요! 고기도 먹여주고, 옷도 사주고, 스승님 옷도 골라주게 했고, 그리고 공부할 책과...... 제가 좋아하던 그림책도 사주셨잖아요."

     내가 필리아가 있는 곳까지 따라잡자, 필리아는 다시 내 옆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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