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언니...... 좋아...... 좋아해......(1)2024년 04월 04일 21시 52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아주 오래 전, 이제는 옛날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과거의 이야기다.
내가 이 세계에 막 발을 들여놓았을 무렵의, 과거 이야기.
나는 어느새 숲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왜 그런 곳에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정말, 어느 날 문득 깨달았을 때 나는 숲 속에 있었다.
그런 갑작스러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 나의 이번 생은, 이대로 간다면 임종으로 가버리는 덧없는 인생, 아니 엘프생이었을 것이다.
위험한 마물이 득실거리는 숲 속에 뭣도 모른채 던져진 상태에서 무엇을 하라는 말인지.
설령 기적적으로 임종을 면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했다 해도,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힘도 없고, 호적도 없고, 뒷배경도 없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압도적인 약자였던 나를 누가 도와줄 리가 없었을 테니까.
설령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실은 분명 거미줄과 같을 것이다.
한 번 닿으면 끈적끈적하게 엉켜서 다시는 떨어지지 않는 거미줄.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악의라는 이름의 거미에게 잡아먹힐 뿐이다.
설령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내가 나로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어쩌면 기적을 넘어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세계에 빠져든 첫날. 숲 속을 헤매다가 거대한 애벌레 마물의 습격을 받은 순간.
그 괴물은 어디선가 떨어진 불길에 의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목숨이 위태로웠을 텐데도, 원인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나는 멍해졌다.
그런 내 앞에, 그녀는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왔나 싶더니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ㅡㅡ 너, 나한테 마법을 배우면 좋을 거야. 참고로 거부권은 없으니까. 싫어도 배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방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니, 엘프생도 살고 볼 일이다.
"...... 꿈, 인가."
침대에 누워 눈꺼풀을 열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왠지 꽤나 그리웠던 날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내 마법의 스승이자 내 엘프생의 은인이기도 한 그녀.
첫 만남의 첫마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는 마치 방약무인이 써진 옷을 입고 걸어가니는 듯한 소녀였다.
"그리워."
그녀가 나를 돌봐준 것은 나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을 위해서였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나라는 퍼즐 조각이 꼭 필요했기에 지켜준 것뿐이다.
그래서 아마 그녀는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로서는, 폭풍 같은 그녀에게 휘둘리는 하루하루가 정말로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녀가 마법을 가르쳐준 덕분에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고, 그녀가 사시사철 함께해준 덕분에 낯선 세상에 홀로 내던져져도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내 모든 것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 마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살며시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 언니 ......?"
"음, 아모르. 일어났니?"
옆에서 자고 있던 아모르가 졸린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아모르가 옆에서 자고 있냐면, 별일 아니다.
아모르가 이 집에서 살게 된 그날 이후, 그녀는 잠잘 시간이 되면 매일같이 내 방을 찾아와 함께 자고 싶다고 조르곤 했다.
아모르는 아직 어린 아이라 너무 내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동생처럼 여기는 그녀의 애교를 거절할 수 없었다.
어느새 이렇게 같이 자는 것이 일상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같이 잔다는 말은 결코 야한 뜻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정말 같이 침대에서 자는 것뿐이다. 에로틱한 요소 따위는 전혀 없다.
그리고 물론 이렇게 같이 자면서 설레는 일도 없다.
만약 이게 필리아나 시나였다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들지 못했을 텐데, 아모르는 여동생이니 괜찮은 것이다.
훗. 역시 나는 로리콘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었군.728x90'판타지 > 야한 짓을 하기 위해 거유미소녀노예를 샀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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