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8. ............괜찮, 아. 필리아라면...... 나를, 마음대로 해도......(3)
    2024년 04월 15일 02시 19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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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모르게 필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가 처음으로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드러낸 것이 그렇게나 기뻤던 것일까.
     몇 번이나 말했듯이, 나로서는 미움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잘 보이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진짜 나를 보여줬지만, 필리아에게 나는 여전히 존경할 수 있는 스승으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왠지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 만약 처음 스승님께서 저를 제자로 삼을 생각이 없으셨다 해도, 저는 이미 스승님의 제자예요. 그러니 제자로서 스승님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어요. 이 마음은 변함없어요."
    "...... 알았어, 필리아. 하지만 그런 짐은 언제든 내려놓아도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정말, 스승님도 참! 스승님이 착하신 건 알고 있지만, 착해도 될 때랑 안 될 때가 있어요! 여기선 스승님답게 다 아는 것처럼 '믿겠다'라고 말해 주는 것이 제자 입장에서는 더 기쁘다구요!"
    "어, 어어 ......아, 알았어. 그 ...... 믿을게, 필리아."
    "에헤헤...... 네!"

     저주가 언제든 다른 누군가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내 진심을 전해도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슨 말을 해도 필리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필리아는 겉보기에는 순종적인 것 같지만, 한 번 마음먹으면 절대 굽히지 않으니까 ...... 고집스럽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건 필리아의 나쁜 점이 아니라 좋은 점이지만.

    "...... 그, 그나저나, 스승님."
    "응? 무슨 일 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해도 필리아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진 나는 가벼운 어조로 되물었다.

     한편으로 필리아는, 왜인지 조금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기, 아까 ...... 저랑 그, 야한 일을 하고 싶다는 거 ......저, 정말, 이죠?"
    "...... 어. 으, 응.......그, 존경하던 상대가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요!

     !?

     큰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필리아의 기세에, 나는 놀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는 필리아의 눈은, 왠지 모르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아.......하아......스, 스승님이 저를......에헤, 에헤헤...... 에헤헤헤헤헤헤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숨이 거친 듯한 ......?

     이, 이상하다. 왠지 소름이 돋아. 내 본능이 지금 당장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왜? 눈앞에 있는 건 내가 조금만 칭찬해 줘도 순진무구하게 뛰어다닐 것 같은 그 순진무구한 필리아잖아?
     도망칠 필요 따위는 어디에도 없는데 .......

    "피 ...... 필리아 ......?"
    "스, 스승님께서 그럴 생각이시라면 ...... 헤헤. 저, 저도 ...... 참지 않아도, 되는 거죠 ......? 이, 이대로 스승님을, 먹어버려도 ......"
    "머, 먹는 ...... 다니? 아니 그 ...... 피, 필리아 ......?"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어느새 어깨를 단단히 붙잡혔다.
     필리아에 비해 힘이 한참 떨어지는 내가 뿌리칠 수는 없어서, 필리아의 얼굴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필리아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는 짐작이 갔지만,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아니면 ...... 저로는 안 되나요?"
    "앗 ...... 그런, 것은 ......"

     왠지 모르게 불안한 눈빛으로 떨고 있는 필리아를 보며, 나는 작은 저항조차 포기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렇다. 나 역시 필리아와 이런 짓을 하는 망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는 필리아와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고...... 그 숨겨왔던 내 마음을 아까 필리아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런 나에 대한 필리아의 대답이 바로 이거일 것이다.

    "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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